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Brane의 발전

 

 

 

 

끈이론은 더 이상 단순히 1차원 공간을 따라 늘어나있는 끈에 대한 이론만이 아니라 2차원, 3차원 혹은 그 이상의 공간에 펼쳐져있는 막에 대한 이론이기도 하다. 막은 끈이론이 포함할 수 있는 차원이라면 몇 차원이로든 확장될 수 있고, 현재 초끈이론에서 끈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막은 끈이론이라는 그림 맞추기 퍼즐을 완성시켜주는 잃어버린 조각이다. 막의 도움으로 물리학자들은 끈 자체에서는 생겨나는 것이 불가능했던 끈이론 내의 신기한 입자들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막을 끈이론에 포함시키자 이원이론dual theory들이 발견되었다.

M이론M-theory은 초끈이론과 11차원 초중력 이론을 포함하는 11차원 이론이며, 그 존재는 막에 대한 통찰을 통해 유도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M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이 말을 처음 고안한 위튼이 일부러 의미를 모호하게 해두었기 때문이다. M이 막membrane, 마법magic, 미스터리mystery를 의미한다는 추측이 있다. 리사 랜들은 행방불명이론missing theory으로 부른다.

1989년 텍사스 대학의 진 다이Jin Dai와 로브 레이Rob Leigh 그리고 조지프 풀친스키는 끈이론 방정식에서 D막이라고 하는 특별한 종류의 막을 수학적으로 발견했다. 한편 체코의 물리학자 페트르 호라바Petr Horava 또한 독립적으로 이것을 발견했다. 닫힌 끈이 폐곡선인 고리를 만드는 것과 달리 열린 끈은 자유로운 두 끝을 가지고 있다. 이 끝은 어딘가 있어야 하는데 끈이론에서 열린 끈의 끝은 D막 위에만 있을 수 있다. D는 19세기 독일 수학자 페터 디리클레Peter Dirichlet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벌크는 막을 하나 이상 포함할 수 있게 때문에 모든 끈의 끝이 같은 막에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풀친스키, 다이, 레이 그리고 호라바는 모든 끈의 끝점은 막 위에 있어야 하고 끈이론이 이 막들이 가져야 하는 성질과 차원을 알려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끈이론에서 막에 이름을 붙일 때 그 막이 펼쳐져있는 공간 차원의 수를 가져다 쓴다. 예를 들면 3막은 3차원 공간(시공간으로는 4차원)에 펼쳐져있는 막이다. 끈이론에서는 여러 종류의 막들이 생겨난다. 막들은 몇 차원에 펼쳐져있을 뿐만 아니라 전하, 모양 그리고 장력이라는 중요한 성질에 따라 구별된다.

1995년 풀친스키는 막이 끈이론에 반드시 필요하며 끈이론의 최종적인 형식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동역학적인 물체임을 증명함으로써 끈이론의 지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풀친스키는 초끈이론에 어떤 종류의 D막이 존재하는지를 설명했으며, 이 막들이 전하(전자기력・약력・강력 전하)를 띠고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끈이론에서 막은 일정한 크기의 장력을 가지고 있다. 장력은 북을 두드렸을 때 처음의 팽팽한 상태로 돌아가게 해주는 북 표면의 장력과 유사하다. 조금만 건드려도 굉장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막의 장력이 무한히 크다면 막은 움직일 수 없는 정적인 물체이므로 애당초 막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막이 일정한 크기의 장력을 갖고 전하를 갖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막이 어떤 장소가 아니라 물체임을 알 수 있다. 막이 전하를 갖고 있다는 것은 막이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막이 일정한 장력을 갖는다는 것은 막이 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막은 태양이나 지구가 공간대칭성을 깨는 것만큼 시공간대칭성을 깨뜨린다.

풀친스키가 D막을 연구하는 동안 샌타바버라 대학에 있던 그의 공동연구자 스트로민저Strominger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흥미로운 해인 p막에 대해 숙고하고 있었다. p막은 일부 공간방향으로는 무한히 펼쳐져있지만 나머지 다른 차원에서는 가까이 다가오는 물체를 잡아 가두면서 블랙홀처럼 행동한다. 반면 D막은 열린 끈의 끝이 머무를 수 있는 표면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연구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고 어느 날 풀친스키는 D막과 p막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트로민저의 연구에 따르면 p막은 어떤 시공간에서 새로운 종류의 입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끈이론에서 매우 중요하다. 비직관적이고 놀라운 끈이론의 전제들이 모두 사실이고 입자들이 끈의 진동방식의 발현으로 생성된다고 하더라도 끈의 진동만으로 모든 종류의 입자를 설명할 수는 없다. 스트로민저는 끈이론과 관계없는 입자들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막은 다양한 모양・형태・크기로 존재하며 독립적인 물체이다. 스트로민저는 p막이 굉장히 작게 말려있는 공간을 감싸고 있는 상황을 생각했다. 그는 공간영역을 꼭 감싼 p막이 입자처럼 행동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입자처럼 행동하는 p막은 꽉 조여진 올가미와 비교할 수 있다. 올가미처럼 막은 공간의 조밀한 영역을 둘러쌀 수 있다. 공간이 작아지면 그 둘레를 감싸고 있는 막도 따라서 작아진다. 스트로민저는 계산을 통해 막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 질량이 없는 새로운 입자처럼 보이는 극단적인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결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모든 것이 끈으로부터 생겨난다는 끈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막도 다양한 입자 스펙트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풀친스키는 아주 작은 p막에서 생겨난 새로운 입자들을 D막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D막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논문에서 풀친스키는 D막과 p막이 실제로 같은 것임을 보였다. 끈이론의 예언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언이 같아지는 에너지 수준에서 D막이 p막으로 변한 것이다. 풀친스키와 스트로민저가 실제로 동일한 대상을 연구했던 것이다.

