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생명의 샘>
화면 중앙에는 빛이 어둠에서 분리되고 빛에 의해 형성된 구체 안에서 창공 위의 물과 창공 아래의 물이 나눠진다.
보스는 성서의 기록을 충분히 이해하고 묘사했는데, 창세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한 처음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나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이렇게 첫날이 밤, 낮 하루가 지났다.
하나님께서 “물 한가운데 창공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갈라져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창공을 만들어 창공 아래 있는 물과 창공 위에 있는 물을 갈라놓으셨다.
하나님께서 그 창공을 하늘이라 부르셨다.
이렇게 이튿날도 밤, 낮 하루가 지났다.
이것은 보스가 보는 자연의 힘이다.
지구를 둥근 디스크 모양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장면으로 보여주는데, 프톨레마이오스Ptolemy의 천동설을 상기하게 한다.
둥근 지구본이 처음 만들어진 건 1492년 뉘렘베르크Nuremberg에 의해서였다.
보스는 지구본을 보았을 것이다.
과거에 제작된 세계지도를 보면 서클 안에 세 개의 대륙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가 조망도처럼 그려져 있다.
이런 지도가 사라지고 좀더 새로운 형태의 지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1500년경부터였다.
크리스토퍼 컬럼버스Chrustopher Columbus(1451~1506)가 1492년에 아메리카를 발견했으며 이런 사실이 1500년 이후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세계가 세 개의 대륙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믿었다.
보스는 물 속으로부터 서서히 드러나는 대지와 위로부터 검은 비구름이 생겨나는 태초의 장면을 묘사했다.
습한 대지에서는 푸른 움이 돋아나고 반은 식물이고 반은 광물처럼 생긴 기이한 생물도 생긴다.
보스는 창조 제3일을 묘사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하늘 아래 있는 물이 한 곳으로 모여, 마른 땅이 드러나거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마른 땅을 뭍이라,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부르셨다.
하나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하나님께서 “땅에서 푸른 움이 돋아나거라! 땅 위에 낟알을 내는 풀과 씨 있는 온갖 과일나무가 돋아나거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이리하여 땅에는 푸른 움이 돋아났다.
낟알을 내는 온갖 풀과 씨 있는 온갖 과일나무가 돋아났다.
하나님게서 보시니 참 좋았다.
이렇게 사흗날도 밤, 낮 하루가 지났다.
대지와 물이 생긴 후 <에덴 동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린, 코끼리, 유니콘 등 온갖 동물들이 생겨났다.
동산 중앙에 ‘생명의 샘 Fountain of Life‘이 높게 위로 솟는데, 가는 장미빛 구조물은 정교하게 조각된 고딕 양식의 교회처럼 보인다.
이 구조물 뒤로 보이는 들판에 자유롭게 노니는 동물들은 인도를 발견한 후 유럽인이 갖게 된 낙원에 대한 풍경일 것이다.
코끼리는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로 인도를 발견한 후 알게 된 동물이다.
이국적인 동물은 예술가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고 뒤러도 1515년에 목판화로 코뿔소를 세밀하게 묘사했으며, 1520년에 사자를 드로잉했고, 메디치 별장에는 이국적 동물들이 돌로 제작되어 석굴 속에 장식되어 있었다.
구조물 아래 전경에는 하나님에 의해 아담과 이브가 한쌍이 되는 장면이다.
아담이 잠든 사이 하나님이 그의 갈비뼈 하나를 꺼내 이브를 짝으로 만든 후 잠에서 깨어난 아담에게 건네주는 장면이다.
야훼 하나님께서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신 다음, 아담의 갈빗대를 하난 뽑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시고는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신 다음, 아담에게 데려 오시자 아담은 이렇게 외쳤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지아비에게서 나왔으니
지어미라고 부르리라!”(창세기 2:21~23)
아담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모습이다.
그는 앉은 채 놀라움과 기대가 섞인 눈으로 하나님이 창조한 아름다운 창조물 이브를 바라본다.
지상에서의 번성함과 천국의 창조가 하단 아담과 이브의 결혼으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창조주는 여기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자신이 흙으로 빚은 아담과 이브를 부부로 살 것을 당부하면서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며 말한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창세기 1:28)
여기에는 원죄Original Sin가 묘사되어 있지 않다.
이브를 유혹했다는 뱀은 화면 중앙 오른쪽에 조그맣게 보이고 종려나무를 코일처럼 감고 있다.
아담과 이브를 유혹할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우주창조에서와 같이 보스는 여기에서도 성서에 충실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는 왼손으로 이브의 오른팔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들어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한다.
결혼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은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 City of God』에서도 언급한 것으로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하나님의 뜻이다.
아담과 이브의 결혼은 성적으로 스스로를 자제하고 자식을 낳기 위해서만 섹스가 허영됨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모습은 <천지창조>에서의 늙은 모습이 아니라 젊다.
요한복음서의 저자는 그리스도는 말씀이 육신의 몸으로 나타나신 분이라고 주장했는데 말씀과 은총이 충만한 그런 모습이다.
15세기 네덜란드 필사본에는 젊은 신이 주재하는 아담과 이브의 혼례가 종종 등장하며 성서를 근거로 한 삽화이다.
천국의 중앙에는 분수가 보석이 박힌 검은 자갈 위에 솟아 있는데 자연의 ‘끊임없는 창조의 힘 creatio continua’을 나타낸 것이다.
분수는 식물의 형태처럼 보이지만 좌우대칭 모양과 색이 보스의 인위적인 조형물임을 알 수 있다.
산호로 된 인위적인 나무로 보인다.
결혼을 주제로 생식reproduction과 다산fertility을 상징하는 분수가 <천국> 중앙에 구성된 것으로 이 날개의 본질적 이해의 상징물이다.
보스의 자연에 대한 상상의 산물인 이 분수는 당시 금세공가가 제작한 작은 규모의 ‘닫집 달린 감실 tabernacle’이나 ‘성체 현시대 monstramce’를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