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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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인공지능 딥시크가 뉴스를 강타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고 있다. '창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할일은 무엇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민을 했다. 학력고사보다는 우월한 평가인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한계점이 노정되면서 나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더 이상 지식을 암기하는 학생은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질문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기에 지금 우리 교육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은 바칼로레아이다. 바칼로레아를 우리 학교 현장에 접목시킬 단초를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에서 찾아보자.

  바칼로레아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비슷하지만, 단답형이 아니라 논술형이라는 특징이 있다. 논술형은 자유로운 사고를 측정하는 도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 사카모토 다카시는 '당연함을 의심하기 위한 틀을 가르치는 철학교육'이라고 말한다. 축구경기에 규칙이 있고 제한된 경기장에서 축구가 진해되지만 매 경기는 똑같은 경기는 없다. 마찬가지다. 바칼로레아에는 '틀'을 제시한다. 그 틀에 맞추어 논술을 해야한다. 

  이점이 나에게 신선했다. 나도 '토론 연계 논술 수업'을 한다. 수행평가로 총3차시에 걸쳐 진행하는 토론 연계 논술 수업은 토론 2시간 이후에 1시간 논술로 진행한다. 토론 2시간은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록하고, 논술 1시간은 수행평가 20% 반영한다. 채점을 해야하기에 서론-본론-결로에 철저한 논술 규정을 두었다. 그러면서도 창의적 논술을 평가를 위해서 제한한다는 남모를 죄책감(?)이 있었다. 그런데, 논술 규정은 창의적 논술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논술을 위한 규칙이었다. 바칼로레아는 멀리있는 평가방식이 아니었다. 내가 추구하고 진행하고 있는 수행평가 방식과 유사했다.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에서 나의 수업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언은 '문제의 형태를 분석하라'(66-67쪽)에서 제시한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 분석이었다. 


1. 가능성에 대한 질문: ~는 가능한가, ~할 수 있는가

예)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2. 권리에 대한 질문: ~해도 되는가, ~는 허용될 수 있는가

예) 정의로운 사람은 법을 어겨도 되는가?

3. 의무, 또는 필연성에 대한 질문: ~해야만하는가

예) 아름다움과 진리를 분리해야만 하는가?

4. 어떤 하나의 조건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조건인가에 대해 묻는 질문: ~는 충분한가

예) 다른 이를 존경하기 위해서는 예의 바른 것만으로 충분한가?

5. 어떤 설명이 옳은지를 묻는 질문: ~는 진실인가, ~가 맞는가

예) 인간은 자신에게 맞는 정부만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진실인가?

6. 예, 아니요'의 형태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

예) 예술가는 자기 작품의 가장 좋은 해설가인가?

7. 문제 중에 선택지가 제시되는 문제

예) 종교는 인간을 단결시키는가, 아니면 분열시키는가?

8. '무엇, 누구, 어떻게, 왜'가 포함된 질문

예)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니 알 수 있는가?

    왜 역사의 의미를 탐구해야 하는가?

    언어가 우리에게 생각함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토론수업 말미에 학생들에게 토론을 기반으로 더 좋은 질문을 만들어 보라고 안내한다. 탁월한 질문을 만드는 학생도 있지만, 때로는 아쉬울 때가 많다. 더 좋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안내해줄 수 있다면 수업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는 아쉬움 말이다. 그 힌트가 사카모토 다카ㅣ가 제시한 바칼로레아 문제 형태 분석이다. 이를 역으로 문제를 만드는 유형으로 안내할 수있다. 

  가브리엘 마르셀은 '기술이 진보하는 만큼, 사색은 점차 후퇴한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생각하는 인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든다. 단순히 직업을 인공지능에게 빼앗기는 것ㅇ에서, 생각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든다. 영화'매트릭스' 처럼 인간은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세계에서 환락을 즐기며 인공지능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불행한 세상이 가까워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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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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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에서 마비되어 감각을 느끼지 못할때 '불인(不仁)하다'라고 한다. 그래서 공자는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은 '인하다'라고 했다. 저자 김승섭이 임상의가 아닌 보건학자의 길을 선택한 것은 삶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구하고 싶은 그의 인함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약을 처방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의 병리를 파헤처 구조적 치료를 하려하는 김승섭이 이번에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출간했다. 인한 사람 김승섭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자 김승섭이 우리에게 들려준 여러 이야기 중에서 나는 LGBT에 대한 그의 관심에 눈길이 솔렸다. 특히,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에 대한 언급을 김승섭은 자주하였다. 게이나 레즈비언,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은 그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불인정과 차별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 차별 철폐를 위해서 김승섭은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김승섭은 윌리엄스의 말을 제시했다. 


