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책을 찾아주세요" Book #24

《반 고흐, 지상에 유배된 천사》 율리우스 마이어 그레페,

최승자, 김현성 공역 / 책세상 (1990년)

 

 

 

 

 

 

 

 

 

 


율리우스 마이어 그레페(Julius Meier-Graefe, 1867~1935)는 빈센트 반 고흐를 위대한 예술가의 명당에 오르게 한 장본인이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그레페는 독일에서 미술사학자로 활동했다. 영국의 화가 겸 미술평론가 로저 프라이(Roger Eliot Fry, 1866~1934)와 함께 인상주의 회화의 연구에 앞장섰다. 그레페는 고흐뿐만 아니라 세잔, 르누아르, 뭉크, 마네 등 화가의 평전을 남겼다. 그의 대표적인 화가 평전이 바로 1921년에 발표한 고흐 평전이다. 1926년에 나온 영문판의 제목은 <Vincent Van Gogh: A Biographical Study>이다. 고흐 사후 100주년인 1990년에 국역본이 나왔다. 제목은 《반 고흐, 지상에 유배된 천사》(책세상)다. 이 책은 공동 번역인데 번역자 한 사람이 《이 시대의 사랑》(문학과지성사)의 시인 최승자다. 최승자 시인은 이 책의 2, 5, 6장의 번역을 맡았다. 

 

 

 

 

 

 

이 책은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다. 그레페는 고흐를 광란의 기질을 주체하지 못해 불행하게 살다간 비극적 인간으로 재현했다. 그는 서문에서 고흐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라고 말한다. 흔히 고흐를 소개하면 항상 ‘광기’와 ‘천재’가 들어간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런 과장된 꼬리표를 달게 만든 사람이 그레페다. 그는 고흐의 내적 고통이 확연히 드러나도록 고흐가 발작하는 장면에 자신이 직접 고흐의 영혼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발작으로 흥분한 고흐가 주절거리는 것처럼 독백 대사를 넣기도 한다. 이 책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작가나 미술 비평가들은 고흐의 그림을 이해하는 코드를 ‘광기’로 뭉뚱그려 축약시켰다. 그레페 덕분에 고흐는 불행한 천재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의 그림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정신분열’, ‘광기’로 고흐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부실한 평전들이 양산됐다.

 

20세기 초반에 나온 책인 만큼, 최근에 알려진 고흐에 관한 각종 자료와 비교하면 상당히 오래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고흐 평전을 많이 읽어 본 독자가 그레페의 책을 읽으면 지루하게 느낀다. 고흐가 런던의 하숙집에서 지냈을 때, 그곳 하숙집의 딸 외제니 로이어를 짝사랑했다. 고흐는 용기 있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했다. 예전에는 외제니 로이어를 ‘우르슐라(또는 우르슬라)’라고 소개되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하숙집 딸을 우르슐라로 지칭하면서 썼다. 그러나 우르슐라가 외제니 어머니의 이름으로 밝혀져 하숙집 딸의 진짜 이름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우르슐라 대신에 외제니 로이어로 소개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최승자 시인이 (부분) 번역한 책이라고 해서 이 책에 군침을 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헌책방에서도 만나기 힘든 책이라서 굳이 사서 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레페의 책은 잊혀도 고흐와 그에 관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 이야기들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복제되어 구전되어 화가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그러니까 시공아트, 마로니에북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고흐 관련 책들은 그레페의 책을 참고해서 모방한 복제물이라고 보면 된다. 세월의 그늘 속에 먼지가 되어 사라질 뻔한 고흐를 다시 대중 앞에서 부활시킨 최초의 인물이 그페레라는 사실, 그것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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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2-1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그대 페이퍼를 읽고 있노라면 군침이 흐르기 마련이야 ㅋ

cyrus 2016-02-17 13:50   좋아요 0 | URL
고흐 마니아라면 이런 책 한 권은 있어야 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6-02-16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승자 시인이 번역일도 하셨군요.
그분 팬이란 제 표현이 머쓱해 집니다. ㅠㅠ

cyrus 2016-02-17 13:52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역자가 최승자 시인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사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yamoo 2016-02-18 01:50   좋아요 1 | URL
최승자 시인 번역 많이 했어요. 유명한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에 대하여>도 번역했지요. 그 분이 번역한 까치 출판사의 책을 몇 권 갖고 있습니다만..ㅎ

초딩 2016-02-16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탐나요!!!

cyrus 2016-02-17 13:53   좋아요 0 | URL
진짜 별 것 없습니다. 도판은 모두 흑백입니다... ^^;;

단발머리 2016-02-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페란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데, 고흐에게 `광기`와 `천재`라는 단어를 붙여준 사람이라니 너무나 흥미로운데요. 근데 cyrus님이 읽지 말라 하시니, 나는 패쓰할래요. ㅎㅎㅎ

cyrus 2016-02-17 13:53   좋아요 0 | URL
네. 지금도 고흐 관련 책이 나오니까 그걸로 읽어도 충분합니다. ^^

붉은돼지 2016-02-1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제 기억에 옛날엔 분명히 `고흐`가 아닌 `고호`로 표기했었는데요
그게 아마 1990년 이전인 모양입니다^^

cyrus 2016-02-17 14: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좀 오래된 책은 `고호`라고 표기되어 있어요. 고호가 고흐보다 좀 더 투박한 느낌이 듭니다. ^^