이중성duality은 최근 10년 동안 입자물리학과 초끈이론에서 등장한 개념 중 가장 흥미로운 것들 중 하나이다. 이중성은 양자장이론과 끈이론의 최근 진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특히 막과 관련하여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 이론을 같지만 서로 다르게 기술할 때 이중성이론이라고 한다. 1992년 인도의 물리학자 아쇼크 센Ashoke Sen은 끈이론에 이중성이 있음을 발견한 최초의 사람 중 하나이다. 센은 1977년에 클라우스 몬토넨Claus Montonen과 데이비드 올리브가 최초로 도입한 이중성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어떤 이론의 경우 입자와 끈이 상호 교환되어도 이론이 여전히 동일함을 보여주었다. 1990년대 미국의 럿거스Rutgers 대학의 이스라엘 태생의 물리학자 나티 사이버그Nati Seiberg(1956~)도 겉으로 봐서는 다른 힘을 갖는 서로 다른 초대칭장이론 사이에 놀라운 이중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1995년 3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열린 끈이론학회 ‘스트링 95’에서 위튼은 청중을 놀라게 만든 강연을 했는데, 낮은 에너지에서 강한 결합상수를 가지는 10차원 끈이론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이론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 11차원의 초중력이론(중력을 포함하는 11차원 초대칭성이론)과 완벽하게 동등함을 보여주었다. 10차원 끈이론과 동등한 11차원 초중력이론에서 물체들이 약하게 상호작용하므로 풀기 쉬운 섭동perturbation이론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원래의 10차원 초끈이론을 연구하는 데 섭동이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섭동이론은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끈이론 자체에는 사용할 수 없으나 겉으로 보기에 완전히 다른 이론인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11차원 초중력이론super gravity theory(초대칭성을 갖도록 보통의 중력이론을 확장시킨 이론)에는 사용할 수 있다. 이전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폴 타운센드Paul Townsend도 두 이론의 겉모습은 다르더라도 낮은 에너지에서 10차원 초끈이론과 11차원 초중력이론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론임을 밝혔다. 두 이론은 이중성을 가졌다. 10차원 초끈이론과 11차원 초중력이론의 동등성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타운센드와 텍사스 A&M 대학의 더프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위튼의 발표가 있고 나서 끈이론 연구자들은 11차원 초중력이론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끈이론과 동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서로 다른 끈이론이 실제로는 같기 때문에 위튼은 11차원 초중력과, 상호작용을 약하게 하든 그렇지 않든 다르게 표현된 다섯 개의 끈이론을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이론이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를 M이론이라고 명명했다. M이론은 더 체계적으로 통합된 초끈이론이 될 가능성, 즉 끈이론이 양자중력이론으로 거듭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현재 어느 누구도 M이론을 형식화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지 못한다.

10차원 초끈이론과 11차원 초중력이론 사이의 이중성이라는 특별한 경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10차원 초끈이론은 끈을 포함하지만 11차원 초중력이론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막을 사용한다. 11차원 초중력이론에는 끈이 없지만 2막이 포함되어 있다. 공간차원이 한 개인 끈과 달리 2막은 공간차원 두 개를 갖는다. 11차원 중 하나의 차원이 매우 작은 원처럼 말려있을 경우 말린 차원을 감싸는 2막은 끈처럼 보일 것이다. 11차원이론이 끈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한 차원이 말려있을 경우 11차원 초중력이론이 끈을 포함한 것처럼 되는 것이다. 따라서 차원 하나가 말려있는 11차원 이론은 10차원 이론처럼 보이게 된다.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혹은 낮은 에너지에서는 말려있는 차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위튼은 스트링 95에서 차원이 하나 말려있는 11차원 초중력이론이 심지어 짧은 거리에서도 10차원 초끈이론과 완전히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10차원과 11차원 이론이 동등함을 증명했다. 위튼은 이원이론에서 모든 것이 동등함을 증명했으며, 심지어 말려있는 차원보다 더 작은 거리를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높은 입자의 경우에도 이중성이 성립함을 증명했다.

말려있는 차원이 하나 있는 11차원 초중력이론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짧은 거리, 높은 에너지를 갖는 경우에도 10차원 초끈이론에 그 짝이 있다. 더욱이 차원 원형으로 말려있는 크기에 관계없이 이중성이 성립한다. 두 이론 사이에 이중성이 성립하려면 10차원 초끈이론에서 한 점을 기술하는 데 필요한 숫자가 더 있어야만 한다. 이중성의 문제는 초끈이론에서는 아홉 개의 공간차원 운동량과 하나의 전하량으로, 11차원 초중력이론에서는 열 개의 공간차원 운동량만으로 특정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입자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한 경우가 9차원, 다른 경우가 10차원을 다룰 때에도 모두 정해주어야 할 숫자는 열 개이다. 초끈이론의 경우 아홉 개의 운동량 성분과 하나의 전하량, 초중력이론은 열 개의 운동량 성분을 정해주어야 한다.

전하를 갖지 않는 일반적인 끈에 대응하는 11차원의 짝은 존재하지 않는다. 11차원 이론의 시공간에 어떤 대상을 위치시키기 위해서는 숫자를 열한 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전하를 갖는 10차원 입자들만이 11차원 짝을 가질 수 있다. 한편 11차원 이론에서 입자로 존재하는 사물들의 10차원 짝은 막으로 밝혀졌다. D0막으로 불리는 전하를 띤 점상막이 그것이다. 10차원 초끈이론과 11차원 초중력이론이 짝을 이루는 것은 초끈이론에서 전하를 갖는 D0막에 대응하는 특정한 11차원 운동량을 갖는 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두 이론에서 10차원과 11차원의 물체들은(상호작용도) 완벽하게 서로 대응된다. 차원의 수는 독립적인 운동량 성분의 수, 즉 물체가 움직일 수 있는 서로 다른 방향들의 수이다. 차원의 수를 얼마로 하느냐 하는 선택은 끈 결합 상수의 값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중성의 놀라운 특성과 함께 막이 초끈이론에 필수적이라는 해석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서로 다른 끈이론을 대응시키려면 막이 있어야 한다. 물리학이론의 응용에서 막의 성질은 막 위에 입자와 힘이 머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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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론String Theory과 막Brane

 

 

 

 

일반상대성이론은 엄청나게 작은 거리에서는 맞지 않기 때문에 극소한 범위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력이론이 나와야 하는데, 많은 물리학자들은 끈이론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끈이론이 맞는다면 그것은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그리고 입자물리학의 성공을 모두 포괄하면서도 다른 이론이 다룰 수 없었던 길이 규모와 에너지 영역까지 물리학의 범주를 확장시켜줄 것이다. 극소한 영역에서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모두 더 근본적인 이론을 절실하게 요구한다. 다른 이론을 중재자로 끌어들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새로운 이론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에게 각 이론의 지배영역에 대해서는 각자 지배권을 행사하도록 해두고 두 이론이 다루기 힘든 영역에서는 자신이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 끈이론은 이런 새로운 이론의 유력한 후보이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양립 불가능성은 중력자(양자 중력이론에서 중력을 전달하는 입자)의 고에너지 상호작용에 대해 전통적인 중력이론이 적절한 예측을 하지 못하는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중력자가 속성상 시간과 공간에 연계되어 있는 힘인 중력을 매개하므로 이것들은 광자 같은 이미 알고 있는 힘 전달자와는 다른 스핀을 가진다. 중력자는 스핀 1을 갖는 게이지보존이나 스핀 1/2을 가진 쿼크와 경입자와는 달리 스핀 2를 갖고 질량이 없는 유일한 입자이다. 중력자의 스핀은 끈이론의 의미를 푸는 열쇠가 된다.

