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콜럼바인》 리뷰 대회 응모 기간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응모 기간 종료가 임박할수록 사람들은 평소보다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대회 상품에 눈이 먼 사람들은 꼼수를 쓰기도 합니다.

 

어젯밤 저는 북플에 접속해서 사람들이 올린 《콜럼바인》 리뷰들을 봤습니다. 모든 글을 정독하지 않았지만 글에서 글쓴이의 노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중에는 며칠 동안 틈틈이 글을 쓴 분이 있을 것이고, 응모 기간 마지막 날 당일에 작성한 분도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촉박하면 글을 쓰기가 힘들어집니다. 이렇다 보니 미완성된 글을 업로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등록한 글을 수정할 수 있는 인터넷 서점 글쓰기 기능을 악용해서 꼼수를 부립니다. 응모 기간 날짜가 지나도 미처 쓰지 못한 내용을 추가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감쪽같이 응모 기간 내에 글이 완성된 것처럼 보입니다. 한 번 등록한 글을 여러 번 수정해도 글이 등록된 날짜와 시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글을 등록한 날짜가 그대로 남습니다.

 

 

 

 

 

 

 

글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쓰는 또 다른 꼼수가 ‘작성 중’입니다. 완성된 글을 올리지 않고 그냥 ‘작성 중’이라는 글자만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샤이란님은 어제 23시 54분에 ‘작성 중’이라는 말이 있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리뷰 제목은 있지만, 내용이 없습니다. 이때 제가 사진으로 캡처한 시간은 16일 0시 1분. 리뷰 대회 응모 기간이 마감된 이후의 시간입니다. 따라서 샤이란님의 글은 완성된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확인해 보니까 ‘작성 중’은 사라지고 완성된 글이 있습니다. 신기하죠? 이 글은 언제 나타났던 것일까요? 샤이란님은 오늘 새벽 시간에 글을 작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터넷 서점 리뷰 대회에 많이 응모하면서 이런 꼼수를 쓰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그리고 꼼수를 써서 리뷰 대회 당선된 사람도 있습니다. 응모 기간 내에 열심히 쓴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거죠. 10월 15일까지  《콜럼바인》 리뷰대회에 응모한 분들에게 당부합니다. 만약에 샤이란님의 글이 리뷰 대회에 당선되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알라딘과 출판사에 따지세요. 정당하지 않는 방법으로 글을 응모한 사람이 상을 받으면 안 됩니다. 이건 열심히 글을 쓴 사람들을 기만한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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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6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6 13:17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를 0시 이전에 올립니다. 그 시간대에 저런 꼼수를 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sprenown 2017-10-1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품이 뭔지는 몰라도.. 과열경쟁 이네요. ㅎ

cyrus 2017-10-16 13:18   좋아요 0 | URL
리뷰대회 상품은 주로 적립금이나 책입니다. 민음사나 문동 같은 대형 출판사는 상금을 주는 리뷰 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2017-10-16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6 13:22   좋아요 1 | URL
응모 기간을 정확히 지켜서 글을 쓴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상황이죠.

2017-10-16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6 13:24   좋아요 0 | URL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경우가 있었군요. 역시 증거가 없으면 따져도 소용이 없겠어요. 만일에 대비해서 결과 발표일까지 이 글을 공개 상태로 놔둘 것입니다.

stella.K 2017-10-16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역시 매의 눈을 가졌군!
그래 맞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좋은 지적이나 앞으로 알라딘이나 대회 추최 출판사나
이점은 좀 특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데 네가 미움을 받을 수도 있겠어.ㅋ

cyrus 2017-10-16 18:32   좋아요 0 | URL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저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걸요.. ^^

stella.K 2017-10-17 1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어쩌다 우린...ㅠㅠㅋㅋㅋㅋㅋㅋㅋ

마립간 2017-10-1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복게제에 대해 비판 글을 올렸을 때, 독후감에 대해 뭐 그리 빡빡하게 굴 것 있느냐는 반론 댓글을 받았는데,

응모 기간 또는 기한, 역시 그와 같은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7-10-16 18:41   좋아요 0 | URL
리뷰 대회에 응모를 안 해본 사람들은 잘 모를 거예요. 꼼수를 쓰는 일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해진 기한 내에 완성된 글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학동네 카페 내부에서 진행되는 리뷰 대회가 있습니다. 그 대회의 세부사항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리뷰 마감일 자정까지 완성된 글을 올려야 하며 미완성된 글을 올린 후 수정을 하면 자격미달입니다.˝

인간의과도기 2017-10-16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처럼 글의 수정 이력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알라딘에도 도입되면 좋을 텐데요(물론 페이스북은 거대자본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시스템이 구축 가능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이벤트도 불특정 필자들에게 마감 시한을 주고 원고를 청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마감 지키지 않는 일부 프로 필자들의 모습을 일부 리뷰 공모전 참가자들도 그대로 답습하는 걸까요...
선뜻 건드리기 어려울 만한 문제를 공론화해 주신 것에, 한 사람의 독자이자 필자로서 감사드립니다.

cyrus 2017-10-16 18:51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그동안 잘못된 꼼수를 몇 번 봤으면서 모른척했던 것에 반성 중입니다.

포스트잇 2017-10-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대회란 게 있었군요. 어쩐지 유난히 이책을 많이도 읽고 열심히도 쓴다고...만 생각하고 대단하다고 감탄하고 있었네요. 그거였군요. ㅎㅎ

cyrus 2017-10-16 19:50   좋아요 0 | URL
리뷰 대회 마지막 날에 리뷰를 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

레삭매냐 2017-10-1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네요.

저도 리뷰 대회에 응모하려고 책도 샀으나
결국 포기하고, 그냥 읽기로 했습니다.

