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세 번째가 둔屯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둔屯 원형리정元亨利貞 물용勿用 유유왕有攸往 리건후利建侯

반환磐桓 리거정利居貞 리건후利建侯

둔여屯如 전여邅如 승마반여乘馬班如 비구匪寇 혼구婚媾 여자女子 정貞 불자不字 십년내자十年乃字

즉록무우卽鹿无虞 유입우림중惟入于林中 군자君子 기幾 불여사不如舍 왕往 린吝

승마반여乘馬班如 구혼구求婚媾 왕往 길吉 무불리无不利

둔기고屯其膏 소정길小貞吉 대정흉大貞凶

승마반여乘馬班如 읍혈련여泣血漣如

 

 

첫 번째 효사爻辭는 둔屯 원형리정元亨利貞 물용勿用 유유왕有攸往 리건후利建侯입니다. 둔屯은 사랑이지만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랑이어서 원형리정元亨利貞의 네 시기를 거치게 됩니다. 만물에 시작과 끝이 있는데 사랑이라고 해서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영원한 사랑’ 운운 하는데, 듣기야 좋은 말이지만 있을 수 없습니다. 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원元은 사랑의 근원이고, 형亨은 첫 사랑의 시기이며, 리利는 열애熱愛의 상태고, 정貞은 헤어짐입니다. 사람의 생애로 말하면 둔은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청소년을 상징합니다. 성性에 눈 뜨게 되어 욕정에 시달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욕정이 바탕에 깔린 사랑이라서 이 시기의 사랑은 그 사람의 인생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아직은 하지 말라勿用고 했습니다. 리건후利建侯는 제후侯를 세워야建 이롭다利는 말이며, 장차 제후가 될 큰 뜻을 세워야 이롭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유왕有攸往은 제후가 되려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반환磐桓 리거정利居貞 리건후利建侯입니다. 청소년을 상징하는 둔屯의 시기에는 목표 없이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욕정이 바탕에 깔린 사랑을 추구하는 사춘기에 들어서 이성을 그리워하며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반환磐桓입니다. 이 시기에는 한 곳에 멈춰서 안정을 취하고 청운靑雲의 뜻을 세워 노력해야 합니다. 리거정利居貞은 마지막 순간貞까지 안착居해야 이롭다居는 뜻이고, 리건후利建侯는 미래를 위한 큰 뜻을 세워야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둔여屯如 전여邅如 승마반여乘馬班如 비구匪寇 혼구婚媾 여자女子 정貞 불자不字 십년내자十年乃字입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이 구절을 첫 사랑이 잘못된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둔여屯如는 첫 사랑의 시작입니다. 전여邅如는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고, 승마반여乘馬班如는 말을 타고 멋을 부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말합니다. 첫 사랑에 빠진 청소년이 자신의 몸을 잘 보이려고 치장하고 방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도가 심해질 경우 도적이 아니면서도匪寇 도적 소리를 듣게 되는 사단이 벌어집니다. 방황이 길어지면 오해를 사게 되는 경우가 있어 경계하는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청혼하게 되는 것이 혼구婚媾입니다. 그러나 첫 사랑은 실패하기 보통이므로 이성은 떠나고 사랑은 끝貞납니다. 사랑하던 시기에 아이를 얻지도 못하고不字, 십 년 동안 교제했더라도 가정을 꾸리지도 아이를 얻어 사랑의 결실도 맺지 못합니다乃字. 남은 건 오직 실연의 고통뿐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즉록무우卽鹿无虞 유입우림중惟入于林中 군자君子 기幾 불여사不如舍 왕往 린吝입니다. 이 구절은 몰이꾼 없이 사슴을 잡으러 숲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첫 사랑의 실패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록鹿은 사슴으로 아름답고 귀한 여인을 상징합니다. 무无虞는 몰이꾼이 없다는 말로 사랑을 완결시키는 데 필요한 사람이나 주변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음을 말합니다. 이렇게 여건이 나쁜 데에도 군자君子가 사슴을 잡겠다고, 즉 아름답고 귀한 여인을 얻겠다고 숲으로 들어갑니다惟入于林中. 이 숲은 한 번 들어가면幾 쉽게 포기하고 떠날 수도 없는不如舍 숲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往 사슴을 잡으려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생吝뿐입니다. 첫 사랑에 실패하여 눈물을 쏟는 이야기로 해석하면 그럴 듯합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승마반여乘馬班如 구혼구求婚媾 왕往 길吉 무불리无不利입니다. 두 번째 사랑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첫 사랑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통해 성공하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승마반여乘馬班如, 즉 사랑을 위한 치장과 만남의 노력이 우선 선행됩니다. 첫 사랑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결혼에 골인합니다. 구혼구求婚媾는 구혼이 성공하여 결혼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길吉하고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无不利. 이렇게 되면 어린 나이라도 여생을 행복하게 사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둔기고屯其膏 소정길小貞吉 대정흉大貞凶입니다. 둔기고屯其膏는 사랑에 기름이 가득하다는 말로 점을 치는 사람들은 사춘기 시절의 욕정, 육체적 욕망에 주로 바탕을 둔 남녀 사이의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세 번째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소정小貞은 그런 둔기고의 끝貞이 짧다는 말이니, 육체적 욕망에 주로 바탕을 둔 사랑이 짧을 수밖에 없음을 말합니다. 세 번째 사랑은 짧은 것이 바람직한데吉, 오히려 길어지면大貞 흉凶하게 됩니다. 세 번째 사랑에 빠지신 분들은 이 구절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바람을 피우고 있는 분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미국에서 50년 이상 살고 있는 분이 우리말이 서툴러서 “바람 쏘러 가자”는 말을 “바람 피우러 가자”고 했다고 해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승마반여乘馬班如 읍혈련여泣血漣如로 여섯 번째 효사의 연속이다. 읍혈련여泣血漣如는 겉으로는 눈물을 감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일시적인 욕망으로 생애에 있어 중요한 시기를 허비하고 성공의 때를 놓치니 훗날에 이를 깨닫고 피눈물을 흘린다는 경계의 말입니다.

 

64괘 중에서 세 번째인 둔屯은 사랑의 장입니다. 둔은 대지를 나타내는 일一과 새싹을 나타내는 철屮로 구성된 글자입니다. 새싹이 막 대지를 뚫고 나온 형상을 본뜬 것입니다. 따라서 둔은 어린이, 혹은 사춘기를 의미합니다.『주역』에 승마반여乘馬班如가 세 번 나오는데, 세 가지 사랑의 패턴을 의미합니다. 승마반여는 젊은이가 몸을 치장하고 말을 탄 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형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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