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다섯 번째가 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부有孚 광형光亨 정길貞吉 리섭대천利涉大川

수우교需于郊 리용항利用恒 무구无咎

수우사需于沙 소유언小有言 종길終吉

수우니需于泥 치구지致寇至

수우혈需于血 출자혈出自穴

수우주식需于酒食 정길貞吉

입우혈入于穴 유불속지객삼인有不速之客三人 경지敬之 종길終吉

 

첫 번째 효사爻辭유부有孚 광형光亨 정길貞吉 리섭대천利涉大川입니다. (기다릴 수)는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유부有孚는 믿음 혹은 확신이 있음을 의미하고, 이는 기다리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요건입니다. 믿음 혹은 확신이 있는 기다림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두려울 건 없습니다. 믿음 혹은 확신이 있다면 두려움 없이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는 어둠 속에서 빛살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과 같아서 광형光亨입니다. 믿음 혹은 확신이 생기는 순간 기다림에 광명의 빛이 보이는 것으로 해석해도 됩니다.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그 끝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리섭대천利涉大川은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말이니, 모함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주역에서 종종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수우교需于郊 리용항利用恒 무구无咎입니다. 수우교需于郊의 교는 교외郊外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수우교는 성안에서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성 안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성 밖에서 기다리는 형국입니다. 리용항利用恒은 한창 힘차게 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리의 시절이 왔는데도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그렇게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기회가 왔는데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관망만 하는 사람은 리섭대천利涉大川의 기회 대신 허물이 없다无咎는 정도의 명예만 얻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수우사需于沙 소유언小有言 종길終吉입니다. 수우사需于沙는 모래밭 위에서 기다린다는 말이니, 군자가 청렴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는 뒤이어 네 번째 효사에 나오는 니(진흙밭)와 대비되어 청렴하고 깨끗한 장소, 그런 곳에서의 기다림을 의미합니다. 모래밭 위에서 기다리다 보면 고난을 면하기 어려우니, 작은 말들이 있게小有言 마련이지만, 그 기다림의 끝은 길합니다. 군자가 청렴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면 고난을 겪게 되지만 마침내 좋은 결실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수우니需于泥 치구지致寇至입니다. 앞서 군자가 청렴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면 고난을 겪게 되지만 마침내 좋은 결실을 얻게 되는 데 반해 진흙밭에서의 기다림需于泥은 도적이 되고 마는 것致寇至과 같다는 말입니다. 옳지 않은 장소에서 때를 기다리게 되면 사악한 마음이 생겨서 범죄와 우연의 일치, 즉 암합暗合하는 상태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렇듯 기다리는 장소가 중요합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수우혈需于血 출자혈出自穴입니다. 수우혈需于血은 피에서于血 기다린다는 말이니, 넘치는 혈기와 정열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로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이런 식으로 때를 기다리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 혈기와 정열 때문에 굴 밖으로 뛰쳐나가고 마는, 즉 구멍에서自穴 뛰쳐나오게됩니다. 여기서 구멍은 자신의 근거지, 혹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효사에서 말했듯이 믿음 혹은 확신이 기다림의 첫 번째 요건입니다. 그렇게 때를 기다려야 어둠 속에서 빛살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과 같아서 광형光亨이 되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수우주식需于酒食 정길貞吉입니다. 수우주식需于酒食은 주식酒食 위에서 기다린다는 말입니다. 이때의 주는 자신의 즐거움을 의미하고, 은 가정의 살림살이가 안정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수우주식은 가정의 살림살이가 안정되게 경영되고, 자신의 활동을 잘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기다림은 끝은 길합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입우혈入于穴 유불속지객삼인有不速之客三人 경지敬之 종길終吉입니다. 입우혈入于穴은 마침내 때를 만났을 때, 그 꿈을 펼치기 위해서 적당한 장소로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때가 왔다는 걸 청하지 않은不速 세 사람의 객客三人이 오는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청하지 않은 세 사람의 존재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현신입니다. 하늘이 정해준 시기와 땅이 베풀어주는 환경이 구비되고, 나를 도와줄 귀인貴人이 나타나는 순간이 기다림을 마치고 리섭대천利涉大川의 위대한 모험을 감행할 적절한 때라는 것입니다. 특별히 귀인의 출현이 가장 가시적이고 즉자적인 타이밍의 판별 기준이 됩니다. 그런 귀인이 내게 오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그를 공경해敬之 맞이하고, 그분의 뜻을 받들어 실행한다면 끝내는합니다. 이렇듯주역은 기다림을 위한 믿음 혹은 확신으로서의 마음의 준비有孚, 기다리는 동안의 적극적인 태도酒食, 기다림을 끝내는 순간의 타이밍과 귀인을 공경하는 행동 요령敬之을 차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때가 무르익기까지 기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믿음 혹은 확신입니다.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때가 오고, 그때에 귀인의 뜻을 받들어 실행할 경우 자신이 바라던 바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주역은 막연한 기대를 하거나 우연을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 후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현재의 경제적 활동을 능률적으로 행하는 가운데 온 가족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믿음 혹은 확신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기다림입니다. 청렴하고 바르게 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을 두 번째로 치고, 제도권 밖에 머무르면서 속으로는 정치 참여를 갈구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이중적 태도의 기다림을 그 아래에 둡니다.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범죄의 요소가 있는 행위를 하면서 기다리는 건 결국 도적이 될 뿐이고 흉하다고 말합니다. 또한주역은 성정이 급하고 강한 사람은 기다림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주역은 내가 현재 살고 있는 환경에서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릴 때 나를 도울 귀인이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귀인이 나타나고, 비로소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모두를 갖추게 된다는 말합니다. 이때 그 귀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맞이하여 그분의 가르침을 실행하면, 마침내 대망大望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주역이 주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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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괘 중에서 네 번째가 몽蒙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몽蒙 형亨 비아구동몽匪我求童蒙 동몽구아童蒙求我 초서初筮 고告 재삼再三 독瀆 독즉불고瀆則不告 리정利貞

