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님과 권정생 님 편지책은, 한길사 김언호 사장과 거창 샛별초 주중식 교장 두 사람이 '이오덕-권정생' 두 분 허락과 동의를 안 받은 채 몰래 펴냈습니다. 이를 나중에 알고 나서, 그러니까 책이 갑작스레 나와서 나중에야 유족과 권정생 할아버지가 알고 나서 이를 따지는 한편, <오마이뉴스>에 기사까지 띄우고 나니, 비로소 주중식 씨가 반론글을 <오마이뉴스>에 띄웠습니다. 이 반론글과, 반론글에 붙은 모든 독자의견을 붙입니다. 2003년 일인데, 이 일을 놓고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여태껏 사과글이나 사과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부끄럽게 태어났다고 가둬놔야 합니까
[주장]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
 
 -  주중식(jujungsik) 기자    
 
 
<오마이뉴스>는 17일자 '한길사는 이오덕·권정생 선생 앞에 사죄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한길사) 출판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글은 이 책의 출간을 위해 노력했던 주중식 시민기자(경남 거창 샛별초등학교 교장)가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편집자 주>
 

요 며칠 동안 잠을 좀 설쳤고, 오늘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좀 무거웠다.

내 앞에 일어나는 일은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 괴로운 일이라도 잘 받아들이겠노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참 어렵다. 그래서 잠을 설치고 머리도 무거운 거다.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권정생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서 낸 책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가 세상에 나왔다. 책이 나오자마자 여러 일간 신문에 이를 소개하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나는 참 반가웠다. 왜냐하면 내가 거들어서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가움으로 기쁜 마음은 잠깐이고, 이번에는 아주 괴롭고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 책은 출판사가 지은이 허락도 없이 낸 책이라서 더 이상 팔지 못하도록 거두어들이기로 하였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런 기사가 나오기 전에 나는 누군가가 인터넷신문에 글을 올려서 세상에 알리려 한다는 말을 듣고, 아는 사람한테 부탁하여 그게 누구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올리지 않도록 말려보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나는 참 서글펐다.

사실 이 책은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책으로 낼 준비를 다 해두셨고, 권정생 선생님한테 어느 정도 얘기도 해두셨던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은 내가 나서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원고 교정에서 쪽 배치하는 일까지 선생님이 하시던 것 보고 배운 대로 실제로 내가 하였다.

책 머리에 붙이는 권정생 선생님 편지도 내가 골라 넣었고, 내가 책 끄트머리에 몇 자 적은 것도 이 책을 이 세상에 내놓고 싶은 내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썼다.

책 끄트머리에 적지 않은 얘기를 조금 보태자면 이렇다.

지난 1월 10일, 충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전국 참교육실천보고대회에 나는 초등 국어 교과 자문위원으로 참석하였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오덕 선생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 때 마침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도 이오덕 선생님을 뵈러 왔다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김언호 사장님은 이오덕 선생님께 출판 쪽 일은 두 가지를 부탁드렸다. 한 가지는 지금 나온 이 책을 출판하자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선생님 건강이 허락하실 때에 꼭 자서전을 쓰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언호 사장님은 아주 간곡하게 부탁드렸고, 이오덕 선생님은 둘 다 안 된다고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 때 이오덕 선생님께서 둘 다 들어주시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원통하게도 둘 다 못 이루시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그 한 가지 일은 이오덕 선생님 큰아드님과 의논하여 내가 맡아서 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아마 내가 그 날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면 감히 내가 이 책 내자고 나서지는 않았을 게 틀림없다.

이렇게 해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란 책은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창고 안에 갇혀 꼼짝 못하게 되었다. 어쩌면 세상 구경도 한 번 못하고 쓰레기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를 하늘이 내려보내 주셔서 이 세상에 왔다고 믿고 있다. 또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뭔가 좀 모자라게 태어났건 떳떳하지 못한 아이로 태어났건 한 가지로 모두 귀한 하느님 작품이고, 소중한 목숨이라고 믿고 있다.