끈이론에서 모든 물질의 기초를 이루며 분할되지 않는 기본요소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끈은 진동하는 1차원의 에너지 고리loop나 에너지 조각segment이다. 바이올린 현과 달리 이 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끈이론의 기본 가정은 끈의 진동방식으로부터 입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입자가 끈의 진동이며 진동의 특성에 따라 입자가 달라진다. 끈이 진동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끈도 여러 유형의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끈이론가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진동하는 독립적인 유형의 끈이 여럿 있다고 생각한다.

끈이 실제로 어떤 입자를 만들어내는가는 끈의 에너지가 얼마인지, 또 들뜬 상태의 끈이 갖는 진동방식이 무엇인지에 달려있다. 끈의 진동방식은 바이올린 현의 공진과 비슷하다. 기본단위의 진동이 조합되어 우리가 아는 모든 입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끈이 진동하는 방식에 따라 질량, 스핀 그리고 전하량과 같은 입자의 모든 성질들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스핀과 전하량이 같지만 질량이 다른 입자들이 많다. 가능한 진동방식이 무한하기 때문에 하나의 끈도 무거운 입자들을 무한히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교적 가벼운 입자들은 가장 적은 진동을 하는 끈이다. 쿼크나 경입자는 진동이 없는 끈일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가 높은 끈은 여러 방식으로 진동하며 에너지가 더 높은 진동방식이 더 무거운 입자를 만들어낸다. 진동이 많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끈이론의 새로운 결과물을 감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끈이론은 양자역학과 중력을 조화시킬 이론으로 보인다. 원래 끈이론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끈이론은 1968년 하드론hadron(강입자라고도 하며, 물리학에서 강한 상호작용의 힘(원자핵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서로 묶어두는 근거리 핵력)으로 반응하는 원자구성 입자)이라는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들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다. 하드론은 쿼크들이 강력에 의해 결합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당시의 끈이론은 하드론을 성공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끈이론은 하드론이 아니라 중력에 대한 이론으로 살아남았다. 끈이론이 하드론을 다루는 데 실패한 것이 오히려 양자중력을 다루는 데 성공요소가 되었다. 라몽과 느뵈, 슈바르츠가 초대칭성을 포함한 끈이론, 즉 초끈이론을 발견했다. 초끈이론의 중요한 장점은 스핀 1/2 입자를 포함함으로써 전자나 쿼크 같은 표준모형의 페르미온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은 연 것이다. 초끈이론의 또 다른 장점은 끈이론을 혼란에 빠뜨린 타키온tachyon(타키온은 빠르다는 뜻의 그리스어 tachos에서 따온 것이다. 초광속으로 운동하는 가상입자)이 사라진 것이다. 사람들은 타키온이 빛의 속도보다 빠른 입자로 잘못 생각했다. 그러나 타키온은 자연에 존재하는 입자가 아니다.

셔크와 슈바르츠는 하드론 끈이론을 곤경에 빠뜨린 스핀 2 입자가 실은 중력 끈이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끈이론을 부활시켰다. 그들에 의해 스핀 2 입자가 중력자일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그들은 스핀 2 입자가 중력자와 똑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력자로 보이는 입자를 포함한 덕분에 끈이론은 양자 중력을 다룰 유력한 후보이론이 되었다.

입자물리학으로 중력자를 다룰 경우 고에너지에서 중력자의 상호작용이 너무 과도해진다. 제대로 된 이론이라면 고에너지를 띤 중력자가 그렇게 강하게 상호작용해서는 안 된다. 끈이론으로 중력을 설명하면 문제가 풀린다. 중력 끈이론은 점처럼 생긴 입자가 아니라 길이를 가진 끈으로 중력자를 설명하기 때문에 고에너지를 띤 중력자의 상호작용은 훨씬 부드러워진다. 끈은 쿼크 같은 입자가 보여주는 것 같은 격렬한 산란을 보여주지 않는다. 끈은 넓은 영역에 걸쳐 이루어지는 두루뭉술한 상호작용을 한다. 초끈이론은 우리가 아는 모든 입자유형, 즉 페르미온, 힘을 운반하는 게이지보존, 중력자를 포함한다. 초끈이론은 고에너지 중력자에 대해서도 타당한 양자역학적 설명을 내놓을 수 있다.

1980년 셔크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슈바르츠는 포기하지 않고 끈이론을 계속 연구했다. 당시 그는 유일하게 끈이론으로 개종한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과 함께 초끈이론을 제안했다. 그런데 초끈이론은 시간차원 한 개와 공간차원 아홉 개가 있는 10차원 세계에서만 타당한 이론이었다. 차원의 수가 다른 세계에서 끈의 진동방식이 만들어지는 발생확률이 음수가 되는 등 명백히 비합리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10차원에서는 원치 않는 진동방식이 모두 사라진다.

끈 자체는 1차원 공간을 따라 뻗어있으며 시간축을 따라 움직인다. 이는 처음 초대칭성을 발견한 라몽이 연구했던 2차원 시공간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공간의 어떤 방향으로도 퍼져있지 않으므로 공간 차원이 0인 점상 물체가 3차원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공간 차원을 한 개 갖는 끈은 한 개 이상의 차원을 가진 공간 속에서 움직일 수 있다. 끈은 3차원, 4차원 혹은 그 이상의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계산에 다르면 초끈은 시간을 포함하여 10차원 시공간에서 움직인다. 그렇지만 1984년까지 물리학자들은 대체로 끈이론을 무시했다. 그해 그린과 슈바르츠가 초끈의 놀라운 성질을 밝혀낸 뒤에야 초끈이론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연구할 가치 있는 이론으로 인정받았다. 그린과 슈바르츠의 연구는 이형성anomaly으로 알려진 현상에 관한 것이었다. 1969년 스티븐 애들러Steven Adler와 존 벨John Bell 그리고 로만 자키브Roman Jackiw는 고전이론에서는 보존되는 대칭성이 가상입자를 포함하는 양자역학적 과정에서 종종 깨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대칭성의 파괴를 이향성이라고 하며 이형성을 갖는 이론을 이형적anomalous 이론이라고 한다.

