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정서不良情緖는 치병致病 인소因素가 된다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목적이 이루어졌을 때 생기는 흥분상태의 심정을 희喜라 한다. 일소일소一笑一笑 십년소十年少 일수일수一愁一愁 백료두白了頭란 말이 있다. 웃고 또 웃으면 젊어지지만 근심하고 또 근심하면 머리카락이 희어진다는 뜻이다.
유쾌한 심정과 상쾌한 정신은 인체의 기혈의 조화를 이루어주므로 피로를 회복시켜 주고 긴장감을 풀어주며 노동효율이 증가되어 건강에 유익하며 질병의 회복이 빨라진다. 그러나 기쁨이 지나쳐서 인체의 조절능력을 초과할 경우 불량정서不良情緖가 되어 치병致病 인소因素가 되며 엄중할 경우 생명을 잃는다.
<의순잉의醫醇剩義>에 부희노우사비공경夫喜怒憂思悲恐驚 인인공유지경人人共有之境 약당희이희若當喜而喜 당노이노當怒而怒 당우이우當憂而憂 시즉희노애락발이개중절야是卽喜怒哀樂發而皆中節也 차천하지화此天下至和 상하상지유尙何傷之有라 하였다.
“무릇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다. 그러나 기쁨에 기쁨이 겹치고 성냄에 성냄이 겹치며 근심에 근심이 겹치면 인체에 해롭다. 희노애락의 감정표현에는 걸맞은 절제가 있어야 함이 옳다. 칠정의 발로는 지극히 조화롭지만 오래 지속되면 어찌 사람을 상하지 않겠는가?”
<정충설악精忠說岳>에 보면 남송南宋의 악비岳飛 군대인 악가군岳家軍의 좌군左軍 통제統制 우고장군은 금金나라 태조太祖의 넷째 아들 올출兀朮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말을 탄 채 올출의 등을 밟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허! 허!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올출은 기氣가 끊어져서 죽었고 우고는 기쁨이 지나쳐서 죽고 말았다.
옛날에 범진范進이란 사람이 과거시험에 합격한 고사다. 나이가 많은 범진은 만년에 향시鄕試에 합격하여 거인擧人이 되었다. 범진은 과거시험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두 손에 받아들고 박장대소하였다. 그는 큰 소리를 지르다가 혼절하였다.
집안 사람들은 범진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어 각성시켰다. 범진은 벌떡 일어나 또 다시 박수를 치며 좋다고 큰소리로 외쳤다. 범진은 산발을 한 채 온 동네를 뛰어 다녔다.
범진의 모친은 평생 빈곤하게 살아왔다. 자식이 늦게나마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부귀공명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꿈을 꾸며 매우 기뻐하였다. 범진의 모친은 자식이 과거시험에 합격한 후 남의 집 종살이를 청산했으며 “이제부터 은銀그릇과 계집종과 시녀들은 모두 내 것이다” 하고 크게 외친 후 땅바닥에 쓰러져버렸으며 인사불성人事不省으로 죽고 말았다.
결국 과거시험에 합격한 범진은 기쁨이 지나쳐 미쳐버렸고 범진의 어미는 기쁨이 지나쳐서 홀연히 담궐痰厥이 생겨 인사불성이 되어 죽었다. 이를 희상심喜傷心이라 한다. 희상심에 주로 나타나는 질병은 고혈압, 심근경색, 뇌혈관의외腦血管意外(중풍), 질식窒息, 유산流産, 기흉氣胸, 불면증 등이다. 초기엔 웃음이 그치지 않고 누어있어도 편치 않다. 계속적으로 심기心氣가 손상되면 땀이 그치지 않고 줄줄 흐르며 심계心悸와 불면증이 수반되며 놀라기도 하고 불안해한다. 때로는 기뻤다 슬펐다 하며 기쁨이 극에 달하면 고성방가하며 미친 짓을 한다. 평소에 심음허心陰虛인 사람은 심음心陰이 상하여 심화心火가 편항偏亢되며 도한盜汗, 심번心煩, 불면증이 생긴다.
<황제내경-영추靈樞–본신本神>에 희락자喜樂者 신탄산이부장神憚散而不藏이라 하였다. 기쁜 사람은 정신이 흩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현대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웃음은 대뇌피질의 일부분을 고도로 흥분시키고 반대로 대뇌피질의 어느 부분에서는 억제상태가 된다. 지나치게 박장대소하거나 미친 듯이 기뻐할 경우 대뇌피질의 흥분과 억제과정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대뇌피질의 중추기능이 문란해진다"고 한다.
관심병이 있는 환자가 박장대소할 경우 복강 내의 압력이 증가되어 심근경색과 심장박동 정지가 발생하며 중증 고혈압 환자가 박장대소할 경우 혈액순환의 속도가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되어 뇌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을 때 크게 웃으면 음식물이 기관氣管으로 가 질식하여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나친 기쁨은 불량정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