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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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 간부이기 이전에 조국의 독립을 열망하는 조선인이었던 그녀는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다. 우리는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 내디딘 열세 걸음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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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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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엄마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삶에 행복이 깃들길...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같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나를 포함한 두번째 사람들의 서툰 노력들도 빛을 발할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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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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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낄 때 권여선의 소설을 읽는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 혹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조차 알 수 없어서 우리는 권여선의 소설을 찾고 위로를 받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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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육체만큼 중요하지 않아. 영혼은 영원해. 영혼을 사랑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육체는 시드는걸…” – 폴 베를렌느, 영화 토탈 이클립스 中에서 –

 

오메르타 작가의 <토탈 이클립스>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개기일식처럼 찰나의 순간 동안 두 명의 연인이 경험하는 생의 절정이자 마지막을 잘 묘사하고 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지수와 형사인 혜인은 체형과 발 사이즈, 성격까지 잘 맞는 천생연분 커플이다. 혜인은 형사지만 칼하트 같은 헤비 듀티 의류를 거부하고 지수의 슬랙스와 실크 블라우스를 탐내곤 하는 패션 피플이다. 연인 지수에게 입버릇 처럼 말하곤 하는 대사에 혜인의 캐릭터와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자기야, 나는 퓨리오사가 아니라 로레인 브로튼이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 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캐릭터들이 미친듯한 속도감으로 질주하는 영화다. 그 중에서도 퓨리오사는 그 어떤 영화 속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여성 사령관으로 등장한다. 빡빡 민 머리와 검게 칠한 두 눈, 장애를 가졌지만 한쪽 팔 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퓨리오사는 새로운 형태의 여전사의 전형이다.

 

 

반면 퓨리오사를 연기했던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아토믹 블론드>에서 새롭게 분한 로레인 브로튼은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격투술을 가진 스파이이다. 몇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퓨리오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로레인 브로튼은 <아토믹 블론드>라는 영화제목처럼 금발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혜인이에게 물었다.

“자기야, 글쎄, 나는 퓨리오사가 아니라…”

“로레인 브로튼이지.”

우리는 제일 예쁜 옷을 차려입고 옥상에 올라갔다. 날씨에 비해 터무니 없이 얇지만 무슨 상관인가.

 

원고지 51매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잘 형성된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을 차용하여 인물을 효과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토탈 이클립스>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세상의 종말 속에서 두 연인이 그들만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세상의 끝을 다루고 있지만 분위기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등장인물의 귀엽고 통통 튀는 성격과 두 연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케미는 소설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만든다. 세상의 종말과 연인의 마지막을 다루는 소설의 엔딩부분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길…로레인 브로튼과 그녀의 매니저(?)이자 연인인 지수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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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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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켄리우의 <종이 동물원>을 처음 접했을때의 감동과 놀라움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SF (science Fiction)가 그리는 미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와 동떨어진, 혁신적이고 잠재적인 결과를 탐구하여 어쩌면 미래의 언젠가 도달할지도 모를 공상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SF가 그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은 그 아득한 시간의 간극이 걷어내고 보면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언젠가 우리는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한 누군가와, 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누군가와 공존하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을 걷어내고 바라보면 저마다가 직면한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똑같은 인간만이 남는 것이다.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나가는 삶의 원형은 현재의 삶이나 미래의 삶이나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내가 켄리우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을 읽고 느낀 것은 이것이었다. SF가 이렇게 따뜻하고 감동적일 수 있다니...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은 타인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그물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이다.”

"피치 못할 운명과 마주쳤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적응하는 것뿐입니다."

- 종이 동물원 中 -

<종이 동물원>에서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켄 리우의 소설집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의 출간 소식이 들려와서 너무 기뼜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는 켄 리우의 '한국판 오리지널' SF 단편집이다. '한국판 오리지널'이라 칭한 이유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함께 묶인 적이 없는 켄리우 작가의 미출간 단편 중 12편을 엄선하여 엮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카르타고의 장미>와 스페인 이그노투스 상 수상작 <사랑의 알고리즘>, 한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진 <매듭 묶기>, 저자가 특별히 아끼는 시리즈라고 밝힌 <싱귤래리티 3부작> 등 총 12편의 작품이 본 단편집에 한데 묶였다. 작품들은 모두 시간과 공간, 차원을 초월하여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12가지 이야기 중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는 이야기가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단편은 <내 어머니의 기억>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집 <종이 동물원>에서 표제작인 '종이 동물원'을 가장 감동 깊게 읽었었다. <내 어머니의 기억>은 단편집 중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짧은 단편이지만 제목에서부터 '종이 동물원'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읽었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내 어머니의 기억>을 읽으며 예전 알쓸신잡을 보면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박사의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삶에 관한 토론이 떠올랐다. 불치병에 걸린 인간이 치료를 위해 냉동인간이 되어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먼 미래의 어느 날 깨어나 살아가는 것에 관한 토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하는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그와 비슷한 선택을 한 어머니에게 마음이 갔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에서 작가는 시공간이 다른 12개의 독자적 세계를 제시하며,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작가의 말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제가 쓴 책을 펼쳐 주신 한국의 모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가 외국어로 번역되어 머나먼 나라에 사는 수많은 독자들의 손에서 또 다른 삶을 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서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그의 말처럼 인간은 유일하게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통해 서로 소동하고 그로 인해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 아닐까? 변하지 않은 사실은 켄리우 그의 소설은 여전히 인간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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