비로그인 2016-02-2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를 부활시켰다니.
시인분이 번역하시고 기대되는 책입니다.

cyrus 2016-02-17 14:08   좋아요 0 | URL
인지도 높은 `책세상`이라서 재출간을 기대해도 좋은데, 워낙 내용이 뻔한 것이라서 다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요즘 고흐를 재해석한 책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

페크pek0501 2016-02-17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흐에게 호감을 가졌던 건 그가 그의 형에게 쓴 편지를 읽고서였어요. 글도 잘 쓰는 화가라는 걸
알았거든요. 문학적인 표현이 눈에 띄었죠. 그 글을 읽고 예술가는 다 글을 잘 쓰는 게 아닐까, 예술은 다 하나로 통하는 걸까 생각했어요.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cyrus 2016-02-17 14:10   좋아요 1 | URL
고흐가 독서를 좋아했어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서점 직원으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흐의 삶에 특별한 애착이 느껴져요. 혼자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이 저랑 비슷해요. ^^
 

 

 

 

* "그 책을 찾아주세요" Book #23

《바닷가의 한 아이에게》 고형렬, 씨와 날 (1994년)

 

 

 

한때 집 근처에 바다가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그들은 멋진 해변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뛰어놀 수 있다. 또한, 싱싱한 생선회를 먹을 수도 있고. 그런데 당사자들은 육지 사람들의 부러움이 불만스럽다. 바닷가 사람들은 타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이는 해수욕장의 번잡스러운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바닷가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생선회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생선의 비린 맛 때문에 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바닷가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시는가. 생선회를 자주 먹는다는 이유로 부러워하거나 싸고 맛 좋은 횟집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바다는 수많은 도시인의 발길을 내준 휴가지로 변했다. 같은 물소리에도 듣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가오는 의미가 다르다. 바닷바람에 흥분한 도시인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바다와 함께 살았던 토박이들은 차분하다.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소주 한 병에 새우깡 한 봉지로 생활의 시름을 달랜다. 아이들은 바닷물이 적신 모래밭에 모래성을 짓는다. 인형 같은 손등에 모래를 끼얹어 예쁜 지붕을 만든다. 파도에 금방 무너지는 모래성이지만, 아이에게는 최고의 궁전이다. 바람이 불어도 파도가 와도 영원히 쓰러지지 않는 추억 속의 집이다.

 

나이 탓인가. 사람들의 뜨끈한 날숨이 섞인 바닷바람보다는 짠 내 나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해변의 풍경을 혼자 거닐고 싶다. 사람으로 붐비는 해변을 바라보면 어지러운 전쟁터 같다. 피서객들은 바다에 오자마자 편안하게 쉬고 싶은 자리를 먼저 찾는다. 요즘은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자릿세를 내야 한다. 모래벌판에 음식을 먹느라 냄새를 피우고, 고성방가하며 술에 취해 인사불성 되어야 멋진 휴가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보다 더 심한 건 모래 속 깊숙이 묻어버린 쓰레기다. 하얗던 백사장 곳곳에 자본주의의 얼룩이 남아 있다. 시커먼 비닐종이, 썩은 내 진동하는 음식물 찌꺼기, 깡통, 신발까지 마치 전쟁터에 남겨진 전리품 같아 바라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바다를 구경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바다의 벗인 토박이들은 정든 고향을 하나둘씩 떠난다. 토박이들이 떠나고 없는 빈자리에 외지인들을 유혹하는 상점과 숙박업소가 들어선다. 자본의 외풍 앞에 바다는 힘없이 쓰러져 가고, 고유의 풍경이 사라져 간다.

 

 

 

 

 

 

 

 

고형렬 시인의 시집 《바닷가의 한 아이에게》(씨와 날, 1994년)는 우리가 잊고 있던 바다의 진짜 모습을 담으려고 시도한 시집이다. 시집의 앞표지와 뒤표지는 온통 파랗다. 강하게 짙은 파란색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바닷물이 연상된다. 시집은 강원도 속초 바다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시집을 펼치면 바닷가의 한 아이를 만난다. 바닷바람을 먹고 자란 아이는 훗날 바다의 신성한 기운을 받아 시인을 잉태한다.

 

 

 


나는 바닷가의 한 아이를 생각한다

바닷가의 한 아이는 나의 어머니셨다
나의 어머니가 된 계집아이는
이젠 허물어져 없어진 속초 역전
경찰서 통신계장네 집 셋방에서 산다
아무 죄 없는 바닷가 어린아이는

 

(‘바닷가의 한 아이에게’, 9쪽)

 

 

 


시인은 도시에 살면서도 바다가 품은 고향을 잊지 못한다. 소라 껍데기에 귀 기울이면 파도 소리가 윙윙 들려온다. 바다가 그리운 시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서울 방바닥에 귀를 대본다. 그러나 꽉 막힌 콘크리트 벽에 파도 소리 한 줄기 스며들 틈이 없다. 불현듯 이부자리에 비친 바닷가의 달빛이 시인의 향수를 잠재우는 유일한 위안거리다. 

 

 

 

이레 전은 사월 초파일
어제는 비가 진종일 내렸다.
불을 끄자마자
이미 번져 있는 환한 그림자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이부자리에 비친 옛 바닷가의 달빛
누워서 동편 하늘을 내다보니
아 이건 정말 밝기도 하구나.
흙을 밟고 온 사람아
새벽이 왔는가 봄이 왔는가.
벌써 세월은 흘러
서울 방바닥에 귀를 대고 누웠다.

