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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정관 지음, 후남 셀만 글, 양혜영 옮김, 베로니크 회거 사진 / 윌북 / 2025년 4월
평점 :

《정관스님 나의 음식》은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요리 명장, 정관스님의 첫 번째 에세이다. 정관스님은 17살에 출가한 후 지금까지 50여년 동안 수행을 하셨고, 수행기간 동안 불가의 교리와 사찰음식을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해오셨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전 세계 셰프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에게 수여하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아이콘 어워드’의 수상자로 선정되셨고, 2022년 대한불교조계종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사찰음식 명장’을 칭호를 수여받았다.
“저는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입니다.” (p. 64)
2017년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셰프의 테이블〉 출연은 정관스님과 스님의 음식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정관스님을 ‘철학자 셰프’라 소개했고,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스님이 계신 천진암으로 가야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후 매해 세계 각지에서 수백 명의 방문객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스님의 음식을 맛보고, 배우기 위해 천진암을 찾고 있다.
“각각의 식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지, 언제 어떤 맛이 나며, 언제 수확하는 게 가장 좋은지를 꼼꼼히 알아야 하지요. 그래야 부드럽거나 질기고, 달거나 쓴 맛을 내는 식재료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어요.” (p. 57)
《정관스님 나의 음식》에는 하나의 음식이 그릇에 담기기까지 자연과 식재료를 바라보는 시선과 삶에 대한 철학들이 담겨있고, 이는 사계절 레시피 58개와 정갈한 사진들을 통해서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독자들에게는 한장 한장의 페이지가 축복이고 기쁨이 된다. 또한, 이 책은 정관스님이 한땀 한땀 집필한 레시피를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스님의 시그니처 음식인 ‘표고버섯 조청 조림’부터 여름 토마토장아찌, 가을 우엉 고추장 양념구이, 스님이 자기 음식의 비결로 꼽는 각종 양념장과 청 담그는 방법까지 정관스님의 요리세계를 체험할 수 있고 또한, 자연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며 각 계절에 가장 영양가가 풍부한 채소를 배우고, 식재료 고유의 맛과 풍미를 살리며 음식에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법도 만날 수 있다.
"음식을 하는 것은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입니다. 인생처럼 음식도 현재에 집중하고, 손짓 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계속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낼 때 좋아집니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몸과 마음에 약이 되지요. 많이 먹을 필요도 없어요. 넘치지 않아도 풍요롭습니다." - 정관스님 지은이의 말 中에서 -
정관스님은 사찰음식의 명장답게 자극적인 맛 보다는 제철 식재료를 귀하게 여기며 고유의 맛을 극대화하는 음식을 만든다. 직접 담근 장과 청, 김치나 장아찌 등 다양한 발효음식들은 스님 음식의 핵심이다. 하지만 정관스님의 음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음식과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관스님 나의 음식》을 통해 정관스님의 인간적인 이야기와 깊은 의미가 담긴 사찰음식 레시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행복하고 마음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정관스님은 백양사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며 많은 사람과 직접 만나 음식을 통해 소통하고 마음을 공유하는 일에 힘쓰시고 있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책을 통해 느낀 ‘깨달음을 주는 음식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스님의 음식 철학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