하늘이 내려 주신 하느님 작품을 업신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러므로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야지, 내다버리거나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흔히 책을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말을 자주 쓴다. 책도 목숨 붙어있는 짐승이나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나는 이번에 나온 책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를 하늘이 우리들한테 내려주신 선물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 책을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두는 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을 내팽개치는 못난 짓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하건, 나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가두어 놓아야 할 목숨이 아니라, 참되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한 권씩 구해서 늘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백성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재판정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한 사람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권정생 선생님은 내가 살아가는데 바른 길을 일러주시는 스승이시다. 물론 이건 이렇고 저렇고 마주 앉아 길게 말씀해 주신 일은 없다. 게다가 선생님께 좀처럼 전화도 걸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님 안부가 궁금하면 살짝 한 번씩 찾아 뵙기는 한다. 선생님 힘드실까 싶어 그냥 마당 한쪽 돌덩이에 잠깐 앉았다가 돌아온다. 안동 조탑동 빌뱅이 언덕 아래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시는 것으로 큰 가르침을 주시는 어른이시다.

이번 일도 중간에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그렇지, 나는 내가 이 책을 내서 권정생 선생님이 괴로우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문에 난 책 소개 글 보고 관심 있으면 책 사서 읽고, 본 받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렇게 본 받아 살아가면 될 텐데, 쓸데없이 헐뜯고 시비를 걸고 그러는 바람에 선생님은 더 괴로우셔서 그 책 거두어들이라고 하셨을 거라 믿고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못한다. 서로 돕고 도움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밥이 입에 들어오기까지 누가 수고했는지 알고 고마워할 줄 알고 살기만 해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밥을 먹어서 몸을 지탱할 수 있다면, 책을 읽어야 참 마음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다. 밥이 고맙듯이 책이 얼마나 고마운가.

농부가 있어서 밥이 입에 들어올 수 있다면 책은 출판사가 있어서 우리 손에 들어온다. 그런 점에서 내가 거들어서 나온 책 때문에 온갖 좋지 않은 말은 출판사가 다 듣고 있는 걸 보고 나는 몹시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참으로 미안하다.

한길사는 군사 독재 시절에 민주 세상을 앞당기기 위한 좋은 책을 많이 펴낸 출판사다. 지금 풍조가 사람들이 가뜩이나 책 안 읽고 편하게 즐기며 살아가려고 하는 판인데 이런 책을 내어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한길사에 함부로 손가락질을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번에 책 낸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 차라리 나한테 욕을 하고 꾸짖어주기 바란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책 꼬리말  
 
 
책 끄트머리에

위안과 용기를 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 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권정생)

부디 건강에 최선을 다하시도록 바랍니다. 우선 충분히 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저도 선생님을 결코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합니다.(이오덕)

그저께는 쑥을 뜯어와 손수 밀가루를 반죽해서 쑥나물 부침개를 구워 먹었습니다. 앞으로는 산나물도 뜯어와야겠습니다. 찬거리가 없기도 하지만, 깨끗한 산나물을 먹으면 한결 봄기분이 납니다.(권정생)

손수 나물을 뜯으시고 반찬을 장만하시는 선생님의 생활이 눈물겹기도 하고, 성스럽게도 여겨집니다.(이오덕)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73년 1월부터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문학, 교육, 자연, 인간, 통일, … 살아가는 온갖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받습니다.

두 분 선생님의 편지는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아픔을 달래고 살림을 보살펴 드립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병들고 가난하여 외롭게 살아가면서도 그 아픔과 외로움을 이겨내며 아름다운 작품을 써서 그 사랑에 보답하십니다. 이보다 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편지는 소식을 알리고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편지는 그런 구실만 하는 게 아니라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두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은 기적이라 할 만합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 선생님 동화와 소설, 시 같은 문학 작품은 물론 살아가시는 모습 그 자체를 진실한 삶을 찾으려는 모든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십니다. 권정생 선생님 삶을 본받아 살아가는 사람이 백 명, 아니 단 한 명이라도 나오면 이 세상이 맑아질 것이라고 믿으셨던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 묶음을 책으로 내놓으실 생각을 하시고, 벌써 여러 해 전에 이 편지 묶음을 출판사에 넘기면서 편지 하나 하나에 제목까지 다 붙여 놓으셨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편지 묶음은 출판사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 까닭은 권 선생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괴롭히는 일이 될까 매우 조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에도 나오는 얘기입니다만, 권정생 선생님은 서울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이내 그 말을 거두어 버리십니다. 그러면 이오덕 선생님은 춥거나 덥지 않을 때 함께 가보자고 다시 권하시고, 권정생 선생님은 몸이 안 좋아서 그만 안 가기로 했다며 사양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은 또 참고 기다리다가 다른 일로 해서 권 선생님이 서울에 가보실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아마 이 편지 묶음이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책으로 나오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그저께 제 아내가 고등학교 때 동무들을 만나러 서울에 다녀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 아내는 오랜만에 만난 동무들하고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너희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 들어 보았냐?" 하고 물어보았답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다는 동무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래서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완전히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구나 싶더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살아가는 길이 다르면 딴 세상에 사는 것입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열어놓으신 세상은 분명히 딴 세상입니다.