발몽發蒙 리용형인利用刑人 용탈질곡用說桎梏 이왕以往 린吝

포몽包蒙 길吉 납부納婦 길吉 자子 극가克家

물용취녀勿用取女 견금부見金夫 불유궁不有躬 무유리无攸利

곤몽困蒙 린吝

동몽童蒙 길吉

격몽擊蒙 불리위구不利爲寇 리어구利禦寇

 

첫 번째 효사爻辭는 몽蒙 형亨입니다. 몽蒙은 어린이, 어리석음, 교육 등을 의미합니다. 교육은 형의 시기에 주로 이뤄집니다. 교육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원형리정元亨利貞 네 시기 가운데 형의 시기, 즉 청소년 시기임을 말한 것입니다. 교육은 이때 이뤄지고 그 결과는 리利와 정貞의 시기에 쓰이게 됩니다.

 

비아구동몽匪我求童蒙 동몽구아童蒙求我을 직역하면 ‘내我가 동몽童蒙을 구求하는 것이 아니라 동몽이 나를 구한다’는 말입니다. 동몽은『주역』에서 최고의 경지로 생각하는 교육의 형태이자, 순수한 도의 경지, 최고 인격을 상징합니다. 동몽, 즉 최고 인격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성인으로 추앙받습니다. 최고 인격의 경지에 이르는 건 하늘이 돕고 자연이 도와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내가 동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몽이 나를 구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말하는 진리는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구절도 자연이 진리를 가르쳐준다는 걸 말해줍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초서初筮 고告 재삼再三 독瀆 독즉불고瀆則不告입니다.『주역』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닌 순수성과 자연성을 최고 경지에 이르는 필요조건으로 내세웁니다. 이는 자연의 한 존재인 인간이 자연과 합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의미합니다. 순수성과 자연성을 잃어버린 세계가 이 구절에 나오는 독瀆의 세계입니다.

