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라를 회복할 것입니다 - 독립운동가 45인의 말
김구 외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생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하여 동족을 버리겠는가"
나는 남조선에서 가만히 있으면안락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일생을 바쳐서 오로지 자기 동족을 구하고국가를 사랑한다는 내가몇해가 남지 않은 여생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하여사랑하고 소중하던 동포의 지옥행을앉아서 보고만 있겠는가.
-1948년 4월 15일 평양행 한독당 대표 환송연 연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전 -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전'이라는 책을 역사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추천해주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읽지 않았다. 읽어야할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았기에 '여자전'은 독서 목록에서 뒤로 밀려나 있었다. 작년 가을!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도서를 학교구성원들에게 나눠준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 책들 속에서 '헤로도토스 역사'와 '여자전'이 눈에 띄었다. 두책을 책장에 꽃아 놓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바쁜 일상속에서 여름방학 동안 읽을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지 못했다. 그때, 그동안 책장에 꽃혀 나를 기다리던 두책이 눈에 들어왔다. '헤로도토스 역사'를 읽으며, '여자전'을 읽는 병렬독서를 시작했다. 헤로도토스 역사'는 장기간에 걸쳐 읽어야할 책이었다. 반면 '여자전'은 손에서 떼어 놓기 힘든 책이었다. 

  '여자전'을 손에서 놓기 힘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책속에 등장하는 7명 여인의 삶이 너무도 가슴저리게 다가왔다. 한명 한명의 삶이 왜 이리도 기구한지... 

  지리산 빨치산 할머니 고계연부터 반세기 넘게 홀로 가문을 지켜온 종부 김후옹, 일본군'위안부' 김수해 할머니, 중국 팔로군 출신 기공 연구가 윤금선, 문화판의 걸출한 욕쟁이 할머니 박의순, 황진이보다 더 치열했던 춤꾼 이선옥, 한 달의 인연을 영원으로 간직한 최옥분 할머니의 삶이 너무나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이들 한분 한분의 삶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해도 너무도 흥미 진진한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았다. 

  종부 김후옹과 한 달의 인연을 평생 간직한 최옥분 할머니의 삶은 너무도 지고지순했다. 6.25 전쟁으로 헤어져 남편은 북으로 갔고, 54년만에 금강산에서 남편을 만난 김후옹은 남편도 없이, 아이도 없이 시부모를 평생 모시며 남편없는 종가를 지켰다. 6.25 전쟁으로 피난온 남편을 만났으나, 승려의 길에 방해될까봐 그를 떠났다가 다시 미래를 약속하며 한달동안 동거를 한 최옥분할머니! 그러나 남편 김종후는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리고 그녀의 배속에는 남편의 아이가 있었다. 남편과 살았던 1달의 만남을 뒤로하고 남을 생을 남편을 기억하며 딸을 키우며 보냈다. 

  한 여인은 살아있으나 만날 수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자녀도 없이 일생을 보냈다. 54년만에 금강산에서 만나고 나서 일본을 거쳐 받은 편지에 가슴 설래하는 모습은 20대 처녀의 순박한 모습이었다. 반면, 한달만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남편의 혈육을 키우며 일생을 보낸 최옥분은 남편을 가슴속에서 보내지 않았다. 남편의 무덤을 여러차례 이장하며 남편과 함께 했다. 김후옹이 54년만에 남편을 만났으나, 최옥분은 죽은 남편을 가까이 두고 여생을 살았다. 두 여인의 삶을 아름다운 사랑이라보아야할까? 아니면 집착으로 보아야할까? 두 여인의 삶에 가슴이 져려온다. 

