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네모나면서 각진 기과형氣科形
한의학에서는 얼굴 부위가 오장육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동의보감>은 코에서 곧장 위로 올라가 머리털이 난 짬인 천중天中, 이마인 천정天庭, 이마의 바로 아랫부분인 사공司空, 사공의 좌우 부분인 액각額角, 양쪽 눈썹 사이인 인당印堂, 양쪽 이마 모서리인 방광方廣 부위에 나타나는 빛을 보고 병의 예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얼굴은 인체 내의 기와 혈이 운행하는 통로인 경맥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이므로 손끝 발끝 등 몸의 구석구석에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경맥 중에서도 모든 양경맥이 모두 머리가지 올라오므로 신체의 다른 부위에 비해 얼굴은 추위에 잘 견디며 땀도 더 흐릅니다.
“일 년 열두 달 항상 감기가 떨어지질 않아요. 그래서 계속 예방접종까지 하고 있는데도 아무 소용없어요.” 미싱일을 하는 직업여성의 말입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가 감기 증상을 구체적으로 물으니 환자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요. 또 팔다리가 저려서 매일같이 주물러야 할 정도예요. 제가 미싱일을 하는데 그것 때문에 아픈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른팔은 도대체가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늘 아파요. 아픈 게 아니고 저린 거라고 해야 맞나? 아무튼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어요.” 이런 증상은 감기와는 거리가 멀어 조성태는 신경성 위염이 있느냐고 묻자 “예, 위염 때문에 몇 년 병원에 다녔어요. 공복에는 속이 쓰리고 헛배부른 것처럼 늘 가스가 차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이 환자를 기과형氣科形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는 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맺혀서 머리도 아프고 감기 기운도 잘 낫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신경성 위염도 그 이유 때문으로 보았습니다.
기과형의 여자는 마음씨는 곱지만 고집이 셀 뿐더러 애교가 없고 마음이 늘 편치 못합니다. 명랑하고 활발한 편이지만, 반면에 매우 예민하여 슬픈 장면을 보면 남들보다 더 많이 우는 성격입니다. 늘 가슴이 답답함을 느낍니다. 기과형의 남자는 양에 속하기 때문에 언제나 기가 흩어지기 쉬워서 기병이 적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음에 속하기 때문에 자주 울체가 되므로 기병이 많습니다.
환자의 아랫배에 가스가 차고 헛배부른 증상이 있어 조성태는 환자에게 가미평위산加味平胃散을 처방했습니다. 가미평위산은 음식을 많이 먹어 체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그득하며 열熱이 나고 변비便秘가 있고 음식을 먹지 못할 때, 체해서 배가 아프거나 독기毒氣가 발산되지 않는 것을 치료할 때, 배속에 오래된 음식이 소화되지 않는 것을 치료할 때, 다리 무릎 주위에 퍼지는 통증을 치료할 때, 중풍中風 초기의 증상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치질이 너무 심해요. 출혈량도 많구요. 그래서 그런지 늘 피곤하고 어지럽지요. 밥을 먹으면 식곤증 때문에 꼼짝하기가 싫고, 소화기능도 나빠졌어요.” 성남에 사는 이씨가 호소한 증세입니다. 그녀의 얼굴은 사각형에 넓적하고 개기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씨처럼 얼굴이 넓으면 비장의 기능이 좋지 않습니다. 음ㄴ식물을 잘 소화시킬 수 없으므로 식곤증이 생깁니다. 조성태가 맥을 보니 빠르게 움직이고 힘이 있었습니다. 이씨는 대변을 볼 때 배가 아프면서 개운치 않고 생리량도 많다고 했습니다.