이형성은 힘을 다루는 이론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여러 힘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부대칭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힘과 관련된 내부대칭성에는 이형성이 없어야 한다. 즉 대칭성깨짐의 효과를 전부 더한 것이 0이 되어야 한다. 이는 힘의 양자이론의 강력한 제약조건이 된다. 예를 들어 이것은 표준모형에 쿼크와 경입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제약조건이다. 가상쿼크와 가상경입자는 각 이형적 양자 기여를 통해 표준모형의 대칭성을 깨뜨릴 수 있지만 두 유형의 입자가 만드는 양자 가여를 모두 더하면 0이 된다. 이 놀라운 상쇄 덕분에 표준모형이 안정된다. 다시 말해서 표준모형의 힘들이 타당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쿼크와 경입자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끈이론도 결국 힘을 설명해야 하므로 이형성은 끈이론에서도 문제가 된다. 1983년 루이스 알바레스고메Luis Alvares-Gaume와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은 이런 이형성이 양자장이론뿐만 아니라 끈이론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발견으로 끈이론 역시 흥미롭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위대했던 아이디어들이 사라졌던 역사의 늪 속으로 빠지는 것처럼 보였다. 끈이론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대칭성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그린과 슈바르츠가 끈이론의 이형성을 피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고 끈이론이 이를 만족시킬 수 있음을 보이자 커다란 파장이 일어났다. 그들은 가능한 모든 이형성에 대해 양자 기여를 계산한 뒤 특정 힘에 대해서는 이 이형성의 총합이 기적적으로 0이 됨을 보여주었다. 그린과 슈바르츠의 결과가 놀라운 까닭은 끈이론이 대칭성을 깨드림으로써 이형성을 만들 우려가 있는 양자역학적 과정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10차원 끈이론에서 이형성을 만들어내는 양자역학적 기여의 총합이 0이 됨을 증명했다.

끈이론을 물리학의 구범 중 하나로 만들어준 2개의 중요한 연구가 뒤따랐는데, 하나는 프린스턴의 공동연구자들인 데이비드 그로스David J. Gross(1941~)와 캐나다 태생의 제프 하비Jeff Harvey(1957~), 에밀 마티넥Emil Martinec(1958~) 그리고 리안 롬Ryan Rohm이 1985년에 유도한 잡종끈heterotic string이론이다. 이 용어는 잡종생물이 부모세대보다 뛰어난 경우를 일컫는 잡종강세heterosis에서 유래했다. 끈이론에서는 진동방식이 끈을 따라 시계방향이나 반시계방향으로 진행한다고 본다. 잡종이란 말은 잡종끈이론이 끈을 따라 왼쪽으로 나아가는 파동과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파동을 다르게 다룰 수 있으며, 그 결과 이전의 끈이론이 다루지 못한 더 흥미로운 힘을 포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잡종끈의 발견으로 그린과 슈바르츠가 밝힌 이형성을 야기하지 않는 10차원 공간의 힘이 특별하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그린과 슈바르츠는 끈이론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진 힘 말고도 이전에 발견할 수 없었던(이론적으로) 힘들의 집합을 끈이론이 포함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잡종끈에서 나타나는 힘은 그린과 슈바르츠가 이형성을 낳지 않는다고 증명한 바로 그 새로운 힘이었다.

끈이론의 탁월함을 더욱 공고히 해준 마지막 발견은 초끈에 불가결한 여분차원에 관한 것이다. 이 발견은 초끈이론이 내부적으로 모순이 없으며 표준모형의 힘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초끈이론이 말하는 10차원이 잘못된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초끈이론은 10차원을 요구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시간을 포함하여 4차원이다. 이 여분의 6차원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현재 물리학자들은 압축차원, 즉 여분차원이 압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해답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작은 크기로 공간이 말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차원이 말려있다고 보는 이론은 약력의 중요한 성질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약력이 왼손잡이 스핀입자와 오른손잡이 스핀입자를 다르게 취급한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표준모형 전체의 구조가 왼손잡이 입자들만 약력을 경험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져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표준모형의 예측은 대부분 맞지 않게 된다. 10차원 끈이론도 왼손잡이 입자와 오른손잡이 입자를 다르게 취급할 수 있지만 6개의 여분차원이 말려있다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 6개의 차원이 말려있다고 보는 4차원 유효이론에서는 왼손잡이 입자와 오른손잡이 입자가 항상 일대일로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1985년 필립 칸델라스Philip Candelas와 게리 호로비츠Gary Horowitz, 앤디 스트로민저Andy Strominger 그리고 위튼은 여분차원을 압축하는 방식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들은 칼라비-야우 다양체Calabi-Tau manifold라는 복잡한 압축방식을 제안했다. 칼라비-야우 다양체는 왼손잡이 입자와 오른손잡이 입자를 구분하고 반전대칭성을 깨는 약력을 포함한 표준모형의 입자와 힘을 재현하는 4차원 이론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여분차원을 칼라비-야우 다양체 형태로 압축하는 과정은 초대칭성을 보존한다. 칼라비-야우 다양체라는 돌팔구 덕분에 초끈이론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많은 물리학과에서 초끈이론이 입자물리학의 지위를 대체했다. 초끈혁명은 일종의 쿠데타 같았다. 초끈이론이 양자 중력을 다루는 동시에 알려진 입자와 힘을 포함하기 때문에 많은 물리학자들은 초끈이론을 모든 것의 배후에 있는 궁극적인 이론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에 끈이론은 만물이론Theory of Everything(TOE)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끈이론이 옳다고 해서 기존의 입자물리학을 폐기할 수는 없다. 끈이론의 목적은 플랑크 길이보다 짧은 거리에서 양자역학과 중력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여분차원모형을 바탕으로 한 변종끈이론 말고 원래 끈이론은 플랑크 길이만한 끈을 다룬다. 이는 종래의 끈이론과 입자물리학의 차이가 플랑크 길이 정도의 아주 짧은 거리 범위나 초고에너지인 플랑크 에너지 영역에서나 드러난다는 뜻이다. 플랑크 에너지보다 낮은 에너지 영역에서라면 입자물리학도 잘 맞는다. 크기를 잴 수 없을 정도로 끈이 작다면 끈은 입자와 다르지 않을 것이며 실험으로 그 차이를 발견할 수도 없다. 10-33cm 정도의 크기를 볼 수 있는 기구가 개발되지 않는 한 끈은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다. 따라서 접근 가능한 에너지에서 끈이론과 입자물리학이 같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원리적으로 끈의 가능한 진동방식에 대응하는 새로운 입자들을 발견함으로써 끈이론이 옳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지만, 예측되는 새로운 입자 대부분이 1019기가전자볼트라는 플랑크 질량 정도의 굉장히 큰 질량을 가진 무거운 입자라는 점이다. 실험적으로 측정되는 가장 무거운 입자의 질량이 200기가전자볼트라는 것과 비교하면 끈이론 입자의 질량이 무척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끈의 장력tension이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끈의 진동을 통해 추가로 생겨나는 새로운 입자의 질량은 클 수밖에 없다. 끈의 장력은 플랑크 에너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 장력이 없으면 초끈이론은 중력자의 정확한 상호작용 세기를 재현할 수 없다. 끈의 장력이 클수록 진동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가 커진다. 그리고 이 높은 에너지는 끈의 진동에 의해 생긴 여분의 입자들의 질량으로 전환된다. 이런 플랑크 질량의 입자들은 너무 무거워서 현재 어떤 입자가속기로도 만들어낼 수 없다. 따라서 끈이론이 옳다고 해도 그 증거가 되는 무거운 새 입자를 발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끈이론은 막이나 여분차원 같은 새로운 개념들을 소개한다. 비록 4차원에서이지만 끈이론은 초대칭성이나 양자장이론, 양자장이론이 포함하는 힘들에 대한 이해를 개선했다.