   빨치산 고계연과 팔로군 출신 윤금선의 삶도 기구하다. 고계연은 유복한 가정에서 곱게곱게 자랐다. 그러나, 6.25전쟁과 이념이 그녀의 삶을 뒤바꿔 놓았다. 얼어죽거나 총맞아 죽거나 굶어 죽는 빨치산의 삶을 살았던 고계연은 동상걸린 자신의 발가락을 스스로 분질러 떼어 냈다. 전쟁과 이념이 그녀의 삶을 삼켜버렸다. 반면, 윤금선은 군대가면 늙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아도 되기에 팔로군에 지원했다. 고계연이 6.25라는 내전을 겪었다면, 윤금선은 국공내전이라는 중국 내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서 그녀는 6.25에도 참전했다. 전쟁이 끝나고 두 여성의 집에 살아 남은 남자는 없었다. 남자 없는 가정을 그녀들이 책임졌다. 쓰러진 가정을 끝까지 지킨 것은 여성이었다. 인간사 세옹지마라 했던가! 두여성은 마음좋은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여성은 역사의 피해자만은 아니었다. 시대의 고통에 맞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강인한 존재였다. 두 여성의 삶에서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강인한 민초의 힘을 느꼈다. 

  이 책에는 두명의 예술인 여성도 등장한다. 걸출한 행위예술로 안기부도 제압한 박의순과 불교를 예술로 승화시킨 선무를 통해서 세계적인 춤꾼이 된 이선옥의 아름다운 삶이 등장한다. 박의순은 박종철 추모제와 9일장 사건으로 유명한 박의순은 남편을 설득해서 자신의 소극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6월 항쟁의 들불이 타오르는 그 시기에 박종철 추모제와 9일장을 해냈다. 보통의 남자도 안기부라하면 벌벌 떨던 그때에 그녀는 안기부요원에게 시원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욕설은 폭력과 모욕의 용어가 아니었다. 힘없는 민초들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녀의 욕설에 수많은 사람이 카타르 시스를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이선옥은 6.25 전쟁중에서 탁월한 춤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춤을 배웠다.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의 미를 동양의 불교 사상에 접목시켜 선무를 완성했다. 그녀가 세계적인 무용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혼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여인의 남편은 달랐다. 한명은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면, 한명은 그녀가 걷어차버렸다. 비슷하면서도 전혀다른 두예술가의 발랄한 삶이 아름답다.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삶을 살다간 여인은 일본군 '위안부' 김수혜 할머니이다. 취직시켜준다는 꾐에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되었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해서 모진 고문을 당해야했던 여인! 일본군에게 자신의 자궁까지 탈취당해야했던 그녀는 다행히, 광복후에 착한 남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삶을 읽어 내려가면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과제가 한여인들의 삶의 무게를 짖누르고 있다는 현실에 갑갑함이 밀려왔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일곱명의 여인들의 삶이 곧 우리 근현대사였다.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한 여인의 삶이 이렇게 기구할 수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 시대와 사회에 도전하며 살아간 그녀들의 삶이 아름다웠다. 그녀들은 단순한 역사의 희생자가 아니었다. 역사의 개척자이면서 운명과 맞서 싸운 투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전 -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을 벌기 위해 정처없이 올라탄 기차
며칠 후 저녁 먹고 설거지까지 해놓은 후에 갑숙이네 점방으로갔다.
"일본 남자 둘이 이미 와 앉아 있데요. 낯선 처녀들도 두 명더 있고, 일본 남자 중 하나는 순사 옷을 입었데요. 점방 주인 남자가 차비는 자기가 대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해요. 집에다는 말 - P100

하지 말고 그냥 가서 나중에 편지로 알리라고 갑숙이가 했던 말을 또 하데요. 입던 옷 입은 채로 신던 신발 채로 그날 밤에 배를탔네요. 내가 머저리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나요. 어디 기차역이 있는 곳에 내리니 우리 말고 처녀들 네 명이 더 있데요.
꺼먼 무명치마에 흰 저고리를 뻘쭘하니 차려입고…………외출한다고 벌건 댕기도 들였데요. 차림새만 봐도 숭악한 촌에서 데려온처녀들인 줄 알겠데요. 지금 생각하면 거게가 아마 포항쯤 된거같소." - P101