조성태는 이씨의 비장 운화작용이 제대로 안 되어 몸에 습이 많이 쌓여 치질이 생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습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되면 몸이 무겁고 양기가 올라가지 못해 치질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는 습을 제거하고 양기를 승양시킬 목적으로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처방했습니다. 보중익기탕은 결핵증, 여름타는 병, 병후의 피로, 허약체질 개선, 식욕부진, 허약자의 감기·치질·탈항脫肛·자궁하수·위하수·다한증多汗症 등에도 사용됩니다. 이 처방은 중국의 <동원십서東垣十書>에 첫 기록이 보인 이래 우리나라의 기록으로는 <동의보감>, <제중신편濟衆新編>, <방약합편方藥合編)>,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등에 전재되어 있습니다. 조성태는 보중익기탕 외에도 피를 맑게 해주는 약을 항문 주위에 투여하고 직장의 어혈을 제거하는 약을 투여했습니다. 약의 효과가 좋아 한 제를 복용하던 중 출혈이 멈추고 다른 증세들도 호전되었다는 말을 이씨로부터 들었습니다.
조성태는 계속 치료해야 완치할 수 있으므로 잠시 멈춘 것으로 안심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녀는 그대로 상황을 방치했습니다. 결국 두 달 후 다시 출혈이 시작되어 길을 걷다 쓰러져 병원에 갔더니 빈혈이 너무 심해 수술을 권해 수혈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다시 찾아온 그녀에게 그는 전생활혈탕全生活血湯을 처방했습니다. 전생활혈탕은 붕루崩漏, 즉 월경기간이 아닌 때에 갑자기 많은 양의 피가 멎지 않고 계속 나오거나 정신이 흐리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눈이 어두워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처방입니다.
치질의 원인은 피곤한 상태에서 저녁식사를 많이 먹으면 간에 부담이 가서 항문 주위의 근육이 탄력을 잃고 치질 증상을 나타냅니다. 또는 음식물을 지나치게 먹어 비장이 음식물을 제대로 운화하지 못하면 대장에 식적食積, 즉 음식물이 잘 삭지 않고 뭉치어 생기는 병이 생겨 치질이 생깁니다. 그리고 과음이나 과식 후 성생활을 하면 정기精氣가 심하게 손상되어 치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얼굴이 네모나면서 각진 사람을 기과형으로 분류하는데, 부지런한 노력가입니다. 체질적으로 기를 많이 지닌 기과형의 사람은 항상 부지런히 일하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기과형의 사람은 기가 실하거나 허한 데서 오는 기병氣病을 많이 앓게 됩니다. 기병은 대체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남자는 양에 속하므로 기가 많아도 흩어지기 쉬운 반면 음에 속하는 여자는 기를 만나면 막히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병이란 기가 원활히 운행하지 못해서 생기는데, 기가 울체되면 가슴이 더부룩하면서 아프고 배와 옆구리, 허리 쪽에서 통증을 느낍니다. 간혹 이유 없이 혼절하거나 목에 가래가 많이 끼고 몸 전체가 부어오를 때도 있습니다. 여자의 경우 기가 울체되면 자궁에 혹 같은 것이 잘 생깁니다.
폐는 기를 간직하는 곳이라서 기가 부족하면 천식이 오기도 하고 호흡하기가 곤란하며 기운이 쭉 빠집니다. 그 외에도 대소변이 시원찮거나 감상선 질환, 치질, 불면증 등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기를 돋우어주는 식품은 인삼, 생강, 황기, 귤껍질, 무, 총백蔥白(뿌리가 붙어있는 파의 흰 부분), 소고기 등입니다. 총蔥은 굴뚝이라는 뜻의 창囱이란 글자에서 유래했는데, 파의 겉모습이 곧고 속이 빈 것이 굴뚝의 모양과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기를 풀어주는 데 향소산처럼 향부자, 소엽 같은 것을 쓰기도 하고 담음이 있을 때에는 몸 안의 비정상적인 생리물질을 제거하는 데 사용하는 이진탕二陳湯에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인 삽주atractylodes japonica와 남창출atractylodes lancea, 북창출atractylodes chinensis의 뿌리줄기로 만든 약재인 창출蒼朮, 삽주의 뿌리줄기 혹은 주피를 제거하여 말린 약재인 백출을 넣은 이진탕 가감방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화가 있을 때에는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을 써서 풀어줍니다. 황련해독탕은 열성병熱性病으로 염증이 있고 열과 충혈에 의한 정신불안에 출혈이 있으며, 요尿가 붉고 심하부心下部가 걸려서 저항이 있을 때 사용하는 약으로 하혈, 객혈, 뇌일혈에도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