초끈이론은 1984년에 정점을 이뤘다. 입자물리학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프린스턴 대학에서 위튼과 그로스가 끈이론을 주도했고 하버드 대학에서는 조자이와 글래쇼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입자물리학에 열광하고 있었다. 끈이론이 아직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여태까지 발전시킨 방법을 훌쩍 뛰어넘는 수학적 도구나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현재 끈이론에는 서로 다른 힘과 차원 그리고 서로 다른 입자들의 집합을 가진 여러 개의 모형이 존재한다. 끈이론 연구자들은 처음에는 칼라비-야우 공간 압축이 특정한 공간 형태를 선택해 유일한 물리학이론을 줄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곧 낙담했다. 현재 칼라비-야우 공간 압축에 기초한 끈이론들은 기본입자의 세대를 수백 개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엄청나게 많은 칼라비-야우 공간 압축 중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끈이론에는 말려 있는 차원이 있어야 하지만 끈이론가들은 말려 있는 차원의 크기와 모양을 결정하는 원리를 아직도 밝히지 못했다. 더욱이 끈이론에는 끈을 따라 여러 번 진동함으로써 새롭게 생겨나는 무거운 입자들뿐만 아니라 질량이 작은 입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끈이론의 예측에 따라 이 가벼운 입자들이 존재한다면 실험을 통해 그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대다수의 끈이론 모형은 우리가 현재 관측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가벼운 입자와 힘이 저에너지상태에서 존재한다고 본다. 그런데 왜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물리학자들은 아직도 끈이론이 유도해낸 중력 및 입자들과 힘들을 어떻게 해야 현실세계와 일치시킬 수 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엄청나게 큰 우주의 에너지 밀도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입자가 없다고 해도 우주는 진공에너지라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이 에너지가 공간의 수축・팽창이라는 물리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진공에너지가 양수이면 우주의 팽창은 가속되며, 진공에너지가 음수이면 우주를 붕괴로 이끈다. 진공에너지를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처음 제안했다. 그는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의 해를 찾기 위해 물질의 중력효과를 상쇄시키는 진공에너지가 있다고 제안했다. 1929년 에드윈 파월 허블Edwin Powell Hubble(1889~1953)이 발견한 우주 팽창이나 다른 여러 이유들로 아인슈타인이 이런 제안을 철회했지만 우주에 진공에너지가 존재하지 않을 이론적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문학자들이 최근에 우주의 진공에너지(암흑에너지 혹은 우주상수라고도 한다)를 측정했는데, 그 값이 작기는 하지만 양수로 밝혀졌다. 천문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초신성들이 멀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관측해 그 사실을 알아냈다. 초신성supernova이 가속하면서 멀어지지 않을 때 가져야 하는 원래 밝기보다 어둡게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진공에너지가 작지만 양수임을 뒷받침한다. 측정된 우주 팽창 가속도는 매우 작다. 이것은 진공에너지 값이 0은 아니지만 무척 작음을 뜻한다. 끈이론 계산에 따르면 진공에너지가 훨씬 커야 한다. 그러나 진공에너지가 크면 다른 중요한 문제가 야기된다. 진공에너지가 큰 음수의 값을 가지면 우주가 오래 전에 수축해서 사라졌을 것이고 큰 양수의 값을 가지면 우주가 너무 빨리 팽창해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끈이론은 우주의 진공에너지가 현재의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만 한다. 입자물리학자들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끈이론과는 달리 입자물리학자들은 양자중력이론을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그들의 꿈은 끈이론가들의 야망보다는 소박하다. 진공에너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입자물리학은 만족스럽지 못한 정도이지만 잘못된 에너지 값을 내놓는 끈이론은 살아남기 어렵다.