저나 제 아내도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책을 구해 읽으면서 딴 세상을 알게 되었지,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만일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역시 딴 세상 아닌 저 쪽에서 그게 잘 사는 것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이 책에서 어떤 분은 영혼의 깊은 사귐을 맛보실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분은 한국 아동문학의 숨은 역사를 살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큰 아픔을 지니고 외롭게 살아가는 분은 큰 위로를 받으실 터이고, 남을 위해 살아가려는 분은 참된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읽는 분에 따라서 그 맛을 느끼고 얻는 것이 다 다를 줄 압니다.

이 책이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모든 분들에게 한 줄기 샘물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책 내는 일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책 내는 일에 제가 좀 거들었고, 두려운 마음으로 책 끄트머리에 몇 자 적었습니다. 그 동안 애써주신 한길사 식구 여러분께 두 분 선생님을 대신해서 고마운 인사 드립니다.

2003년 10월 20일 / 주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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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슬기롭게 해결하시기를.... 조회수:46 , 추천:0, 반대:1  
박도(parkdo), 2003/11/21 오후 6:12:05  

선생님은 결코 이런 일로 세상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원치 않을 겁니다. 저는 누구 못지 않게 선생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책이 나올 때마다 선생님은 제게 보내주셨는데 최근에 나온 책이 네 권으로 그 중에 한길사에서 나온 책이 세 권이었습니다.

<농사꾼 아이들> <어린이책 이야기> <문학의 길 교육의 길> 이 세 권은 모두 한길사에서 펴낸 책들입니다. 모르기는 해도 이 책들은 출판사에서 선생님을 위해 엮어드린 책으로 생각될 만큼 거의 상업성이 없는 책으로 아주 잘 만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동안 한길사 나름대로 선생님에게 정성을 다한 걸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사이 불거져나온 얘기들은 그동안의 출판사와 저자와의 옛 정은 팽개치고 일방으로 꾸짖는 것 같습니다.

고인은 마지막 차비도 마다하고 깨끗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갔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서로 얼굴 붉히지 맙시다. 고인이 박 선생이 나서서 한 마디해서 그만 잠재워 달라고 하시는 것 같아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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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뜻이 좋아도.. 조회수:128 , 추천:2, 반대:0  
노자(laotzu), 2003/11/21 오후 3:42:56  

 교장선생님 아무리 뜻이 좋아도 원칙과 법에 맞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를 한다는 말과 선생님 변명이 무엇이 다릅니까?

왜 좋은 일을 하면서도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이렇게 문제를 확대하는지 안타깝습니다. 부끄럽게 태어나지 않아도 될 책을 왜 부끄럽게 태어나도록 만들었는지 그 책임을 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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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선생님... 조금 잘못 생각하시는 것 아닌지요 조회수:136 , 추천:1, 반대:0  
김 경석(gimgs0), 2003/11/21 오후 3:41:08  

 사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런 글 쓰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 기사 어디를 봐도 편지글 출판에 대해 동의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결론은 난 것 아닌가...

평소 주 선생님에 관한 얘기를 듣고 존경하지만, 이 건에 관해서는 주 선생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본다. 본인 생각에 너무 치우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듯 하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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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니, 이런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조회수:185 , 추천:3, 반대:0  
미나리(lsulbee), 2003/11/21 오후 2:16:56  

 저도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 주중식 선생님,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 모두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그러나 편지란 출판을 전제로 하지 않는 두 사람만의 사적인 대화라, 본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출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은 이미 동의를 하셨다 하고, 아무리 그 편지, 책이 귀하고 소중한 '하느님 작품'이라도 말입니다.

