어진 재상 이윤(伊尹)
의와 도가 아니면 천하를 준다 해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오늘>(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공손추(公孫丑)가 맹자에게 물었다.
“이윤은 부정한 일을 그냥 보고 견딜 수 없다고 하면서 왕 태갑(太甲)을 동궁으로 쫓아냈는데 백성들이 크게 좋아했습니다. 태갑이 현명해지자 다시 돌아오게 했는데 백성들이 크게 기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이 신하가 되었을 때 그 임금이 현명하지 못하다면 본래 쫓아내기 마련입니까?”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이윤과 같은 생각으로라면 괜찮지만, 이윤과 같은 생각이 없다면 찬탈이다.”
●『맹자』, 「만장 상(萬章 上)」편
이윤은 은(殷)나라의 밭 가는 농부였다. 의(義)가 아니고 도(道)가 아니면 천하를 녹(祿)으로 준다 해도 돌아보지 않았고, 의와 도가 아니면 한 오라기 풀도 주고받지 않았다.
탕(湯)왕이 세 번이나 사람을 보내어 그를 초빙하니 그제서야 마음을 바꾸었다.
‘내가 밭 갈며 요순(堯舜)의 도를 즐기는 것이 어찌 요임금이나 순임금과 같이 만드는 것만 하겠는가.
하늘이 이 백성을 내시어 먼저 아는 자를 시켜서 뒤늦게 아는 자를 알게 하시고, 먼저 깨달은 자를 시켜서 뒤늦게 깨닫는 자를 일깨워주셨다.
나는 하늘이 낸 백성 중 먼저 깨달은 자이다.
나는 도를 가지고 이 백성들을 일깨워주겠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이윤은 이러한 사명감에서 탕왕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때 하(夏)의 걸(桀)왕이 포악무도하여 민심은 도탄에 빠지고 정국은 문란하여 혼란에 빠졌다.
이윤은 탕왕을 도와서 대혁명을 수행했다. 탕왕이 죽은 후, 이윤은 선왕의 부탁으로 태자 태갑을 도와서 재상이 되었다.
태갑은 즉위하자 불의한 행동을 자행함으로써 나쁜 습성으로 되돌아갔다.
이윤이 아무리 간하여도 왕은 듣지 않았다.
이윤은 “왕이 깨닫지 못한다면 신(臣)은 선왕의 명을 받아 뒤에 오는 왕에게 잘못이 없도록 부탁을 받았으니 도에 어긋난 행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하며, 곧 동궁이라는 궁궐을 새로 건축하여 왕을 거기에 옮겼다.
그곳은 선왕의 묘와 가까운 곳이다.
이는 언제나 부왕의 능묘를 눈앞에 두고 보게 함으로써 선왕의 교훈을 생각하여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 하기 위함이었다.
또 탕왕의 능 근처에 동궁을 짓고 꾸준히 간하여 매사에 미혹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왕이 왕궁에 있으면 아첨하는 많은 무리가 왕의 행실에 잘못이 있어도 오히려 그것을 칭찬했다.
그래서 이윤은 미혹한 왕을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리하여 왕은 별궁에서 3년 동안 외롭게 지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도 이윤이 왕위를 찬탈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윤이 말하기를, 왕이 여전히 변치 않으시므로 불의는 습성이 되었으니 나는 의를 행치 않는 자는 따를 수 없다.
동(桐) 땅에 궁을 세우고 선왕을 가까이 모시어 교훈을 받음으로써 평생토록 미혹되지 않게 하리라.
왕이 동궁(桐宮)으로 가서 부왕의 묘(廟)에 복상(服喪)하고 계셨으니 마침내 진실 된 덕을 닦을 수 있게 되었다.
王未克變 伊尹曰 玆乃不義 習與性成 予弗狎于弗順 營于桐宮 密邇先王其訓 無碑世迷 王緖桐宮居憂 克終允德
●『서경』, 「태갑(太甲)」1편
주> 1 『서경』에는 「이훈(伊訓)」, 「태갑(太甲)」, 「함유일덕(咸有一德)」 세 편이 있는데, 이 중에서 이윤이 왕 태갑에게 올린 글은 오늘까지도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태갑은 원래 현명했으므로 매일 부왕의 묘 곁에서 조용히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탕왕이 나라를 세울 때의 노고를 생각하며 행실을 삼가고 덕을 닦게 되었다.
이에 이윤은 대단히 기뻐하여 다시 왕을 영접하고 복위시켰다.
왕이 겸허한 태도로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이르시되,
소자는 덕에 밝지 못하여 스스로 불초에 이르러 욕심으로 법도를 어기며 방탕하여 예를 폐하고 허물을 몸에 부르니
하늘이 내리신 재앙은 오히려 피하려니와 스스로 지은 재앙에서 가히 도망하지 못하니
과거 스승의 훈계를 등져 그 처음에는 미치지 못하나
그대의 덕을 힘입어 그 마침을 도모하나이다.
이윤이 공손히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이르되, 그 몸을 닦으며 미쁜 덕이 아래와 화합하는 밝은 임금인 것입니다.
선왕이 곤궁한 백성들을 자식같이 사랑하셨으므로 백성이 그 명령을 복종하여 기뻐하지 않은 이가 없었고 이웃나라까지도 우리 임금을 기다리고 있으니 임금님이 오시면 벌을 받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서경』, 「태갑」편
이윤이 임금에게 정사를 다시 맡긴 후에 은퇴하면서 덕으로 훈계를 하였다.
슬프도다!
하늘은 믿을 수 없고 명은 일정치 않으니 그 덕이 떳떳하면 자리를 보전하고, 그 덕이 떳떳하지 못하면 구주(九州)가 이로써 망할 것입니다. ●『서경』, 「함유일덕」편
번지가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니라”라고 답했다.
다시 번지가 “지(知)는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이니라. 옛날에 탕 임금이 백성 가운데서 이윤을 천거하여 재상을 삼으니 불인(不仁)한 자가 멀어졌다”고 하며 이윤의 사람됨을 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