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이 있는 집
하츠 아키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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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30


《곳간이 있는 집》

 하츠 아키코

 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2.25.



  아이들은 아직 몰라서 물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처음 태어날 적에 다 알지만 어른한테 길들어 하나하나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도깨비를 보더라도 무서워할 뜻이 없지만 어른한테 길들기 때문에 무섭다고 여겨요. 아이들은 도깨비이든 무엇이든 마음으로 만나거나 마주하기 마련이지만, 어른은 섣부른 지식으로 끊거나 자르며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키우곤 해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일까요? 무엇을 두 눈으로 보고, 무엇을 마음으로 볼까요? 《곳간이 있는 집》은 모든 사람한테는 보이지 않으나 누구는 볼 수 있는 ‘다른 숨결’을 다룹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한테’라기보다 ‘웬만한 어른한테’는 안 보인다고 할 만해요. 티없는 마음이 되어 삶을 사랑하려고 한다면 어른이나 아이 모두 무엇이든 다 보면서 따사롭고 너그러이 마주한다고 할 만하고요. 그나저나 왜 도깨비나 ‘다른 숨결’은 무섭거나 나쁘다고 하는 지식이 종교처럼 퍼질까요? 도깨비나 다른 숨결은 우리를 건드리거나 다치게 할 수 없는데, 왜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짚거나 들려주는 ‘지식 있는 어른’을 찾기는 어려울까요? 아무래도 삶을 슬기로이 읽을 적에는 스스로 삶을 짓습니다만, 삶을 못 읽을 적에는 남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일까요. ㅅㄴㄹ



‘네코마타.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나. 전부 내 망상임을 인정하고 병원에 가야 하나. 아, 하지만 마루야마에게도 보였지.’ (27쪽)


“전 어렸을 때부터 인간이 아닌 존재가 보이곤 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무섭지 않아요.” (15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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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지키는 개
무라카미 다카시 지음, 안지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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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29


《별을 지키는 개》

 무라카미 다카시

 안지아 옮김

 AK comics

 2017.3.25.



  하루가 바쁘면 낮에도 해가 하늘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잊기 일쑤입니다. 해를 보면서 날을 살피지 못하고,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날을 살피지요. 하루가 고단하면 밤에도 별이 하늘을 밝히는지 안 밝히는지 모르기 마련입니다. 별을 보면서 밤을 헤아리지 못하고, 다시 시계를 쳐다보면서 늦었구나 하고 여기지요. 《별을 지키는 개》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동안 잃었던 마음과 삶과 사랑과 하루와 꿈을 뒤늦게 살피면서 하나씩 찾아나서려고 합니다. 퍽 오랫동안 잊고 지낸 마음을 되찾느라고, 여태 놓치고 산 사랑을 이제부터 생각하려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흘려보낸 삶을 한 발짝씩 떼느라고, 다 다르면서 다 같은 몸짓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걸음걸이 곁에 개가 한 마리씩 있어요. 사람들 곁에 있는 개는, 개라는 짐승이기도 하지만, 이 지구라는 별에 사람만 살지 않는다는, 개를 비롯해 고양이도 돼지도 소도, 풀벌레랑 새랑 벌나비도, 냇물이랑 바닷물도, 구름이랑 비도, 눈이랑 번개도 고루 있는 줄 알려주는 자그마한 벗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어느 나라나 마을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지구라는 별에서 어느 한켠입니다. 너른 우주 가운데 하나를 이루는 별에서 살아가는 숨결이 사람입니다. ㅅㄴㄹ



“내가 기운이 없는 건 결코 돈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야.” (39쪽)


“오늘은 별이 참 많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별의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6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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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6.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

 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11.13.



고작 하루 바깥잠을 자고 바깥일을 했을 뿐이지만, 버스랑 전철에서 열 시간 넘게 보내다 보니, 고흥집으로 돌아오면 등허리를 느긋하게 펴고 잠드는 이 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다시 느낀다. 새벽별을 보며 하루를 연다. 일찌감치 빨래를 한다. 맑은 시골바람하고 시골물을 받아들인다.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자면 누구나 맑은 바람하고 물을 누려야지 싶다. 수도물 아닌 냇물이나 샘물을, 공기정화기나 배기가스 바람이 아닌 구름을 이끌고 별을 스치는 바람을 누려야지 싶다. 숲이 망가지거나 더러워지면 사람다움을 끔찍하게 무너뜨리지 싶다.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을 읽는데, 톨스토이 이야기를 ‘인권 특강’으로도 짚으니 반갑다. 요새는 인권을 다루는 어른책이나 푸른책이 꾸준히 나온다. 드디어 사람다운 삶을 바라는 눈이나 목소리가 자라는구나 싶다. 이러면서 ‘삶을 새로 보는 생각을 키우는 마음’을 가꾸는 길에 어떤 사랑을 곁에 놓으면 좋을까도 짚는구나 싶다. 톨스토이 책은 여태 많이 읽었으나 톨스토이가 노벨상 후보에서 늘 미끄러진 줄은 처음 알았네. 군대를 거느리는 정부란 폭력인 줄 또렷이 밝히고 숲살림을 노래하는 길을 편 톨스토이를 읽고 나누는 이웃님이 부쩍부쩍 늘면 좋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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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5.


