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욥기』는 누가 언제 썼을까

<욥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구약성경에는 39권의 책이 있다.
이 책들은 크게 율법서, 역사서, 지혜서, 그리고 예언서로 분류된다.


1, 율법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이 다섯 권을 말하며, 이것들의 저자가 모세라는 전설이 있어 모세오경이라고도 한다.

2, 역사서: 여호수아, 사사기, 룻기,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 역대기 상하, 에스라, 느헤미아, 에스더 열두 권을 말한다.

3, 지혜서: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

4, 예언서: 이사야, 예레미야, 예레미야 애가, 에스겔, 다니엘,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댜, 요나, 미가, 나훔, 하박국, 스바냐, 학개, 스가랴, 말라기 열일곱 권이다.


『욥기』는 지혜서(wisdom literature) 다섯 권 중 첫 번째로 꼽는 책이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이 마땅히 지켜야 할 인생의 지침을 알려 주시기 전 생생한 인생을 묘사한 책이다. 하나님의 지혜가 아니라 인간의 지혜가 담긴 귀한 책이다. 누가 언제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의 시대 즉 기원전 2000년부터 1800년 사이가 배경으로 나타나 있다.


욥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선지자 에스겔은(593-573 B.C.에 활약) 욥을 노아와 다니엘과 더불어 의인으로 꼽았으며(에스겔 14:14), 야고보는(62년에 순교)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욥의 인내를 본받으라고 적었다(야고보서 5:11). 『욥기』는 작자미상으로 기원전 6세기 이전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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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 작품으로서의 『욥기』

<욥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이 책이 구약성경에 포함된 것은 인생에 관한 저자의 탐구가 진실했으며 또 깊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심오한 지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에 지혜서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 것이다.
게다가 문체가 여간 아름답지 않아 고금 어느 문학작품들보다도 우수함을 뽐낸다.
많은 작가들이 이 책을 성경 중의 성경으로 애독했으며 이것을 모방하여 많은 작품을 썼다.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의 비극들, 괴테의 『파우스트』가 대표적이다.


그들에게 『욥기』는 애독서였으며 연구대상이었다.
이 책보다 훌륭한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지혜의 한계가 이 책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까닭이다.
저자의 사물에 대한 관찰력은 대단하였다. 특히 천문지리에 관한 묘사는 근래 천문학자들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하나님께서 “북편 하늘을 허공에 펴시며 땅을 공간에 다시며”(26:7)라는 표현으로 지구를 포함한 모든 별이 허공에 떠있다고 제시한 우주론은 근래 천문학자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한 중세의 우주론을 2000년 이상이나 앞지른 놀라운 관찰이다.


욥은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 이방인이다.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라서 여기에는 유대 민족이니, 유대 왕국이니 하는 선민사상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등장하는 친구들도 이방인들이고, 선민의 민족신인 여호와 또는 야훼도 첫 장과 둘째 장 서문에서만 언급될 뿐 이후에는 하나님이라고만 표기된다.
중동지방에서 전래되는 민간전승 설화를 선민사상을 가진 이스라엘 백성이 모범이 되는 지혜서로 꼽았다는 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한 나머지 지혜서와 판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작품이다.
저자가 제기한 “인생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모든 민족의 문제이며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것이 저자의 근본사상이다.
『욥기』를 제외한 구약성경 38권이 모두 선민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인 반면 이 책은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한 영혼이 받은 하나님의 계시라고 말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스라엘 백성은 이방인 욥에 관한 이야기를 성경에 삽입해서 자신들만의 하나님이라는 천박한 선민신학으로부터 탈피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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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욥기』의 주제

<욥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이 책의 주제는 인생은 비극이라는 것이다. 의인은 고난을 당하고 악인은 잘 살더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하늘나라에서 시작된다.
하나님께서 욥을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2:3)라고 칭찬하자 의인화한 악 사단이 시비를 걸었다.
그가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겠느냐는 것이다.
욥 이야기는 하나님과 사단의 시비에서 시작되었다.
사단은 하나님의 허락을 받아 욥의 신앙을 시험하기 시작한다.
사단의 첫 번째 시험이 주어졌는데 욥에게 닥친 고난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욥은 사단의 시험을 물리쳤으며 따라서 승리는 하나님의 몫이 되었다.


사단이 마련한 두 번째 시험은 더욱 가혹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욥의 아내는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고 그를 비난했는데 죽음이 삶보다 낫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러나 욥의 신앙은 사단을 거듭 낙담시켰으며 승리를 하나님께 안겨 주었다.


이야기는 인내하고 순종하는 욥을 묘사하는 이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저자는 당시 최고 신학을 상징하는 세 친구로 하여금 욥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신학적 논쟁이 줄거리가 되게 했다.
친구들은 정통주의 신학 인과응보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고난은 죄에 합당한 벌로 사랑의 채찍에 비교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사람으로서는 측량할 방법이 없다면서 비록 죄를 지은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용서를 빌면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고 다시 축복해 주실 것이라고 했는데 당시의 신학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친구들의 방문은 욥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스스로 무죄하다고 믿은 욥은 인과응보 신학에 반박하면서 하나님의 의롭지 못한 처사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죽은 후에라도 무죄함을 인정해 주시는 그분의 자비를 소망했다.