"일본 군인 놈이 불로 지진 거요. 화로 속에 꽂는 인두로, 3년만임무를 완수하라니. 3년을 무슨 재간으로 버티겠소? 앞이 캄캄합데다. 1년이 안가 뼈가 다 녹아불 것 같았소. 온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가 허깨비가 될 거 같앴소. 그래서 도망을 쳤어요. 내가 간이 커요. 어려서부터 담대했어요. 포항에서 같이 갔던 여자 셋을 꼬였어요. 여기서 죽느니 나가서 죽자, 중국 시골로 달아나서 농사지으면서 살자. 그렇게 탈출을 주도했어요. 도망치다 붙잡혀서 맞아 죽는 것을 본 적 있소. 그래도 못 견디겠데요. 한밤중에 문지기가 조는 틈을 타서 대문을 빠져 나왔어요. 잡혀간 게 시월이고 도망칠때는 간지 서너 달 후니까 섣달쯤 됐을 거 같네요"
- P105

"위안소의 주인은 계급이 높은 일본 군인이었소. 그 마누라는 모르긴 해도 조선 여자인 것 같앴소. 조선말을 썩 잘했소. 한쉰은 됐으까. 옷은 대개 몸뻬바지를 입었소. 옷이야 아무래도 좋았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소. 머리는 다 단발이었고 화장품은..……분 한 통씩을 나눠준 것 같소. 그러나 그걸발라 단장하는 여자들은 못 봤어요. 다들 죽지 못해 사는 거지살려고 사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으니까……군인들은 하루 열댓명씩 들어왔소. 방 앞에 죽 줄을 서 있지. 반시간씩 있다 가요.
시간 되면 바깥에서 종을 칩니다."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팩트풀니스 (50만 부 뉴에디션)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와이 카우아이섬에는 Kauaʻi ʻōʻō (카우아이 오오새)의 목소리가 너무도 아름다웠다고한다. 카우아이 오오새가 멸종위기에 몰리면서 암컷이 사라졌다. 홀로 남은 수컷 카우아이 오오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암컷을 부르며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생을 마감했다. '팩트풀니스'의 대표저자 한스 로슬링은 카우아이섬의 카우아이 오오새와 같은 존재이다. 세계 보건 교수로서 지구상에 의료 취약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젊음을 불살랐다. 그러나, 눈앞의 한명의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함을 그는 깨달았다. 그래서 통계학을 이용해서, 의학과 농업, 가난, 경제 발전,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는 암 판정을 받았다.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남은 생의 에너지를 남겨진 인류를 위해서 '팩트플니스'를 집필하는데 쏟았다.


    한스 로슬링은 우리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10가지 본능으로 설명한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본능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이글을 읽는 모두가 이 본능에 대해서 안다면 보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밝아질 것이다. 

  가장 먼저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은 '간극본능'이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사이에는 수많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무시한채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외모를 평가할 때, 예쁘다와 못생겼다는 두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보다는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이 앞도적으로 많은데도 말이다. 예쁘지 않다는 말이 못생겼다는 말과 같은말이 아닌데도, 우리는 예쁘지 않다는 말을 못생겼다는 말로 이해한다. 예쁘지 않은 존재는 평범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두번째 부정본능도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보아야 지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역사학을 배우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려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사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서 우리 현실을 비판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매우 지적으로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매일매일의 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식보다는 커다란 사고나, 재앙, 부정 부패를 고발하는 뉴스가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대학교생 시절, 동양중세사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신문기사만 보면 한국 사회는 망하기 일보직전으로 보인다. 뉴스로 우리 현실을 100%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사료를 볼때, 그 사료만으로 역사를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대한민국 뉴스가 대한민국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다. 그 속에는 뉴스에 나올 수 없는 너무도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이 있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우리의 일상이 우리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그래서 한스 로슬링은 이렇게 말한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117쪽)


  세번째 본능은 직선본능과 운명 본능이다. 한스 로슬링은 '직선이라 단정하지 마라'라고 조언한다. 이 추세가 그래프상에 직선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추측은 너무도 단순한 생각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직선본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여년전, 대학교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중국의 가능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는 중국에 다녀왔고 나는 중국을 책으로만 알았다. 친구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기에는 아직 멀었다. 화장실에 가면 상반신이 다 보이며, 낙후한 중국 구석구석의 일화를 쏟아냈다. 반면 나는 중국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했다.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고 미국과 패권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이 '너도 중국에 갔다와야해'라는 말을 연거푸했다. 친구는 중국의 현재를 말했고, 나는 중국의 미래 가능성을 말했다. 현재만 보는 친구를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우리를 추월했고,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 나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현재의 상태가 직선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직선본능을 가진 그 친구는 그때 나와 한말을 기억할까? 역사의 상수는 변화와 적응인데, 친구는 이를 배우지 못했다. 