실력도 안되는데 무신 ㅋㅋㅋ

자유독서 만세!

cyrus 2017-10-16 19:51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본인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ㅎㅎㅎ 저는 리뷰를 쓰려고 책을 살려고 했으나 고민 끝에 안 샀습니다. ^^

sprenown 2017-10-16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자유독서는 글쓰기의 자유도 보장해 줍니다!

cyrus 2017-10-16 19:52   좋아요 1 | URL
남들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일은 바람직한 애서가의 자세입니다. ^^

표맥(漂麥) 2017-10-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콜럼바인이란 책이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출판사에서 cyrus님께 공짜 홍보 감사패 주셔야...)^^

cyrus 2017-10-16 20:42   좋아요 0 | URL
《콜럼바인》이 나왔을 때 출판사가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이 책을 소개한 알라디너들이 많았어요. 저는 출판사를 위해서 한 일은 없습니다. ^^;;

sprenown 2017-10-1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무슨 말씀.. 여기 알라딘에서는 cyrus님 싫어하는 사람, 1도 없을 것 같은데.. 오늘 1사람 생겼을 라나~^^

cyrus 2017-10-16 20:49   좋아요 0 | URL
사람이 완벽할 수 없어요. sprenown님이 몰라서 그렇지 저도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지 못한 말을 할 때가 있어요. 제가 여기에 글을 쓰면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렇다보니 이웃에게 혼날 때가 있습니다.

비연 2017-10-1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응모시의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네요. (문학동네가 좋은 예)
틈새를 노려 조금 비겁한 방법으로 응모를 하는 경우가 생기니.
근데 정말 대단하심다. 이런 걸 발견하시다니. 엄지척!

cyrus 2017-10-16 20:52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알리지 못했어요. 이건 저도 반성해야 할 점입니다. 오늘 공개를 토대로 리뷰 대회에 응모한 분들이 손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sprenown 2017-10-16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그렇다면, 저는 몰매 맞고, 강퇴 당했겠네요.ㅎㅎ

cyrus 2017-10-16 20:54   좋아요 1 | URL
여긴 강퇴 그런 거 없습니다. ㅎㅎㅎ

사소한 잘못이라도 솔직히 인정하면 이웃분들이 너그러이 이해해줍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집니다. ^^

sprenown 2017-10-1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사람들, 넓은 아량!

cyrus 2017-10-16 20:59   좋아요 0 | URL
네. 알라딘 서재의 장점이 착한 사람이 많은 커뮤니티, 단점도 착한 사람이 많은 커뮤니티입니다. ^^

sprenown 2017-10-1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착해서 붐이 일어나지 않는 한계? ㅋㅋ

cyrus 2017-10-16 21:0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에 비판을 적극적으로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사실 친한 블로거에게 비판하는 일은 부담스러워요.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갈등을 피하려고 비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sprenown 2017-10-16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그러겠죠.. 특히 우리사회에서는, 상처주지 않고.. 눈치보면서.. 그래도 최소한의 배려를 하되, 비판하고 지적하는것이 더 바람직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근거없는 인신공격은 금물이겠지만, 논리적으로 따지고, 다양한 시각을 개진해서 풍성한 토론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임모르텔 2017-10-16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의 분위기를 저는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이 글읽는데, 왜 이렇게 심장이 뻐근하죠? ;; 언어이해력이 힘든 저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안내해주면 독서하기가 쉽고 난독증을 넘을 수 있거든요. 글들 읽으면서!...전 히말라야의 네팔에 셀파같다고 생각합니다. 사이러스님이요~ !! 덕분에 ,, 저처럼 경미한 뇌장애가 있는 사람도 혼자 넘지못하는, 높은 산을 오르는거 잖아요!속시원히 이 비양심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 속상하네요! 힘내세요~cyrus님


cyrus 2017-10-17 12:49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가 비교적 조용하고 평화로운 온라인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이곳에도 크고 작은 갈등이 생깁니다. 갈등에 휘말리면 정신적 피로가 몰려와요. 또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알라딘 서재 활동을 그만두기도 합니다.

저 말고도 서재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그분들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리원칙하면 사이러스 님이죠.. ㅎㅎ
수학에 정석이 있고 영어에 성문이 있다면 알라딘에는 사이러스 님.

cyrus 2017-10-17 20:54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제가 스테디셀러급은 아닙니다. 그리고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아닌데요. ^^;;
 

 

 

 

현재 서른에 접어든 어른이라면 어린 시절 즐겨 보았던 만화영화들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일요일 아침 여덟 시가 되면 눈이 번쩍 떠지는 꼬마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 시간에 <디즈니 만화 동산>이 시작하면, 잠을 자고 있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이 만화를 보려면 달콤한 늦잠을 포기해야 한다.

 

창고로 사용하는 방에 오래된 책들이 누워 있다. 어두컴컴한 암흑을 이불 삼아 외로운 방 한구석에 잠을 잔다. 이 친구들을 안 깨운 지 좀 오래됐다. 잠들고 있는 책 중에 특별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바로 <계몽사 애니메이션 디즈니 명작>이다. 디즈니 만화영화 속 장면을 그림 동화 형태로 편집한 책이다. 출판사는 계몽사. 1980년에 계몽사는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과 정식으로 계약하여 디즈니 관련 도서를 출판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계몽사 디즈니 명작>은 총 16권으로 구성되었는데, 곰돌이 푸’, ‘아기 코끼리 덤보 등이 포함되었다. 이 시리즈의 아쉬운 점이라면 명작이라고 하기에 2% 부족한 작품 선정이다. 디즈니를 먹여 살린 백설 공주’, ‘신데렐라’, ‘피터 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유명한 작품이 포함되지 않았다. 도널드 덕미키 마우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고작 두 편뿐이다.