 

 

(‘화곡동 창’, 20쪽)

 

 

시인은 붉은 칸막이로 이루어진 원고지에 푸른 바다의 추억을 옮기는 시도를 한다. 원고지는 모래알 같은 문자들이 가득한 모래사장이다. 시인은 아이가 되어 원고지 속으로 뛰어들어 문자들을 가지고 논다. 그 문자들을 차곡차곡 뭉쳐 쌓아 올리면 한 편의 멋진 문장의 성이 만들어진다. 시인은 바다를 기억하려고 추억을 아교로 삼아 문장의 성을 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시인이 다시 만지고 싶었던 옛것들은 세월의 파도에 떠밀려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운 것들을 더 이상 만날 수도, 만져볼 수 없는 현실에 시인은 좌절한다.
 

 

여기는 누구의 태생지인가.
어민으로 살다가 붉은 줄 쳐진 원고지를 깔고
한 생애를 정리하고 싶은 여기는

 

(중략)

 

덜컹거리는 상점 유리창으로 내다보는
너의 태생지인 바닷가 바다
이미 옛것들이 사라졌고
이제는 섬세한 그의 몸짓도 생활에 묶여진 지 오래
남은 시간은 붉은 줄 쳐진
하얀 바탕의 편지지에 쓰고 싶은 안부 같은 것
이제 너는 너의 고향에 대해여 말하지 않는다.

 

 

(‘사진리’ 중에서, 100~101쪽)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추억은 향기가 되어 마음에 파도처럼 몰아친다. 시인의 문장은 오랫동안 바닷바람에 절이면서 말린 오징어 한 조각이다. 이 문장의 조각을 눈으로 씹어 먹을수록 머릿속에 바다의 소금기가 느껴진다. 바다를 포근하게 안아보고 느껴본 사람만이 이런 감동을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안다. 시인은 시집의 후기에서 이웃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속초 바다의 정경을 걱정했다. 시인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여름만 되면 바다에는 도시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진짜 바다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이 또 있다. 진짜 바다를 기억하는 이 시집도 서점에 찾아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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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2-14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 복간이 안 되는 것은 정말 안따까운 일입니다. 최측의농간`인가요 ? 그 출판사는 그러한 아쉬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출판사라고 하더군요.. 이 얼마나 반가운 의도입니까..
이번에 고형렬 산문집 가운데 연어``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데.. 하튼, 그런 산문집 하나 나왔더군요..... 읽어봐야겠습니돠..



저도 속초에서 1년 정도 살아서인지... 뭔가 느낌이 옵니다..

cyrus 2016-02-14 17:33   좋아요 0 | URL
출판사 덕분에 최근에 고형렬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 헌책방에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알라딘에 검색되지 않는 책이었어요. 이런 책이 안타깝습니다. 씨와 날 출판사에 대한 정보도 없었어요.

서니데이 2016-02-14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2016-02-14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5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15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2-15 18:09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

표맥(漂麥) 2016-02-1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닷가, 해수욕장, 회센터... 바로 거기에 살고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자랐기에 집을 이쪽으로 구했지요.
말씀 하신대로 전 여름이 너무 싫습니다. 시끌시끌~ 빵빵~
이른 봄과 늦가을의 모래사장이 좋습니다. 뛰기도 좋구요...

다만...
전 시인처럼 강원도 속초의 바닷가가 아니라 남도의 바닷가지요...
거친 파도가 아닌 아기 같은 바다...

이 글 읽으면서 살짝 웃음이 나오네요. 뭐~ 포근한 느낌이었달까요.^^

cyrus 2016-02-15 19:54   좋아요 0 | URL
바다 근처에 사시는 것만으로도 부럽습니다. 여름에 바닷가에 가면 고성방가에 난동 부리는 관광객들 진짜 싫습니다. 차라리 사람 발길이 드문 바닷가 주변에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병신년(丙申年) 첫 주말이 다가왔지만, ‘응답하라 1988’(약칭 ‘응팔’)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없는 주말을 아쉬워한다. 어제에 이어 이틀간 ‘응답하라 1988’(약칭 ‘응팔’)이 결방했다. 지난주 방송에 결방을 예고했음에도 지금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응답하라 1988 결방’이 올랐다. 오늘부터 새로운 에피소드가 방송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검색했을 것이다. 17회는 다음 주 금요일에 방송된다.

 

오늘 같은 날 응팔이 시작되는 시간에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읽어보는 게 어떤가.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을 시청하는 분이라면 독서를 권한다. 응팔은 9시 20~25분에 끝이 난다. ‘내 딸 금사월’은 10시에 시작한다. 방송 광고 시간을 고려하면 MBC 드라마는 10시 5분, 10시 10분부터 시작한다. 그러면 9시 25분부터 10시 10분 사이에 황금 같은 시간이 생긴다. 그러나 리모컨의 노예가 된 우리는 뉴스를 보거나 다른 방송 채널로 돌린다. 만약 그 시간에 시청해야 할 방송이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50분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데 있어서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50분 동안 넉넉히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다면,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오랜만에 재회하는 것도 좋다. 책을 반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이 있는 쪽수를 위주로 읽어도 좋고, 책에 필기한 쪽수를 확인해도 된다. 과거의 책을 펼치는 순간, 오랫동안 그 속에 보관되어왔던 추억이 소환된다. 우리도 우리만의 ‘응팔’이 있다. ‘응팔’에 나왔던 책들이 여러분들의 책장에 꽂혀 있는지 확인해보시라. 당신이 브라운관에 비친 추억을 감상하고 있을 때, 깊은 잠에서 깨어난 추억의 책들이 당신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을 수도 있으니까.

