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샘솟는 글쓰기

 


  나는 어디를 가나 사진기를 목걸이처럼 겁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빈책 한두 권과 볼펜 한두 자루를 주머니에 꽂습니다. 으레 가방 하나 어깨에 걸칩니다. 내 가방에는 볼펜 열 자루쯤, 빈책 대여섯 권쯤 늘 담깁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조각을 빈책에 적으려고 해요. 아이들이 날마다 터뜨리는 말꽃을 빈책에 적바림하려고 해요.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사진을 찍으니 사진을 찍고, 글을 쓰니 글을 쓴다 할 텐데, 나는 애써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려 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기에 사진을 찍고 글을 써요. 가슴에서 샘솟으니까 사진을 찍고 글을 써요.


  따로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며 사진을 찍지 않아도, 내 가슴에 먼저 사진이 찍힙니다. 애써 볼펜을 붙잡으며 글을 쓰지 않아도, 내 마음에 먼저 글이 아로새겨져요.


  굳이 빈책에 생각조각을 적바림하지 않더라도 내 생각을 잃는 일은 없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터져나온 생각줄기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으니, 내가 바라는 때에 기쁘게 꺼내어 펼치면 돼요. 내 가슴속에서 샘솟는 생각빛은 늘 내 가슴속을 환하게 비추니, 내가 이 빛살을 온누리에 골고루 나누고 싶을 적에 즐거이 꺼내어 비추면 돼요.


  삶이 글이 됩니다. 삶을 누리며 글을 씁니다. 삶을 사랑하는 하루로 글을 읽습니다. 삶을 꿈꾸며 내 이웃들 어여쁜 글을 빙그레 웃으며 마주합니다. (4345.10.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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