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후기 사람들의 우주론적 관념으로서의 자연
분수 아래 둥근 부분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고 이곳에 올빼미가 앉아 있으며 주변에 새들이 있다.
올빼미가 앉아 있는 곳은 왼쪽 날개 대각선이 모이는 중앙 지점이다.
보스는 올빼미를 모든 악, 어리석음, 그리고 빛에 대한 회피를 상징하는 동물로 사용했다.
천국의 결혼식에서조차 올빼미가 존재하는 건 적개심과 유혹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그는 나중에 이 둘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
주변에 모여든 새들은 올빼미의 유혹을 받는다.
올빼미 자체는 유혹의 상징으로 그 자체 악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모여든 새들을 파멸로 이끈다.
어두운 구멍에 들어 있는 올빼미는 덕과 지혜의 빛을 회피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상징한다.
올빼미와 주변에 모여든 새의 모티프는 성적 유혹을 상징하는데, 보스 이후 화가들의 그림에서 이런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올빼미는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할 것을 예고해주는 동물로 원죄가 이 그림에 나타나 있다.
<대홍수 Flood>와 <지상 쾌락의 동산>에서의 <천국>에 보이는 기린은 보스가 시리아쿠스 안코나Cyriacus d’Ancona의 <이집트 여행 Egyptian Voyage>에 있는 삽화를 보고 그린 것이다.
인문학자 시리아쿠스는 1440년대에 이집트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그곳에서 보낸 편지에 그곳 동물들을 드로잉하여 이국의 동물들을 유럽에 소개했다.
코끼리와 물개는 실재 동물을 보고 그린 것 같다.
보스 당시 실재 코끼리가 스헤르토겐보스에 있었고, 물개는 식용으로 시장에서 고기를 달아 팔았으며, 털도 팔았다.
그리고 종종 시장에서 살아 있는 물개를 통째로 팔았다.
보스는 동물들을 책에서 보고 그렸으며 유니콘은 1485년에 목판화로 제작된 것을 보고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보스는 온갖 실재 사물들을 보고 그렸는데, <지상 쾌락의 동산>에서의 지옥에 보이는 악기들이 그러 하다.
그는 가정용품 나이프, 항아리, 주전자, 접시를 직접 보고 그린 것들을 그림에 삽입했다.
그는 상상의 생물을 창안해냈으며 이런 생물들은 이후 그의 작품에서 다양하고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의 생물은 가정용품을 응용한 것들도 있다.
이런 작업을 많은 화가들이 했음을 현존하는 <사다새 플래스크>, <바다 생물>, <바다 유니콘과 바다 수사> 등에서 본다.
중앙 패널화를 바라보는 우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다양한 모티프가 전개되어 있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데다 어느 한 부분도 이해가 되게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구성에 있어 파노라마적인 경관을 펼쳤기 때문에 관람자는 특별히 무엇을 보아야 할런지 당혹스럽다.
여기에 자연의 신비함이 식물과 과일들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이런 자연은 인간과는 무관한 것으로 신이 창조할 때부터 이미 자연에 내재된 자연의 산물들이다.
그의 자연은 중세 후기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주론적 관념으로서의 자연이다.
중앙 패널화는 보스 당시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일찍이 많은 화가들에 의해 모사되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당대의 이미지 혹은 도상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왼쪽 날개의 천국을 묘사한 것도 아니고 세속적인 장면을 묘사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보스는 의도적으로 수수께끼의 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것일까?
우선 그림을 바라보면 열려 있는 넓은 들에 아름다운 누드의 젊은이들이 성적 유희로서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살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의 일부가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대화하고, 서로를 아끼며, 커다란 과일을 먹고, 동물과 식물을 껴안고 있다.
여기에는 늙은이와 어린이는 보이지 않고 젊음의 생기발랄함만 있다.
사랑과 육체적 욕망이 동물과 사람들로 의인화되는 실재이면서 신비적 자연에 대한 묘사는 15세기 태피스트리, 판화, 벽화, 릴리프 등에서도 발견된다.
중앙 둥근 연못 안에서는 여자들이 미역을 감으면서 말 탄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뒤로 배경에는 유기적인 구조물과 인위적인 구조물이 있고 가운데 연못 위에 분수가 있다.
이 연못의 물은 네 갈래로 흘러가며 네 강줄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흑인, 긴 머리의 야만인, 인어 남자, 인어 여자 등이 있다.
중세에 긴 머리를 한 사람은 신화와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야만인과 동의어로 사용되다시피 했다.
야만적인 행위는 15세기와 16세기 예술에서 이성 간의 사랑에 종종 등장했다.
원시시대 혹은 신화시대를 의미하는 야만적인 행위가 중세에 아직 남아 있음을 이런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그림에서 흑인은 무어인Moors을 의미하며 아프리카 북서부에 사는 무어인은 8세기에 스페인을 점거한 적이 있다.
중세 네덜란드인은 악마를 닉커nikker라고 불렀는데, 니거niger에서 온 말로 검다black라는 뜻이다.
인어 남자mermen와 인어 여자mermaids는 15세기에 사랑과 관련지워 사용되었다.
인어 여자는 육감적인 유혹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었으며 그 자체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지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간을 부패하게 만들거나 죄를 짓게 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인어 여자는 사회 밖에서 성적이며 열정적인 사랑의 행위를 즐기는 데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