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나움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가파르나움은 구약성서나 그리스도교 이전의 문헌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도시이다.
마태오의 복음서에 의하면 가파르나움은 “즈불룬과 납달리 지방 호숫가”(4:13)에 위치했다고 한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 서편에 있는 가파르나움에서 세리(세관원)로 근무하던 마태오(레위)를 제자로 삼으셨다(마태오의 복음서 9:9).
이곳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20년대 고고학자들의 발굴에 의해서였다.
고고학자들은 특이한 팔각형의 교회 유적을 발굴했는데 5세기의 건축물로 판명되었다.
가파르나움은 길이가 약 1km에 달하는 중요한 상업도시였다.
예수님께서 주로 활약하던 지역이며,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 형제의 고향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마르코의 복음서 1:16-20).
그들이 “랍비, 묵고 계신 곳이 어디십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와서 보라!” 하고 대답하셨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거주하시는 곳을 본 그들은 그날 그곳에서 예수님과 함께 지냈다.
고향 나자렛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배척당한 예수님께서는 가파르나움으로 가서 그곳을 갈릴래아 지방의 전도본부로 삼았으므로 그곳은 그에게 제 2의 고향처럼 정든 곳이다.
며칠 뒤에 예수께서는 다시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예수께서 집에 계시다는 말이 퍼지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마침내 문 앞에까지 빈틈없이 들어섰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계셨다. 【마르코의 복음서 2:1-2】
예수님께서는 가파르나움의 회당에서 가르치셨고(마르코의 복음서 1:21),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셨다(마르코의 복음서 1:23, 2:12, 루가의 복음서 4:33-41).
그는 어느 동네보다도 이곳에서 기적을 많이 행했는데 왕의 신하의 아들의 병을 치유해주셨고(요한의 복음서 4:46), 베드로의 장모의 열병을 치유해주셨으며(마르코의 복음서 1:29-31),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해주셨고(루가의 복음서 6:6-11), 죽은 야이로의 딸을 소생하도록 했으며(마르코의 복음서 5:35-43), 중풍환자를 치유해주셨고(마르코의 복음서 2:1-12), 마귀 들린 자를 치유해주셨으며(마르코의 복음서 1:21-28), 어느 고관의 아들을 치유해주셨다(요한의 복음서 4:46-53).
당시 로마의 군사주둔지는 북쪽 갈릴래아 호수와 접하여, 요르단 강에서 서쪽으로 약 4k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가파르나움에 살고 있던 한 백인대장의 종의 병을 고쳐주시기도 했다(루가의 복음서 7:2-10).
또한 가파르나움에서 ‘생명의 빵’에 관하여 가르치기도 했다.
예수께서는 “정말 잘 들어두어라.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이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주려는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에게 그 권능을 주셨기 때문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요한의 복음서 6:26-27】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미 말하였거니와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시는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올 것이며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두 살리는 일이다.
그렇다.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 내 아버지의 뜻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살릴 것이다.” 【요한의 복음서 6:35-40】
예수님께서는 가파르나움에서 이같이 놀라운 기적과 설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이 올바른 삶을 살려고 하지 않자 이렇게 저주하셨다.
너 가파르나움아! 네가 하늘에 오를 성싶으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베푼 기적들을 소돔에서 보였더라면 그 도시는 오늘까지 남아 있었을 것이다. 【마태오의 복음서 11:23】
호숫가에 베드로의 집터가 있는데 예수님께서 자주 묵으시던 그곳에 지금은 배 모양의 건물이 세워져 있다.
5세기 초에 베드로의 집을 개축하여 팔각형으로 거대한 규모의 경당을 지어 갈릴래아 지방 그리스도인들의 중심지가 되도록 했다.
그러나 614년 페르시아 군대가 침입하여 경당을 파괴하고 말았다.
그 후 1200여 년 동안 인적이 끊긴 폐허로 방치되었다가 1894년에 비로소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본격적으로 발굴하기 시작했다.
1921∼26년에 나자렛 출신 고고학자이자 프란체스코 수도회 신부 G. 오르팔리가 가정집과 흡사한 경당의 흔적을 찾아냈다.
베드로라는 그리스어로 씌어진 푯말과 어선 그림이 발견되어 베드로의 집터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옆에서는 400년대에 건축된 유다인 회당의 유적이 발굴되었다.
발굴된 회당은 예수님께서 종의 병을 고쳐주신 백인대장이 지은 회당 터에 다시 건립된 것이다.
처음의 회당은 예수님께서 가르치셨던 곳이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 와서 간곡히 부탁드리기를 “그 백인대장은 도와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까지 지어주었습니다” 하였다. 【루가의 복음서 7:4-5】
그곳에서 북쪽 언덕으로 올라가니, 예수님께서 산상설교를 했다고 믿어지는 곳에 팔복(八福) 교회가 현대식으로 아름답게 세워져 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가톨릭 교회 수녀원에 속한 팔복 교회는 1937년에 건립되었다.
여덟 가지 복음을 상징하여 팔각형으로 설계되었다.
예수님께서 그곳에서 여덟 가지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조건들을 말씀하신 후 이렇게 설교를 마치셨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 【마태오의 복음서 5:11-12】
교회 뜰에는 예수님께서 인용하신 연자맷돌이 놓여 있다.
연자맷돌을 바라보면서 형제를 실족케 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짓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 보잘 것 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그 목에 연자맷돌을 달고 바다에 던져져 죽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루가의 복음서 17:2】
베드로의 집터 서쪽 호숫가에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는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 “MENSA”라고 새겨져 있다.
“멘사”는 ‘식탁’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바위 아래 물가에는 하트 형태의 바위가 세 개 있는데 물결이 출렁일 때마다 물에 잠겼다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한다.
이 세 바위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을 연거푸 물으신 것을 상징하는 아주 인상 깊은 곳이다.
모두들 조반을 끝내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베드로가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예수께서 두 번째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예,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예수께서 세 번째로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께서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는 바람에 마음이 슬퍼졌다.
그러나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하고 분부하셨다. 【요한의 복음서 21: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