《뭘 그렇게 찍으세요》

 강무지 글·한지선 그림, 우리교육, 2006.11.20.



아주 달게 잤다. 수수하게 손질한 오래된 길손집이 하루를 묵기에 한결 낫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다음에 서울마실을 할 적에도 이 수수한 길손집에 들자고 생각한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어제 장만한 책을 주섬주섬 들춘다. 안골에 있는 길손집인데에도 한길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소리가 아스라히 들린다. 서울이니까. 사진님 최민식 어른 이야기를 다룬 《뭘 그렇게 찍으세요》를 읽는다. 이 책을 비로소 읽는다. 진작에 나온 줄 알았지만 너무 늦게 읽네. 첫머리는 심심했지만, 최민식 어른이 누린 어린 날이나 젊은 날 이야기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최민식 어른이 쓴 글은 딱딱하고 어렵다면, 동화작가 손을 거친 이야기는 부드러우면서 살갑다. 어린이 눈높이로 걸러내니 다르네. 마지막 쪽까지 한달음에 읽어냈는데, 예나 이제나 사진밭에 나오는 참목소리는 매우 낮구나 싶다. 손멋을 부리는 예술쟁이는 많아도 삶을 말하는 사진님은 드물다. 다큐사진을 찍는대서 삶을 말하지는 않는다. 오늘 한국에서는 예술사진도 다큐사진도 모두 한쪽으로 기울었다. 최민식 어른이 군사독재 적에는 독재 때문에, 민주물결이 일렁인 뒤에는 또 이 물결대로 외롭게 사진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지 싶다. 기계를 쥔 사람 말고 마음을 담는 사람이 그립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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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
최성각 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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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192


《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

 최성각·한홍구·이갑용·홍기빈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10.30.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다른 생명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게 될 거예요. (34쪽)


40년 동안 역사를 공부한 삼촌이 보기에도 ‘초등학교 교과서의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면 너무 외울 것이 많더라고요. (42쪽)


이런 일을 겪으면서 삼촌과 동료 노동자들은 깨달았어요. 우리를 지켜 준 건 경찰도 회사도 아니고 노동조합이었어요. (75쪽)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다 보면 좋은 삶이란 뭘까 생각하게 돼요. (102쪽)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는 어떤 꿈을 마음으로 품어 키울 만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의를 다니면서 아이를 돌보는 이웃님을 으레 만나는데, 서울뿐 아니라 시골 읍내에 사는 이웃님도, 더욱이 읍내 아닌 면소재지 둘레에 사는 이웃님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데, 웬만한 아이들은 밤 열 시까지도 학원돌림을 한다더군요. 서울을 비롯한 큰도시에서는 밤 열 시도 그리 늦은 때가 아니라 합니다. 그런데 밤 열 시까지 학원돌림을 하는 아이는 중·고등학생이 아닌 초등학생이더군요.


  우리 집 아이들은 저녁 여덟 시쯤 되면 졸립다고 하품을 하고, 늦어도 여덟 시 반이면 불을 다 끄고 꿈나라로 갑니다. 그런데 이웃 또래 어린이는 으레 밤 열 시까지 집에조차 못 오는 채 학원을 돌고 돈다면 …… 우리 집 아이들은 아무래도 또래 동무는 사귀기 어렵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최성각·한홍구·이갑용·홍기빈, 철수와영희, 2018)는 꿈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오늘날 어린이한테 조그맣게나마 꿈을 비추어 주고 싶은 어른들이 들려주는 자그마한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아무리 학교하고 학원에서 돌림질을 받으며 괴롭더라도, 우리를 둘러싼 삶을 깊이 돌아보자고, 우리가 겪는 이 고단한 나날을 앞으로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자고 말을 걸지요.


  어린이로서는 어깨가 무거워요. 학교하고 학원에서 짊어지는 무게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런 어린이한테 인문 이야기는 자칫 또다른 짐이 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린이 인문책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왜 나라가 아직 민주하고 평등하고 평화가 머나먼 길인지를 바로 어린이가 스스로 배울 노릇이지 싶습니다. 어른들이 이 삶터에서 입시 굴레를 끝장내거나 없애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른이 될 어린이가 학원돌림으로 바쁜 하루라 하더라도 마음을 살찌우는 인문책을 곁에 두면서 ‘입시 지식’만이 아닌 ‘살림 이야기’를 씨앗으로 담을 수 있어야지 싶어요. 그래야 나중에 무럭무럭 자라 어른으로서 이 땅을 새로 일구는 몫을 두 손으로 받아들이면서 낡은 틀을 허물겠지요. 마음에 아름다운 씨앗이 자라야 새어른으로서 이 나라를 슬기롭고 사랑스럽게 가꾸는 일꾼이 되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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