 

 

 

 

 

 

<계몽사 디즈니 명작> 시리즈에 포함된 타란과 마술단지’(원제는 ‘The Black Caudron’, 1985년에 개봉)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만든 만화영화 중 쓰레기로 취급 받는다. 이 만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개봉 당시 혹평을 받았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힌 망작이다.

 

 

 

 

 

 

바질 탐정(The Great Mouse Detective)’이라는 제목의 디즈니 만화를 아는 분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타란과 마술단지의 흥행 실패로 암흑기를 걷고 있던 디즈니 컴퍼니가 내놓은 다음 작품이 바로 바질 탐정이다. 그런데 이 작품도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전미 극장에 개봉한 지 8년 만에 바질 탐정이 비디오로 출시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원작인 만화영화를 가위질해서 조악하게 편집한 것이 <계몽사 바질 탐정>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특별하다. ‘바질 탐정을 국내에 처음으로 알린 특별한 책이기 때문이다.

 

 

 

 

 

만화영화 <바질 탐정>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동물을 의인화한 것이다. 주인공 바질은 생쥐를 의인화한 캐릭터다. 바질의 친구는 의사인 도슨 박사. 도슨 박사는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는 꼬마 올리비아를 우연히 만난다. 박사는 올리비아를 돕기 위해 바질에게 꼬마의 사정을 알린다. 바질과 도슨 일행은 꼬마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수사를 펼치는데, 아버지를 납치한 범인이 범죄의 제왕으로 알려진 래티건 교수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 네 사람의 서명(황금가지, 2002)

*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시간과공간사, 2002)

* 네 개의 서명(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5 :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현대문학, 2013)

* 네 사람의 서명(코너스톤, 2016)

* 네 사람의 서명(엘릭시르, 2016)

    

 

 

 

 

 

 

 

 

 

 

 

 

 

 

 

 

 

 

 

 

 

 

 

 

 

 

 

 

 

 

* 셜록 홈즈의 회상록(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의 회상(시간과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회상록(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회고록(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스의 회상록(엘릭시르, 2016)

 

 

 

 

만화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신 분은 ?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바질 탐정>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티프로 한 만화영화다. 바질은 셜록 홈즈, 도슨 박사는 존 왓슨, 그리고 래티건 박사는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다.

 

 

 

 

 

 

바질은 레티건을 잡기 위해 냄새를 잘 맡는 사냥개 토비를 데려온다. 네 개의 서명에 홈즈는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왓슨에게 늙은 사냥개를 데려오라고 부탁한다. 소설에 나오는 개의 이름이 토비.

 

 

 

 

 

   

 

래티건의 부하 피젯은 ‘절름발이’ 박쥐다. 래티건이 시키는 대로 일을 잘 처리하며 바질 일행을 골탕 먹일 정도로 악당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모리아티 교수와의 결전 중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홈즈를 죽이려는 시배스천 모런 대령과 유사한 캐릭터다. 모런 대령은 모리아티의 오른팔이다. 홈즈의 말에 따르면 모런 대령은 ‘런던에서 가장 위험한 두 번째 인물’이다. 그런데 의족을 하고 있는 피젯의 모습을 봐서는 외모는 《네 개의 서명》에 나오는 악당 조너선 스몰을 닮았다. 악당 피젯(Piget)의 이름에 있는 철자 ‘i’를 ‘a’로 바꾸면 파젯(Paget)이 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삽화를 그린 사람이 시드니 파젯(Sidney Paget)이다.

 

 

 

 

 

 

 

 

 

 

 

 

 

 

 

 

 

 

 

 

 

 

 

 

 

 

 

 

 

 

 

 

 

* 셜록 홈즈의 귀환(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의 귀환(시간과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귀환(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3 : 돌아온 셜록 홈즈(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귀환(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스의 귀환(엘릭시르, 2016)

 

 

 

 

주인공 이름인 바질이 셜록 홈즈 연기로 유명한 배우 바질 래스본(Basil Rathbone)에서 따왔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질은 홈즈가 사용한 가명이기도 하다. 단편집 셜록 홈즈의 귀환에 수록된 블랙 피터(Black Peter)에 홈즈는 바질이라는 가명으로 전보를 보내는 장면이 있다.

 

 

 

* 원문

“Excellent, Watson! The alternative develops. Have you telegraph forms? Just write a couple of messages for me: ‘Sumner, Shipping Agent, Ratcliff Highway. Send three men on, to arrive ten to-morrow morning.Basil.’ That's my name in those parts.”

 

* 시간과 공간사 (2, 252)

아주 훌륭해, 왓슨. 진행 중인 다른 수사에 소득이 있는 걸. 전보용지 갖고 있나? 몇 줄 써주게. ‘섬너, 선박 대리인, 랫클리프 하이웨이, 뱃사람 세 명 부탁. 내일 아침까지-배질거기서는 이게 내 이름일세.”

 

 

 

 

황금가지(2), 문예춘추사 판본에서는 바질’, 시간과공간사(개정판), 현대문학(주석판), 코너스톤(개정판)에는 배질로 표기되어 있다. 홈즈는 사건 해결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변장한다. 바질은 홈즈가 선박 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변장했을 때 사용하는 가명이다.

 

셜록 홈즈의 귀환을 읽고 있다가 바질이라는 이름에 눈길을 줬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내 기억 속에 잊힌 만화영화 속 탐정이 되살아났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방 안에 잠든 친구를 깨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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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0-1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억이 아련하기만한데 이런 만화들이 했었군요 왜 하필 이른 이침에 했던건지 방송사가 밉상이네요^^

cyrus 2017-10-12 16:24   좋아요 1 | URL
<디즈니 만화동산>가 처음으로 방영된 해가 1992년입니다. 이때 제가 뭐했는지 1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ㅎㅎㅎ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Eros, 로마식 이름은 쿠피도(Cupido))의 연인 프시케(Psyche)‘영혼’‘나비’를 의미한다. 그녀가 그림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그녀 옆엔 나비가 날아다닌다.