초서初筮는 점쟁이가 처음 점을 친다는 말이므로 어린이가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린이가 처음 세상을 배워갈 때의 그 순수성과 자연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순수성과 자연성이 유지될 때 자연이 어린이에게 필요한 진리를 일러줍니다. 그러나 질문이 두 번 세 번再三 반복되고 공부가 여러 해 지속되는 동안 순수성과 자연성이 사라지고 더러움이 끼게 마련입니다. 이것이 독瀆입니다. 이렇게 되면瀆則 자연은 더 이상 그 사람이 원하는 진리를 일러주지 않게 됩니다不告.

 

마지막을 장식하는 리정利貞은 시작 부분에서의 몽蒙 형亨에 이어지는 구절입니다. 교육이 이뤄지는 시기가 형亨의 시기라면, 그 배움이 쓰이는 때는 리利와 정貞의 시기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발몽發蒙 리용형인利用刑人 용탈질곡用說桎梏 이왕以往 린吝입니다. 동몽童蒙에 이어 두 번째 공부의 형태인 발몽發蒙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몽은 인간이 만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말하며, 출세를 위한 일체의 공부를 의미합니다. 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리利의 시절에 형인刑人으로 등용됨用에 이롭습니다利. 형인은 형벌刑罰을 집행하는 자이니 오늘날의 판검사에 해당합니다.『주역』은 형인이 되더라도 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저 용탈질곡用說桎梏, 즉 개인적인 질곡에서 벗어날說(說은 탈脫) 수 있을 뿐입니다. 이는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거나, 자기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 정도를 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끝까지 길하지 못하므로 리利의 시절이 지난 후에는 어렵고 곤란하다吝는 것입니다. 동몽에 비하면 발몽으로는 최고 경지에 도달할 수 없고, 궁극적인 인간의 고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포몽包蒙 길吉 납부納婦 길吉 자子 극가克家입니다. 포몽包蒙은 포용의 공부를 말합니다. 인화仁和로서 상대를 편안하게 껴안아 다스리는 도리를 공부하는 걸 말합니다. 인화로서 상대를 편안하게 껴안아 다스리는 도리로 가정을 다스리면 길吉할 수밖에 없습니다. 납부納婦는 아내에게 집안 운영권을 맡긴다는 말입니다. 포용의 공부가 이루어진 가정에서는 아내가 돈의 출납뿐 아니라 그 밖의 모든 일을 맡아도 길하다는 것입니다. 젊은 아들이 아버지의 포몽을 보고 배워, 그 역시 가정의 운영을 맡아 잘 다스리게 되니 이를 극가克家라 합니다.『주역』의 기자는 진실하고 인자한 마음과 현명한 판단으로 가정을 운영하는 생활인의 도리를 포몽包蒙, 즉 포용의 공부라고 했습니다. 인화로서 상대를 편안하게 껴안아 다스리는 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말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물용취녀勿用取女 견금부見金夫 불유궁不有躬 무유리无攸利입니다. 물용취녀勿用取女는 여자를 취하지 말라는 뜻이며, 견금부見金夫는 사내를 돈으로 본다는 말이므로 돈이 없어지면 변심하는 여자의 속성을 말한 것입니다.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는 여자가 아내로서의 자리를 지킬 리 만무합니다. 불유궁不有躬이란 이렇게 여자가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유리할 게 없습니다无攸利. 여자를 경계한 구문을 64괘 중에서 네 번째 괘인 몽蒙에서 강조한 이유는 공부와 수행의 성과를 올리는 데 있어서 가장 방해되는 것이 이성異性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정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여자에게 빠지면 장차 리利의 시절이 올 때에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경계의 말입니다.『주역』은 음陰의 기운에 기대 세상을 살아가는 음기경영淫氣經營을 몹시 경계했습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곤몽困蒙 린吝입니다. 곤몽困蒙은 곤란한 공부이니, 어렵고 하기 싫은 공부를 말합니다. 이런 공부를 하게 되면 고난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吝.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동몽童蒙 길吉입니다. 곤몽困蒙은 어렵고 동몽童蒙은 길하다는 말이니, 곤몽에 매달리지 말고 동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吉는 뜻입니다. 동몽은 말 그대로 어린이의 공부를 말합니다. 목적도 없고 실용성도 염두에 두지 않는 공부입니다. 오로지 자연의 이치에 대한 궁금증으로만 가득 찬 순수한 의문의 세계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공부를 말합니다. 오늘날의 말로 하면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하는 공부입니다. 예를 들면 외래 종교인 불교가 한반도에 유입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토속신앙을 가지고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종교적 갈등을 겪었고 어떻게 불교의 우리의 것으로 소화해낼 수 있었는가 하는 순수 학문적 관심으로 하는 공부가 동몽입니다. 동몽의 완성은 자연의 이치를 깨달을 때에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격몽擊蒙 불리위구不利爲寇 리어구利禦寇입니다. 격몽擊蒙은 인위적으로 향과 열을 맞추도록 하는 공부를 말합니다. 공부의 목적이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공동체의 규율, 곧 최소한의 법을 지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주역』이 사회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필수 교육을 논한 건 놀라운 일입니다. 격몽은 도적寇이 되는爲 데는 불리不利하고 도적을 막는禦 데는 유리利합니다. 격몽에서 도적의 비유를 사용한 건, 사회 공동체, 즉 나라의 존재를 교육시키지 않은 백성은 도적이 된다는 사상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인간에게는 천성적으로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바른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실려 있습니다.