일부 초끈이론가들은 여러 끈 이론 중 하나의 맞는 이론을 찾으려는 시도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들은 말려있는 차원이 가질 수 있는 크기와 모양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주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른 값을 가질 수는 없는지 살펴보고, 끈이론은 우리 우주를 포함하여 엄청난 수의 있을 법한 우주들로 기술되는 풍경의 윤곽을 그릴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런 끈 연구자들은 끈이 주는 진공에너지 값이 오직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주에는 서로 다른 진공에너지를 가진 채 서로 떨어져있는 수많은 부분들이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부분이 우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진공에너지 값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끈이론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더욱 정교한 수학적 도구가 나와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내놓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이론은 중력, 차원, 양자장이론에 중요한 통찰을 주었으며 양자 중력에 대한 여러 이론 중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공정하게 말해 입자물리학의 문제들도 곧바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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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칭성Supersymmetry

 

 

 

 

1905년 상대성이론이 탄생하자 시공간의 대칭변환은 속도를 바꾸는 대칭성까지 포함하도록 확장되었다. 1967년 제프리 만둘라Jeffrey Mandula와 시드니 콜먼은 시공간과 관련된 대칭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이 직관을 체계화했다. 그들은 한 가능성을 간과했다. 초대칭성은 보존과 페르미온을 상호 교환하는 기묘한 대칭변환과 관련된다. 그러나 초대칭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다. 물리학자들이 초대칭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초끈이다. 초대칭성에 기반한 초끈이론은 표준모형의 입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단 하나의 끈이론이다. 초대칭성이 포함하지 않는 끈이론이 우리 우주를 기술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초대칭성이론들이 계층성문제를 풀 가능성이 있게 때문이다. 초대칭성이 약력규모 질량과 플랑크 질량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큰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지만 계층성문제를 유발하는 힉스입자 질량에 미치는 막대한 양자 기여를 상쇄시켜준다. 여분차원 이론들이 해결 대안으로 떠오르기 전까지 초대칭성이론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초대칭세계에서 우리가 아는 입자들은 모두 초대칭 변환에 의해 교환될 수 있는 초대칭짝superpartner(혹은 supersymmetry partner)을 갖는다. 초대칭 변환을 통해 페르미온은 보존짝으로, 보존은 페르미온짝으로 변환될 수 있다. 페르미온과 보존은 스핀에 의해 구별되는 두 종류의 입자들이다. 페르미온이 정수의 반에 해당하는 스핀 1/2, 3/2 등을 갖는 반면 보존은 정수 스핀 0, 1, 2 등을 갖는다. 정수 스핀이 보통 물체가 공간에서 자전할 때 갖는 스핀이라면 정수의 반인 스핀은 양자역학에서만 볼 수 있다. 초대칭성이론에서 페르미온은 모두 보존의 짝으로 변환될 수 있고 보존은 모두 페르미온의 짝으로 변환될 수 있다. 1970년대 유럽과 러시아의 물리학자들이 대칭변환을 통해 보존과 페르미온을 상호 교환할 수 있으며 그런 교환 전후에 물리학 법칙이 동일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보존과 페르미온의 수가 같을 경우에만 초대칭성이 성립한다. 또한 짝을 이룬 보존과 페르미온은 질량과 전하량이 같아야 하고 이것들의 상호작용은 동일한 변수로 기술되어야 한다.

끈이론은 초대칭성 연구의 계기였으며, 중력을 포함한 초대칭성이론인 초중력이론을 연구함으로써 실제 세계를 설명할 가능성이 있는 끈이론의 제1후보인 초끈이론이 등장할 수 있었다. 프랑스 태생의 물리학자 피에르 라몽Pierre Ramond(1943~)이 1971년에 처음 초대칭성이론을 제안했다. 라몽의 목표는 끈이론에 페르미온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라몽은 앙드레 느뵈Andre Neveu, 존 슈바르츠John Schwarz와 함께 2차원 초대칭성을 포함하는 자신의 이론을 페르미온끈이론fermionic string theory으로 발전시켰다. 라몽의 이론은 최초의 끈이론이었다. (구)소련의 Y.A. 골판드Y.A. Gol'fand와 E.P. 릭트만E.P. Likhtman이 라몽과 동시에 초대칭성을 발견했지만 그들의 논문은 철의 장막에 가려 서방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다.

1973년 독일의 물리학자 율리우스 베스Julius Wess(1934~2007)와 이탈리아의 이론물리학자 브루노 주미노Bruno Zumino(1923~)는 4차원 초대칭성이론을 만들었다. (구)소련에서는 드미트리 볼코프Dmitri Volkov와 블라디미르 아쿨로프Vladimir Akulov가 독립적으로 다른 4차원 초대칭성이론을 유도했지만 냉전으로 인해 아이디어를 교환하지 못했다. 그러나 4차원 초대칭성이론에 힘을 전달하는 게이지보존을 포함시킬 방법을 아는 물리학자들이 없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로 칼텍의 교수 세르조 페라라Sergio Ferrara(1945~)와 브루노 주미노가 1974년 이 난제를 해결했다. 페라라-주미노 이론 덕분에 물리학자들은 초대칭성이론에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중력은 초대칭성이론에서 제외되었다. 1976년 세 명의 물리학자 페라라, 댄 프리드먼Dan Freedman 그리고 페터 반 뉘벤후이젠Peter van Nieuwenhuizen은 중력과 상대성이론을 포함하는 복잡한 초대칭성이론인 초중력supergravity이론을 구축하고 이 문제를 해결했다.

초중력이론이 구축되어 가는 동안 끈이론 또한 발전을 거듭해 페르디난도 글로치Ferdinando Glozzi, 조엘 셰르크Joel Scherk와 데이비드 올리브David Olive가 느뵈와 슈바르츠, 라몽이 만든 페르미온 끈이론을 이용해 안정적인 끈이론을 발견했다. 페르미온 끈이론은 이전의 이론에는 없으나 초중력이론에만 존재하는 어떤 종류의 입자를 갖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새로운 입자는 중력자graviton의 초대칭짝인 그래비티노gravitino와 동일한 성질을 가졌다고 추정되었는데, 나중에 그래비티노였음이 밝혀졌다. 물리학자들은 페르미온 끈이론에 초대칭성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이 결과 초끈이론이 탄생했다.

초대칭성이론의 장점은 암흑물질의 후보를 포함하는 점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에 널리 퍼져있는 빛을 내지 않는 물질로 중력효과에 의해 발견되었다. 우주의 에너지 중 약 4분의 1이 암흑물질에 저장되어 있지만 우리는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모른다. 붕괴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질량과 상호작용 세기를 갖는 초대칭성 입자가 있다면 그것이 암흑물질의 후보가 될 것이다. 가장 가벼운 초대칭성 입자는 광자의 초대칭짝인 포티노photino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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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성문제Hierachy Problem

 

 

 

 

매우 정확하게 측정된 질량변수mass parameter(기본입자들의 질량을 결정해주는 약력규모질량)는 물리학자들이 대체로 생각하는 이론적인 예측값의 1경분의 1이다. 즉 1016 배나 작다. 고에너지이론으로부터 약력규모질량을 예측한 물리학자라면 이것이(모든 입자의 질량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질량값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계층성문제는 입자물리학 이해를 가로막는 커다란 구멍으로 보인다. 힉스입자의 질량 혹은 약력게이지보존의 질량이 측정된 것과 같은 값을 갖기 위해서는 표준모형은 속임수 같은 보정을 포함해야 한다. 계층성문제에 대한 답은 모두 새로운 물리법칙을 포함하고 있다. 무엇이 힉스장의 역할을 해서 역전자기 대칭성을 깨뜨리는지를 밝히는 일로부터 의미심장한 물리학이 도래할 것이다. 새로운 물리현상이 약 1테라전자볼트의 에너지에서 나타날 것도 분명하다.