 

 

 


Scene #1 응팔 6회(‘첫 눈이 온다구요’)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성자가 된 청소부》 

 

 

 

 

 

이문열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덕선(혜리 역)은 이상문학상 작품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문학사상사, 1987년 초판 발행)을, 선우는 바바 하라 다스의 《성자가 된 청소부》(정신세계사, 1988년 초판 발행)를 읽고 있다. 그 와중에 덕선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선우를 바라본다. 누군가는 책 읽는 남자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덕선은 책에 푹 빠진 선우가 마음에 드는지 애정이 넘치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덕선의 달콤한 짝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직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이유는 설명하지 않겠다)


 

 

 

Scene #2 응팔 13회(‘슈퍼맨이 돌아왔다’) - 《죽음의 천사》

 

 

 

 

 

덕선이네 집의 텔레비전 옆에 의문의 책 한 권이 있다. 책 제목이 불길하다. 그러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을 것이다. 정건섭은 제1회 한국추리문학상을 받았고, 지금도 꾸준히 추리소설을 집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6년 9월 경향신문 광고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스릴러'의 옛말 '드릴러'

 

 

 

정건섭의 《죽음의 천사》는 1986년 행림출판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정건섭의 여섯 번째 작품이자 유럽과 극동 지역을 배경으로 한 첩보소설이다. ‘죽음의 천사’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 근무한 악명 높은 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별명이다. 1986년 당시 매일경제의 보도에 의하면 《죽음의 천사》를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첩보소설로 소개했다. 우리나라 추리문학이 외국 추리문학의 위상에 밀려 외면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죽음의 천사》의 문학적 가치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디시인사이드 ‘응팔 갤러리’에 어떤 회원은 《죽음의 천사》가 소품으로 나온 장면을 두고 슬픈 줄거리가 예상되는 복선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응팔 13회에서 덕선의 어머니 일화 여사(이일화 역)가 조직검사를 받다가 몸 안에 종양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담당의는 종양의 형태가 좋지 않다며 암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화 여사는 안 좋은 결과나 나올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일화 여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줄거리가 나올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13회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천사》 소품은 맥거핀(MacGuffin)으로 판명되었다.

 

 

 


Scene #3 응팔 15회(‘사랑과 우정 사이’) -

《슬픈 우리 젊은 날》,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덕선의 친구 장미옥(이민지 역, 극 중 별명이 ‘장만옥’이다)이 김정봉(안재홍 역)을 만나려고 카페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책은 칼릴 지브과 그와 교제를 했던 메리 헤스켈이 주고받은 편지글 중에 인상 깊은 구절을 골라 짤막한 시 형식으로 편집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분량이 얇고, 판형이 작다. 이 얇은 책 속에 숨겨진 칼릴 지브란에 관한 흥미로운 사연까지 소개하면 글이 길어진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나중에 별도로 소개하겠다.

 

 

 

 

 

 

《슬픈 우리 젊은 날》은 성보라(류혜영 역)가 읽고 있었던 책이다. 보라처럼 1988년에 대학을 다녔던 분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봤을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보라가 읽는 책이 어떤 건지 궁금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생들이 쓴 글이나 익명이 남긴 낙서들을 모은 책이다. 책의 편집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은 ‘사회와 문학을 사랑하는 모임’이다. 지금으로 보면 유치한 이름이지만, 그때 그 시절 시를 쓸 수 있었던 아름다운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운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고, 문학 대신 스펙을 열렬하게 사랑한다.

 

1988년에 1권이 출간되었고, 책의 인기에 힘입어 1991년까지 2~6권이 나왔다. 사실 나는 이 책이 나왔을 때 태어나지 않았다. 이 책에 대해서 아는 척하면서 소개하는 것은 실례다. 어른들의 추억을 어설프게 아는 척하고 싶지 않다. 그 대신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잘 설명해준 서평 한 편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판이 끊긴지 오래된 책의 서평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애서가에게는 이런 소중한 서평 한 편이 오아시스와 같다. 서평을 작성한 분의 닉네임이 ‘진주’다. 응팔에서 선우의 여섯 살짜리 여동생 이름이 ‘진주’다.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진주님의 서평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진주님이 글의 공개를 원하지 않으면 삭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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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1-0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응팔끝나고 빈 시간에 후다닥 정리하고 애인있어요 봐요 ㅎㅎ
올해 저에게 최고의 드라마는 애인있어요 에요~^^

cyrus 2016-01-03 17:41   좋아요 0 | URL
`애인 있어요`가 그 시간에 하는군요. 저는 제가 즐겨보는 드라마 편성 시간만 정확히 기억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6-01-0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cyrus 2016-01-03 17: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페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재는재로 2016-01-0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팔이번주결방이라아쉼 성자된청소부간만에듣어보네요저도고등학생때읽었는데요3번이상읽었죠지금도생각나네요불가축민 자반 이육체는크리스마스날눈에쌓여발견될것이다라는자반의유언맞나모르겠네요 미국인의사는성자자반의진정한제자가되었죠

cyrus 2016-01-03 17:4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정확하게 기억했습니다. 미국인 의사가 자반이 피터라는 사람인 줄 알고 같이 지내게 되었어요. 그 다음 나머지 이야기는 재는재로님의 말씀대로입니다.

