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환경에 우리의 뇌가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브레인 iBrain』(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발전한 디지털 기술, 즉 컴퓨터, 스마트폰, 비디오게임, 구글이나 야후 같은 검색엔진 등의 첨단기술로 우리의 뇌는 낡은 신경세포들의 연결을 서서히 약화시키고 새로운 신경세포들의 연결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테크노로지 혁명으로 우리의 뇌가 전대미문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처음 도구사용법을 발견한 이래 인간의 뇌가 이처럼 급격하게 영향을 받은 적이 없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은 보통 매일 3시간 정도 TV나 영화를 보는데, 이는 육체적 활동을 하는 여가시간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환경 속에서 뇌를 자극하는 주요원인이 TV에서 인터넷으로 대체되고 있다.

뇌의 진화 방향이 새 테크놀로지 기술로 서서히 옮겨가면서, 대화할 때 상대방의 표정을 읽거나 섬세한 제스처를 통해 감정적 맥락을 파악하는 등 기본적인 사회성 기술은 뇌에서 멀어지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컴퓨터를 1시간 사용할 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전통적인 대면시간이 30분 정도 감소한다.
그 결과 사람과의 접촉을 관할하는 뇌신경망이 감소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을 서투르게 하고, 오해를 야기하며, 비언어적인 미세한 메시지를 놓칠 수도 있다.

테크놀로지의 진화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 정치적, 사회적 변화의 장식, 나아가 동료, 이웃, 유명인, 정치가의 사생활을 바라보는 방식도 재정의하게 만든다.
무명의 발명가가 만든 발명품에 대한 뉴스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그가 하룻밤 사이에 미디어 스타가 된다.
공인들의 실수를 찍은 필름이 단시간 내 유튜브You Tube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이 된다.
마이스페이스myspace나 페이스북facebook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사용자는 이미 수백만 명을 넘어서 디지털 시대 마케팅의 새로운 거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신문이나 잡지 등과 같은 전통적 미디어들의 규모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버클리 대학 연구에 따르면, 1977-97년 사이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디지털을 접하고 디지털 문화에서 성장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인 현재의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도서관에 거의 가지 않으며, 자료를 찾기 위해 전통적인 백과사전을 이용하지 않고 구글이나 야후 등의 온라인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디지털 원주민의 뇌신경망은 디지털 이주민과 매우 다르다.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디지털 이주민은 디지털 시대와 컴퓨터 시대를 거쳐 성인이 되었지만, 이들의 두뇌는 기본적으로 사람들 간에 직접적인 소통이 사회의 기준이었던 시대에 형성된 것이다.
이들에게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엔터테인먼트의 기술 수준은 라디오, 전화, TV 정도이다.

디지털 원주민에 대한 이 같은 첨단기술의 엄청난 자극은 결과적으로 한 세대 안에서도 젊은 층과 중, 노년 층 간에 깊은 뇌 격차brain gap를 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세대 차이는 젊은이들의 가치, 음악, 관습이 부모세대와 차이가 있을 때 사용되지만 현재는 서로 다른 두 문화에 의해 야기된다.
젊은 세대의 뇌는 유아기 때부터 디지털적으로 구성되며, 대인관계 기술을 관할하는 신경회로는 나이 든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이에 반해 나이 든 세대는 첨단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뒤처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만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만든다.
그들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축약된 언어도 만들어낸다.
여러 연구에 다르면 책을 읽는 젊은이들의 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적다.
1982년 이래 18-34세 사이의 문학 독서 인구가 28%나 감소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30세 이상의 성인 35%가 종이신문을 읽지만, 18-30세 사이의 성인은 18%만이 종이신문을 읽는다.
연구에 따르면 뉴스의 미래가 전통적인 인쇄매체나 TV 형태가 아닌 온라인 디지털 미디어에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이브레인 iBrain』의 저자는 뇌 진화가 이뤄지고 있는 이 중대한 시점에서,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민 모두가 첨단기술에 뒤지지 않고 인간성을 유지하려면, 우리의 삶과 뇌 변화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적 환경에 우리의 뇌가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감각자극이나 정보에 노출될 때마다 이미지에 노출되는 카메라 필름처럼 기능한다.
컴퓨터 화면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 화면이나 책에서 반사되는 빛의 자극이 우리 눈의 렌즈인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에 화학적이고 전기적인 반응을 일으키는데, 시신경이 이 감각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이 시신경을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축색돌기axon(or nerve fiber), 수상돌기dendrite, 세포체cell body로 구성된 뉴런neuron들의 복잡한 망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여 화면이나 글자가 인지된다.

