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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이야기 1
김광우 지음 / 지와사랑 / 2000년 2월
평점 :
<시편 이야기>를 쓰며
시편 150편은 거의 기원전 1,000년경부터 200년경까지 약 800년에 걸쳐서 쓰여졌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리스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이것들은 그들로부터 사상적으로 영향을 받기 훨씬 전에 쓰여진 것들이라서 시편을 읽으면 순수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사상을 발견하게 된다.
고고학자라도 된양 오랜 유적을 탐험하는 흥분을 느끼게 되며 부드러운 붓으로 흙을 털어내어 숨겨진 보화를 드러내듯 순박한 믿음의 파편들을 한 데 모으는 일이라서 보람도 생긴다.
신앙이 언제 어떻게 생겼으며 또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살피는 작업은 종교의 본질에 접근하는 고귀한 작업인데, 예를 들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는 시편의 말에서 신앙의 본질이 두려움에 있었음을 안다.
시편은 아주 오래 전에 불리운 노래들이라서 소박하기가 이를 데 없으며 진심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라서 따라 부를수록 한없는 정취를 느끼게 된다.
요즘처럼 사람의 마음을 한 치도 헤아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래 전 이스라엘 사람들의 투명한 마음을 그윽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이란 즐거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150편의 노래들 가운데는 하나님께 대한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난 찬양도 있지만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도 있고,
자신에게 닥친 환난에 대한 불평도 있으며,
스스로를 뽐내는 자기 과시가 있고,
기도에 대한 응답도 있지만 무응답도 있다.
지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부른 애절한 노래도 있지만 하늘 가까이서 부른 환희의 노래도 있으며,
성산 시온산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부른 순례자의 노래가 있는가 하면 이방의 산에서 포로의 몸으로 실의를 통렬하게 표현한 노래도 있다.
하나님의 성 예루살렘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힘차게 부른 노래가 있고,
전쟁터에서 승리를 기원한 노래가 있으며,
쫓기는 몸으로 굴속에 피신한 상태에서 부른 절박한 노래가 있고,
눈물을 흘리며 애곡한 노래도 있다.
노래를 지은 이들의 신분들 또한 다양한데 선지자, 왕, 제사장, 성가대장, 교사, 순례자, 평민, 노예 등이다.
이들은 혼자 부를 수 있는 노래, 선창을 따라 부르는 노래, 몇 그룹으로 나누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노래, 그리고 다 함께 부르는 합창을 작사하였다.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을 숨기지 않고 모두 드러낸 노래도 있지만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려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노래도 있으며, 후대를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교육용 노래도 있다.
이렇듯 노래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내용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역사, 율법, 계시, 예언, 가르침, 참회, 형제애가 있으며, 결혼을 축하하는 노래도 있고, 원수를 저주하는 노래도 있으며, 개종자의 노래도 있고, 순례자의 노래도 있다.
예수님이 인용하신 노래도 여러 편이나 되며, 복음서 저자들, 바울, 베드로, 야고보, 히브리서 저자를 포함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시편을 즐겨 인용했다.
시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먼저 그들을 사랑하셨으며, 그들을 선택해서 그분의 나라를 세우셨다.
이를 테면 하나님을 위한, 하나님에 의한, 하나님의 나라가 이스라엘이란 이름으로 건국된 것이다.
둘째, 하나님의 이름은 ‘스스로 있는 자(I AM WHO I AM)’이다.
이 이름을 모세가 호렙산에서 발견했는데 인자하고 신실하며 영원히 변치 않으시는 분이다.
자기를 경외하는 자의 기도를 반드시 듣고 응답해 주시는 분이다.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을 사용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괄호 안에 공동번역성서를 인용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