2016-01-02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1-0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지난번 책 성애자라셨던 cyrus님. 같은 장면을 봐도 날카롭게 책을 찾아내시는 모습 에서 진정한 책 성애자임을 깨닫게 했어요. ㅎ

cyrus 2016-01-03 17:49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별나요. 사소하면서도 아무나 하지 않는 일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해요. ^^

프레이야 2016-01-0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이 있는 삶, 좋습니다. 막간의 독서도 더욱 좋구요. 진주님이라는 반가운 닉이 호명되었네요.

cyrus 2016-01-03 17:52   좋아요 0 | URL
꽤 오래전부터 진주님이 다른 알라디너님들과 교류를 하셨더군요. 저는 처음 뵙는 분인데 닉네임이 친숙해서 그런지 진주님의 글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무척 반가웠습니다.

수이 2016-01-0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볼 수 있겠지, 계속 읽을 수 있겠지_ 그 생각을 하면 좋아.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고_ 계속 읽고 그러자.

cyrus 2016-01-03 18:58   좋아요 0 | URL
야나문에 손님들을 위해서 구하기 어려운 책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서니데이 2016-01-0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편안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

cyrus 2016-01-03 19:1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진주 2020-03-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렇게 올리셨군요!
제 서평 공개를 원치 않다니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할게요 ㅎㅎ
슬픈 우리 젊은 날이 발행될 때 cyrus 님은 태어나지도 않으셨군요.
저희는(남편과 저) 대학 시절이었답니다~
 

 

 

 

 

 

 

어제 헌책방에서 구한 책. 발트라우트 포슈의 《몸 숭배와 광기》(여성신문사, 2001)는 여성의 육체가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사회 현상에 옥죄는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2004년, 같은 출판사에서 새로운 표지로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 책 역시 절판되었다.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지만, 구판이라도 구한 게 어딘가. 헌책방에서 만나는 절판본 중에는 재출간되었으면 바라는 좋은 책이 많다. 《몸 숭배와 광기》도 마찬가지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거의 절반까지 다 읽었는데,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이 책은 1999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출간되었다. 그런데도 십여 년 뒤에 펼쳐지게 될 ‘아름다움’에 맹신하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늘 변함없이 아름다운 여성성을 바라는 이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인 건 분명하다.

 

 

 

 

밑줄은 자로 잰 상태로 반듯하게 그어져 있다. 밑줄을 아주 정결하게 그은 거로 봐서는 여성 독자가 남긴 독서의 흔적인 것 같지만, 확실하게 단정하지 않겠다. 깔끔한 상태를 좋아하는 남성 독자가 자로 밑줄을 그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밑줄 흔적을 남긴 사람이 여성 독자라는 사실 쪽에 기울이는 이유가 밑줄 친 내용 대부분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몸 숭배와 광기》를 다 읽으면 밑줄 친 내용만 따로 소개하겠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 이웃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진 관련 책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볼프강 켐프의 《세계의 사진가 24인이 집필한 현대사진미학 1945-1980》(해뜸, 1988)은 사진 매체의 개념을 규명하는 논문, 비평문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는데, 역자는 이 책을 사진 전공 학도들에게 유용한 이론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훑어봐서는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볼프강 켐프의 책이 원래는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권은 1839년에서 1918년까지, 2권은 1912년에서 1945년까지의 사진 관련 글로 다루어졌는데, 저자명을 검색해보니까 《현대사진미학 1945-1980》 이외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거로 봐서는 아직 완역본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을 쓴 필자들이 화려하다. 앙드레 바젱《영화란 무엇인가》(사문난적, 2013)의 저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영화평론가다. 결정적인 순간을 완벽한 구도로 포착해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창시자 루돌프 아른하임,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사진 비평서로 정평이 난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 이후, 2005)를 쓴 수잔 손택의 글도 보인다. 나머진 필자들은 잘 모르겠다. 혹시 사진을 공부하는 데 알아두어야 할 사람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셔도 된다.

 

해뜸은 1984년에 설립된 사진 전문 출판사다. 2010년에 사진 책 세 권을 출간한 이후로는 출간 소식이 뜸해졌다. 이 출판사가 처음으로 손택의 <On Photography>을 번역했다. 《사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86년에 출간되었다. 《사진 이야기》와 《현대사진미학 1945-1980》은 각각 ‘사진시대총서’ 시리즈 2번째, 11번째로 나온 것이다. ‘사진시대총서’는 총 26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시리즈의 9번째 책은 20세기 전설적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Slightly Out Of Focus>다. 이 책은 2006년에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으로 재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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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9-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면 밑줄친 내용만 따로 소개하겠다`는 말씀은 이전 소유자의 밑줄 친 내용을 언급하신 건가요? 그렇다면 이전 소유자의 내용으로 리뷰 쓰신다는 아주 흥미로운 방식 될 듯 합니다. 기대됩니다. ^^

cyrus 2015-09-06 21:5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밑줄 덕분에 책을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밑줄 친 내용이 많았습니다. 좋은 내용만 따로 분류해서 정리하겠습니다. ^^

