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에 관한 몇 가지 의문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우리 삶에 윤리문제가 강력하고도 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장에서는 무엇이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이 중요한지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자.

1. 케이트는 남자친구 칼과 사귀다가 바라지 않던 임신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자식을 잘 기를 만큼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둘 다 나이가 어려서 정착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케이트의 낙태가 허용될까?

2. 병원에 환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뇌에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연명 장치에 매달려 있는데 의식을 되찾을 가망이 전혀 없다. 다른 한 사람은 알츠하이머가 꽤 진행된 상태로 기억을 거의 잃다시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방금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며, 부모와 처자와 겪은 중요한 일들도 기억하지 못한다. 옆에 누가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을 추스를 능력이 없어서 어린애 돌보듯 보살펴줘야 한다. 첫 번째 환자에게서 연명 장치를 떼어내야 할까? 그렇다면 두 번째 환자에게도 안락사 시술을 해야
할까?

3.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가축을 길러 가죽과 고기를 얻었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가축은 의약품을 비롯한 다양한 생산물의 효용을 시험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식물 제조 기술이 한층 발전하여 고품질의 식물성 다이어트 식품이 나왔고, 동물실험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우리는 이전처럼 육식을 하고 동물실험을 계속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에 부딪힐 때 철학자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 바탕에 깔린 기본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려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더 기본적인 원칙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제기되는 물음은 생명의 가치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생명은 어떤 가치를 띠는가? 예컨대, 고기를 얻으려고 가축을 죽이려다가 생명의 가치가 걸림돌이 되어 그만두는가?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될 대안이 있을 때, 생명의 가치가 마음에 걸려 그만두는가? 어떤 생명에 가치가 있을까? 나무와 풀에 있을까? 박테리아, 조개, 소 떼나 양 떼에 있을까?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있을까? 뇌를 심하게 다친 어른에게 있을까?
이 장에서는 생명의 가치에 관한 기본적인 의문 몇 가지를 다룬다. 모든 생명,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생명은 어떤 면에서 성스러운 것이라거나 덜 종교적인 표현으로 비할 데 없이 중요한 것이라는 주장들부터 먼저 살펴보자. 수많은 철학자들은 생명을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석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이런 주장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그중에서도 생명이 성스러운 것이라는 특별한 주장에 대하여, 이것이 무슨 뜻인지 그리고 과연 옳은 말인지를 살펴보려 한다. 실제로 생명은 성스러운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 그것이 무슨 뜻인지, 생명의 신성함이 무엇이기에 앞에서 예시한 극단의 예처럼 우리가 하려던 것을 못하게 하는지, 또 생명은 왜 성스러운가 하는 의문이 뒤따른다. 우리는 두 번째 의문, 즉 무엇이 생명에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 다음에라야 첫 번째 의문, 즉 생명의 가치를 존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장의 끝 부분에서는 생명의 신성함을 내세우는 주장에 대한 몇몇 반론을 살펴볼 것이다. 생명의 신성함을 내세우는 주장에 따르면, 하나하나의 생명은 모두 가치가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위해 희생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때 개개의 생명의 신성함을 내세우는 견해가 뒤집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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