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이 붉은 사람은 광대뼈 부위에 홍조가 생기거나 눈병이 잘 생긴다
독일에서 유학한다는 조씨는 집에 잠시 다니러왔다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의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그는 얼굴이 붉은 편이었는데, 광대뼈 부위에 주홍색 크레파스를 칠해놓은 것처럼 유난히 홍조를 띠고 있었습니다. 조성태가 광대뼈 부위에 홍조를 띠는 건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표시라고 말하자 “어머,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혈색도 좋고 예쁘다고 하던데요” 하고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조성태는 광대뼈 부위의 홍조만으로도 환자가 신혼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결혼한 지 8개월쯤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환자는 “뭐 특별히 아프다기보다는, 신경만 쓰면 뒷머리가 한쪽으로 흔들리면서 울리는 느낌이 들어요. 어떨 땐 종이 하나 들어있나 싶을 정도죠. 그리고 항문이 자꾸 작아지는 병이라는데 독일에 있는 병원에선 수술을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이국땅에서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 것도 좀 그렇다 싶어서 약만 먹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현재의 상태를 묻자 “아주 피곤하다 싶을 때에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요. 항문이 따끔거린다든지 굵은 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온다든지 하는 ... 아참, 그리고 땀을 무척 많이 흘려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조성태는 처방해주는 약을 먹고 성생활을 자제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조씨가 성생활을 지나치게 해서 음허화동陰虛火動에 의한 갖가지 증상들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음허화동이란 몸에 음기陰氣가 부족하여 열과 땀이 심하고 식욕이 줄며 기력이 쇠약하여지는 현상으로 쉽게 화를 내고, 얼굴이 붉어지며, 입이 마르고, 성욕이 병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조씨에게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을 처방했습니다. 자음강화탕은 음허陰虛로 화火가 왕성해져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바닥에서 열이 나고 특히 오후에 열이 많이 나는 데 처방하거나 폐결핵의 한 증세로 건담乾痰, 객담喀痰이 적으나 끈끈하고, 피부는 검고 마르며 대변이 딱딱하고 마른 데, 급만성기관지염, 신장결핵 등에도 처방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까 신경 쓸 일도 많고 몸이 무척 피곤해요. 그래서 그런지 짜증을 잘 부리는 편이죠. 또 말을 많이 하니까 입이 잘 마르고, 더운 데를 못 들어갈 정도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51세의 이씨의 직업은 바라춤과 나비춤 등 불교 의식 무용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조성태가 열이 후끈 달아올랐다가 식으면서 땀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2년 전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대답했습니다. 대신 무대 분장을 해도 피부가 건조해져서 화장이 잘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눈이 잘 충혈된다고 호소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눈병을 화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조성태는 이씨의 증세를 심화心火오 인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는 이씨에게 원래 잘 불안해하고 여유가 없는 편이냐고 묻자 “맞아요, 항상 불안해하는 편이고 상대방이 내 단점을 알아보지 않을까 싶어 초조할 때도 있구요. 아무튼 절 돼도 불안하고 못돼도 불안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조성태는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 데서 온 병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면 심장이 상하고, 그로 인해 입술이 잘 마릅니다. 또 심장이 좋지 않으면 화도 잘 내지만 웃기도 잘 하면서 감정의 변화가 심해집니다.
이씨의 눈썹과 눈썹 사이의 인당印堂 부위에 붉게 무엇인가 나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서 생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미두兩眉頭의 연결선 중점에 위치한 인당을 한의사들은 폐부질환肺部疾患을 살핍니다. 그는 이씨에게 심화를 꺼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청심온담탕淸心溫膽湯을 처방했습니다. 청심온담탕은 여러 가지 간질癎疾을 치료하는데, 간기肝氣를 고르게 하고 울증鬱症을 풀어주며, 화火를 내리고 담痰을 삭히며, 심혈心血을 보해주는 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