AgalmA 2015-09-06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과 사진이라면 존 퓰츠 <사진에 나타난 몸>도 읽을만 하죠.
19세기 사진기술의 초창기 초상사진의 인종차별적 성격부터 해서 에로티시즘-모더니즘-사회성(대공황과 세계대전)-정치성(베트남전쟁과 페미니스트)-포스트모더니즘(소비사회와 동성애)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판도 많고, 유익한 내용이 많아요. 읽고 계신 책과 어느 정도 겹치는 지 모르겠는데, 몸에 대한 주제로 인문학적으로 훑어보기 좋아 cyrus님이 관심 가지실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추천^^

cyrus 2015-09-06 21:56   좋아요 1 | URL
좋은 책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창기 사진 역사부터 언급되는 책이니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아갈마님이 사진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신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저 같은 사진에 대해서 알려고 시작하는 독자를 위해 읽어볼만한 책이 있으면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2015-09-06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9-08 18:00   좋아요 0 | URL
사실 제대로 안 읽고, 중간에 덮은 책도 많습니다. 제가 한 권 붙잡고 완독하는 독서 스타일이 아니고, 여러 권 한꺼번에 읽는 산만한 독서 스타일입니다. 블로그에서 열심히 읽는 척 하는 것이지요. ^^
 

 

 

 Scene #1 만인서림을 찾아서

 

 

며칠 전에 헌책방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만인서림'이라는 고서점을 알게 되었다. 만인서림을 소개한 글이 작성된 날은 작년이었다. 대구덕화중학교 근처에 있다는 정보만 적혀 있을 뿐, 정확한 주소와 전화번호는 없었다. 작은 가게 이름도 구글 지도에 검색하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만인서림은 구글 지도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문 닫았거나 애초에 없었던 서점이었을까? 덕화중학교 근처라는 정보 하나를 믿고 직접 덕화중학교 부근으로 가봤다. 중학교를 중심으로 이어진 골목길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만인서림을 찾지 못했다. 한 시간 동안 좁디좁은 미로 같은 골목길을 실컷 걸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 같은 길을 맴돌았다. 어제 날씨가 흐려서 망정이지 대구의 찜질방 날씨였으면 땀에 젖은 파김치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Scene #2  새 주인을 만난 월계서점

 

 

서점을 찾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남문시장 근처에 있는 헌책방 거리에 향했다. 지금까지 남문시장에 남아있는 헌책방은 총 네 곳. 그중에 코스모스북이 헌책방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고,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코스모스북 건물 뒤편에 대도서점, 해바라기서점, 월계서점이 있다. 여기서 내가 자주 찾는 헌책방이 월계서점이다. 코스모스북이 나머지 세 곳의 헌책방보다 건물 면적이 넓고, 책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모스북에서 파는 책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이유로 이곳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코스모스북에 방문하여 책을 산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사는 책들이 주로 절판된 것이라서 가격이 조금 높을 거라고 이미 예상하기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높게 매긴 책값이 아니라면 불만 없이 낸다. 그래서 지금까지 헌책방에 책을 사면서 주인에게 책값을 흥정하거나 깎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주인을 설득시킬 정도로 말주변이 있는 것도 아니며 돈 때문에 서로 간에 얼굴을 붉히는 것을 싫어한다.

 

코스모스북 다음에 건물 면적이 넓은 헌책방이 월계서점이다. 코스모스북의 명성이 높아서 그런지 월계서점에 찾는 손님의 발길은 적다. 또 가게에 새로 들어오는 책도 많지 않다. 대학생 자녀를 둔 아주머니가 월계서점을 혼자서 맡고 계셨는데 가게 안에 책이 너무 많아 손님이 파는 책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한 달 전에 월계서점에 방문했을 때 아주머니가 서점 일에 손을 뗄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일을 그만두셨다. 어제 월계서점을 방문했을 때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아저씨께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단골 헌책방 주인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거나 문을 닫는 상황을 가끔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막상 아주머니가 없는 헌책방에 들어서니까 기분이 묘했다. 아주머니에게 인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주인이 바뀌니까 가게 내부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책장 사이의 공간이 비좁았다. 가게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책장 사이의 공간이 조금 넓혀졌다. 상체를 수그리면서 책장 제일 아랫부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손님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분야별로 책을 정리했고, 책장마다 책 분야를 표시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고르는 손님을 위해서 플라스틱 의자 세 개와 각 휴지를 마련해놓았다. 의자에 앉아서 편안하게 책을 읽다가 손에 묻은 먼지를 휴지로 닦을 수 있다. 작은 것마저 소홀히 하지 않고 손님을 배려하는 주인아저씨의 마음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고르고 난 뒤에 나는 주인아저씨에게 가게 내부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칭찬을 건넸다. 그리고 어쩌다가 헌책방을 맡게 되었는지 조심스럽게 여쭈어봤다. 주인아저씨는 대전에 있는 한밭서점에서 15년 동안 일하다가 대구에 오게 되었다. 자신의 집 지하 창고에 책이 잔뜩 쌓여 있어서 그중에 괜찮은 책들을 헌책방에 둘 예정이란다. 그래서 책값을 싸게 해줄 테니 자주 찾아오라는 당부의 말씀을 빼놓지 않았다. 주인아저씨는 내가 가게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연신 '책을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셨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짠하다. 가게 경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얼마 안 되는 단골손님을 위해서 헌책방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분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책 몇 권을 사는 것이 전부라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Scene #3 독자서평이 없는 책, 헌책방에 있는 도서관 책

 

 

 

 

 

 

어제 월계서점에 고른 책은 총 7권이다. 평소보다 많이 샀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이 눈에 보여서 책값이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책값은 12000원이었다. 주인아저씨가 정말 값을 싸게 매겨줬다. 내가 고른 책은 다음과 같다.