  맬더스의 인구론도 직선본능을 극복하지 못한 이론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빈민가 사람들에게 소독을 하고 먹을 것을 주는 것은 인구문제를 악화시켜 종국에는 인류의 파멸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에 대해서 한스 로슬링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의 생존율이 높아지면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할 필요가 없어지면, 여성이 교육받고 정보를 얻어 피임할 수 있으면, 문화와 종교에 상관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 자녀를 적게 낳아 제대로 교육할 꿈을 꾸기 시작한다."(140쪽)


  직선본능은 운명본능과 접점이 있다.  저개발국은 항상 저개발에 머물고, 못사는 사람들은 항상 많은 아이를 낳으려하며,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녀를 많이 낳을 것이라는 운명적 본능과 직선적 본능을 한스 로슬링은 한번에 깨주었다. 맬더스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이 교육을 받고 직장을 갖게 된다면 자연히 출산율은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문화도 변하며, 종교도 그 변화를 가로막지 못한다. 매일의 조그만 변화가 쌓이면 엄청난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단순한 직선적 사고로 인구위기를 예견했고,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포장했다. 자신이 설정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 극단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한스 로슬링은 맬더스론자들에게 멋진 한방을 날렸다. 직선본능에서, 운명본능에서 탈피하라고....

  네번째 본능은 일반화 본능이다. 한스 로슬링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이 책에서 솔직히 털어 놓았다. 아기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 아기를 엎드려 자게 무수히 노력했던 그가, 사실은 아기 돌연사를 높이는 행동이었다. 6.25 전쟁 시기, 의식을 잃은 병사를 엎드려 있도록했더니 똑바로 누운 군인보다 살 확률이 높아졌다. 이를 성급하게 일반화하여 아기에게 적용했다. 아기의 돌연사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높아지는데도 많은 의사들은 아기를 엎드려 자도록하는 것이 돌연사를 줄인다고 믿었다. 너무 많은 댓가를 치루고 나서야 아기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는 똑바로 뉘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우리도 그러하지 않은가? 내가 아는 지식으로, 선의로 한 일이 치명적인 잘못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우리는 겸손하게 받아들여야한다. 비슷한 경험을 나도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치주염이 심하다는 말을 하자. 어머니는 "그래, 그래서 무릎이 아팠어."라고 말했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치주염과 무릎이 아픈 것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의외의 말을 하셨다.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학저널에 치주염이 핏속을 떠돌다가 신경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이드신 분들은 너무도 최신 의학과 거리먼 분이기에 과학적이지 않은 말들을 잘한다는 과잉 일반화가 나의 어리석음을 심화시켰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한다. 우리도 틀릴 수 있다. 

  다섯번째 단일관점 본능이다. 망치를 든자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우리는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해야한다. 대학시절, 하나의 키워드로, 하나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지식인이 멋있어 보였다. 80년대 학번은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며, 마르크스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고, 90년대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쓸면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삶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은 능력본위, 승자독식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젊은 층에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하나의 이념이 세계를 뒤흔들었고, 그 이념이 수많은 사람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던 적이 있다. 이념 때문에 우리는 같은 민족이 서로의 가슴에 총뿌리를 겨누지 않았던가! 명쾌하게 하나의 이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역사를 통해서 이제는 깨달아야하는데도 우리는 단일 관점 본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적인 사람은 애매한 것을 견디는 자라는 말이 있다. 양도일단의 명쾌한 설명보다는 다소 복잡하지만, 다소 명쾌하지 않지만 시간을 갖고 숙고하며 신중히 세상을 바라보아야한다. 