 

『주역』은 교육에 동몽, 발몽, 포몽, 곤몽, 격몽 등 여러 종류가 있음을 열거하고, 최고의 교육으로 동몽을 설정하고 그 다음으로 포몽을 꼽고 있습니다. 발몽은 권세에는 도움이 되나 권장할 만한 교육은 아닌 것으로, 곤몽은 피해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격몽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필요한 교육으로 그 목적이 사회생활을 위한 규율, 곧 최소한의 법을 지키도록 만드는 교육에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주역』의 기자는 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자연과 인간의 완전한 합일에 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주역』의 기자는 지식 위주의 교육, 현실 적응력만 뛰어난 공부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화합과 중용의 덕을 먼저 가르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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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괘 중에서 세 번째가 둔屯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둔屯 원형리정元亨利貞 물용勿用 유유왕有攸往 리건후利建侯

반환磐桓 리거정利居貞 리건후利建侯

둔여屯如 전여邅如 승마반여乘馬班如 비구匪寇 혼구婚媾 여자女子 정貞 불자不字 십년내자十年乃字

즉록무우卽鹿无虞 유입우림중惟入于林中 군자君子 기幾 불여사不如舍 왕往 린吝

승마반여乘馬班如 구혼구求婚媾 왕往 길吉 무불리无不利

둔기고屯其膏 소정길小貞吉 대정흉大貞凶

승마반여乘馬班如 읍혈련여泣血漣如

 

 