계층성문제는 물리법칙을 초고에너지로 외삽하기에 앞서 저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임을 가르쳐준다. 지난 30년 동안 입자물리학의 이론가들은 약력규모에너지(약전자기 대칭성이 깨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를 예측하고 확보하는 이론적 구조를 탐구해왔다. 물리학자들은 계층성문제에는 답이 있고 그 답이 표준모형을 넘어서는 이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고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일이론에서 입자들의 질량은 너무나도 다른데, 그 차이는 10배 정도가 아니라 10조 배나 된다. 대통일이론에서 약전자기 대칭성을 깨는 힉스입자는 약력규모 정도의 가벼운 입자이다. 문제는 이 힉스입자가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다른 입자와 짝을 이룬다는 점이다. 이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새로운 입자는 대통일 규모 정도의 질량을 갖는 엄청나게 무거운 입자여야 한다. 즉 대통일 힘 대칭성GUT force symmetry으로 연결된 두 입자의 질량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대통일이론에서 대칭성으로 연관된 두 입자는 서로 다르다고 해도 동시에 나타나야 한다. 이는 약력과 강력이 고에너지에서 교환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힘은 궁극적으로 같아야 한다. 따라서 강력과 약력이 통일되면 힉스입자를 포함해 약력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든 입자는 강력을 느끼는 입자와 짝을 이뤄야 할 뿐 아니라 원래 힉스입자가 하는 상호작용과 비슷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힉스입자와 연관된 이 강력을 느끼는 새로운 입자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강력 전하를 띤 힉스 관련 입자는 쿼크나 경입자와 동시에 상호작용하여 양성자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 붕괴를 막으려면 강력 전하를 띤 힉스 관련 입자(이 입자가 두 개의 쿼크와 두 개의 경입자 사이에서 교환되는 것이 양성자 붕괴의 조건이다)는 굉장히 무거워야 하며 약 1천조 기가전자볼트의 질량을 가져야 한다.

입자는 빈 공간을 그냥 통과할 수 없다. 가상입자virtual particle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입자의 원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리는 항상 어떤 물리량이든 가능한 모든 경로에서 오는 효과를 더해야 한다. 가상입자들 때문에 힘의 세기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힘의 세기와 달리 힉스입자의 질량의 경우에는 가상입자의 효과가 너무 크게 나타나서 실험이 요구하는 값과 큰 차이를 보인다.

힉스입자가 질량이 대통일이론 규모 정도 되는 무거운 입자들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힉스입자들이 취하는 경로들 중 일부는 무거운 가상입자와 반입자를 토해내는 진공vacuum을 필요로 한다. 이 경로를 지나는 동안 힉스입자는 잠시 동안 이 입자들로 변하게 된다. 진공에서 휙 생겨났다 휙 사라지는 무거운 입자들은 힉스입자의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힉스입자가 실제로 갖는 질량을 결정하려면 가상입자가 없는 단순한 경로에 무거운 가상입자들을 포함하는 경로를 더해야 한다. 이는 힉스입자의 질량을 애초 원한 값보다 1013 배나 큰 대통일이론의 무거운 입자 질량만큼이나 커진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이론이 되려면 약력게이지보존의 질량이 약 250기가전자볼트가 되어야 한다. 이는 개개의 대통일이론의 질량 효과가 1013 배나 크더라도 이 엄청난 크기의 값을 모두 더하면 이들 중 일부는 음수여서 최종적인 답은 대략 250기가전자볼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거운 가상입자 하나라도 힉스입자와 상호작용하게 되면 그야말로 큰 문제가 된다.

표준모형에 중력이론을 결합한 이론이 엄청나게 다른 두 질량 규모를 포함한다. 하나는 약 250기가전자볼트의 에너지로 약전자기 대칭성이 붕괴되는 약력규모 에너지이다. 입자가 이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질 경우 약전자기 대칭성이 깨지게 되면 약력게이지보존과 기본입자들(쿼크와 경입자)이 질량을 얻게 된다. 다른 에너지는 약력규모 에너지보다 1016 배, 즉 1경 배나 더 높은 에너지인 1019기가전자볼트 크기의 플랑크 에너지이다. 플랑크 에너지는 중력의 상호작용 세기를 결정한다. 뉴턴 법칙에 따르면 중력의 세기는 플랑크 에너지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리고 중력의 세기가 작기 때문에 플랑크 질량(E=mc2이라는 식에 의해 플랑크 에너지와 연관된다)은 엄청나게 큰 값을 갖는다. 엄청나게 큰 플랑크 질량은 굉장히 작은 중력과 등가이다. 플랑크 질량이 너무 큰 까닭에 중력의 세기는 미약해지고 그에 따라 지금까지 대부분의 입자물리학 계산에서 중력의 세기는 무시되었다. 입자물리학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왜 중력이 입자물리학에서 무시될 정도로 세기가 작은가 하는 점이다.

두 전자 사이의 중력(인력)은 두 전자 사이의 전기력(척력)보다 1조 배의 1조 배의 1조 배의 1억 배(10-44 배)나 작다. 두 힘의 세기가 비슷해지려면 전자의 질량이 지금보다 1조 배의 100억 10(10-22 배)나 커져야 한다. 플랑크 질량은 전자의 질량보다 훨씬 크다. 이는 중력이 알려진 다른 힘들보다 엄청나게 약한 것을 의미한다. 양자장이론에서는 힉스입자와 상호작용하는 입자는 모두 힉스입자의 질량을 플랑크 질량, 즉 1019기가전자볼트로 키울 수 있는 가상경로를 취할 수 있다.