이미지의 지각이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저장된 기억을 환기시키지만, 페이지를 넘기거나 컴퓨터 화면을 스크롤scroll하는 것과 같은 자동적인 물리적 반응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환경에 순간적으로 반응할 때 화학적이고 전기적인 연쇄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느끼며 생각하고 꿈꾸며 무엇을 하는지와 연관된다.
새로운 기술적 장치를 작동하든 단순히 조깅 코스를 변경하든 간에 어떤 자극이 처음에는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일지라도 계속해서 반복되면, 이에 대한 신경회로가 뇌에 만들어지고 궁극적으로 항구적인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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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혁명이 사람들을 ‘지속적 주의력 분산’이라는 장애상태로 빠뜨린다>

『아이브레인 iBrain』(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자연에서의 우연은 종종 종의 진화 궤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진화 과정을 비약적으로 가속화시킨다.
일리노이 대학의 인류학자 스탠리 앰브로스Stanley Ambrose에 따르면, 약 30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은 손으로 뼈를 주워들고 그것을 망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또한 반대편 손으로 대상을 단단하게 고정하면 이 도구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는 우리 조상이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오른손잡이인데, 뇌의 왼쪽에 위치한 브로카 영역broca area이 바로 몸의 오른쪽 부분을 통제한다.
(브로카 영역은 언어 생성과 관련되는 뇌 영역으로 이 부분이 손상되면 언어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폴 피에르 브로카Paul Pierre Broca(1824-80)가 발견했다.)
이에 반해 왼손잡이는 보통 뇌의 오른쪽에 브로카 영역이 있다.
양손잡이도 있지만 도구를 손에 들고 사용할 때나 글을 쓸 때 왼손과 오른손의 선호 경향이 나타난다.

노의 한쪽 영역이 손동작을 더 강하게 통제하도록 진화하게 되면서 뇌의 다른 쪽 영역은 언어의 진화를 전담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머리 앞쪽 부분의 대뇌반구의 전방에 있는 부분으로 기억력, 사고력 등의 고등행동을 관할하는 전두엽frontal lobe에 언어활동에 필요한 청각과 시각 근육의 운동을 통제하는 브로카 영역이 형성되었으며, 바로 그 옆의 영역에 손의 동작을 통재하는 섬세한 신경세포 영역이 생기게 된 것이다.
언어 생성과 도구 사용의 동시적 진화가 뇌의 다른 영역의 변이를 초래했다.
좀 더 발달된 도구를 만들기 위해 네안데르탈인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획해야 했다.
도구의 형태를 만들고, 포획한 물건들을 모으는 등 원시적인 창이나 칼이 잘 쥐어지게 하며 사냥감을 정확히 잡게 하는 일련의 기회행동이 필요했다.
이런 복잡한 기획과정은 단어와 구를 함께 배열하고 혀의 운동근육과 얼굴근육을 조정해야 하는 문법 언어의 발달에 필수적이었고, 이것이 뇌의 전두엽 발달을 더욱 촉진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전두엽 영역은 언어와 도구사용 능력을 진화시키면서 동시에 부가적으로 기획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언어는 전두엽에 있는 브로카 영역에서 처리된다.
일본 덴키 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컴퓨터 자판의 문자,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해 의사를 나타내는 표현법으로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인 이모티콘emoticon을 보고 있는 피실험자들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로 촬영했으며, 이모티콘이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통제하는 뇌의 우하전두회right interior frontal gyrus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는 자석으로 구성된 장치 위에 사람을 눕히고 자기장을 이용한 고주파high frequency를 쏘아서 인체 내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핵hydrogen nucleus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하고 각 조직과 구조물들의 공명 현상의 차이를 계산하여 영상을 구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언어와 도구의 생성 기술이 진보하면서 뇌의 크기와 뇌 영역의 전문화가 촉진되었다.
또한 성sex의 사회적 역할도 계속해서 진화했다. 남성은 시각과 공간 능력이 더 우수하여, 즉 우뇌가 발달하여 사냥에서 유리했으므로 사냥을 전담하게 되었다. 여성은 언어 기술이 뛰어나서, 즉 좌뇌가 발달하여 자녀 양육에 유리했으므로 자식을 양육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여성은 좀 더 사회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강한 반면, 남성은 고도로 진화된 우뇌의 공간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이란 말은 본래 이진법적 시스템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호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아이팟iPod과 티보TiVo는 디지털적으로 녹음되고 작동한다.
우리 뇌의 신경망은 서로 연결된 축색돌기, 수상돌기, 시냅스로 이뤄져 있으며, 생물학적 토대는 디지털적으로 기능한다.
성인의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한다.
하루에 2천 칼로리를 섭취하면 뇌 혼자 400칼로리를 사용하게 된다.
젊은 뇌는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며, 어린이의 뇌는 전체 칼로리의 50% 이상을 사용한다.