 

 

 

 

 

 

 

 

 

 

 

 

 

 

 

 

 

 

 

 

 

 

 

 

 

 

 

 

 

 

 

 

 

 

 

 

 

 

 

 

 

 

 

 

 

 

 

 

*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황금 당나귀》 (매직하우스, 2007)

*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청소년을 위한 황금 당나귀》 (매직하우스, 2008)

* 오비디우스, 이윤기 역 《변신 이야기 1》 (민음사, 1998)

* 오비디우스, 천병희 역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도서출판 숲, 2005)

*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웅진지식하우스, 2000)

* 루치아 임펠루소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으로 읽기》 (예경, 2008)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미움을 받고도 갖은 고초 속에 에로스와의 사랑을 이룬 프시케는 순수한 영혼의 힘으로 천상의 사랑을 쟁취한다. ‘육체적 사랑’을 상징하는 쿠피도를 만나려는 프시케의 험난한 여정은 육체와 정신이 합일하는 ‘완전한 사랑’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 샤먼 앱트 러셀 《나비에 사로잡히다》 (북폴리오, 2005)

* 미야시타 기쿠로 《모티프로 그림을 읽다》 (재승출판, 2015)

 

 

 

나비는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는 곤충이다. 모든 대상을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은 곤충을 ‘익충’과 ‘해충’으로 나뉜다.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익충이 바로 나비가 아닐까 싶다. 나비는 ‘봄의 전령사’다. 겨울 동안 보이지 않던 나비가 따뜻한 봄과 함께 꽃들 사이로 날아다니면 누구나 반가움이 앞선다. 그래서 나비는 생명의 새로운 부활이 시작되는 봄과 잘 어울리는 곤충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묘지 주변에 날아다니는 나비를 망자의 영혼으로 생각했다. 애벌레가 번데기 상태가 되어 동작을 멈춘 모습은 사람이 관(棺) 속에서 지내는 것과 같다. 딱딱한 껍데기를 뚫고 나비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모습은 육신에 갇혀있던 인간의 영혼이 해방돼 자유로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아일랜드에는 다양한 요괴 및 요정이 등장하는 전설이 많다. 신비롭고 영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흰나비를 죽은 아이의 영혼이 있는 곤충으로 여겼다. 그래서 아일랜드 사람들은 흰나비를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건물에 가보면 벽에 그려진 나비 그림이 있다. 그곳에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유대인 포로들이 부활을 염원하는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비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 김영하 《아랑은 왜》 (문학동네, 2010)

 

 

 

우리나라에서는 나비를 ‘한이 맺힌 영혼’이 깃든 영물로 취급해 왔다. 경남 밀양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아랑 전설’에 나비가 등장한다. 이조 명종 때 밀양부사의 외동딸인 아랑(阿娘, 본명은 윤동옥)은 자신을 탐하는 관노에게 억울한 죽음을 맞는다. 귀신이 된 아랑은 새로 부임하는 밀양부사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신임 밀양부사인 이상사는 그녀의 한을 풀어주기로 약속했고, 아랑의 혼은 이상사에게 범인을 알려주기 위해 ‘흰나비’로 변신한다. 나비가 된 아랑의 혼은 자신을 죽인 관노의 갓 위에 앉았고, 그것을 확인한 이상사는 관노에게 벌을 내린다.

 

일본인들도 나비를 망자의 혼이 변한 곤충이라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에서는 밤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저작권을 무시하고, 일본의 요괴 모음집을 참고하여 만든 《세계의 요괴 도감》(사과나무, 1992)에 나비에 관한 일본 전설이 나온다.

 

 

 

야마가타 지방의 자오 산 기슭을 걷던 한 여행자가 한 채의 초가집을 발견했다. 몹시 지쳐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여행자는 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여행자는 그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여행자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초가집 안은 몇 천 마리나 되는 나비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정신을 가다듬은 여행자는 이 나비 떼들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들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나비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마치 무지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그 나비들이 다 사라지고나자, 여자의 검은 머리카락만 남아 있는 백골이 나타났다.

 

여행자는 무서운 나머지 여행의 피로도 잊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달려갔다.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 그 이야기를 하자, 마을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집에 살던 여자는 살아 있을 때 나비를 무척 좋아해서 언제나 나비를 따라다니며 살았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어느 날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녀의 시신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에 방치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몸 안에서 구더기가 생겨나, 그것이 나비가 되었을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여행자는 여자가 죽어서 나비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 《세계의 요괴도감》에서 발췌함.

 

 

 

 

 

 

 

 

 

 

 

 

 

 

 

 

 

 

 

 

※ 히사오 주란의 『곤충도』가 수록된 번역본

 

* 정태원 역 《공포특급 6 : 일본 편》 (한뜻, 1996)

* 이진의, 임상민 역 《스릴의 탄생 : 일본 서스펜스 단편집》 (시간여행, 2010)

* 엄진 역 《그림자 없는 범인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페가나북스, 2012, e-Book)

 

 

 

일본의 소설가 히사오 주란(久生十蘭)의 『곤충도』는 ‘망자의 혼=나비’ 모티프를 소재로 한 쓴 짤막한 분량의 소설이다. 추운 11월인데도 어느 화가의 집에 있는 다다미방 안에 파리 떼가 날아다닌다. 일주일 뒤에는 엄청나게 많은 나비 떼가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 나비는 비밀에 가려진 소름 끼치는 진실을 알려주는 자연적인 신호다. 그러나 화가 부부는 다다미방 안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눈치 채지 못한다.

