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다섯 번째가 수需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需 유부有孚 광형光亨 정길貞吉 리섭대천利涉大川
수우교需于郊 리용항利用恒 무구无咎
수우사需于沙 소유언小有言 종길終吉
수우니需于泥 치구지致寇至
수우혈需于血 출자혈出自穴
수우주식需于酒食 정길貞吉
입우혈入于穴 유불속지객삼인有不速之客三人 래來 경지敬之 종길終吉
첫 번째 효사爻辭는 수需 유부有孚 광형光亨 정길貞吉 리섭대천利涉大川입니다. 수需(기다릴 수)는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유부有孚는 믿음 혹은 확신이 있음을 의미하고, 이는 기다리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요건입니다. 믿음 혹은 확신이 있는 기다림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두려울 건 없습니다. 믿음 혹은 확신이 있다면 두려움 없이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는 어둠 속에서 빛살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과 같아서 광형光亨입니다. 믿음 혹은 확신이 생기는 순간 기다림에 광명의 빛이 보이는 것으로 해석해도 됩니다.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그 끝貞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吉. 리섭대천利涉大川은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말이니, 모함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주역』에서 종종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수우교需于郊 리용항利用恒 무구无咎입니다. 수우교需于郊의 교郊는 교외郊外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수우교는 성城 안에서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성 안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성 밖에서 기다리는 형국입니다. 리용항利用恒은 한창 힘차게 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리利의 시절이 왔는데도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그렇게恒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기회가 왔는데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관망만 하는 사람은 리섭대천利涉大川의 기회 대신 ‘허물이 없다无咎’는 정도의 명예만 얻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수우사需于沙 소유언小有言 종길終吉입니다. 수우사需于沙는 모래밭 위에서 기다린다는 말이니, 군자가 청렴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사沙는 뒤이어 네 번째 효사에 나오는 니泥(진흙밭)와 대비되어 청렴하고 깨끗한 장소, 그런 곳에서의 기다림을 의미합니다. 모래밭 위에서 기다리다 보면 고난을 면하기 어려우니, 작은 말들이 있게小有言 마련이지만, 그 기다림의 끝終은 길吉합니다. 군자가 청렴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면 고난을 겪게 되지만 마침내 좋은 결실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수우니需于泥 치구지致寇至입니다. 앞서 군자가 청렴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면 고난을 겪게 되지만 마침내 좋은 결실을 얻게 되는 데 반해 진흙밭泥에서의 기다림需于泥은 도적이 되고 마는 것致寇至과 같다는 말입니다. 옳지 않은 장소에서 때를 기다리게 되면 사악한 마음이 생겨서 범죄와 우연의 일치, 즉 암합暗合하는 상태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렇듯 기다리는 장소가 중요합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수우혈需于血 출자혈出自穴입니다. 수우혈需于血은 피에서于血 기다린다需는 말이니, 넘치는 혈기와 정열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로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이런 식으로 때를 기다리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 혈기와 정열 때문에 굴 밖으로 뛰쳐나가고 마는, 즉 구멍에서自穴 뛰쳐나오게出 됩니다. 여기서 구멍穴은 자신의 근거지, 혹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효사에서 말했듯이 믿음 혹은 확신이 기다림의 첫 번째 요건입니다. 그렇게 때를 기다려야 어둠 속에서 빛살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과 같아서 광형光亨이 되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수우주식需于酒食 정길貞吉입니다. 수우주식需于酒食은 주식酒食 위에서 기다린다는 말입니다. 이때의 주酒는 자신의 즐거움을 의미하고, 식食은 가정의 살림살이가 안정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수우주식은 가정의 살림살이가 안정되게 경영되고, 자신의 활동을 잘 유지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기다림은 끝終은 길吉합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입우혈入于穴 유불속지객삼인有不速之客三人 래來 경지敬之 종길終吉입니다. 입우혈入于穴은 마침내 때를 만났을 때, 그 꿈을 펼치기 위해서 적당한 장소로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때가 왔다는 걸 청하지 않은不速 세 사람의 객客三人이 오는來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청하지 않은 세 사람의 존재有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현신입니다. 하늘이 정해준 시기와 땅이 베풀어주는 환경이 구비되고, 나를 도와줄 귀인貴人이 나타나는 순간이 기다림을 마치고 리섭대천利涉大川의 위대한 모험을 감행할 적절한 때라는 것입니다. 특별히 귀인의 출현이 가장 가시적이고 즉자적인 타이밍의 판별 기준이 됩니다. 그런 귀인이 내게 오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그를 공경해敬之 맞이하고, 그분의 뜻을 받들어 실행한다면 끝내는終 길吉합니다. 이렇듯『주역』은 기다림을 위한 믿음 혹은 확신으로서의 마음의 준비有孚, 기다리는 동안의 적극적인 태도酒食, 기다림을 끝내는 순간의 타이밍과 귀인을 공경하는 행동 요령敬之을 차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때가 무르익기까지 기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믿음 혹은 확신입니다.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때가 오고, 그때에 귀인의 뜻을 받들어 실행할 경우 자신이 바라던 바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주역』은 막연한 기대를 하거나 우연을 바라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 후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현재의 경제적 활동을 능률적으로 행하는 가운데 온 가족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믿음 혹은 확신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기다림입니다. 청렴하고 바르게 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을 두 번째로 치고, 제도권 밖에 머무르면서 속으로는 정치 참여를 갈구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이중적 태도의 기다림을 그 아래에 둡니다.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범죄의 요소가 있는 행위를 하면서 기다리는 건 결국 도적이 될 뿐이고 흉하다고 말합니다. 또한『주역』은 성정이 급하고 강한 사람은 기다림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주역』은 내가 현재 살고 있는 환경에서 믿음 혹은 확신을 가지고 기다릴 때 나를 도울 귀인이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귀인이 나타나고, 비로소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모두를 갖추게 된다는 말합니다. 이때 그 귀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맞이하여 그분의 가르침을 실행하면, 마침내 대망大望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주역』이 주는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