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杜甫의 술에 취하여醉時歌
諸公袞袞登臺省제공곤곤등대성; 관료들 줄줄이 높은 벼슬 오르는데
廣文先生官獨冷광문선생관독냉; 광문선생 벼슬만이 홀로 쓸쓸하고
甲第紛紛厭粱肉갑제분분염량육; 즐비한 고급 저택 고량진미 넘치는데
廣文先生飯不足광문선생반부족; 광문선생 끼니조차 잇기 어렵구나.
先生有道出羲皇선생유도출희황; 선생의 덕 복희씨 보다 뛰어나고
先生有才過屈宋선생유재과굴송; 재주는 굴원과 송옥을 뛰어 넘는데
德尊一代常坎軻덕존일대상감가; 덕은 일세 제일이나 항상 불우하니
名垂萬古知何用명수만고지하용; 이름만 만고에 날린들 무엇하리.
杜陵野老人更嗤두릉야노인경치; 두릉의 촌 늙은이 사람들이 비웃으니
被褐短窄鬢如絲피갈단착빈여사; 베옷마저 초라하고 머리칼은 헝클어져
日糴太倉五升米일적태창오승미; 태창미 닷 되를 사 하루하루 연명하며
時赴鄭老同襟期시부정노동금기; 때때로 정노인과 마음을 나누네.
得錢卽相覓득전즉상멱; 돈이라도 생기면 서로를 찾고
沽酒不復疑고주부복의; 술을 사는 데는 눈치 보는 일이 없이
忘形到爾汝망형도이여; 겉치레를 버리고 너 나 하는 사이지만
痛飮眞吾師통음진오사; 흠뻑 취함에는 진정 나의 스승이네.
淸夜沈沈動春酌청야침침동춘작; 밤은 깊어 가는데 술잔을 나누니
燈前細雨簷花落등전세우첨화락; 등잔 앞에 가랑비 처마 아래 지는 꽃
但覺高歌有鬼神단각고가유귀신; 소리 높여 노래하니 귀신이 흥 돋우고
焉知餓死塡溝壑언지아사전구학; 굶어 죽어 구덩이에 묻힐 걱정 잊었네.
相如逸才親滌器상여일재친척기; 재주 있는 사마상여 잔 씻는 일을 했고
子雲識字終投閣자운식자종투각; 유식한 자운은 몸을 던져 죽었으니
先生早賦歸去來선생조부귀거내; 선생도 일찌감치 귀거래사 읊으시게.
石田茅屋荒蒼苔석전모옥황창태; 자갈밭 황폐하고 이끼 띠 집 덮기 전에
儒術於我何有哉유술어아하유재; 유학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인가.
孔丘盜蹠俱塵埃공구도척구진애; 공자도 도척도 모두 티끌 먼지 된 걸
不須聞此意慘慘부수문차의참참; 이 말 듣고 슬퍼할 것은 없으니
生前相遇且銜杯생전상우차함배; 살아 만나는 동안 술잔이나 나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