영화가 사회에 미친 감성적, 정치적 영향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출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우리 뇌의 신경을 연결하는 방식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어 시간 정도 극장에 갔기 때문이다.
최근 카이저재단Kaiser Foundation의 연구에 의하면, 8-18세 젊은이들은 매일 8시간 30분 동안 디지털 기기와 비디오의 감각 자극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의하면, 테크놀로지에 대한 노출은 대부분 TV나 동영상보기(매일 4시간), 음악듣기(1시간 45분)처럼 수동적이었지만, 비디오게임(50분)이나 컴퓨터사용(1시간)은 좀 더 능동적이며 지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사람들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널고 다니며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노트북은 항시 손이 닿는 곳에 있고, 인터넷 연결선을 찾지 못하더라도 속을 태우지 않는다.
와이파이Wi-Fi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는 전파나 적외선 전송방식을 이용하는 근거리 통신망을 말하며, 보통 ‘무선 랜’이라고 한다.
무선 랜을 하이파이 오디오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뜻에서 와이파이라는 별칭이 쓰이게 되었다.
테크놀로지가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것들을 창조하고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아이브레인 iBrain』의 저자는 하이테크 혁명이 사람들을 ‘지속적 주의력 분산 continuous partial attention’이라는 일종의 장애상태로 빠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쏟지만 정작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속적 주의력 분산은 각 과제에 목표를 갖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즉 한 사람의 사용자가 한 대의 컴퓨터로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실행시키는 다중 과업화와는 다르다.
주의력이 지속적으로 분산되고 매순간 모든 유형의 접촉에 노출된다.
지속적 주의력 분산에 빠지면 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더 이상 생각을 하거나 사려 깊은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접촉, 흥미 있는 뉴스거리나 정보에 대해 늘 대기하고 있는 지속적인 경계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이 일단 이런 상태에 익숙해지면, 끊임없는 접속 상태를 추구하게 된다.
또한 자아와 자존감을 잠식당해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자존감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고 학습하는 데 관여하는 중뇌 측두엽medial temporallobe의 말굽 모양의 뇌 영역인 해마hippocampus를 보호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사람일수록 해마의 크기가 크다.
그러나 지속적 주의력 분산 상태에서는 어떤 시점에 이르면 자존감과 통제감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가 계속해서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특별한 형태의 뇌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
휴식 없이 여러 시간 동안 인터넷 작업을 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작업 오류를 호소하며, 일을 마치고난 뒤 디지털 안개 속에 있는 듯이 산만하고, 초조하며, 피곤하고, 공간감을 상실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이 새로운 유형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전염될 위험성이 있는데, 『아이브레인 iBrain』의 저자는 이를 ‘기술적 뇌 소모’라고 부른다.

이 유형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본능적으로 부신 수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에피네프린epimephrine(아드레날린이라고도 한다) 분비선에 신호를 보내 코티솔cortisol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에서의 자극 전달물질로 중추로부터 전기적인 자극에 의해 교감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되어 근육에 자극을 전달한다.
코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코티솔은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잠깐 동안 에너지 수준을 높이고 기억력을 높여주지만, 시간이 경과되면서 인지를 약화시켜 우울하게 만들고, 감성과 사고를 통제하는 뇌 영역인 해마, 편도체amygdala, 전두엽 영역의 신경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기술적 소모는 뇌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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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 주디스 아론 루빈(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와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1875-1961)이 정신분석이란 학문을 개척하면서 무의식이란 새로운 개념이 소개되었고, 치료사들은 무의식 속 비논리적인 생각의 퍼즐을 풀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들은 꿈, 환상, 그리고 정신병자들이 만든 미술작품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임상심리학이란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했으며,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H. 로르샤흐가 발표한 인격진단검사인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test처럼 시각 자극을 이용해 진단을 내리는 투사검사 기법도 발전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그런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동안, 교육자들은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이 큰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보주의 운동가들은 아동의 건강한 발달에 창의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미술 교사들 중에는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거나 좌절감으로 고통 받는 아동에게 미술을 통한 자기표현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오스트리아인 빅터 로웬펠드Viktor Lowenfeld(1903-60)는 장애아들을 위한 ‘예술 교육 치료 art education therapy’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편 당시 의료계에서는 미술을 활용한 치료가 서서히 도입되고 있었다.

아동 미술치료의 기틀을 마련한 건 병원과 특수학교에서 일하던 두 여성이었다.
마거릿 나움버그Margaret Naumburg(1890-1983)와 에디스 크레이머Edith Kramer는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치료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두 사람 모두 프로이트 학파의 영향을 받았으나, 각자 사용한 정신분석 이론은 약간 달랐다.

