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헌책방에서 구한 책. 발트라우트 포슈의 《몸 숭배와 광기》(여성신문사, 2001)는 여성의 육체가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사회 현상에 옥죄는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2004년, 같은 출판사에서 새로운 표지로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 책 역시 절판되었다.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지만, 구판이라도 구한 게 어딘가. 헌책방에서 만나는 절판본 중에는 재출간되었으면 바라는 좋은 책이 많다. 《몸 숭배와 광기》도 마찬가지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거의 절반까지 다 읽었는데,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이 책은 1999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출간되었다. 그런데도 십여 년 뒤에 펼쳐지게 될 ‘아름다움’에 맹신하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늘 변함없이 아름다운 여성성을 바라는 이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인 건 분명하다.
밑줄은 자로 잰 상태로 반듯하게 그어져 있다. 밑줄을 아주 정결하게 그은 거로 봐서는 여성 독자가 남긴 독서의 흔적인 것 같지만, 확실하게 단정하지 않겠다. 깔끔한 상태를 좋아하는 남성 독자가 자로 밑줄을 그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밑줄 흔적을 남긴 사람이 여성 독자라는 사실 쪽에 기울이는 이유가 밑줄 친 내용 대부분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몸 숭배와 광기》를 다 읽으면 밑줄 친 내용만 따로 소개하겠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 이웃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진 관련 책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볼프강 켐프의 《세계의 사진가 24인이 집필한 현대사진미학 1945-1980》(해뜸, 1988)은 사진 매체의 개념을 규명하는 논문, 비평문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는데, 역자는 이 책을 사진 전공 학도들에게 유용한 이론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훑어봐서는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볼프강 켐프의 책이 원래는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권은 1839년에서 1918년까지, 2권은 1912년에서 1945년까지의 사진 관련 글로 다루어졌는데, 저자명을 검색해보니까 《현대사진미학 1945-1980》 이외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거로 봐서는 아직 완역본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을 쓴 필자들이 화려하다. 앙드레 바젱은 《영화란 무엇인가》(사문난적, 2013)의 저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영화평론가다. 결정적인 순간을 완벽한 구도로 포착해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창시자 루돌프 아른하임,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사진 비평서로 정평이 난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 이후, 2005)를 쓴 수잔 손택의 글도 보인다. 나머진 필자들은 잘 모르겠다. 혹시 사진을 공부하는 데 알아두어야 할 사람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셔도 된다.
해뜸은 1984년에 설립된 사진 전문 출판사다. 2010년에 사진 책 세 권을 출간한 이후로는 출간 소식이 뜸해졌다. 이 출판사가 처음으로 손택의 <On Photography>을 번역했다. 《사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86년에 출간되었다. 《사진 이야기》와 《현대사진미학 1945-1980》은 각각 ‘사진시대총서’ 시리즈 2번째, 11번째로 나온 것이다. ‘사진시대총서’는 총 26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시리즈의 9번째 책은 20세기 전설적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Slightly Out Of Focus>다. 이 책은 2006년에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으로 재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