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5.23.

다듬읽기 215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마음산책

 2011.10.5.



  《뭐라도 되겠지》(김중혁, 마음산책, 2011)를 쓴 분은 ‘무뚝뚝하게(감정을 없애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 밝히지만, “마음이 없는 글그림”은 없습니다. ‘무뚝뚝’도 마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스로 ‘느낀’ 바가 있기에 글이나 그림으로 옮깁니다. 우리나라에서 글을 쓰는 숱한 분은 ‘무뚝뚝(감정 배제)’이라고 내세우면서 으레 한자말이나 영어나 옮김말씨나 일본말씨를 뒤섞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말로 수수하게 쓰자면 ‘느끼’거나 ‘바라본’ 바를 고스란히 담을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탓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글그림에는 느낌과 눈길과 마음이 깃들게 마련인 줄 제대로 헤아리는 손길로 쓰고 빚어야 비로소 ‘무뚝뚝’이라는 글그림도 제대로 나타내게 마련입니다. 꾸미는 글에는 꿈이 없습니다. 꾸미는 글에는 “가꾼 삶”이나 “일구는 살림”도 없습니다. 꾸미는 글에는 오직 허울과 껍데기만 있습니다.


ㅅㄴㄹ


약력도 길게 적혀 있다

→ 발자취도 길게 적힌다

→ 발걸음도 길다

11쪽


보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 보면 뿌듯하다

→ 보노라면 뿌듯하다

11쪽


이 일기는 젊은 시절의 고뇌와 허무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글에서 감정을 없애고 오로지 정보만을 전달하고 있으며

→ 이 하루글은 덧없이 끙끙댄 젊은날을 그리려고 마음을 지우고 오로지 줄거리만 담으며

→ 이 날적이는 그저 앓던 젊은때를 보이려고 무뚝뚝하게 오로지 줄거리만 들려주며

16쪽


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

→ 지나고 나면 늘 쪽팔린다

→ 어제를 보면 늘 쪽팔린다

→ 돌아보면 늘 쪽팔린다

17쪽


이름을 입력하면

→ 이름을 넣으면

→ 이름을 치면

→ 이름을 누르면

→ 이름을 대면

→ 이름을 말하면

→ 이름을 들면

19쪽


나의 외할아버지는

→ 울 엄마 할아버지는

→ 엄마 할아버지는

24쪽


내가 문학을 선택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 글을 고른 까닭도 마찬가지이다

→ 이와 마찬가지로 글꽃을 골랐다

→ 이 때문에 글길을 갔다

→ 이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60쪽


가장 적게 먹는 사람도 하나의 단위가 될 수 있겠고

→ 가장 적게 먹는 사람도 하나일 수 있고

→ 가장 적게 먹는 사람도 하나치일 수 있고

97쪽


이제는 명절의 풍경도 달라질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 이제는 가을잔치도 달라질 때가 아닌가 싶다

→ 이제는 설잔치도 달라질 때이지 싶다

110쪽


살다 보면 적을 만들게 된다.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게 아니다

→ 살다 보면 미운 사람이 있다. 밉고 싶어서 밉지 않다

→ 살다 보면 누가 미워한다. 미워하길 바라서 미워하지 않는다

111쪽


1년이라는 시간이 되돌아오는 게 좋은 이유는 새로운 걸 시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한 해가 돌아오면 새롭게 할 수 있어서 즐겁다

→ 새해가 오면 새롭게 펼 수 있어서 반갑다

124쪽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지도자가 사용하면 어쩔 거야

→ 사람들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우두머리가 쓰면 어쩔래

→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놈이 쓰면 어쩔래

141쪽


나처럼 산만한 사람들에 대한 글이 나온다

→ 나처럼 갈피 없는 사람을 다룬 글이 있다

→ 나처럼 어지러운 사람을 쓴 글이 나온다

156쪽


이제는 일종의 공식 같은 게 돼버렸다

→ 이제는 틀이 잡혔다

→ 이제는 길이 들었다

→ 이제는 판박이처럼 되었다

188쪽


그 편지에는 적발된 장소와 시간이 쓰여 있었다

→ 이 글에는 걸린 곳과 때를 쓴다

→ 이 글월에는 찍힌 곳과 때를 쓴다

→ 이 글에는 잡힌 곳과 때를 밝힌다

→ 이 글월에는 들킨 곳과 때를 적는다

202쪽


정색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 발끈하면 진다고 여겼다

→ 딱딱하면 진다고 보았다

→ 불끈하면 진다고 느꼈다

272쪽


지역적 농사 상황을 고려하여 더 재미있는 홀을 만들어 보세요

→ 곳마다 지음새를 살펴 더 재미나게 구멍을 파 보세요

→ 논밭살림을 헤아려 더 재미나게 굴을 파 보세요

287쪽


산이 없어지면 인간도 없어집니다

→ 메가 없으면 사람도 없습니다

→ 멧자락을 밀면 사람도 밀립니다

→ 멧갓을 없애면 사람도 죽습니다

296쪽


안내원의 설명을 듣자마자

→ 길잡이 말을 듣자마자

→ 알림이가 얘기하자마자

3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13 : 것 좋은 것


책을 늘리는 것은 좋은 책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 책을 늘리려면 알찬 책을 늘려야 한다