출판에 문제가 있어 '일단' 거두어들이는 것이지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두는 것'도, '업신여'겨 '내팽개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출판사나 주 선생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그것보다 권 선생님 동의를 받으셔서 '하느님 작품 선물'이 빛을 보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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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글 늘 가슴 저리게 읽습니다 조회수:308 , 추천:0, 반대:0  
ㅋㅋㅋ(skyoun9), 2003/11/21 오전 11:29:57  

 책이 살아 나와서 사람들의 가슴을
늘 촉촉히 적시길 바랍니다 
   
 
  장준성(lunarain)  [2003-11-21 12:52]  
 당사자는 말을 할 수 없고, 좋은 일 하려고 애쓴 이들은 힘겹고... 법이나 규칙이 아름다운 일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나봐요. 사람들이 더 중요한게 무언지 알았으면 좋겠고, 선생님께서 마음고생 덜 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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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조회수:72 , 추천:6  
서울시민, 2003/11/21 오전 11:21:23 

 사전에 책 내는 것에 거의 동의하셨다면
이오덕 선생님의 자재분은 왜 그리 화를 내시는 것이며
권정생 선생님은 또 왜 이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으신 것일까?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들에게 정확한 확약을 받지 않고 책을 내는 일은
잘못된 것 아닐까요?

너무나 좋은 내용이니 출판된 김에 그냥 판매하자는 논리는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권정생 선생님이었다면 소송걸겠습님다만...
그 분이 그럴 분도 아니시고

홍세화님 말씀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물신주의는 심각하군요.
돈 되는 일이면 무조건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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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에 웬 미사여구 조회수:93 , 추천:6  
미사여구가 독이네, 2003/11/21 오전 11:21:41 

누가 좋은 '책'임을 모르나요
하지만 저자 당사자들의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낸 거잖습니까.
그래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에게 허락 받았다는 증거도 없고
더구나 살아있는 권정생 선생에겐 허락도 받지 못한 처지에
단지 좋은 책 구석에 처박아 넣지 않으려고 냈다니
그게 도둑질이 아니고 무슨 일이겠습니까.

솔직히 주중식님의 말은 이해되기도 하나
문제는 출판사!
한길사는 군사독재 시절 좋은 일도 했지만
반대급부로 자주 저자들과 다툼을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과거 좋았던 행위로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습니다.
그 과거를 빌미로 옳지 않은 짓을 하면 그게 더 나쁘지요.

한길사
사실 문제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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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군요 조회수:96 , 추천:8  
망초, 2003/11/21 오전 11:25:08 

 님의 진정은 알겠는데
역시 이해하기 힘들군요.
심하게 말하면 '막무가내'라는 인상입니다.
님은 무엇이 잘못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정작 두 분 중의 한 분인 권정생님의 의견이
아마 반대하지 않을 거라는 추측으로 처리되었군요.

듣기로는 권선생님이 찬성하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권선생님이 찬성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와서는 아니되는 책이라고 봅니다.

이목을 피해 시골에 사셔야 하는 그 분께
큰 누가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유념해야 할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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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씀하시면 안되져 조회수:75 , 추천:4  
독자, 2003/11/21 오전 11:44:21 

 책을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처럼 비유하십니다.
하긴 부끄럽게 태어난 아이라도 생명이고 보면 잘 키워야죠.
다만, 이번 문제의 책과 관련해서는 너무 비약하신 건 아닌지요.

두분의 명확한 의사도 확인안하고,
설령 이오덕 선생한테서 심정적으로 확인의사를 받았다고해도,
서간이라 그분이 돌아가셨다고 해도 권정생 선생님께 확약을 받으신다음 출판을 했어야죠.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주체가 명확한데, 주변에서 넘 안일하게 생각하고 출판하신듯합니다. 책으로 나와 그 가치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글쓴이의 명확한 허락도 없이 책을 만들 수 있는지, 교장선생님 다시 한번 생각하시고 이런 글 올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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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생님! 웃깁니다. 조회수:93 , 추천:7  
웃긴다, 2003/11/21 오전 11:47:34 

 출판이 애들 장난입니까.
뜻이 좋으면 훔쳐도 된다는 말씀?
일지매는 의적이니까 괜찮다?
과거의 한길사는 출판정신이 있었다. 그 회사 출판물은 나의 성장에 크나큰 자양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 출판사는 순수한 출판정신과 열정이 없어졌다고 본다.
한길사에 대한 애정을 거둔다.
주 선생님 조용히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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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전혀 납득할 수 없군요 조회수:61 , 추천:6  
ph, 2003/11/21 오후 12:35:27 