 

 

* 찰스 부코스키 《미친 시인의 사랑》(자유사상사, 1992)

* 그렉 베어 《블러드 뮤직》(움직이는책, 1992)

* 정태원 역 《에드가상 수상작품집 3》(명지사, 1993)

* 미첼 슬렁 외 《호러 사일런스》(고려문화사, 1994)

* 잉에보르크 바흐만 《맨하탄의 선신》(한국문연, 1987)

* 니겔 도드 《돈의 사회학》(일신사, 2002)

* 폴 비릴리오 《전쟁과 영화》(한나래, 2004)

 

 

7권 다 절판된 책이다. 특히 부코스키의 《미친 시인의 사랑》은 알라딘 중고샵에서 정가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는 귀한 책이며 《블러드 뮤직》, 《에드가상 수상작품집 3》, 《호러 사일런스》는 장르문학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그렉 베어의 《블러드 뮤직》은 예전에 SF소설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1985년에 발표된 《블러드 뮤직》로 그렉 베어는 최고의 과학소설을 쓴 작가에게 주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동시에 받았다. 《호러 사일런스》는 공포와 에로가 결합한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이 책에 '사이코'의 원작자인 로버트 블록, J.G. 발라드 같은 걸출한 작가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에드가상은 미국 추리소설가들에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으며 장편과 단편을 포함한 장르별로 최우수 작품을 선정한다. 명지사에서 나온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은 총 4권. 추리소설 번역가로 유명한 정태원 씨가 번역했고, 최우수 단편작품만 수록되었는데 1권에 1947~1960년 수상작, 2권에 1961~1975년 수상작, 3권에 1976~1987년 수상작, 4권에 1993년 수상작까지 실려 있다. 지금보다 추리문학에 대한 관심이 낮은 1990년대 초반에 권위 있는 외국 장르문학 수상작품만 모아서 4권까지 출간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맨하탄의 선신》은 바흐만의 희곡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류 작가 바흐만은 전혜린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 소개돼 많이 알려졌다.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바흐만의 시에서 책 제목을 따온 것이다. 《삼십세》(문예출판사, 1995)가 독자가 많이 찾는 바흐만의 작품이다. 바흐만은 소설 이외에도 시, 희곡, 산문을 남겼는데 시집과 희곡은 오래전에 번역됐으나 이제는 구하기 힘들어졌다. '만하탄의 선신'이라는 제목으로 1974년에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 '월간 현대시'를 발간하는 한국문연이 바흐만 전집을 기획했던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니겔 도드의 《돈의 사회학》은 이 책을 패기 있게 소개한 홍보문구에 혹해서 골랐다.

 

 

"도드는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에서 나타난 돈의 본질에 대한 관념들에 체계적인 비평을 가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분기되어 나가는가를 고려한다. 그가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짐멜, 파슨스, 하버마스, 기든스와 같은 탁월한 사회이론가들의 저작에서 나타난 돈의 역할이다. 도드의 결론에 따르면, 이같은 학자들 중 누구도 근대사회에서의 돈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는 화폐교환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발전시킨다."

 

 

놀랍게도 알라딘에 《돈의 사회학》 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제목과 목차만 봐도 읽을 만한 가치가 높은 책으로 짐작한다. 폴 비릴리오의 《전쟁과 영화》는 전쟁이 영화에서 어떻게 결합하였고, 이러한 과정이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그런데 헌책방에 있던 《전쟁과 영화》는 대구대봉도서관에서 온 책이었다. 간혹 헌책방에는 공공도서관에 있어야 할 책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책 속지나 배면에 도서관 직인이 찍혀 있고, 도서번호가 적힌 라벨이 책등에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전쟁과 영화》 속지에 이 책을 월계서점에서 구입한 사람의 필체로 보이는 낙서를 발견했다. 이 책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 속지에 있는 도서관 직인을 통해서 책이 2004년 5월 29일에 대봉도서관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04년 8월 23일에 월계서점 책장에 꽂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2004년 6월부터 8월 사이에 《전쟁과 영화》를 빌렸던 사람이 도서관에 반납하지 않았던가 보다. 도서관으로 돌아가지 못한 책은 헌책방에 팔리게 되었다. 배면에 있는 도서관 직인을 수정 펜으로 지운 흔적이 있는데 도서관 반납 연체자가 지웠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이 오랫동안 새 주인의 책장을 지켜줬으면 좋으련만 어찌 된 일인지 다시 월계서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책 주인은 이 책의 번역이 실망스러워 책을 팔았던 것일까? 아니면 평소에 손이 가는 책이 아니라서 미련 없이 판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헌책방에 가면 귀한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친 박복한 책이 많다. 《돈의 사회학》처럼 독자서평 한 편 없이 사라진 책도 있다. 먼지에 파묻힌 책에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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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6-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남문시장 근처에 헌책방이 아직 남아있군요. 옛날에 수학정석, 성문종합영어 이런 참고서 팔아먹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cyrus 2015-06-26 13:53   좋아요 0 | URL
코스모스북에 그나마 많이 찾는 손님이 교과서, 대학교재를 사거나 파는 학생들이에요. ^^

북다이제스터 2015-06-2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사람처럼 박복한 경우가 많네요. 사람이나 책 모두 자신을 알아 보는 사람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5-06-26 13:5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책은 그 책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5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셀러보다는 이런 책 서평을 많이 해야 겠습니다.

