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체木體 형의 사람은 간이 실하다
“여기 오기 전에 피부과에 다녀왔어요. 엉덩이 쪽에 습진이 생겨서요” 하고 여인이 딸의 증상을 말했습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는 여러 환자들을 대하다보면 환부의 위치나 증상에 따라 솔직히 말하지 않고 그냥 넘기려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생식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고 말합니다. 의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이양의 키는 165cm, 몸무게는 45kg이며, 코가 오똑하면서 살이 없고 허리가 길게 빠진 전형적인 목체木體 형이었다고 합니다.
이양은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가끔씩 몸을 꼿꼿하게 펴기 힘들 때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조성태가 진찰해보니 맥의 왕래가 매끄럽지 않아 마치 가벼운 칼로 대나무를 긁는 듯한 삽맥澁脈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울체(기혈氣血이나 수습水濕 등이 퍼지지 못하고 한 곳에 몰려서 머물러 있는 것)된 상태로 여러 장기가 서로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는 맥이었습니다. 그가 진맥 도중에 살펴보니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습니다. 손바닥의 땀은 위가 좋지 않거나 심장에 부담이 갈 정도로 긴장했을 때, 혹은 진액이 샐 때 나타나는 증세입니다.
복진상으로 아픈 부위는 오목가슴, 즉 위가 아닌 명치였으며 이 부분이 아픈 것을 한방에서는 심구작통心口作痛이라 하여 마음이 편치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봅니다. 과중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습진이 어디쯤이냐고 묻자 이양은 항문 가까이의 엉덩이 부분이라고만 말할 뿐 자세히 말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조성태가 환부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의 예상대로 환부는 항문과 생식기 주변이었고 질로도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질 주변이 축축하면서 냉이 콧물처럼 뭉클뭉클하게 나오지 않았어요?” 하고 물으니 이양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서야 이양은 아래가 가렵고 습하며 진물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증상은 간장의 습열로 인한 생식기 이상에서 비롯합니다. 목체 형의 사람은 간 계통에 병이 오기 쉬운데, 간경맥은 아랫배와 생식기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간에 습열이 생기면서 생식기 쪽으로 반응이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그는 이양에게 간장의 습열을 치료하는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을 처방해주었습니다.
용담사간탕은 급성방광염으로 염증이 심하여 소변이 제대로 안 나오고, 불순한 분비물이 배뇨 중에 있으며 통증을 수반할 때 사용하며, 이양처럼 음부陰部가 습濕하고 부어오르며 가려울 때에도 치료하는 약입니다.
환자에게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함께 따라온 다섯 살배기 딸아이가 대듬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엄마는요, 매일 아프다고 화만 내요.” 본인은 “아이를 낳고 나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어요. 그 뒤로는 별것 아닌 일에도 자꾸만 신경이 곤두서요” 하고 말했습니다. 피부가 검고 눈꼬리가 위로 바짝 올라간 환자 본인은 살이 빠지고 건강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신경에 예민해졌다고 말했지만, 조성태는 원래부터 그런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환자가 말한 다음의 증상이 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서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낮에는 목에서 카르르 소리와 함께 헛기침이 나고, 밤이면 노란 가래침까지 나와요. 작년 가을부터는 아예 천식에다 알레르기성 비염까지 생겼다니까요.” 그 외에 다른 증상은 없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발이 늘 차고 얼굴이 창백한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여름인데도 땀이 안 나요. 허리도 뻐근하고, 아랫배에 묵직한 느낌이 들면서 아프고요. 냉이 심해서 어떨 땐 물냉이 주르르 쏟아질 정도예요.”
조성태는 팔다리와 목이 늘씬한 그 환자를 목체 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이 환자는 여자이면서 남자같이 생겼으므로 늘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담음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런 사람들은 관절에 병이 잘 오므로 어깨, 허리, 무릎이 시원찮고 손발이 저리면서 항상 피곤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그 환자에게 가미이진탕加味二陳湯을 처방했습니다.
가미이진탕은 담痰이 위로 치솟아 눈이 붓고 술을 많이 먹어 팔이 붓고 아프고 마비될 때, 갑자기 쓰러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증상은 없을 때, 기氣와 담이 목구멍에서 엉켜 있는 매핵기梅核氣를 치료할 때, 습담濕痰이 스며나와 정액이 흘러나올 때, 위胃가 차가워서 구토嘔吐할 때, 담으로 인해 손발이 차가워질 때, 담으로 인한 두증痘症을 치료할 때 사용됩니다.
목체 형의 사람을 주류走類라고도 하는데, 달리기를 잘 하는 동물들과 비슷한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형은 갸름하고 눈꼬리가 위로 들려 있으며, 이런 눈꼬리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보입니다. 서양인처럼 몸체에 비해 팔다리가 길고 털이 많은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아 늘씬한 체형입니다.
목체 형을 주류라 했듯이 달리기를 비롯하여 운동을 잘 하며, 사람들한테 인정이 많다는 말을 듣습니다. 또한 냄새를 잘 맡습니다. 하지만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편입니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정 때문에 늘 쫓기는 듯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목체 형의 사람은 간목肝木이라 하여 간 쪽으로 병이 잘 생깁니다. 간은 근육을 주관하므로 근육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털이 많다는 것은 몸에 습열이 잘 쌓일 수 있다는 뜻이므로 그로 인해 류머티즘이나 허리 다리에 병이 오기 쉽습니다.
평소에 결명자나 냉이씨, 복분자, 산수유, 더덕, 모과, 밀 등을 자주 섭취하여 간기를 보해주어야 합니다. 결명자는 간에 병이 왔을 때 열을 내리고 간기를 도와주는데, 연한 줄기와 잎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모과는 간으로 들어가서 힘줄과 피를 보해주며, 냉이씨는 간기가 막힌 것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