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형색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가장 오래 된 중국의 의학서로 의학오경醫學五經 가운데 하나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중국 신화의 인물인 황제와 그의 신하이며 천하의 명의인 기백岐伯과의 의술에 관한 토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오나 진한秦漢시대에 황제의 이름에 가탁假託하여 저작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책은 원래 18권으로 전반 9권은 소문素問, 후반 9권은 영추靈樞로 구분되는데, 소문은 천인합일설天人合一說,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 등 자연학에 입각한 병리학설을 주로 하고 실제 치료에 대한 기록은 적습니다. 영추는 침구鍼灸와 도인導引 등 물리요법을 상술하고 있으며, 약물요법에 대하여는 별로 언급이 없습니다. 수隋나라의 양상선楊上善이 편집한 <황제내경태소黃帝內經太素> 30권은 소실되어 전해지지 않고 현존하는 내경으로는 당唐나라의 왕빙王氷이 주석注釋을 가한 24권입니다.
형상의학과 관련하여 <황제내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인체의 형상과 징후로 오장육부의 상태를 살피는 오장외후五臟外候를 비롯하여 생활 법도까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동의보감>도 <황제내경>의 의학 이론들을 수용하고 있는데, ‘내경內景’편과 ‘외형外形’편을 보면 인체의 형상이 여러 가지 질병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형색을 살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형체는 긴 편이 짧은 편만 못하며, 큰 편이 작은 편만 못하고 살찐 편이 여윈 편만 못하며, 흰 편이 감은 편만 못하고 ... 더욱이 살이 찌면 습濕이 많고 여위면 화火가 많으며, 살결이 희면 폐기肺氣가 허하고 검으면 신기腎氣가 족足하므로 사람에 따라 형색形色이 다르고 오장육부도 같지 않으니,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비록 같을지라도 치료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요통腰痛을 예로 들면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증상도 다양합니다. 허리가 은근히 아픈 사람이 있고, 아침에 일어나려면 몸이 개운치 않으면서 허리가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아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전에는 괜찮다가 오후만 되면 허리 통증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면서 두통과 식욕부진 등 다른 증상가지 겹쳐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는 이때 환자의 형상을 중심으로 진단하면 호소하는 요통 증상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며 원인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형상의학의 효과를 역설합니다. 그에 의하면 피부색이 검은 사람의 요통은 대부분 그 증상이 은근하게 나타납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고 호소하는 게 아니라 뻐근하고 은근하게 아프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경우 변비의 경향도 보이며 입냄새도 많이 나고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수도 있습니다. 배에 가스가 차고 뒷목이 뻣뻣하면서 어깨 통증도 수반됩니다. 이는 신장 기능의 약화, 즉 신허腎虛로 인해 발병하는 요통입니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체질상 신의 기능에 장애가 많이 오는데 허리 통증도 그 때문에 비롯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의 기능을 돋우어주는 가미신기환加味腎氣丸을 쓰면 몸의 전체적인 기능도 호전되고 허리 통증도 사라집니다.
피부색이 희면서 뚱뚱한 사람은 허리에 통증을 느낄 때 땀이 많이 나고 설사하는 경향을 보이며 늘 피곤해합니다. 또한 소변이 잦고 낮이면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식욕이 나지 않아 통 먹으려고 들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과 함께 발병하는 요통을 한의학에서는 양허요통陽虛腰痛이라 하는데, 이는 양기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조성태는 양허요통에 체질에 맞게 보신탕을 처방하면 효과가 매우 좋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보신탕이란 복날에 먹는 보신탕이 아니라 한약 처방으로서의 보신탕을 말합니다.
깡마른 환자들이 호소하는 요통의 증상은 대체로 오전보다는 오후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울러 불면증과 변비 증세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음의 기운이 약한, 즉 음허陰虛로 인해 발병하므로 음의 기운을 보호해주기 위해 보음산補陰散(보음사화탕補陰瀉火湯이라고도 함), 음陰을 생성하고 양陽을 보補하는 대조환大造丸, 음허陰虛로 인한 외감한열外感寒熱과 학질, 대변비결을 다스릴 때 주로 사용하는 보음익기전補陰益氣煎을 처방합니다. 오후마다 미열이 나고 식은땀을 흘리는 경우, 기침이 나고 때때로 가래에 혈액이 섞여서 나오며 몸이 여위는 경우에 처방하는 보음산은 음陰이 허虛해 화火가 일어나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음이 허하고 육맥이 미비하며 혈기血氣가 부족한 경우에 대조환을 처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