첫 번째 효사爻辭는 둔屯 원형리정元亨利貞 물용勿用 유유왕有攸往 리건후利建侯입니다. 둔屯은 사랑이지만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랑이어서 원형리정元亨利貞의 네 시기를 거치게 됩니다. 만물에 시작과 끝이 있는데 사랑이라고 해서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영원한 사랑’ 운운 하는데, 듣기야 좋은 말이지만 있을 수 없습니다. 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원元은 사랑의 근원이고, 형亨은 첫 사랑의 시기이며, 리利는 열애熱愛의 상태고, 정貞은 헤어짐입니다. 사람의 생애로 말하면 둔은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청소년을 상징합니다. 성性에 눈 뜨게 되어 욕정에 시달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욕정이 바탕에 깔린 사랑이라서 이 시기의 사랑은 그 사람의 인생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아직은 하지 말라勿用고 했습니다. 리건후利建侯는 제후侯를 세워야建 이롭다利는 말이며, 장차 제후가 될 큰 뜻을 세워야 이롭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유왕有攸往은 제후가 되려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반환磐桓 리거정利居貞 리건후利建侯입니다. 청소년을 상징하는 둔屯의 시기에는 목표 없이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욕정이 바탕에 깔린 사랑을 추구하는 사춘기에 들어서 이성을 그리워하며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반환磐桓입니다. 이 시기에는 한 곳에 멈춰서 안정을 취하고 청운靑雲의 뜻을 세워 노력해야 합니다. 리거정利居貞은 마지막 순간貞까지 안착居해야 이롭다居는 뜻이고, 리건후利建侯는 미래를 위한 큰 뜻을 세워야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둔여屯如 전여邅如 승마반여乘馬班如 비구匪寇 혼구婚媾 여자女子 정貞 불자不字 십년내자十年乃字입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이 구절을 첫 사랑이 잘못된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둔여屯如는 첫 사랑의 시작입니다. 전여邅如는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고, 승마반여乘馬班如는 말을 타고 멋을 부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말합니다. 첫 사랑에 빠진 청소년이 자신의 몸을 잘 보이려고 치장하고 방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도가 심해질 경우 도적이 아니면서도匪寇 도적 소리를 듣게 되는 사단이 벌어집니다. 방황이 길어지면 오해를 사게 되는 경우가 있어 경계하는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청혼하게 되는 것이 혼구婚媾입니다. 그러나 첫 사랑은 실패하기 보통이므로 이성은 떠나고 사랑은 끝貞납니다. 사랑하던 시기에 아이를 얻지도 못하고不字, 십 년 동안 교제했더라도 가정을 꾸리지도 아이를 얻어 사랑의 결실도 맺지 못합니다乃字. 남은 건 오직 실연의 고통뿐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즉록무우卽鹿无虞 유입우림중惟入于林中 군자君子 기幾 불여사不如舍 왕往 린吝입니다. 이 구절은 몰이꾼 없이 사슴을 잡으러 숲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첫 사랑의 실패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록鹿은 사슴으로 아름답고 귀한 여인을 상징합니다. 무无虞는 몰이꾼이 없다는 말로 사랑을 완결시키는 데 필요한 사람이나 주변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음을 말합니다. 이렇게 여건이 나쁜 데에도 군자君子가 사슴을 잡겠다고, 즉 아름답고 귀한 여인을 얻겠다고 숲으로 들어갑니다惟入于林中. 이 숲은 한 번 들어가면幾 쉽게 포기하고 떠날 수도 없는不如舍 숲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往 사슴을 잡으려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생吝뿐입니다. 첫 사랑에 실패하여 눈물을 쏟는 이야기로 해석하면 그럴 듯합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승마반여乘馬班如 구혼구求婚媾 왕往 길吉 무불리无不利입니다. 두 번째 사랑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첫 사랑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통해 성공하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승마반여乘馬班如, 즉 사랑을 위한 치장과 만남의 노력이 우선 선행됩니다. 첫 사랑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결혼에 골인합니다. 구혼구求婚媾는 구혼이 성공하여 결혼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길吉하고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无不利. 이렇게 되면 어린 나이라도 여생을 행복하게 사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둔기고屯其膏 소정길小貞吉 대정흉大貞凶입니다. 둔기고屯其膏는 사랑에 기름이 가득하다는 말로 점을 치는 사람들은 사춘기 시절의 욕정, 육체적 욕망에 주로 바탕을 둔 남녀 사이의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세 번째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소정小貞은 그런 둔기고의 끝貞이 짧다는 말이니, 육체적 욕망에 주로 바탕을 둔 사랑이 짧을 수밖에 없음을 말합니다. 세 번째 사랑은 짧은 것이 바람직한데吉, 오히려 길어지면大貞 흉凶하게 됩니다. 세 번째 사랑에 빠지신 분들은 이 구절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바람을 피우고 있는 분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미국에서 50년 이상 살고 있는 분이 우리말이 서툴러서 “바람 쏘러 가자”는 말을 “바람 피우러 가자”고 했다고 해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승마반여乘馬班如 읍혈련여泣血漣如로 여섯 번째 효사의 연속이다. 읍혈련여泣血漣如는 겉으로는 눈물을 감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일시적인 욕망으로 생애에 있어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고 성공의 때를 놓치니 훗날에 이를 깨닫고 피눈물을 흘린다는 경계의 말입니다.