 

 

 

 

 

 

 

 

 

 

 

 

 

 

 

 

 

* 허버트 조지 웰스 《허버트 조지 웰스 :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편》

(현대문학, 2014)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나방』은 나방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해플리는 사람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혼이 나방을 변한 것이라고 믿게 되고, 나방을 볼 때마다 무서움에 벌벌 떤다.

 

 

 

 

 

 

 

 

 

 

 

 

 

 

 

 

 

 

* 구사노 다쿠미 《환상동물사전》 (들녘, 2001)

 

 

 

나방도 나비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지 인간의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사악한 존재가 된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나방 형체의 괴생명체 ‘모스맨(Mothman, 나방 인간)’을 목격했다고 사람들의 증언과 모스맨으로 추정되는 동영상들이 나왔다. 도시 전설에 따르면, 큰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모스맨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모스맨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모스맨이 재앙을 예고하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팔랑거리는 나비를 뒤 따라가 보았던 어린 시절이 있을 것이다. 내년 봄이 올 때까진 날갯짓을 팔랑거리며 너울너울 허공을 나는 나비를 볼 수 없다. 아니다. 봄이 와도 나비를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푸르른 들판 위에는 칙칙한 회색빛 콘크리트가 얹혀있고,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건물이 우뚝 솟아 자란다. 나비를 볼 수 없는 도시의 봄은 상상되지 않는다. 그래도 도시에서 나비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것은 인간에게 경고하는 자연의 위험 신호다. 나비가 없는 도시는 ‘영혼이 없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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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7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나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이없는 이야기 하나. 제가 4살 때 노란 나비와 흰 나비를 보고 노란 오줌을 누면 노란 나비가, 하얀 오줌을 누면 하얀 나비가 날아온다고 생각했었던 기억나네요.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란 나비 흰 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이 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멋대로 연관지었나 봅니다 ㅋ

cyrus 2017-09-27 20:56   좋아요 1 | URL
그러면 검은 나비는... 응..ㄱ... 아닙니다..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9-27 20:58   좋아요 0 | URL
^^: 검은 나비는 건강이 좋지 않은 응가인가 봅니다 ㅋ

cyrus 2017-09-27 21:01   좋아요 1 | URL
네. 공장 연기에 찌든 나비입니다. ^^

북프리쿠키 2017-09-2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프시케월드가면
나비 꽉~있어요ㅎㅎㅎ

cyrus 2017-09-27 21:20   좋아요 1 | URL
제주도에 그런 곳이 있군요. <알쓸신잡> 시즌 2 제주도 편이 제작되면 어느 출연자가 프시케월드에 가게 될까요? 저는 김영하 작가 아니면 정재승 교수라고 생각해요. ^^

transient-guest 2017-09-28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나 잠자리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ㅎ

cyrus 2017-09-28 12:36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잠자리는 잡다가 손가락을 물린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잠자리를 못 잡았어요.. ^^

이하라 2017-10-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 산사를 오르는 길에서 뱀이 자동차 타이어에 터져 죽은 시체위에 나비가 흡입관을 꽂고 있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나비가 뱀시체의 피를 빨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기이함으로 제 기억 속에 새겨져 버렸습니다

행복한 추석되시라고 인사 여쭈러 와서는 이상한 글을 남기고 있군요 ㅋ
cyrus님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cyrus 2017-10-02 10:24   좋아요 1 | URL
정말 독특한 장면을 보셨군요. 나비들도 썩어가는 사체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지 싶습니다.

일부러 연휴 인사말을 남기지도, 받지 않으려고 며칠 동안 북플에 접속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래도 직접 인사말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하라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좋은 글로 다시 만나요. ^^

2017-10-0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2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7-10-0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길을 가다가 손바닥만한 긴꼬리제비나비를 봤습니다.(음... 내 손이 조막손?) 그 자유로움에 한참을 바라봤죠... 여유로운 연휴 되시길...^^

cyrus 2017-10-03 13:57   좋아요 0 | URL
표맥님은 나비 이름을 정확히 아시는군요. 가만히 있는 나비를 몇 분간 관찰하는 일이 어려워요. 우리 인간이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나비에게 여유가 없는 걸까요? ㅎㅎㅎ

직접 서재에 접속해서 연휴 인사말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표맥님도 연휴 잘 보내세요. ^^

나비종 2017-10-0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와 나방을 앉은 모습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비는 두 장의 날개를 겹치듯이 세워서 앉고, 나방은 양쪽으로 납작하게 펼쳐서 앉는다구요. 앉는 방식마저 ‘참 나비스럽다‘ 생각했죠.
벌레를 매우 무서워하지만, 곤충 중에서 비교적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나비입니다. 한 번도 만져본 적은 없지만요.^^; 부들부들한 느낌이겠죠?

cyrus 2017-10-10 08:04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나비가 날개를 납작하게 펼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나비종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역시 이름값 하시는군요. ^^

페크pek0501 2017-10-1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도 보여 반갑군요.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지금 갑자기 창문을 통해 빗소리가 들립니다. 비오기 시작인가 봐요.
굿밤 되세요...


cyrus 2017-10-10 23:17   좋아요 0 | URL
정말 행복했던 열흘이었습니다. 이런 황금연휴는 언제 올까요? ^^;;

여기 대구는 비 소식이 없습니다. 8월에 비하면 약해졌지만, 아직은 날씨가 따뜻해요.
 

