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Eros, 로마식 이름은 쿠피도(Cupido))의 연인 프시케(Psyche)‘영혼’‘나비’를 의미한다. 그녀가 그림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그녀 옆엔 나비가 날아다닌다.

 

 

 

 

 

 

 

 

 

 

 

 

 

 

 

 

 

 

 

 

 

 

 

 

 

 

 

 

 

 

 

 

 

 

 

 

 

 

 

 

 

 

 

 

 

 

 

 

*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황금 당나귀》 (매직하우스, 2007)

*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청소년을 위한 황금 당나귀》 (매직하우스, 2008)

* 오비디우스, 이윤기 역 《변신 이야기 1》 (민음사, 1998)

* 오비디우스, 천병희 역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도서출판 숲, 2005)

*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웅진지식하우스, 2000)

* 루치아 임펠루소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으로 읽기》 (예경, 2008)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미움을 받고도 갖은 고초 속에 에로스와의 사랑을 이룬 프시케는 순수한 영혼의 힘으로 천상의 사랑을 쟁취한다. ‘육체적 사랑’을 상징하는 쿠피도를 만나려는 프시케의 험난한 여정은 육체와 정신이 합일하는 ‘완전한 사랑’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 샤먼 앱트 러셀 《나비에 사로잡히다》 (북폴리오, 2005)

* 미야시타 기쿠로 《모티프로 그림을 읽다》 (재승출판, 2015)

 

 

 

나비는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는 곤충이다. 모든 대상을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은 곤충을 ‘익충’과 ‘해충’으로 나뉜다.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익충이 바로 나비가 아닐까 싶다. 나비는 ‘봄의 전령사’다. 겨울 동안 보이지 않던 나비가 따뜻한 봄과 함께 꽃들 사이로 날아다니면 누구나 반가움이 앞선다. 그래서 나비는 생명의 새로운 부활이 시작되는 봄과 잘 어울리는 곤충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묘지 주변에 날아다니는 나비를 망자의 영혼으로 생각했다. 애벌레가 번데기 상태가 되어 동작을 멈춘 모습은 사람이 관(棺) 속에서 지내는 것과 같다. 딱딱한 껍데기를 뚫고 나비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모습은 육신에 갇혀있던 인간의 영혼이 해방돼 자유로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아일랜드에는 다양한 요괴 및 요정이 등장하는 전설이 많다. 신비롭고 영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흰나비를 죽은 아이의 영혼이 있는 곤충으로 여겼다. 그래서 아일랜드 사람들은 흰나비를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건물에 가보면 벽에 그려진 나비 그림이 있다. 그곳에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유대인 포로들이 부활을 염원하는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비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 김영하 《아랑은 왜》 (문학동네, 2010)

 

 

 

우리나라에서는 나비를 ‘한이 맺힌 영혼’이 깃든 영물로 취급해 왔다. 경남 밀양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아랑 전설’에 나비가 등장한다. 이조 명종 때 밀양부사의 외동딸인 아랑(阿娘, 본명은 윤동옥)은 자신을 탐하는 관노에게 억울한 죽음을 맞는다. 귀신이 된 아랑은 새로 부임하는 밀양부사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신임 밀양부사인 이상사는 그녀의 한을 풀어주기로 약속했고, 아랑의 혼은 이상사에게 범인을 알려주기 위해 ‘흰나비’로 변신한다. 나비가 된 아랑의 혼은 자신을 죽인 관노의 갓 위에 앉았고, 그것을 확인한 이상사는 관노에게 벌을 내린다.

 

일본인들도 나비를 망자의 혼이 변한 곤충이라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에서는 밤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저작권을 무시하고, 일본의 요괴 모음집을 참고하여 만든 《세계의 요괴 도감》(사과나무, 1992)에 나비에 관한 일본 전설이 나온다.

 

 

 

야마가타 지방의 자오 산 기슭을 걷던 한 여행자가 한 채의 초가집을 발견했다. 몹시 지쳐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여행자는 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여행자는 그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여행자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초가집 안은 몇 천 마리나 되는 나비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정신을 가다듬은 여행자는 이 나비 떼들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들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나비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마치 무지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그 나비들이 다 사라지고나자, 여자의 검은 머리카락만 남아 있는 백골이 나타났다.

 

여행자는 무서운 나머지 여행의 피로도 잊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달려갔다.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 그 이야기를 하자, 마을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집에 살던 여자는 살아 있을 때 나비를 무척 좋아해서 언제나 나비를 따라다니며 살았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어느 날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녀의 시신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에 방치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몸 안에서 구더기가 생겨나, 그것이 나비가 되었을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여행자는 여자가 죽어서 나비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 《세계의 요괴도감》에서 발췌함.

 

 

 

 

 

 

 

 

 

 

 

 

 

 

 

 

 

 

 

 

※ 히사오 주란의 『곤충도』가 수록된 번역본

 

* 정태원 역 《공포특급 6 : 일본 편》 (한뜻, 1996)

* 이진의, 임상민 역 《스릴의 탄생 : 일본 서스펜스 단편집》 (시간여행, 2010)

* 엄진 역 《그림자 없는 범인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페가나북스, 2012, e-Book)

 

 

 

일본의 소설가 히사오 주란(久生十蘭)의 『곤충도』는 ‘망자의 혼=나비’ 모티프를 소재로 한 쓴 짤막한 분량의 소설이다. 추운 11월인데도 어느 화가의 집에 있는 다다미방 안에 파리 떼가 날아다닌다. 일주일 뒤에는 엄청나게 많은 나비 떼가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 나비는 비밀에 가려진 소름 끼치는 진실을 알려주는 자연적인 신호다. 그러나 화가 부부는 다다미방 안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눈치 채지 못한다.

