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는 겨울에 겨울풀빛

 


  지난 12월 18일에 고흥 녹동고등학교로 강의를 하루 다녀올 적에, 학교 어귀에 있는 우람한 나무에 흠뻑 사로잡혔다. 나무가 뿌리를 내린 둘레로 넓게 흙밭을 이루고, 가랑잎으로 온통 뒤덮인 흙밭에 겨울풀 예쁘게 돋은 모습이 무척 어여쁘다고 느꼈다. 강의를 하러 학교 건물로 들어가야 하는데, 한동안 나무 둘레를 서성이면서 줄기를 쓰다듬고 여린 겨울풀을 어루만지면서 놀았다. 사진도 몇 장 신나게 찍으면서.


  겨울에 돋은 이 예쁜 풀을 살짝 뜯어서 먹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여름이나 봄이라면 서슴지 않고 뜯어서 먹었을 텐데, 겨울에 돋은 이 고운 풀빛이 오래오래 환하게 빛나면서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즐겁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오밀조밀 피어나는 작은 풀꽃이 예쁘장하고, 가랑잎을 이불 삼아 하나둘 새로 돋는 어린 싹들은 더없이 귀엽다. 이 겨울빛을, 한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이 풀빛을, 따스한 남녘땅 고흥 풀내음을, 고흥 이웃들이 마음속에 넉넉히 품는다면 참 아름답겠지.


  풀아, 풀아, 겨울에도 씩씩하게 돋는 풀아, 찬바람 즐겁게 맞아들이면서 새봄을 함께 기다리자. 4346.12.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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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12-28 09:27   좋아요 0 | URL
너무 신기해요,,, 앙증맞지만 씩씩해 보이는 풀들이~ 올 겨울 유난히 심란했는데,,, 저 풀들을 보며 용기내야겠어요~^^

숲노래 2013-12-28 09:31   좋아요 0 | URL
이 추위에도 겨울풀은 살금살금 고개를 내밀면서 방긋방긋 웃음인사를 보내 줍니다~~ ^^

oren 2013-12-28 16:46   좋아요 0 | URL
성탄절날 날씨가 잠깐 풀려서 호수공원엘 다녀왔는데, 사람이 다니는 산책로조차 겨우 반쪽만 눈을 치워 놓아서 사람들이 서로 지나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 있더라구요. 그런데 앙상하게 옷을 벗은 나무들 아래로 푸릇푸릇한 풀들이 정말 거짓말처럼 저렇게 얼굴을 내놓고 있어서 저도 깜짝 놀랐었답니다. 아무리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라고 해도 푸른 풀빛들은 마냥 씩씩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니 조금만 추워도 몸을 움츠리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 바쁜 우리 인간들이야말로 너무 연약한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숲노래 2013-12-28 18:24   좋아요 0 | URL
oren 님도 겨울풀을 보셨군요.
일산은 고흥과 대면
겨울에는 10~15도쯤 벌어지더라구요.
우리 장모님 장인어른 계신 집은
요즈음 -15도 안팎이에요.

추운 날씨에도 추위를 즐겁게 맞이하면서
이 추위에도 씩씩하게 돋아
우리한테 푸른 바람과 내음 나누어 주는 풀을
사랑스레 아껴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