 

 

 

제게 저만의 글쓰기 원칙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출판사의 리뷰 청탁을 받으면 그 사실을 반드시 리뷰에 명시할 것. 두 번째, 출판사로부터 받은 홍보용 책에 문제점과 한계가 보이면 그 책이 가루가 될 때까지 비판할 것. 비판도 한 권의 책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 번째,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를 읽고 나면 항상 마이리뷰를 먼저 쓸 것. 일명 () 마이리뷰, () 마이페이퍼 방식입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신간 도서에 저 또한 누구 못지않게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간 도서를 주로 소개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형 독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일을 의무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만 하는 독자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독자는 다릅니다. 실천에 방점을 두는 독서가 제가 지향하는 독서관(reading viewpoint)입니다. 책을 사지 못하면, 도서관에 빌려서 읽습니다. 원하는 책을 도서관에서 만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합니다. 내 손으로 종이를 쓰다듬고, 눈으로 문장을 어루만져야 책이 살아 숨 쉽니다. 책을 가까이하면 내 피부에 와 닿는 책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책의 숨결은 코와 입으로 들어와 우리 뇌와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증발합니다. 그 느낌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리뷰를 씁니다. 저는 이 단순하고도 시간이 많이 드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 다치바나 다카시 지식의 단련법(청어람미디어, 2009)

 

 

 

어떤 종류의 책에 관심이 있더라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지식의 단련법(청어람미디어, 2009)에 보면 아무 목적 없이 스크랩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사람의 사례가 나옵니다.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자료만 잔뜩 모아 놓기만 하는 것입니다. 이 일에 익숙해지면 입력의 양이 출력의 양보다 많아져서 넘치게 됩니다. ‘출력을 전제로 한 독서를 해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자신은 분명히 이 책을 한 번도 읽은 적 없는데 그 책을 읽었다고 믿게 되는 거죠. 지금보다 더 미숙했을 때 제가 이런 착각 속에서 살았습니다. 어리석었던 저를 구제해준 사람이 다치바나 다카시였습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사실은 지난달에 나온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해서 미리 사정을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번째 원칙에 따르면 신간도서를 읽었으면 마이리뷰로 소개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만 특별히 그 원칙을 어기려고 합니다.

 

 

 

 

 

 

 

 

 

 

 

 

 

 

 

 

 

  

* 권택환 맨발 학교(만인사, 2017)

* 유병찬 소리 없는 빛의 노래(만인사, 2015)

* 박진형 고마 됐다(만인사, 2016)

 

 

 

지난주 일요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이틀 전입니다. 대구시인협회장이자 만인사 대표인 박진형 선생님과 알라딘에서 ‘yureka01(유레카)’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유병찬 님을 만났습니다. 그 날 세 사람은 달성습지 산책로를 맨발로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박 선생님과 유레카님은 요즘 맨발 걷기에 꽂혀 있습니다. 유레카님은 저에게 맨발 학교(만인사, 2017)라는 한 권의 책을 권했습니다. 이 책이 바로 제가 오늘 소개할 신간도서입니다.

 

사실 저는 일요일 전까지만 해도 맨발 걷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어요. ‘맨발로 땅을 걸으면 가시가 박혀서 따갑지 않을까?’, ‘잘못 하면 발바닥에 생채기가 생겨서 세균에 감염되면 어쩌지?’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까 괜찮았습니다. 처음에는 피부에 닿는 작은 모래 알갱이 때문에 따끔거리는 고통이 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점점 줄어듭니다.

 

 

 

       

 

 

맨발로 땅을 걸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일요일 대구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았습니다. 세 사람이 달성습지를 걸었던 시간이 정오에서 오후 1시 사이였습니다. 태양 빛을 받아들인 땅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간대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땅바닥이 뜨겁지 않았습니다.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했습니다. 양말과 신발을 신었을 때 발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다릅니다. 양말과 신발을 오래 신은 채 걸으면 발바닥에 땀이 생기고, 답답한 느낌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맨발로 걸으면 발이 시원합니다. 햇볕을 받은 땅을 직접 밟아보면 차가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발바닥이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과 맨발을 감싸는 바람을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맨발 학교의 저자 권택환 씨는 맨발 걷기 교육 문화 보급에 앞장서는 교육인입니다. 이 분은 지금도 매일 한 시간씩 맨발을 걷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 뇌와 마음 건강에 미치는 맨발 걷기의 긍정적 영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맨발 학교의 책 분량이 얇고,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단순명료합니다. 그냥 걸으면 됩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보다 흙이 있는 곳에 걸어야 합니다. 흙이 있는 곳에는 분명히 꽃과 나무가 있습니다. 꽃과 나무가 있다면, 그 주변에 곤충이 날아다닐 겁니다. 흙이 있는 곳을 맨발로 걸어 다니면 우리가 살면서 지나쳤던 자연의 진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을 만나면 다가가서 코끝으로 인사를 나눠도 되고요, 스마트폰으로 굳어진 목을 살짝 위로 올린 채 걸으면 푸르른 하늘 위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어요. 한결 마음이 편해져요. 맨발 걷기는 돈 안 들이면서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입니다.

 

맨발 걷기를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맨발로 어떻게 사람들 앞에 걸어요? 창피한 일이에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맨발을 걸으면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la experiment)’는 인지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심리 실험입니다.

 

 

 

 

 

 

 

 

 

 

 

 

 

 

 

 

 

*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보이지 않는 고릴라(김영사, 2011)

* 에이미 E. 하먼 우아한 관찰주의자(청림출판, 2017)

 

 

 