 책을 사람 생명과 비교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군요. 책의 내용이 좋고 나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책의 출판 과정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인데, 내용이 좋으니 출판 과정의 문제는 덮어 두자니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두 사람의 '저자' 중 한쪽은 명시적 출판 허락을 하지 않은 채로 돌아가셨고, 다른 쪽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허락을 한 적이 없는데, 책을 내놓고서 - 더구나 그것이 다른 글도 아니고 두 분이 주고 받은 개인 서간인데 - 내용이 좋으니 그냥 덮어 두자니요. 그리고, 권정생 선생이 '세상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니' 그냥 거둬 들이라고 하셨을 것이라는 판단은 어떤 근거로 내린 것인가요?

거창 샛별 초등학교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망이 매우 큽니다. 왜 그러냐고요? 결과나 내용을 과정보다 위에 놓는 이 글을 보고, 그런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민주주의' 얘기냐고 할 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는 '절차와 과정'입니다. 아무리 결과가 올바른 것이라고 해도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은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또 사람의 생명을 들고 나오시렵니까?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가 너무나 존귀해서 그 탄생 과정의 문제 여부와 무관하게 보호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책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저자의 사생활과 의사를 무시한 채로 출판사 독단으로 출판한 책은 당연히 거둬 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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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못을 모르시나요? 조회수:51 , 추천:5  
이상해, 2003/11/21 오후 1:38:46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신다는 말씀이지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시나요?
물건을 빌릴 때도 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가요?
이것은 물건이 아니라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의 정신입니다. 따라서 당신들이 하시겠다고 하기 전에는 반대하지 않을거라는 추측으로 책을 낸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주중식님의 잘못입니다.

잘 아는 사이일수록 이런 점은 낱낱이 짚어서 확인을 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요?
설마 권정생 선생님이 세상 일에 어리숙하니 일단 저지르고 나면 될꺼야 라고 생각하신 것은 아닙니까?

거기에다가 출판사에 대한 두둔은 무엇입니까?
출판의 기본조차 모르고 있다는 증명을 해주신 셈입니다.
출판사가 그렇게 해서야 될 일입니까? 애들 소꼽장난도 아니고 책을 출판하면서 본인의 동의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계약서 조자 쓰지 않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이 참에 한길사는 그 동안 과거를 먹고 산 나태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오만 방자한 것 까지 말입니다.

책 출판의 과정을 살펴보면 볼수록 그러합니다. 오늘 그 증거를 알려주신 겁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는데 정작 본인은 잘못이 뭔지를 모르니 참으로 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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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 조회수:56 , 반대:6  
맑은 세상, 2003/11/21 오후 3:06:56 

 선의는 선의로만 받아들여 지면 좋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정신이 주중식 선생님이 거듦으로서 더욱 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권정생 선생님도 사양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책으로 출판하는 것을 꺼려 하셨고 또한 부끄런 과거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은 일면도 있을 것입니다만 권 선생님이 부끄러워하는 사연은 사실 이 땅의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될 수 있는 선한 의지라고 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살아계실적에 이런 책을 내고 싶어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권정생 선생님이 흔쾌히 받아 들이지 않으시기 때문에 책으로까지 내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두 분 사이에 오고간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선의를 주선생님은 드러낸것이라고 봅니다.

이 책을 낸 것이 돈을 위해서도 공명심을 위해서도 또 누구를 부끄럽게 하려는 의도도 아닌 순전히 선의로 나온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우리도 선의로 받아 들이고 싶습니다.

나는 이 책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하다가 책방에 물어보니 다 팔리고 없다는 군요. 창고에서 썩을 여러분들의 선의를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부디 선한 의지로 사는 사람들이 선한 의지가 퍼지기를 바랍니다. 마음고생이 심하실 것 같군요. 뭐라 위로라도 드리고 싶습니다만, 선한 의지가 곡해 되는 것 같아 안타갑기도 하고.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권정생선생님도 주선생님의 뜻을 잘 헤아려 주리라 믿습니다.

