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야트족의 무복
부르야트족 여무女巫는 끝에 말머리가 새겨져 있고 방울로 테를 두른 지팡이 두 개를 가지고 다닙니다.
어깨에는 검은색과 흰색 가죽으로 만든 서른 마리의 뱀이 땅에 닿을 듯이 늘어져 있습니다.
여무女巫의 모자에는 쇠로 만든 세 개의 투구 뿔이 솟아 있는데, 그 모양은 사슴의 뿔과 비슷합니다.
부르야트족 무당에게는 다음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첫째, 모피가 있어야 합니다.
선한 영신들을 몸주主(몸에 처음 내린 신으로 무당은 그 신을 주신主神으로 모심)로 섬기는 ‘백’ 무당에게는 흰 모피, 악령을 몸주로 섬기는 무당에게는 검은 모피가 있어야 합니다.
이 모피에는 말, 새 등의 동물 모양을 본뜬 많은 쇠붙이 장식이 꿰매져 있습니다.
둘째, 살쾡이 모양의 모자도 있어야 합니다.
입문의식入門儀式을 치른 지 며칠 뒤에 있게 되는 다섯 번째의 재계의식이 끝나면 무당은 쇠로 된 두 개의 투구 뿔을 받아 모자에 꽂습니다.
꼬부라진 두 개의 투구 뿔은 두 개의 뿔을 상징합니다.
셋째, 나무나 쇠로 된 마장馬杖(horse stick)도 있어야 합니다.
나무로 된 마장은 첫 번째 통과의례를 치른 날 밤에 준비되는데, 이 마장을 준비한 사람들은 이 마장을 잘라낸 자작나무가 죽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쇠로 된 마장은 다섯 번째 통과의례를 치른 다음에야 받게 되며, 이 마장의 한쪽 끝에는 말머리가 새겨져 있고 그 주위에는 많은 방울이 달려 있습니다.
머리 위로 솟는 둥근 부분에 많은 쇠테가 감긴 쇠모자에 두 개의 뿔을 만들어 세웁니다.
뿔 뒤에는 고리가 아홉 개인 쇠사슬이 있습니다.
아래쪽으로 맨 끝에는 창날 같은 쇠붙이가 매달리는데, 이 쇠붙이는 등뼈nigurasun(척추골이란 뜻이다)라고 불립니다.
이 모자의 양쪽, 그러니까 관자놀이와 만나는 부분에는 하나의 쇠고리와 길이가 4.445cm(1베르쇼크)인 세 개의 쇠막대기가 매달려 있습니다.
주조과정에서 서로 꼬이게 만들어진 이 장식물은 쿠올부가스qolbugas(짝으로 혹은 쌍으로 결합하다로 띠, 매듭, 유대라는 뜻)로 불립니다.
사냥 동물과 가축의 색깔과 같은, 색색의 비단, 무명, 모직, 벨벳을 꼬아서 만든 뱀 모양의 타래를 모자 양옆과 뒤에 늘어뜨립니다.
그러고는 쾨뤼네körüne, 다람쥐, 노란 족제비 털 색깔의 무명천 조각도 여기에 늘어뜨립니다.
이 머리장식은 덮개maiqabci로 불립니다.
폭 30cm 정도 되는 무명천 조각을 옷깃에 붙입니다.
이 천 조각에는 갖가지 뱀 모양과 사냥 동물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것이 날개dalabci 혹은 지느러미ziber입니다.
길이가 2.4m 정도 되는 두 개의 목발 모양의 장대의 거칠게 다듬어진 위쪽은 말머리 모양으로 깎입니다.
말馬의 목에 해당되는 부분에 세 개의 쿠올부가스가 달린 쇠고리가 꿰입니다.
이것을 사람들은 말갈기라고 부릅니다.
장대 아래쪽에도 비슷한 쿠올부가스 고리가 달립니다.
이것은 말꼬리입니다.
이 나무의 앞면에도 쿠올부가스 고리 하나와, 조그맣게 축소하여 쇠로 만든 등자, 창, 칼, 도끼, 철퇴, 배, 노, 작살 같은 것들이 박힙니다.
이 아래로는 또 세 개의 쿠올부가스 고리가 붙습니다.
이 네 개의 쿠올부가스 고리는 말의 다리로 불립니다.
이 두 개의 장대는 소르비sorbi라고 합니다.
수콰이suqai라고 불리는 채찍도 만들어집니다.
여느 채찍 위에다 사향-들쥐 가죽으로 여덟 겹 싸고 세 개의 쿠올부가스가 달린 쇠고리를 끼운 뒤, 축소 모형으로 만든 철퇴, 칼, 창, 뾰족뾰족한 돌기가 있는 몽둥이를 달고 무명과 비단 끈으로 묶은 채찍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살아 있는 것’을 다스리는 채찍이라고 부릅니다.
무당인 뵈게böge는 굿을 할 때마다 하나의 소르비와 이 채찍을 손에 듭니다.
천막 안에서 굿을 할 때는 이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쓰기도 합니다.
특기할 점은 부르야트족 무당이 말馬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이는 중앙 그리고 북아시아 샤머니즘의 특징입니다.
이들이 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말이 무당의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풍습은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올혼스크Olkhonsk 지역의 부르야트족에게는 앞에 언급한 무구巫具 외에도 무고巫鼓, 마장馬杖(horse stick), 모피毛皮, 방울 등의 주물呪物을 넣는 상자가 있습니다.
이 상자에는 해와 달 그림이 장식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부르야트족 무당에게는 무구가 두 가지 더 있는데, 가죽이나 나무 혹은 쇠로 만들고 그 위에다 수염을 잔뜩 그려 넣은 무시무시한 가면인 아바갈데이abagaldei와 열두 가지 동물 모양이 그려진 금속제 거울인 톨리toli가 그것입니다.
무당은 톨리를 가슴이나 등에 매달고 다니거나 카프탄caftan(터키인이 입는 셔츠 모양의 기다란 상의)에 붙여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무구는 사용되지 않은 지 오래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