검은 셔츠 셋, 흰 셔츠 셋, 모두 여섯 명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농구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세는 게 이 실험의 과제입니다. 1분도 채 안 되는 실험 영상 중에는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등장해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하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절반가량은 고릴라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맨발로 걸으면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눈 뜬 장님이 됩니다. 주변 시선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맨발 걷기 문화 정착에 찬성하지만, 이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에 창조력 함양을 포함한 저자의 관점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참고한 책 중에 이승헌 씨의 책도 있던데, 책 후반부에 맨발 걷기 교육과 뇌 교육을 연관 지어 설명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이승헌 씨의 뇌 교육과 그가 관여한 활동을 과학적인 관점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의 구성이 아쉬웠습니다. 처음에 했던 내용을 문장을 바꿔서 재차 강조하는 글쓰기는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책의 가치가 낮아집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맨발 학교를 직접 사서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제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에 노출된다고 해도 출판사 판매 수익, 저의 ‘Thanks to 적립금적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책마이페이퍼로 소개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맨발 걷기는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 불과했던 걷는 행위와 다릅니다. 맨발 걷기는 눈을 뜨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명상운동입니다. 호흡과 발걸음을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흙과 숲이 있는 곳에서 맨발로 걸으면 주변 풍경이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숲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새 소리, 풀 향기들이 여러분들의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이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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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1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걷는 모습에서 맨발로 첨 걸어보는 티가 팍팍 나는 cyrus님 ㅋㅋㅋㅌ

cyrus 2017-09-12 20:40   좋아요 0 | URL
저때가 출발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걷고 있었습니다. 역시 처음으로 맨발로 걸으니까 발바닥에 통증이 찾아왔어요. 지금도 발바닥이 조금 얼얼합니다.. ㅎㅎㅎ

이하라 2017-09-1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발로 처음 걸어보는 티가 난다면 왼쪽분이 cyrus님이로군요^^

cyrus 2017-09-12 20: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진을 다시 보니까 초짜와 고수의 차이점이 느껴집니다. ^^

stella.K 2017-09-1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뒷모습 얼핏 보니 생각 보다 호리호리 하네.
동안일 것 같군.
뭐 유레카님은 아저씨니까.ㅋㅋ
암튼 좋은 시간이었겠네.^^

cyrus 2017-09-12 23:26   좋아요 0 | URL
한 시간 걷고나서 박진형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시는 화가의 아틀리에도 구경했어요. 정말 특별한 일요일이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9-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발걷기가 무좀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yrus 2017-09-12 23:28   좋아요 1 | URL
《맨발 학교》에도 맨발 걷기 이후로 무좀이 줄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플라시보 효과인가요? ㅎㅎㅎ

yureka01 2017-09-12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흙과 내 발바닥의 촉감의 느낌. 전해져 오는 대지의 온도...대기의 기온 이런 것들의 내재됨.. 좋은 시간이었어요..사진 한장 찍을 수 있는 행복..ㅎㅎㅎㅎㅎ네 그럼요....
인류가 신발은 신었던 기간은 몇천년도 안되죠,맨발은 수만년이었을 겁니다.잃어버린 본질의 촉감이라고나 할까 싶습니다..

cyrus 2017-09-12 23:30   좋아요 1 | URL
제가 유레카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평생 접하기 힘든 경험과 새로운 만남은 없었을 겁니다. ^^

곰토낑 2017-09-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 곳곳에 맨발로 산책할수있는 길이 조성되있는건 아는데 실제로 걸어본 적은 없었어요. 곤충이나 돌조각, 유리조각 같이 발바닥을 상처입게할 요소들만 생각해서 저어되더라구요... 그런데 흙길을 맨발로 산책하기엔 여름이 더할나위없이 좋아보이네요. 파삭파삭하고 자근자근한것이...ㅋㅋ 그런데 글을읽다 깜짝 놀랐어요 ^^; 자정에서 1시라고 하셔서 새벽산책이신줄...ㅎㅎㅎ

cyrus 2017-09-12 23:36   좋아요 0 | URL
맨발 산책로가 단순히 건강 증진에 목적을 두고 만들어지는 게 아쉬워요. 그런 길 대부분은 딱딱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어요. 정말로 도시에서 흙길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저의 실수를 정확히 발견하셨군요. ‘정오‘라고 써야할 것을 ‘자정‘으로 잘못 쓰고 말았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은 북플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서 지금 당장 수정할 수 없어요.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군요. ㅎㅎㅎ

clavis 2017-09-1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걷고싶어져요^^!!

cyrus 2017-09-12 23:40   좋아요 0 | URL
맨발로 걸으면 발이 시원해집니다. 신발이 없으니까 발이 움직일 때 가벼운 느낌이 들어요. ^^

2017-09-13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3 12:57   좋아요 0 | URL
대학생 시절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밤 11시만 되면 졸려서 책을 못 읽겠어요. 이렇다보니 금방 읽을 수 있는 얇은 책만 찾게 됩니다.. ㅎㅎㅎ

뇌호흡을 뇌과학이 인정한 현상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sprenown 2017-09-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양말을 벗고 싶군요..나도 저렇게 어기적 대면서라도 한번 걸어볼까나?

cyrus 2017-09-13 12:59   좋아요 0 | URL
회사에 있으면 슬리퍼를 신고 다닙니다. 그래야 발이 시원해지고, 발냄새가 날아갑니다.. ^^;;

페크pek0501 2017-09-1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세 분이 만들어낸 작품이네요...

저도 보이지 않는 고릴라, 경험했어요. 글을 읽기 전에 사진만으론 맨발인지 몰랐습니다. ㅋ

cyrus 2017-09-14 13:5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의 글을 읽을 때 정작 중요한 내용을 못 보고, 엉뚱한 내용만 보는 경우가 있어요. 또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데도 오타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

오후즈음 2017-09-1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래 머물렀던 프라이부르크에선 간혹 맨발로 다니는 유럽인들을 볼수 있었는데요. 그들을 볼때마다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시는 어려우니 간혹 저렇게 자연과 친해지고 싶네요.

cyrus 2017-09-14 13:56   좋아요 0 | URL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자연친화적 장소가 많을 것 같습니다. 맨발로 걸으면 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
 

 

 

 

 

 

 

 

 

 

 

 

 

 

 

 

 

 