  "TV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을 매우 매력적으로 그릴 때, 동성애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77쪽


  드라마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이 등장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그들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것을 우리 사회는 인정할 수 있을까? 아마도 드라마가 성적 정체성이 아직 확고회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성적 정체성을 해치는 드라마를 만들었다며 비난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저자 김승섭은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일고 있는 변화에도 주목한다. 보스턴 파인아트 뮤지엄의 여성  화장실 표지판에 '스스로 규정(self-identified) 이라는 표시', '우리는 트랜스젠더인 당신을 환영한다.'라는 메시지를 비롯한 미국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성에 대한 열린 교육을 앞서가는 미국의 사례로 제시한다. 이에 비해서 한국의 상황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2025년 지금 미국은 어떠한가?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고 정치적 올바름을 미국 사회 각분야에 정착시키려했던 진보세력은 보수세력의 강한 반감을 가져왔다. 민주당원이었던 일런 머스크는 자신의 아들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자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급격한 좌클릭이 강한 반발을 일으켜 기존의 진보를 되돌렸다. 물론, 역사는 진보와 반동의 주고 받음 속에서 발전한다. 

  그렇다면, 강한 반동을 최소화 시키면서도 LGBT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저자 김승섭은 코리건의 인터뷰에서 암시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말을 하기 시작하면 훨씬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낙인을 줄이려는 교육이나 캠페인 낙인을 줄이려는 교육이나 캠페인에 돈을 쓰기 보다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지원해야한다." -88쪽


  제3자의 개입보다는 당사자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낙인과 차별은 줄어든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피해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고 응원을 해주는 것이다. LGBT가 사회에 숨어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피해서 은둔하며 살아간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없다.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대항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들의 언어로 말할 때 우리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 방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자를 위해서 우리가 문을 부술수는 없다. 그것은 더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물론, LGBT에게는 엄청난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에 내리 꽂힌 글귀가 있다. 

 

  "자신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모인 '합리적인' 사회만이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지요"-47쪽


  자신이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섬세한 배려를 해야한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사람도 자신은 정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일으킨자들도 그들 무리 속에서는 정상이고 합리적이라 믿는다. '정의로운' 우리들 조차도 누군가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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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 시대를 앞서간 통찰
임용한 지음 / 뮤즈의언덕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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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이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저자 임용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사실은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우처주는 역사학자이다.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서 그를 만났다. 그의 탁월한 식견에 감탄할때가 많았다. 그의 책 '시대를 앞서간 통찰 박제가'라는 책도 그의 탁견을 듣고 싶어서 꺼내들었다. 그는 나에게 어떤 혜안을 선사할까?


  저자 임용한이 나에게 준 첫번째 혜안은 깊고 넓게 생각하고 탐구하라는 것이다. 흔히 가난한 실학자 이덕무의 이야기로 알려진 일화들이 당시 상황을 깊고 넓게 이해하고 나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덕무가 겨울에 너무 추워 잠에서 깨어났는데, 입김에 젖은 이불이 얼었을 정도의 매서운 추위로 얼어죽을 위기에 처혔다. 그때 이덕무는 책을 이불위에 덮어 이 위기를 넘긴다. 또한 벽이 갈라져 황소바람이 들어오자, 책을 갈라진 틈 사이에 넣어 매서운 황소바람을 막았다. 쌀이 떨어지자 이덕무는 '맹자'를 팔아 밥해먹고, 유득공은 '좌씨전'을 팔아 술을 사서 친구와 나눠 마셨다. 가슴 아픈 가난한 선비의 이야기로 이해되지 않는가? 정민교수의 '미쳐야미친다'라는 책에서 이 이야기를 일고 가슴 아팟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저자 임용한은 반론을 제기한다. 조선시대의 생산력을 고려할 때 그들은 가난한 선비가 아니었다고 한다. 중농억상정책으로 인해서 상공업이 발전하지 않았으며, 농업생산력도 낮았기 때문에 하루 세끼를 모두 먹는 것은 궁궐의 관리나 최고 부자들 밖에 없었다. 도로와 수레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물자의 유통이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물자의 부족에 시달렸다. 온돌이 조선후기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자 인구 20만이 넘는 수도 한양주변의 산은 민둥산이 되었다. 이덕무도 극빈층이라기 보다는 상층에 해당하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책이라는 것이 당시에는 고가품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생산력이 낮고 물자 유통이 잘되지 않아 출세해도 가난을 떨쳐낼 수 없었던 조선의 상황을 이해하자, 단편적 지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다. 정약용이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넓고 깊게 배워라'라고 충고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의 단편적 사실을 판단하면 당시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편견을 얻게 된다. 과거에 대한 상식이 없으니 얕은 지식이 편견을 더 단단하게 할 뿐이다. 

