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모두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온 실향민이라 우리에겐 친척도 하나 없었어요. 아시다시피 그때는 분유도 귀해서 일제 모리나가 분유를 사야 했는데 우리에겐 그럴 여유조차 없었지요…‥.” (공지영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97)

 

 

 

GS25 편의점에 가면 모리나가 밀크캐러멜 맛 아이스크림을 구할 수 있다. 와플 형태의 아이스크림인데 그 안에 캐러멜 시럽이 들어있다. GS25는 이 제품을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회사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모리나가는 일본의 업체이다. (GS25일본에 생산되는 아이스크림을 대만 인기 아이스크림으로 둔갑해서 판매하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곧 알게 될 것이다)

     

1910모리나가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었고, 1912년에 모리나가 제과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모리나가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제품이 모리나가 밀크캐러멜이다. 모리나가 밀크캐러멜은 1979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였고, 모리나가와 오리온의 기술 제휴로 오리온 밀크캐러멜이 출시되었다. 모리나가와의 기술 제휴로 나온 또 다른 오리온 제품이 초코파이고래밥이다.

     

1949년 모리나가 제과 회사에서 독립한 모리나가 유업은 우유, 분유 등 유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공지영 소설에 언급된 일제 모리나가 분유가 바로 모리나가 유업에서 제조된 제품이다. 1950년대에 모리나가 분유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거로 추정한다. 매일유업1974년 모리나가 유업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맘마분유를 내놓으면서 조제분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 민족문제연구소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생각정원, 2017)

    

 

 

모리나가 제과와 모리나가 유업. 이 두 회사가 국내 제과 및 분유 산업 성장에 큰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리나가 제과가 걸어온 길에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이 있다. 모리나가 제과는 전범 기업이다. 모리나가 제과는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는 일본군에게 전투식량을 대량으로 제공한 전력이 있다. GS25는 모리나가 제과의 전범 이력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불매 운동이 펼쳐질 것이고, 제품 판매가 저조해진다. 그래서 GS25은 밀크캐러멜 아이스크림을 대만 인기 아이스크림으로 홍보했다.

 

 

 

※ '모리나가 우유 중독 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 (환경운동연합)

http://kfem.or.kr/?p=37215

 

 

모리나가 유업이 설립된 지 6년 후에 모리나가 비소 우유 중독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일본 최악의 식품 안전사고로 기록되었다. 이 사건으로 우유(환경운동연합은 유아용 분유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는 언급된 우유는 유아용 분유를 포함한 것이다)를 먹은 어린이들이 비소 중독을 일으켰다. 130여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고, 환자 수는 약 13,000여 명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의 소개에 따르면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어린이가 ‘13이라고 한다) 우유에 들어간 식품첨가물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모리나가 유업이 사용한 식품첨가물은 비소가 포함된 공업용 약품이었다. 비소 우유를 먹은 어린이 대부분이 십 년 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는데도 모리나가 유업은 사고가 일어난 지 15이나 지나서야 보상 조치를 마련했다. 1950년대에 모리나가 분유를 먹으면서 자란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비소 중독증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시절엔 분유가 귀했기 때문에 분유를 먹은 어린이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모리나가 제과가 전범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모리나가 제과의 과자를 먹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모리나가 제과의 불편한 진실을 모르는 채 그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모리나가제과 그룹은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의 외가 집안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전범 기업이 만든 과자 하나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라고 자극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대감을 키우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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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9-0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리나가가 전범기업인 줄은 미처
몰랐네요.

니콘 카메라로 쓰지 말아야 하는데...

cyrus 2017-09-03 08:42   좋아요 0 | URL
최근에 모리나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야 늦게 알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스크림 맛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먹을 일이 없습니다.

2017-09-03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03 08:44   좋아요 0 | URL
일본 정부가 반성하지 않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니까 전범 기업들도 과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오거서 2017-09-03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리나가, 이름 때문이지만, 셜록 홈즈를 괴롭히는 악당 모리아티를 생각나게 합니다. 전혀 상관 없는 얘기지만서도…
모리나가 아웃!

cyrus 2017-09-04 08:57   좋아요 0 | URL
‘모리나가‘를 자꾸 ‘모리가나‘, ‘모리가라‘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어요. ^^;;

잠자냥 2017-09-0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아이스크림 사먹었는데... 음 이 포스팅으로 많은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감사!

cyrus 2017-09-04 08:58   좋아요 0 | URL
한 두번 먹는 것 가지고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전범 기업 제품이나 식품을 구매한 것을 SNS에 인증하는 행동은 문제 있습니다.

stella.K 2017-09-03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단하다.
모리나가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기업하는 사람들 정신이 나갔구만.
그런 것도 잘 알지도 못하고...
이거 뭐 삼성이 그모냥인데 더 말해 뭐하냐?
삼성이 정신 차리면 바람잡이 효과로 적어도 3분의 1은
나갔던 정신 다시돌아오지 않을까?
그래도 역시 믿을 건 소비자의 고발정신 같다.
더 많이 난리쳐야 하는데...ㅠ

cyrus 2017-09-04 09:03   좋아요 0 | URL
전범 기업의 제품과 식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라서 불매운동의 파급력이 촛불 운동만큼이나 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fledgling 2017-09-0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국내저작류에 대한 리뷰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저만 그런게 아니겠죠~ 본격적으로 이제 국내작가들을 섭렵하는 겁니꽈~^^

cyrus 2017-09-04 09:04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fledgling님. 섭렵까지는 아니구요, 내용이 궁금한 책이 있으면 그 기분에 따라 읽으려고 합니다. ^^

또 봄. 2017-09-1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동실에 하이추가 한 박스나 남았는데요.T.T

cyrus 2017-09-12 14:48   좋아요 0 | URL
이미 구매한 것은 버리기가 아까워요. 그냥 먹어야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