   한스 로슬링의 모든 견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한스 로슬링은 공포본능을 말하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예로 든다. 방사능 때문에 사망했다는 보고는 없다. 그런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탈출 과정에서 1600명이 사망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능 공포였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스 로슬링의 주장에 강한 반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스 로슬링은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서 남한 크기 정도의 일본 국토가 고농도 오염지역이 되었으며, 제염작업에 엄청난 비용이 들고, 장기적으로 암발생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초음파 기술의 발달로 기형아를 태아 상태에서 발견해서 낙태시키는 현실을 말하고 있지 않고 있다. 방사능과 죽음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하기는 힘들다.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피해를 덮기 위해서 언론의 자유도 억압하는 상태에서 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도없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 사실만을 떼어다가 자신의 유리한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한스 로스링도 100퍼센트 '팩트풀니스(Fact Fullness)'하지는 않다. 그도 인간이니까...


  총 10개의 본능을 살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식은 끊임없이 신선하게 유지해야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식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듯이, 지식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갈 수록 지식의 유통기한을 더욱 짧아지고 있다. 세상을 밝게 보기 위해서는 나의 지식을 신선하게 유지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한스 로슬링은 이 책의 원고 검토를 마치고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책을 마무리했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암컷을 부르다 쓰러진 카우아이 오오새는 아름다운 새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스 로슬링은 인류를 위해서 '팩트플니스'라는 아름다운 책을 남겼다. 카우아이 오오새는 존재하지 않는 암컷을 위해서 울었지만, 한스 로슬링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해야하는 인류를 위해서 이책을 남겼다. '팩트 플니스'가 슬픈 카우아이 오오새의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프로스 분단과 통일 방안
한명섭 외 지음 / 좋은땅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키프로스는 분단된 섬이다. 두개의 나라가 있다. 보통 '분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통일'이라는 과제를 생각한다. 분단된 한반도를 말하면 통일이라는 당연한 과제를 떠올리듯이 말이다. 그리고 '통일'을 떠올릴때 같은 민족 혹은 같은 종교를 가진 공동체의 하나됨을 떠올린다. 그러나, 키프로스는 종교도 민족도 같지 않은 그리스계 키프로스인과 튀르키예계 키프로스인으로 구성되어있다. 차라리 분리되어 각각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보인는데 키프로스인들은 왜? 통일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남북 키프로스의 교류와 협력 상황을 본다면, 남한과 북한의 상황보다 통일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생각이든다. 통일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견을 좁이려 노력하는 그들이 낯설어보인다. 이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은 그들은 왜? 통일을 원하고 있는가이다. 같은 민족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한반도의 분단국가들 조차도 통일을 원치않는 비율이 높아져 가고 있다.   

  저자는 나의 의문에 답하기라도하듯이 남북 키프로스가 통일을 원하는 이유 21가지를 정리해놓았다. 그들이 말하는 통일의 당위성도 나의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다. 키프로스는 분단되기에는 너무 작다는 것이 통일의 첫번째 이유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남키로스는 그리스에, 북키프로스는 튀르키예에 합병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종교와 민족이 같은 그리스와 튀르키에예 합병된다면 통일 키프로스보다도 더 큰 나라에 남북키프로스가 속하게된다. 

  관광산업의 발달, 부동산 산업의 호황, 키프로스가 물류의 중심으로, 교육분야의 허브로 일어설 것이라는 경제적 이유도 통일의 열망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통일 후에 다시 붉어질 그리스계와 튀르키예계 크프로스인의 갈등과 대립이 과연 경제적 이익을 온젼히 가져올 수 있을까? 

  민족이라는 가치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키프로스의 통일 당위성을 쉽게 찾아내기 힘들다. 아니, 인도와 파키스탄 처럼 분리독립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같은 문화와 종교, 민족도 아닌 키프로스인들이 통일을 바라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같은 언어와 역사를 공유한 한반도의 사람들이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키프로스 분단과 통일 방안'이라는 책은 통일에 대한 희망과 교훈을 얻으려는 당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무엇이 통일을 이루려는 열망을 불러 일으키는가?라는 화두를 나에게 던져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