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식사를 할까?
어제, 2010년 11월 28일 일요일
카메라를 들고 홍대 앞으로 갔습니다. 제집에서 큰 길을 건너면 홍대 앞입니다. 우리집 앞마당이지요. 이곳에 산 지 10년도 더 되지만, 사진을 찍은 건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영하 5도, 거리엔 보통 때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식빵과 바게트를 사러 나간 것입니다.
어디서 식사를 할까? 홍대 앞에 나갈 때마다 망설여집니다. 많은 데서 식사를 했기 때문에 어느 집의 어느 음식이 어떤지 잘 압니다. 그래서 더 선택하기가 힘듭니다. 대개의 경우 즉석에서 닥치는 대로 정합니다. ‘호타루’가 눈에 띕니다. 전에 누들을 맛있게 먹은 생각이 떠올라 그곳에서 돈부리 규동, 쇠고기덮밥을 먹었습니다. 포만감이 5% 부족한 것 같아 5개가 나오는 야끼만두를 따로 주문했습니다.
8745, 8770, 8824, 8825, 8830
사진에 보이는 그 길을 죽 따라 내려가서 큰 길을 건넜습니다. 늘 가던 집, 리치몬트가 근래에 내부를 새로이 단장했습니다. 몇 안 되는 체인 중 여기가 본점입니다. 식빵은 이곳만한 데가 없어 먼 곳에 사는 지인이 오면 권하기도 하고 사주기도 합니다. 리치몬트 맞은편 코너에 여성 속옷을 파는 집이 있습니다. 마네킹에 속옷을 입혀 전시하는데 화려해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마네킹 뒤로 반사되는 건물이 오버랩되는 것이 재미있어 찰칵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리곤 리치몬트에 가서 빵을 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려면 큰 길을 건너야 합니다. 사진에서 보는 대로 화살표 방향으로 직진하여 귀가했습니다.
손이 시린 걸 보니 간만에 느끼는 추운 날씨였습니다.
이상 현장 리포트입니다.
요즘 과학 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책을 통해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 이런 사고는 인문학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는 결국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과학자가 과학에 대해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 대부분 회의주의자들입니다. 의심이 아주 많은 사람들입니다. 사소한 것에도 의심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려고 무척 노력합니다. 입증될 때까지 의심을 멈추지 않습니다. 고등교육, 특히 과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믿는 것은 의심하는 것이다” “의심이 최고다”라는 신조를 갖고 있습니다. Negative mind를 갖고 있으면 속지 않을 수 있습니다. 코미디언 빌 메이허는 “계속 질문을 던져라. 그러지 않으면 종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종교인들은 순진합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우리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담임 목사의 말을 계시처럼 떠받듭니다. 아무 의심도 하지 않는 건 순진한 것이라기보다 어리석은 것입니다. 많은 종교인들이 어리석다는 말을 듣는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교육 수준이 낮은 문화에서는 의심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것이 불신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종교 조직은 대개 신도들에게 의심을 하라고 장려하지 않습니다. 다루기 쉬운 대로 저들이 어리석기를 바랍니다.
과학 관련 책을 읽는 것은 건전한 지적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자신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공부는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무지를 깨우치는 행위입니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들도 잠정적 지식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전 지식이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엔 지식이 오래가는 귀한 것인 줄 알았는데, 공부를 해보니 지식의 수명이 매우 짧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이론이 아주 빠르게 제기됩니다. 그래서 지식은 정보란 걸 알았습니다. 특히 과학적 지식은 상당히 짧게 존속하는 정보입니다. 호킹을 예로 들면 그는 블랙홀에 관해 언급하면서 빛도 그곳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다고 했습니다. 헌데 얼마 후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여 빛이 천천히 가까스로 블랙홀을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수정한 이론을 모르고 앞서 제기한 이론만을 받아들인다면 그 사람은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예를 통해 많은 과학 지식에 유통 만기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옳은 것, 타당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지식이 늘면 현재 ‘사실들’의 종합에 의문을 갖고 재평가하게 됩니다. 우리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코넬 대학의 심리학 교수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1954-)는 결정론적 과학과 확률적 과학을 구분했습니다. 화학, 물리학, 천문학 같은 과학은 전형적으로 물리적 세상의 여러 관계에 대해 진술합니다. 중력은 스무 번 가운데 열아홉 번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실험관에 과망간산칼륨과 글리세린을 넣었을 때 화합물이 격렬하게 반응할 확률은 95%가 아니라 ‘언제나’입니다. 이것이 결정론적 과학의 세계입니다.
대신 심리학자들은 우주에 대한 확률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은 매우 복잡하고 다변량multivariate한, 즉 각 개체에 대한 관측값이 여러 개의 값으로 나오는 세상을 다룹니다. 『양복을 입은 원시인 Caveman Logic』(2010, 도서출판 知와 사랑)의 저자이며 심리학 교수 행크 데이비스Hank Davis는 이러한 다양한 사실들을 전부 다룰 방법이 없으므로 심리학에서는 통계적 확률을 이해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정확성을 원하면 지질학이나 화학을 공부하라는 다소 방어적인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심리학자는 가능한 한 많은 요인들을 통제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노력합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스키너 상자의 쥐 한 마리도 설명을 하려면 끔찍해집니다. 최선을 다해 도출해낸 결과가 스무 번 가운데 열아홉 번 정도 반복되면 성공입니다. 물리학이나 화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심리학자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연구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심리학자들의 이점으로 드러났습니다. 길로비치의 주장에 따르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전통 자연과학은 직접적이고 결정론적인 세상을 다루기 때문에 비일상적이고 추측에 근거한 믿음 체계를 다룰 때 유용한 과학적 방법을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은 비논리적인 믿음 체계를 펴가하는 적절한 논리적 틀을 제공합니다. 심리학의 세계는 흑백세계가 아닙니다.
심리학은 평균으로의 회귀, 무작위 표본 추출, 통계적 확신 구간, 우연의 역할 등을 핵심적으로 다루는데, 이는 심리학의 어수선한 본질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논쟁적 주장에 직면했을 때에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행크 데이비스는 이러한 기법을 배운다고 해서 그것을 진실로 적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과학적 방법에 근거한 세밀한 교육이라 해도 비이성적 믿음에 완벽한 면역을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과학교육은 도움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