아버지 어머니 모두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온 실향민이라 우리에겐 친척도 하나 없었어요. 아시다시피 그때는 분유도 귀해서 일제 모리나가 분유를 사야 했는데 우리에겐 그럴 여유조차 없었지요…‥.” (공지영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97)

 

 

 

GS25 편의점에 가면 모리나가 밀크캐러멜 맛 아이스크림을 구할 수 있다. 와플 형태의 아이스크림인데 그 안에 캐러멜 시럽이 들어있다. GS25는 이 제품을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회사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모리나가는 일본의 업체이다. (GS25일본에 생산되는 아이스크림을 대만 인기 아이스크림으로 둔갑해서 판매하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곧 알게 될 것이다)

     

1910모리나가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었고, 1912년에 모리나가 제과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모리나가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제품이 모리나가 밀크캐러멜이다. 모리나가 밀크캐러멜은 1979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였고, 모리나가와 오리온의 기술 제휴로 오리온 밀크캐러멜이 출시되었다. 모리나가와의 기술 제휴로 나온 또 다른 오리온 제품이 초코파이고래밥이다.

     

1949년 모리나가 제과 회사에서 독립한 모리나가 유업은 우유, 분유 등 유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공지영 소설에 언급된 일제 모리나가 분유가 바로 모리나가 유업에서 제조된 제품이다. 1950년대에 모리나가 분유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거로 추정한다. 매일유업1974년 모리나가 유업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맘마분유를 내놓으면서 조제분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 민족문제연구소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생각정원, 2017)

    

 

 

모리나가 제과와 모리나가 유업. 이 두 회사가 국내 제과 및 분유 산업 성장에 큰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리나가 제과가 걸어온 길에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이 있다. 모리나가 제과는 전범 기업이다. 모리나가 제과는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는 일본군에게 전투식량을 대량으로 제공한 전력이 있다. GS25는 모리나가 제과의 전범 이력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불매 운동이 펼쳐질 것이고, 제품 판매가 저조해진다. 그래서 GS25은 밀크캐러멜 아이스크림을 대만 인기 아이스크림으로 홍보했다.

 

 

 

※ '모리나가 우유 중독 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 (환경운동연합)

http://kfem.or.kr/?p=37215

 

 

모리나가 유업이 설립된 지 6년 후에 모리나가 비소 우유 중독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일본 최악의 식품 안전사고로 기록되었다. 이 사건으로 우유(환경운동연합은 유아용 분유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는 언급된 우유는 유아용 분유를 포함한 것이다)를 먹은 어린이들이 비소 중독을 일으켰다. 130여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고, 환자 수는 약 13,000여 명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의 소개에 따르면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어린이가 ‘13이라고 한다) 우유에 들어간 식품첨가물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모리나가 유업이 사용한 식품첨가물은 비소가 포함된 공업용 약품이었다. 비소 우유를 먹은 어린이 대부분이 십 년 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는데도 모리나가 유업은 사고가 일어난 지 15이나 지나서야 보상 조치를 마련했다. 1950년대에 모리나가 분유를 먹으면서 자란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비소 중독증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시절엔 분유가 귀했기 때문에 분유를 먹은 어린이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모리나가 제과가 전범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모리나가 제과의 과자를 먹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모리나가 제과의 불편한 진실을 모르는 채 그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모리나가제과 그룹은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의 외가 집안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전범 기업이 만든 과자 하나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라고 자극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대감을 키우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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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9-0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리나가가 전범기업인 줄은 미처
몰랐네요.

니콘 카메라로 쓰지 말아야 하는데...

cyrus 2017-09-03 08:42   좋아요 0 | URL
최근에 모리나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야 늦게 알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스크림 맛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먹을 일이 없습니다.

2017-09-03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03 08:44   좋아요 0 | URL
일본 정부가 반성하지 않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니까 전범 기업들도 과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오거서 2017-09-03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리나가, 이름 때문이지만, 셜록 홈즈를 괴롭히는 악당 모리아티를 생각나게 합니다. 전혀 상관 없는 얘기지만서도…
모리나가 아웃!

cyrus 2017-09-04 08:57   좋아요 0 | URL
‘모리나가‘를 자꾸 ‘모리가나‘, ‘모리가라‘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어요. ^^;;

잠자냥 2017-09-0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아이스크림 사먹었는데... 음 이 포스팅으로 많은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감사!

cyrus 2017-09-04 08:58   좋아요 0 | URL
한 두번 먹는 것 가지고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전범 기업 제품이나 식품을 구매한 것을 SNS에 인증하는 행동은 문제 있습니다.

stella.K 2017-09-03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단하다.
모리나가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기업하는 사람들 정신이 나갔구만.
그런 것도 잘 알지도 못하고...
이거 뭐 삼성이 그모냥인데 더 말해 뭐하냐?
삼성이 정신 차리면 바람잡이 효과로 적어도 3분의 1은
나갔던 정신 다시돌아오지 않을까?
그래도 역시 믿을 건 소비자의 고발정신 같다.
더 많이 난리쳐야 하는데...ㅠ

cyrus 2017-09-04 09:03   좋아요 0 | URL
전범 기업의 제품과 식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라서 불매운동의 파급력이 촛불 운동만큼이나 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fledgling 2017-09-0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국내저작류에 대한 리뷰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저만 그런게 아니겠죠~ 본격적으로 이제 국내작가들을 섭렵하는 겁니꽈~^^

cyrus 2017-09-04 09:04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fledgling님. 섭렵까지는 아니구요, 내용이 궁금한 책이 있으면 그 기분에 따라 읽으려고 합니다. ^^

또 봄. 2017-09-1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동실에 하이추가 한 박스나 남았는데요.T.T

cyrus 2017-09-12 14:48   좋아요 0 | URL
이미 구매한 것은 버리기가 아까워요. 그냥 먹어야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