참... 굴고 시인의 여자들은 열린책들에서 여자들`로 나왔죠 ?

전쟁과 영화도 그렇고 정말 알짜배기 책을 고르셨네요...

cyrus 2015-06-26 14:0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책이 헌책방에 가면 찾을 수 있어서 이런 재미로 헌책방을 찾는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만나게 된 지인 덕분에 부코스키의 소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헌책방에 부코스키의 책이 읽어서 얼른 집어 들었어요. <미친 시인의 사랑> 판본이 궁금해서 어제 검색해봤는데요, <미친 시인의 사랑>은 단편집인데 2000년에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 그 첫 번째>(바다출판사)라는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더라고요. <시인의 여자>의 개정판이 <여자들>(열린책들)이 맞습니다. 부코스키 팬이었던 지인이 <우체국>와 <여자들>을 읽어보라고 추천한 적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부코스키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나와같다면 2015-06-2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정말 짠합니다..
cyrus님도 마음이 여리군요..

cyrus 2015-06-26 14:07   좋아요 0 | URL
사계절 내내 헌책방 안에서 외롭게 앉아 있거나 간혹 책 파는 손님들에게 군말없이 핀잔을 듣는 헌책방 주인을 가까이서 보면 안쓰럽습니다.

간서치 2015-06-2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책이 하려고 했던 말을.. 주인 아저씨가 대신 해준 게 아닐까요? 책를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식으로듴 누군가가 다시 사서 잘 읽어주면 감사할테니까요..

cyrus 2015-06-26 14:10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 책을 고를 때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읽어야 할 책인지 확인합니다. 웬만하면 헌책방에 샀던 책을 다시 팔거나 버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낭만인생 2015-06-26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게도 알라딘에 《돈의 사회학》 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저도 책을 알고 싶어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면 석 좋은 책인데 서평이 하나도 없는 책들이 많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많이 놀랍니다. 헌책방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재미를 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5-06-26 14:12   좋아요 0 | URL
독자 서평이 한 편도 없는 책을 만나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파트라슈 2015-06-26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대교 쪽에 합동북 가 보셨습니까 여기 책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cyrus 2015-06-26 14:14   좋아요 0 | URL
제가 살면서 처음 가본 헌책방이 합동북입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기분이 우울했을 때 한 번 합동북에 책 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헌책방의 매력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

에이바 2015-06-2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헌 책방 순례기를 볼 때 마다 놀라워요. 어쩜 이렇게 보물들을 찾아내시는지! 부코스키의 <미친 시인의 사랑> 부럽습니다. <팩토텀>, <우체국>, <여자들> 이렇게 세 편은 가지고 있는데 시집은 하나도 없어요~ 원서를 사야 하나. <미친 시인의 사랑> 원제는 더 노골적이네요. <Erections, Ejaculations, Exhibitions and General Tales of Ordinary Madness (1972)>

cyrus 2015-06-26 14:17   좋아요 0 | URL
헌책방을 좋아하는 분들이 만든 블로그 덕분에 제가 헌책방과 절판본에 관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헌책방의 매력을 접하게 될 다음 사람들을 위해서 부족하게나마 기록을 남기려고 합니다. <미친 시인의 사랑>을 구한 어느 헌책방 마니아가 이 소설은 야한 내용이 가득하다고 소개했어요.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구입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에이바 2015-06-29 20:54   좋아요 0 | URL
부코스키 책 중 야하기로는 <여자들>이 제일 야해요. 야한 와중에 뭔가 깨달음이 있는... 전철에서 읽다가 얼굴이 화끈거려서 책장을 덮었습니다.ㅎㅎ;;; <우체국>이 제일 재밌었고요.

페크pek0501 2015-06-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는 밥상이라고 할까요... 월계서점에서 고른 책 7권의 목록이 어쩌면 그렇게 구매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지...
책 제목 때문인지 글씨체 때문인지 네모 친 선 때문인지... 아리송해요.ㅋ

cyrus 2015-06-26 14:18   좋아요 0 | URL
북플에 있는 책 인증샷을 보게 되면 저 사진 속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에 헌책방 마니아의 블로그를 봤을 때 저도 페크님처럼 생각했어요. ㅎㅎㅎ

stella.K 2015-06-2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지 묻은 책 내 방에도 한가득이야.
난 왜 그리도 책에 지은 죄가 많은지.ㅠ
못 읽으면 만져라도 주고, 눈이라도 마주쳐 주자고 생각하고 있어.
책이라는 게 참 신기한게 좋은 책도 많긴한데
유독 심쿵하게 만드는 책이 눈에 띈다는 거야.
그러면서 날 데려가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아.
그럼 이 책을 집으로 가져가야 해.
너도 저 7권의 책 그래서 가져왔을 거라고 생각해.ㅎㅎ

cyrus 2015-06-26 14: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집에 안 읽는 책이 많은 걸 알면서도 좋은 책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