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자식의 이름은 <다비드의 야심과 나폴레옹의 꿈>입니다.
두 사람 세 사람의 예술가를 묶어서 책을 펴내고 있는데 이번에는 신고전주의의 대가 다비드와 황제 나폴레옹으로 썼습니다.
'미술과 정치'에 관심이 생겨 두 사람을 묶은 것이지요.
예술과 정치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쳤을 때 가공할 만한 작품이 나옵니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을 무대로 합니다.
에필로그에 프랑스 혁명에 대한 글을 따로 삽입했는데 혁명은 처음부터 고상한 목적으로 고상한 방법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훗날 학자들의 작품이지요.
본래의 실상은 각각의 이익집단의 첨예한 대립으로 출발하고 명분을 루소나 볼테르에서 찾은 것입니다.
책을 펴내는 걸 자식이 태어나는 것에 비유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밀월기간이 있지 않습니까?
서로 사랑하고 밤을 새우며 사랑을 속삭이는 기간 말입니다.
처음에 책 제목을 나름대로 정할 때는 나 자신 약간 흥분하게 됩니다.
다비드와 나폴레옹을 묶는 것이 얼마나 탁월한 아이디어인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 자부심이 생겨 처음 얼마 동안은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밀월의 기간처럼 재미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임신한 여인이 입덧을 하고 몸이 불편해지지 않습니까?
엄청난 일을 저질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몸이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만삭이 될수록 피곤해집니다.
책을 완결져야 할 터인데 머리가 복잡해지고 체력이 딸리는 걸 느낌니다.
임산부는 마지막에 해산의 고통을 갖게 되지 않습니까?
거의 500점에 이르는 도판을 제자리에 넣어 편집을 완성시키는 일이 해산의 수고에 비할 만합니다.
528페이지 분량의 편집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렇게 해서 인쇄와 제본을 마치고 서점에 책이 진열되고나면 긴장이 풀려 몸이 노곤해집니다.
오늘이 바로 노곤한 몸에 종일 피로하고 누워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TV로 바둑을 보게 됩니다.
그래도 자부심을 갖게 되는 건 우리나라에 아직 다비드에 관한 책이 없습니다.
내가 폴록과 뒤샹을 쓸 때도 그러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대가들에 관한 책이 없지요.
미술사의 공백을 내가 메꾸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위를 하곤 합니다.
책을 쓰는 것이 내게 피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공들여 쓰게 되고 몸이 늘어지는 일인데도 얼마 전에 <레오나르도의 과학과 미켈란젤로의 영혼>이란 제목으로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두어 달은 밀월기간이라서 정신없이 자료를 모으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지요.
얼마 전부터는 입덧하는 기간이라 조금씩 지치기 시작합니다.
레오나르도는 대단한 과학자입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하기 한 세기 전에 이미 이런 원리를 알아 달을 확대해서 관찰했고 그 밖에도 그의 과학적 발명은 대단합니다.
그래서 그의 과학적 공로에 관해 쓰다보니 벌써 책 한 권을 다쓰고 두 권째 쓰고 있습니다.
아직 머리가 쌩쌩 돌아갈 때 열심히 책을 써야 한다고 나름대로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집필에 열정을 태우고 있습니다.
여하튼 이번 자식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런지 궁금합니다.
다행히도 교보문고에서 다량을 매절로 구입하여 어재 출발에 길조가 있다고 느껴지지만 두고봐야겠지요.
앞서 쓴 책 두 권은 재판에 들어갈 예정이니 독자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실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 없이 책을 쓰다면 이는 노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난 처음부터 많은 독자를 기대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내 책이 지식이 되는 그런 독자를 원합니다.
소수라고 하더라도 그런 독자를 위해 앞으로도 책을 쓸 것입니다.
작금 지식에 등한히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착잡합니다.
지식이야말로 힘입니다.
지식은 자신감을 줍니다.
자신감이 생겨야 무슨 일이라도 제대로 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열한 번재 자식을 출산하고 몸을 풀면서 그동안 입덧한 고생을 이렇게 넉두리로 털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뿌농공주님,
전에 상품으로 책을 주겠다고 한 약속 잊지 않았습니다.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는 이 책 때문에 조금 후에야 나올 예정입니다.
해서 <다비드의 야심과 나폴레옹의 꿈>에 사인하여 보낼려고 포장해놓았습니다.
공주님 사는 곳이 인천시이더군요.
내일 사람시켜 발송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