  임용한이 나에게 준 두번째 혜안은 모두의 상식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청나라를 원수의 나라로 기억한다. 정묘호란, 병자호란의 치욕을 떠올리며 남한 산성에서 추위에 떨었던 조선 병사를 상상한다. 포로로 끌려가는 조선 백성의 울부짖음을 기억한다. 그런데, 저자 임용한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조선이 국부의 증진을 도외시하고 국방비조차 댈수 없는 가난한 농본주의에 안주하며 태평하게 살았던 것은 청나라로 인해 중국과 만주가 안정되었고,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의 불간섭주의로 조선이 전쟁의 걱정을 잊고 살수 있었던 탓이다. 조선은 청나라라는 그렇게 무시하고 비웃었지만 사실은 청제국이 제공한 평화의 최대 수혜자였다."-317쪽


  고구려 제국의 후예가 어찌하여 스스로의 국방도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까?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고서도 소중화를 외치며 북벌을 울부짖는 조선왕조의 정신승리가 가련하다. 그런데, 문약한 조선왕조가 병자호란 이후 200여년 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이 오랑캐라 멸시했던 청나라의 평화덕분이었다. 청에게 치욕을 당하고 많은 조공품을 바쳐야했던 조선을 상상했던 나에게 그것이 편견이라는 사실을 임용한은 깨우쳐주었다. 청제국의 평화가 없었다면 가난한 조선은 존속할 수 있었을까? 성리학에 심취하여 농본억상정책을 추진한 댓가는 모든 백성의 절대 빈곤화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외부의 침략을 물리칠 수 없을 정도의 군사력을 가질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정도 군사력을 지탱할 경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성리학자들은 오히려 청제국의 평화를 고마워해야하지 않을까?


  '시대를 앞서 간 통찰 박제가'를 덮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지식의 깊이를 더 깊고 넓게하고, 나의 편견을 벗어 던지게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책을 읽은 후의 기쁨이 깊어졌다. 내가 알고 있었던 조선에 대한 상식이 사실은 편견이었다는 진실을 마주했을때 더 넓은 역사의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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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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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한국인이기에 이제는 그녀의 책은 교양이 되었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를 읽지 않고 어찌 한국의 교양인이라 할 수있을까? 그래서 이번 겨울에 그녀의 책을 읽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채식주의자'를 읽음으로써 나의 목표는 절반 이상 달성했다. 책을 읽었으되,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책을 안읽은 것과 같다. '채식주의자'를 이해한다면 이번 겨울 그녀의 책을 읽기로 한 나의 목표는 완수된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를 이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주인공 영혜를 중심으로 남편, 형부, 언니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진술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년이 온다'에서 사용된 서술 방식과 비슷하다. 동호를 비롯해서 다양한 주인공들이 다양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술한다. '소년이 온다'를 읽을때 큰따옴표(" ")를 사용하지 않는 한강작가의 서술방식에 이질감을 갖았다. 학교에서 사람들의 대화는 큰따옴표를 해서 표시하라고 배웠다. 그런데, 한강 작가는 이를 사쁜히 무시한다. '채식주의자'는 어떻게 했을까? 

  사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라는 3편의 단편을 하나로 묶어 출간한 책이다. 불교의 화엄 사상처럼, 나누어도 하나의 작품이 되고, 합쳐도 하나의 작품이된다. 물론, 세편의 단편소설을 합친 '채식주의자'가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에서는 큰따옴표를 사용했다. 그런데, 나무 불꽃 부터는 큰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강작가는 채식주의자를 쓰면서 작가로서의 역량이 원숙해져갔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이러한 그녀의 성장은 '소년이 온다'라는 탁월한 작품을 배출한다. 

  '채식주의자'가 개인적인 감정과 사회적 억압의 질서에 대한 개인의 자유로운 일탈을 원하는 내용이라면, '소년이 온다'에서 시작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억압에 짖눌린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직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작품에서 4.3 사건과 보도연맹 학살 사건으로 시간과 공간의 폭을 넓힌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때문이다. 개인에서 시작된 고통에 대한 직면을 사회와 역사로 까지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작별하지 않는다', 그 다음 작품은 어떠한 작품일까? 공간적, 시간적으로 확장하는 그녀의 다음 작품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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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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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일은 글쓰는 재주가 좋다. 글의 필력을 배우고 싶어서 그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의 왠만한 책들을 거의 읽은듯하다. 소설을 읽는 듯한 그의 흡입력 있는 글솜씨는 절로 감탄이 나온다. 

 고금통의1의 전반부가 그가 주장하던 역사적 주장들을 단신으로 써 놓은 것이 많았다. 뒤로 갈수록 이전 이덕일의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글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깊은 역사적 고민을 하게하는 책은 아니다. 역사 단신으로 잠깐 잠깐 역사를 접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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