→ 빛나는 책을 늘려야 한다

→ 아름다운 책을 늘려야 한다

《다 함께 행복한 공공도서관》(신남희, 한티재, 2022) 57쪽


이 글월은 임자말을 “(무엇)하는 것”으로 잡고서, 풀이말도 “(무엇)하는 것”으로 잡습니다. 옮김말씨입니다. 앞자락은 “(무엇)하려면”으로 다듬고서, 뒷자락은 “(무엇)해야 한다”로 다듬습니다. 또는 단출하게 “책을 늘려야 한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좋다’는 “마음에 들다”를 가리킵니다. 어느 누구한테는 마음에 들어도, 다른 누구한테는 마음에 안 드는 책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알찬 책”이나 “빛나는 책”이나 “아름다운 책”이라고 손질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15 : -의 개성 -아 있 대체로 획일화의 경향성


아이들의 개성 있는 느낌이 살아 있지 못하고 대체로 획일화의 경향성을 보여주어서

→ 아이답게 살리지 못하고 거의 틀에 박힌 길이어서

→ 다 다른 아이가 살지 못하고 으레 뻔하게 치우쳐서

《글쓰기, 이 좋은 공부》(이오덕, 양철북, 2017) 356쪽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다릅니다. “다 다른” 결을 보아야 말이며 글이며 생각을 살립니다. 다 다른 결을 살릴 적에는 ‘아이답게’ 살아가는 길을 볼 테지요. 다 다르거나 아이다운 결을 안 살피니 “틀에 박히”거나 ‘뻔합’니다. 으레 판박이로 흐르니 빛이 사그라듭니다. 거의 딱딱하거나 굳거나 갇히기에 그만 외곬로 치우치거나 치닫습니다. ㅅㄴㄹ


개성(個性) :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

대체로(大體-) : 1. 요점만 말해서 2. 전체로 보아서. 또는 일반적으로

획일화(劃一化) : 모두가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게 됨. 또는 모두가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게 함

경향(傾向) : 1. 현상이나 사상, 행동 따위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짐 2. [심리] 일정한 자극에 대하여 일정한 반응을 보이는 유기체의 소질(素質). 또는 어떤 방향을 향한 긴장 상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17 : 지난 노력 에너지


그는 글쓰기에 지난한 노력과 에너지를 쏟았으며

→ 그는 글쓰기에 고되게 힘을 쏟았으며

→ 그는 고단할 만큼 글을 썼으며

→ 그는 고되도록 글을 썼으며

《서평의 언어》(메리케이 윌머스/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2) 9쪽


우리말이 아닌 그저 일본 한자말이라고 할 ‘지난하다(至難-)’입니다. 때로는 ‘어렵다·힘들다’로 고쳐쓸 노릇이되, 이 자리에서는 ‘고되게·고단히·고달프게’로 고쳐쓸 만합니다. 고되거나 고단하게 고달프게 “힘을 썼다”고 따로 밝힐 수 있고, 글쓰기 하나를 놓고서 들려주는 대목이기에 “고단할 만큼 글을 썼으며”나 “고되도록 글을 썼으며”로 더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지난하다(至難-) : 지극히 어렵다

노력(努力) :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에너지(energy) : 1. 인간이 활동하는 근원이 되는 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18 : 편찬자의 -ㅁ -어 있


편찬자의 즐거움은 어디에나 묻어 있다

→ 엮은이는 어디서나 즐거웠다

→ 엮은 내내 즐거운 듯하다

《서평의 언어》(메리케이 윌머스/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2) 67쪽


엮으면서 즐겁다고 합니다. 엮은 내내 즐거워서, 어느 곳을 보든 이 기운이 흐른다고 합니다. “-의 즐거움”은 일본말씨입니다. 옮김말씨를 흉내낸 일본말씨예요. “묻어 있다”는 “묻었다”나 “있다”로 손볼 대목인데, “즐거움이 묻었다”나 “즐거움이 있다”도 영 엉성합니다. “즐거웠다”나 “즐거운 듯하다”로 더 손봅니다. ㅅㄴㄹ


편찬(編纂) :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책을 만듦 ≒ 찬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