저자는 하나님을 오래 침묵하게 했다.
그리고 불가사의한 인생의 모든 회의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인간의 지혜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하나님의 우주창조의 비밀과 광대한 우주가 그분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욥으로 하여금 깨닫고 인생이 하나님께서 주재하시는 드라마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알게 했다.
욥은 자신이 드라마에서 고난당하는 의인의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하나님께 대한 자신의 집요한 질문이 얼마나 유치하고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고 무지를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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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욥의 성격

<욥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장공 김재준 목사는 욥을 가리켜 인생의 순례자라고 했다.
그를 광야에서 길을 헤매는 고독하고 눈물겨운 순례자에 비유했으며 욥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영혼의 고독에 비유하였다.
과연 욥의 영혼은 고독했다.
그는 생일을 저주하며 차라리 죽음을 갈망했는데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키에르케고르의 말에 해당한다.
의지할 데 없을 때 절망은 마음의 병으로 오는 것이다.
절망은 원망으로 그 증세를 나타낸다.
욥이 하나님을 원망한 것은 자신이 직면한 절망에 대한 절규였다.


절망이 인생의 종착역이라면 그것은 인간의 지혜라고 말할 수 없다.
절망의 수렁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만드는 것이 소망이다.
욥에게는 자포자기하지 않고 소망을 키울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그는 인생이 비극이면서 절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애착과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소망을 키웠다.
참신앙의 씨를 마음에 심은 것이다.
절망의 수렁에서 그는 자신을 변호해 주실 분을 기다리는 소망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고대하는 변호자가 하나님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자신이 원망하는 분이 자기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분인 줄 또한 알게 되었다.
욥이 불안정한 마음으로 사막을 헤매듯 방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욥은 양심의 결백을 구원이라고 믿었다.
그는 의로운 하나님께서 결백한 사람을 매장해 버리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의 자체가 구원이라는 믿음이 욥을 지탱하게 한 신앙의 원천이다.
이것은 그가 붙들고 놓칠 수 없는 진리였다.


그러나 그를 괴롭힌 문제가 있다.
왜 의인은 고난을 당하고 악인은 버젓이 잘 사는가 하는 것이다.
욥은 죄 없는 피가 땅을 적실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탄식했는데 이 문제를 판단하기에 그의 이성은 너무 극한 상황 속에 있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하나님과 직접 대면해서 풀어 보려고 했다.
인생에 대한 자유롭고 대담한 태도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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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욥의 교훈

<욥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욥기』의 저자는 오래 전부터 중동지방에서 전승되어 오던 의인 욥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면서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다.
1장에서 사단이 “욥이 어찌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리이까?”라고 물은 것은 저자의 신학적 질문이다.


전승된 이야기 속에서의 욥은 시종 경건하고 인내한 의인이었다.
그러나 『욥기』에 나타난 그는 친구들과 논쟁을 벌였으며 하나님께 반항하였다.
저자는 욥의 성남과 하나님께 대한 항거를 통해서 인간과 하나님의 본질적 관계를 묘사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본론에 해당하는 3장부터 42장 6절까지는 민간전승의 욥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에 의해서 각색된 문학작품에서의 욥의 모습이다.


본론 중 3장부터 27장까지는 욥이 세 친구와 벌인 논쟁이고, 29장부터 31장까지는 결백을 주장하면서 욥이 하나님께 도전하는 내용이다.
하나님께 대한 도전이 이야기의 절정을 이룬다.
지혜의 장으로 알려진 28장에서의 욥의 모습은 전장에서 보여 준 욥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욥의 독백이 잠언 8장의 내용과 유사해서 누군가가 훗날 삽입했다는 학설이 그럴 듯하다.


32장-37장에 엘리후의 충고가 기록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전장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등장 인물의 충고라서 이 부분 역시 훗날 첨가되었음이 분명하다.
31장은 38장으로 직접 연결되어야 문체의 맥이 한결같아진다.


저자는 불공평한 인생의 문제들을 다루었다.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것이 당시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이슈였음을 알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이다.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비난하자 신실한 신앙을 가진 저자는 하나님의 편에 서서 그들의 비난이 오류임을 지적하려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저자는 잠언에서처럼 명료한 말로 교훈을 주지 못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신학의 주제가 너무 무겁고 존재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


불공평한 인생, 즉 무고한 사람이 왜 고난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이 책에는 없다.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는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욥은 자신의 고결함을 버린 적이 없기 때문에(2:3, 9-10, 27:5, 31:6) 하나님과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의 신이기 전에 모든 피조물의 신이라는 사실을 교훈으로 주면서 그분은 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는 무차별한 분이심을 지적하였다.


이 교훈은 사단에게도 해당되는데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애착을 가지고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사단이 깨달았다.
욥을 방문한 세 친구도 교훈을 받았는데 고난이 개인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응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욥이 받은 교훈은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되더라도 고난을 겪을 수 있다는 것과 하나님을 불공평한 분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난을 겪는 사람들은 극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저자는 욥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진면목을 볼 때 비로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죄한 사람이 고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점과 하나님께서 우주를 섭리하시는 데 있어 공평하신 분이시라는 점을 그는 역설하였다.


마지막 장에 집착하여 고난 끝에 하나님께서 갑절로 물질의 축복을 주신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저자의 교훈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다.
마지막 장은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한 내용으로 훗날 삽입된 것이다.
이 장을 삽입한 사람은 아마 욥에 대한 동정심으로 그리 했겠지만 저자의 교훈에 무지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고난 끝에 하나님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치 못한 사람이다.
저자는 욥이 왜 끝내 고난을 받았는지에 관해 알지 못했다고 실토했는데 하나님께서 이 문제에 관해 설명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난을 이상화하여 고난이 좀더 깊은 정신적 깨달음을 준다고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독자들 가운데 육체적 고통이 사람을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믿음 또한 저자의 교훈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욥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비록 고난을 당하더라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는 점과 우주창조는 그분의 공의를 나타낸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주창조는 하나님께서 피조물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위대하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며 피조물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분을 숭배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안에 포함되었으며 우리에게 그분의 계획은 여전히 숨겨진 비밀이지만 그분을 숭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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