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1.8. 큰아이―파란 집에서



  파랑을 좋아하는 큰아이는 그림을 그릴 적에 으레 파랑 물결을 이룬다. 파랑 빛연필과 파랑 크레파스와 파랑 볼펜을 손에 달고 산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에 까망 말고 다른 빛깔을 못 썼다. 어른들은 우리더러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적에 밑금을 ‘까망’으로만 하고 다른 빛깔은 나중에 입히라고 했다. 일기장이든 공책에 까망 아닌 다른 빛깔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참으로 크게 나무랐다. 왜 온갖 빛깔 가운데 마음에 드는 빛깔로 그림을 못 그리게 했을까. 왜 수많은 빛깔 가운데 까망 하나만 손에 쥐도록 했을까. 파랑으로도 빨강으로도 노랑으로도, 푸른 빛깔과 짙푸른 빛깔과 옅푸른 빛깔로도 얼마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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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1.7. 큰아이―커다란 우리 집


  잠자리에 들기 앞서 그림순이가 ‘커다란 그림’을 하나 쏟아낸다. ‘커다란 우리 집’을 그린다. 여러 층으로 집을 이루고, 맨 먼저 아버지가 일하는 방을 그린 뒤, 어머니가 밥을 짓는 방을 그리며, 보라가 노는 방과, 벼리가 노는 방, 이렇게 따로따로 그린 뒤, 맨 꼭대기에는 잠을 자는 방을 그린다. 이에 앞서 우리 몸을 그린 다음 파란거미줄과 파란별을 그렸다. 오직 파란 빛연필로 그린 이 그림을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큰아이 작은 책상맡에 잘 보이도록 세워 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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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1.7. 작은아이―나도 하고 싶어


  누나가 그림을 그리니 동생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런데 산들보라는 아직 글을 못 읽으니 누나가 그린 ‘한집 네 사람’ 그림에서 어느 그림이 저를 그렸는지 모른다. 산들보라가 누나 그림에 그림을 덧붙이려 하니 얼른 빼앗고는 ‘보라’ 그림을 건네주면서 “자, 보라는 여기 네 그림에 그려야지.” 하고 말한다. 산들보라는 볼펜을 쥐고는 아주 천천히 동그라미를 그린다. 다만, 아직 동그라미가 오롯이 동그랗지는 않다. 동그라미를 그린다면서 펑퍼짐하게 되니, “구름이야.” 하고 한 마디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그림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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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7. 큰아이―네 사람


  그림순이가 ‘한집 네 사람’ 이야기를 그린다. 먼저 저랑 동생을 그린다. ‘벼리 어렸을 때?’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겨울’이라 하고 눈이 펑펑 오는 모습을 그린다. ‘보라 어렸을 때?’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가을’이라 하고 나누만 덩그러니 한 그루 그린다. 이러고 나서 ‘아버지 어렸을 때?’는 ‘봄’으로, ‘어머니 어렸을 때?’는 ‘여름’으로 그린다. 아이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 아이는 왜 이렇게 나누었을까? 그런데, 곰곰이 헤아려 보니, 그림순이가 본 네 철과 네 사람 숨결은 꼭 이대로 들어맞는 듯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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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6. 큰아이―안 보여줘



  그림순이가 빚는 멋진 ‘만화’를 구경하고 싶어 들여다보려 하니 얼른 손으로 가린다. 쳇. 어느새 동생이 달라붙어 “보여줘! 보여줘!” 하면서, 누나 한손을 치우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림순이는 동생이 달라붙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꿋꿋하게 안 보여주면서 혼자 몰래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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