 

 

 

 

 

 

 

 

 

 

 

 

 

 

 

 

 

* 허버트 조지 웰스 《허버트 조지 웰스 :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편》

(현대문학, 2014)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나방』은 나방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해플리는 사람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혼이 나방을 변한 것이라고 믿게 되고, 나방을 볼 때마다 무서움에 벌벌 떤다.

 

 

 

 

 

 

 

 

 

 

 

 

 

 

 

 

 

 

* 구사노 다쿠미 《환상동물사전》 (들녘, 2001)

 

 

 

나방도 나비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지 인간의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사악한 존재가 된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나방 형체의 괴생명체 ‘모스맨(Mothman, 나방 인간)’을 목격했다고 사람들의 증언과 모스맨으로 추정되는 동영상들이 나왔다. 도시 전설에 따르면, 큰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 모스맨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모스맨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모스맨이 재앙을 예고하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팔랑거리는 나비를 뒤 따라가 보았던 어린 시절이 있을 것이다. 내년 봄이 올 때까진 날갯짓을 팔랑거리며 너울너울 허공을 나는 나비를 볼 수 없다. 아니다. 봄이 와도 나비를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푸르른 들판 위에는 칙칙한 회색빛 콘크리트가 얹혀있고,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건물이 우뚝 솟아 자란다. 나비를 볼 수 없는 도시의 봄은 상상되지 않는다. 그래도 도시에서 나비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것은 인간에게 경고하는 자연의 위험 신호다. 나비가 없는 도시는 ‘영혼이 없는 도시’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7-09-27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나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이없는 이야기 하나. 제가 4살 때 노란 나비와 흰 나비를 보고 노란 오줌을 누면 노란 나비가, 하얀 오줌을 누면 하얀 나비가 날아온다고 생각했었던 기억나네요.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란 나비 흰 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이 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멋대로 연관지었나 봅니다 ㅋ

cyrus 2017-09-27 20:56   좋아요 1 | URL
그러면 검은 나비는... 응..ㄱ... 아닙니다..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9-27 20:58   좋아요 0 | URL
^^: 검은 나비는 건강이 좋지 않은 응가인가 봅니다 ㅋ

cyrus 2017-09-27 21:01   좋아요 1 | URL
네. 공장 연기에 찌든 나비입니다. ^^

북프리쿠키 2017-09-2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프시케월드가면
나비 꽉~있어요ㅎㅎㅎ

cyrus 2017-09-27 21:20   좋아요 1 | URL
제주도에 그런 곳이 있군요. <알쓸신잡> 시즌 2 제주도 편이 제작되면 어느 출연자가 프시케월드에 가게 될까요? 저는 김영하 작가 아니면 정재승 교수라고 생각해요. ^^

transient-guest 2017-09-28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나 잠자리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ㅎ

cyrus 2017-09-28 12:36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잠자리는 잡다가 손가락을 물린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잠자리를 못 잡았어요.. ^^

이하라 2017-10-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 산사를 오르는 길에서 뱀이 자동차 타이어에 터져 죽은 시체위에 나비가 흡입관을 꽂고 있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나비가 뱀시체의 피를 빨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기이함으로 제 기억 속에 새겨져 버렸습니다

행복한 추석되시라고 인사 여쭈러 와서는 이상한 글을 남기고 있군요 ㅋ
cyrus님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cyrus 2017-10-02 10:24   좋아요 1 | URL
정말 독특한 장면을 보셨군요. 나비들도 썩어가는 사체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지 싶습니다.

일부러 연휴 인사말을 남기지도, 받지 않으려고 며칠 동안 북플에 접속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래도 직접 인사말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하라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좋은 글로 다시 만나요. ^^

2017-10-0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2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7-10-0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길을 가다가 손바닥만한 긴꼬리제비나비를 봤습니다.(음... 내 손이 조막손?) 그 자유로움에 한참을 바라봤죠... 여유로운 연휴 되시길...^^

cyrus 2017-10-03 13:57   좋아요 0 | URL
표맥님은 나비 이름을 정확히 아시는군요. 가만히 있는 나비를 몇 분간 관찰하는 일이 어려워요. 우리 인간이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나비에게 여유가 없는 걸까요? ㅎㅎㅎ

직접 서재에 접속해서 연휴 인사말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표맥님도 연휴 잘 보내세요. ^^

나비종 2017-10-0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와 나방을 앉은 모습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비는 두 장의 날개를 겹치듯이 세워서 앉고, 나방은 양쪽으로 납작하게 펼쳐서 앉는다구요. 앉는 방식마저 ‘참 나비스럽다‘ 생각했죠.
벌레를 매우 무서워하지만, 곤충 중에서 비교적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나비입니다. 한 번도 만져본 적은 없지만요.^^; 부들부들한 느낌이겠죠?

cyrus 2017-10-10 08:04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나비가 날개를 납작하게 펼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나비종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역시 이름값 하시는군요. ^^

페크pek0501 2017-10-1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도 보여 반갑군요.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지금 갑자기 창문을 통해 빗소리가 들립니다. 비오기 시작인가 봐요.
굿밤 되세요...


cyrus 2017-10-10 23:17   좋아요 0 | URL
정말 행복했던 열흘이었습니다. 이런 황금연휴는 언제 올까요? ^^;;

여기 대구는 비 소식이 없습니다. 8월에 비하면 약해졌지만, 아직은 날씨가 따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