 

64괘 중에서 세 번째인 둔屯은 사랑의 장입니다. 둔은 대지를 나타내는 일一과 새싹을 나타내는 철屮로 구성된 글자입니다. 새싹이 막 대지를 뚫고 나온 형상을 본뜬 것입니다. 따라서 둔은 어린이, 혹은 사춘기를 의미합니다.『주역』에 승마반여乘馬班如가 세 번 나오는데, 세 가지 사랑의 패턴을 의미합니다. 승마반여는 젊은이가 몸을 치장하고 말을 탄 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형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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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숲보다 나무에 집착하지 마라

 

철학 텍스트의 모든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대부분의 철학 텍스트는 내용을 철저하게 이해하려면 몇 번씩 되풀이해서 읽어야 한다. 심지어 그렇게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텍스트를 처음 읽을 때는 일단 어려운 구절은 대충 훑어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라. 그런 다음 다시 처음부터 읽어나가면 된다. 처음에는 애매하더라도 두 번째 읽을 때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절이 많을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천천히 읽다 보면, 요점을 놓칠 우려가 있다. 우선 텍스트의 개요를 살핀 뒤 어려운 대목은 건너뛰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빨리 읽어나가는 편이 시간적 측면에서 훨씬 더 효과적이다. 첫 단락과 끝 단락에 주목하라. 앞서 언급했듯이 첫 단락과 끝 단락에는 텍스트의 구조, 전체적인 결론, 주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 등이 요약되어 있다. 이상의 과정을 마친 다음 다시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어라. 모든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피곤해지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독서의 질이 독서시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철학 텍스트를 읽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있다. 게다가 다른 분야의 텍스트에 비해 철학 텍스트는 읽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러나 꾸벅꾸벅 졸면서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중간에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낫다. 몇몇 유명한 철학자들은 산책을 하면서 사색에 잠기곤 했다. 토머스 홉스는 밖에서 산책하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필기구를 갖춘 지팡이를 고안하기도 했다. 독서를 하면서 짬짬이 산책을 하면 심신을 상쾌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으며, 방금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곱씹어볼 수도 있다. 산책 외에 달리기나 수영 혹은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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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이 내게 상처를 줄 때

 

누군가가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우리는 버럭 화를 낸다. 그렇게 화를 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화를 내면서도 그것이 의도했던 행동이 아니란 점을 알기에 오히려 더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화를 내면 우리의 의식 속에서 분노의 씨앗이 커진다. 더구나 이것이 일을 점점 크게 벌여 다시 앙갚음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내가 공격하면 상대가 응수하고 다시 또 내가 공격한다. 회가 거듭될수록 상황은 점점 위험하고 해롭고 파괴적으로 변한다. 매회 에너지가 불어나 악순환을 멈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매우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을 때 “지금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냐. 내일 컨디션이 좋아지면 그때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자” 하고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때가 많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타임아웃이라고 하는데, 이 방법은 많은 상황들에서 유용하다. 중요한 건 화난 마음 없이 담담한 태도로 타임아웃을 요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기다리지 않도록 언제 다시 말할지 알려주어라. 그리고 타임아웃 동안에는 논쟁에서 이기는 법이나 정곡을 찌르는 반박을 생각해내려고 하지 마라. 마음챙김 속에서 고통을 감싸 안고 상황을 깊이 살펴보라. 마음이 맑아지고 안정을 찾으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게 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알
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언행은 모두 이전에 일어난 일과 환경에 의해 가꾸어진 인연의 열매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면 사람들의 파괴적인 행동이 폭풍, 홍수 혹은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파괴적인 행동도 궁극적으로 인간이 개입되지 않은 무아의 폭력이 불러온 결과다. 이 사실을 알면 자유로워진다.
“그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녀가 왜 그랬지?” 궁극적으로 이는 전에 상대방의 의식 속에 심어진 고통과 슬픔 때문에 생긴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상대방의 행동은 일부러 상처를 주려던 것이 아니며 폭풍이나 홍수, 지진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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