질량이 약 250기가전자볼트인 입자에 미치는 중력효과는 무시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입자물리학 계산을 할 때 일반적으로 중력을 무시한다. 그러나 고차원 중력은 강하고 무시할 수 없다. 플랑크 질량은 믿을 만한 양자장이론에서 가상입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질량이다. 가상입자를 포함하여 입자들의 질량이 플랑크 질량 이하라면 일반적인 양자장이론이 적용되고, 양자장이론 계산은 신뢰할 만한 것이 된다. 톱쿼크의 질량이 거의 플랑크 질량과 같다 해도 이 계산은 믿을 만한 것이 된다.

계층성문제는 질량이 무척 큰 가상입자가 힉스입자에 미치는 질량효과가 거의 플랑크 질량만큼 크다는 것, 즉 힉스입자의 질량이 우리가 원하는 값(바른 약력규모질량 및 기본입자의 질량을 만들어주는 값)보다 1억 배의 1억 배(1경 배)나 큰 값을 갖는다는 문제이다. 두 개의 힉스장이론을 대신하는 이론은 모두 낮은 약전자기 질량 규모를 포함하거나 예측해야 한다. 이 이론들 중 계층성문제를 다룰 때 미세조정 없이 힉스입자의 가벼움을 확실히 설명해주는 이론은 드물다. 힘의 통일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더라도 실체가 없는 고에너지 물리학의 이론적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계층성문제의 해결은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현상을 좀더 잘 이해하도록 해준다. LHC에서 250-1,000기가전자볼트의 질량을 갖는 새 입자를 발견하지 못하면 계층성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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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GUT)

 

 

 

 

조자이와 글래소는 1974년에 강력・약력・전기력의 세기가 거리와 에너지에 따라 변화하는 까닭은 이것들이 고에너지상태에서 하나의 힘으로 통일되어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를 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GUT)이라고 명명했다. 강력 대칭성이 세 가지 색의 쿼크를 교환가능하게 하고 약력 대칭성은 다른 입자쌍을 바꾸는 반면, GUT 힘 대칭성은 쿼크와 경입자 같은 모든 유형의 표준모형 입자가 서로 교환될 수 있게 한다. 대통일이론에 따르면 에너지와 온도가 극도로 높은 우주 진화의 초기에 (이때의 온도는 켈빈 온도로 100도의 1조 배의 1조 배 이상이며 에너지는 1GeV의 1조 배의 1천 배 이상이었다) 이 세 힘의 세기는 서로 동일했으며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은 하나의 힘으로 융합되어 있었다.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단일한 힘은 서로 다른 에너지 의존성을 갖는 세 개의 서로 다른 힘, 즉 전자기력・약력・강력으로 나뉘었다. 세 힘이 하나의 힘에서 비롯되었어도 저에너지상태에서 가상입자가 각각의 힘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중에 서로 다른 상호작용 세기를 갖게 되었다. 세 힘은 자발적대칭성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을 겪으면서 분리되었다. 힉스메커니즘이 약전자기대칭성electroweak symmetry을 깨뜨리자 전자기력만 깨지지 않고 남은 것처럼 대통일이론 대칭성이 깨지자 현재의 분리된 세 힘이 남게 되었다.

고에너지에서 상호작용 세기가 같아지는 것은 대통일이론의 전제조건이다. 상호작용 세기를 에너지 함수로 표현한 세 개의 선이 모두 힘의 통일을 나타내는 한 점에서 교차해야 한다. 저에너지에서는 강력이 전자기력이나 약력보다 더욱 강하지만 고에너지에서는 강력이 약해지는 대신 전자기력과 약력이 강해진다.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의 세기는 고에너지에서 거의 유사한 값을 가지며 심지어 하나의 값으로 수렴한다. 이는 상호작용 세기를 에너지의 함수로 나타내는 세 개의 선이 고에너지에서 교차함을 의미한다. 세 개의 선이 한 점에서 만나는 것은 엄청난 우연이거나 훨씬 큰 의미를 지닌 지표이다. 힘들이 합쳐져 하나가 된다면 그런 단일한 상호작용 세기는 고에너지상태에서 오로지 하나의 힘 유형이 있다는 지표가 되고, 이때 대통일이론이 적용된다. 힘의 통일이 사실이라면 이는 자연을 더욱 단순하게 기술하기 위한 큰 도약이 될 것이다. 조자이와 글래쇼는 대통일이론이 “양성자 붕괴를 예측”한다며 그 예측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일이론에서 힘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업쿼크가 약력에 의해 다운쿼크로 변할 수 있는 것처럼 통일된 힘을 통해 쿼크가 경입자로 변할 수 있다. 대통일이론이 옳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전체 쿼크의 수는 일정하지 않을 것이며, 쿼크가 경입자로 변할 수 있으므로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양성자가 붕괴될 수 있을 것이다.

쿼크와 경입자를 이어주는 대통일이론에서는 양성자가 붕괴할 수 있으므로 우리 주변의 모든 친숙한 물질은 궁극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본다. 그러나 양성자의 붕괴 속도가 매우 느린 까닭에 양성자의 수명은 우주의 나이를 넘어선다. 따라서 양성자 붕괴와 같은 극적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양성자 붕괴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자이와 글래쇼의 대통일이론이 옳다면 그에 관한 증거가 이미 발견되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양성자 붕괴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힘의 통일이 자연의 참된 모습인지, 또 만약 그렇다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여러 계산에 따르면 힘이 통일되는 모형은 몇 가지 있는데, 초대칭성모형들supersymmetry models, 호라바-위튼Horava-Witten의 여분차원모형extra dimension model, 라만 선드럼Raman Sundrum과 리사 랜들Lisa Randall의 비틀린여분차원모형 등이 있다. 여분차원모형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중력을 포함하는 네 가지 힘을 통일하는 진정한 통일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원래의 통일모형들이 대통일 규모의 질량을 가진 입자 외에는 약력규모 질량보다 무거운 입자를 찾을 수 없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조자이와 글래쇼는 1천 기가전자볼트와 1천조 기가전자볼트 사이의 에너지 규모에 질량을 가진 입자가 없다는 대담한 가정에 기초해서 이론을 세웠다. 대통일이론은 끈이론과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입자물리학계 논쟁의 시발점이다. 두 이론 모두 물리법칙을 측정된 에너지보다 최소 10조 배나 높은 에너지에 외삽하고 있다. 조자이와 글래쇼는 현재 자신들의 방식을 뒤집고 저에너지 물리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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