 
   
 
 
  오호라!  [2003-11-21 15:29] 
 사실이 어떠하냐는 무시되고 님의 추측만 있군요.....때로는 섯부른 선의가 남의 눈물을 부를 수도 있죠 
 
 
  브루스  [2003-11-21 17:18] 
 "돈을 위해서도 공명심을 위해서도...순전히 선의로"라면 무가의 책으로 떳떳하게 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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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생님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조회수:31 , 추천:2  
-.-, 2003/11/21 오후 4:53:34 

 산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책을 써내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좋은 책 하나에 생명과 같은 가치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곁들여, 한길사가 한길로 좋은 책을 출판한 것을 모르지 않슶니다.

더군다나, 이 좋은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은이가 산모가 되길 원하지 않았고, 좋은 책을 내던 한길사는 이번엔 분명히 잘못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저버리고 온정만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잘못된 관행만을 양산할 뿐입니다. 한길사는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지은이의 요구를 받아들인 후, 이번 일을 거울 삼아 더 나은 출판사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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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구꽃 봉우리를 보고 싶다 조회수:3  
살구꽃 봉우리, 2003/11/22 오전 3:19:38 

 주 선생님이 애서 만든 책, 이오덕 선생님이 생전에 꼭 내고 싶었던 책, 권정생 선생님이 내기를 부끄러워한 책, 그 책을 나도 보고 싶다.

주 선생님이 꼭 우리 백성들에게 읽히게 하고 싶은 글, 그 책을 나도 읽고 싶다.

창고에 처박아 둔다면 두 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창고에 처박힌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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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조회수:3  
궁금이, 2003/11/22 오전 3:24:15 

 권정생 선생님, 내어서는 안될 책이라고 굳게 믿고 계신가요?

이오덕 선생님께 편지하듯 선생님의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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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선물이 훔친 글이라면 조회수:31 , 추천:1, 반대:0  
김창영(vision2015), 2003/11/22 오후 5:05:56  

 모처럼 사고 싶은 책이었다. 그리고 이런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탄생과정을 알고나서 구역질이 났다. 그러면 그렇지.
이것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글로, 그냥 영원히 마음 속에 담아두어야할 글이었다.
그런 글이 이런 식으로 도용돼서 퍼지면 되겠는가. 그리고 이것이 '하늘의 선물'이라니.
주모씨의 허욕과 과욕이 부른 가슴 아픈 일인 것 같다.
두분의 인격과, 또 그것을 좋아하고 흠모하는 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한길사는 책을 즉시 거두어, 한권도 빠짐없이 그 어른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 한길사, 부끄럽지 않은가. 주모 교장 선생, 왜 선생은 아직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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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뜻이라지만,,, 조회수:30 , 추천:2, 반대:0  
지나가는 사람(duxoo), 2003/11/22 오후 3:40:51  

주중식 님의 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책을 내고 싶은 성급한 마음이 앞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쉽고 간단하게 얘기해서,

싫다고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말 그대로 잘못 된것입니다.

 

그 글을 쓴 당사자가 원하지도 않는데
'내심 원하실꺼라고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의부분..


'이오덕 선생님도 안된다는 소리는 하지않으셨다'...
------이오덕 선생님 동의부분..

 

 

두 분의 동의에 관해 모두 자의대로 해석,
갖다맞춰서 끼워넣는듯 싶습니다.

 


하느님이라는 이름하에 작가의 동의 없이
글이 함부로 나오는 것은 안됩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잉태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데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부부들 죄다 피임안하고 폐경기될때까지
애기 생기는 대로 낳아야 된다는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사진도 은근히 오히려 글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한길사와 이오덕 선생님의 친분있음을 강조하는 듯한....

과정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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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은 책을 부끄럽게 태어나게 하셨나요? 조회수:22 , 추천:2  
안타까움, 2003/11/22 오후 4:02:52 

 이 책은 분명 개인과 개인이 주고 받은 서간입니다.
보통의 문학작품을 출판할 경우에도 저자의 동의는 필수적인데 하물며 편지글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운이 좋아 저는 이 책을 보고 말았습니다.
평소 이오덕 선생의 생각에 깊이 감동하고 있던 차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는 대충 살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지는 않았으나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분이 널리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부분도 얼핏 보이는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책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 아닙니다.
두분 선생의 따뜻한 인품이 만들어낸 책입니다.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적법한 절차로 만들어 진 책이 아니라면 출판 및 판매는 여기서 중지되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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