나움버그는 미술작품이 꿈처럼 무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준다고 생각했다.
자유 연상을 통해 자연스레 무의식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미술을 무의식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겼다.
언어나 통찰뿐 아니라 미술을 통해서도 진단과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무의식의 상징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반면 크레이머는 내면의 갈등과 충동을 통합해 심미적으로 승화한 형태가 바로 미술작품이라고 보았다.
미술작품을 만들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통제하고, 관리하며, 통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술치료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미술치료 분야는 지난 50년 동안 급속히 성장했으며, 빠른 발전은 그만큼 미술이 치료 도구로서 효용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Judith Aron Rubin은 그녀 자신 실습 과정 중인 서툰 학생들이 실시한 미술치료를 통해서도 큰 효과를 내는 걸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미술치료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관과 공인 시험이 생긴 것을 다행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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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의 실용적 이론>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 주디스 아론 루빈(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아동 미술치료』의 주요 독자는 미술치료사나 놀이치료사들이겠지만, 아동의 창의성 발휘 과정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과 그 가치를 추구하고 드높이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동을 돕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의 훌륭한 독자가 될 수 있다.
아동을 치료하는 임상의, 카운슬러,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레크리에이션 치료사, 언어치료사에서 교사, 소아과 의사, 간호사, 아동복지사, 미술가, 그리고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책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이 책을 통해 아동의 창의적인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인지, 아동을 도울뿐만 아니라 더욱 잘 이해하려면 미술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말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녀는 개인치료, 가족치료, 집단치료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미술치료를 어떻게 적용하면 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임상 현장만이 아니라 교육이나 놀이 현장에서 미술치료를 어떻게 응용하면 좋을지 제안한다.
그리고 모든 임상적 활용의 근간이 되는 이론적 틀을 살펴본다.

미술치료사들은 미술치료의 이론적 틀을 여러 심리학 이론에서 찾았다.
그들은 정신역학, 인본주의 심리학, 발달심리학, 인지심리학, 행동심리학, 해결 중심 상담, 이야기 심리학, 영성 심리학 등을 통해 미술치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는 40여 년 동안 미술치료 현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공부하고 적용했다.
그녀는 미술치료라는 이륜차의 한쪽 바퀴가 미술이라면 다른 바퀴는 치료라고 말한다.
당연히 두 바퀴가 함께 움직일 때에만 미술치료가 효과를 발휘한다.

그녀는 이 책을 처음 썼던 1978년에는 미술이나 치료에 대한 완성된 이론을 전개하고 진술하기에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1984년에 미술치료에 대한 완성된 이론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임상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난 후 현재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실용적 이론을 전개할 준비가 되었다.
이 책은 그녀의 실용적 이론의 결정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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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있어 질서와 혼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 주디스 아론 루빈(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창의성에 있어 질서와 혼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역설적이거나 모순되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예를 들면 ‘관조적 활동contemplative action’이란 표현에서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을 뜻하는 ‘관조’라는 단어와 몸을 움직여 행동함을 뜻하는 ‘활동’이 더해졌다.
또 ‘무의식적 탐색unconscious scanning’이란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생각을 검열하고, 경계하면서 동시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란 불가능하다.

앤턴 에렌츠바이크Anton Ehrenzweig(1908-66)는 「창조적 포기 Creative Surrender」라는 비평문에서 자발성과 자유 뒤에는 질서정연함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행동 뒤에는 심사숙고하는 태도가 등장한다. 완전한 수용 뒤에는 비판이 나온다. 직관 뒤에는 엄격한 사고가 등장한다. 대담성의 뒤에는 신중성이 나온다. 환상과 공상 뒤에는 현실의 검증이 이어진다. ... 깊이를 향한 자발적 회귀는 이제 끝났다. 영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태도는 이제 활발한 움직임, 통제, 각고의 노력에 길을 내주어야 한다.”

주디스 아론 루빈은 질서와 혼돈이 때도 동시에 존재하고, 또 어떤 때는 번갈아 나타나며, 또 다른 때는 연속적으로 잇따라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는 성인에게든 아동에게든 마찬가지이다.
창의적인 표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진정한 자유를 맛본 경험이 없다면 진정한 질서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아동 미술치료를 시행하는 사람은 이 두 가지 면 사이의 생산적이고 통합적인 관계를 꼭 기억해야 한다.

통제, 질서, 규제가 어떤 창조자의 내면에서 나왔다면, 그 창조자가 어른이든 아동이든 상관없이 혼란, 막연함, 내면의 현실과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창조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구성할 수 있다.

열정과 에너지가 없다면 어떤 재료를 가지고 작업하든 그것을 예술이라 부를 수 없다.
즐거움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작업하는 자유가 없다면 그 누구도 열정에 사로잡히거나,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작업에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없다.
예술과 비예술을 가르는 차이는 단순히 어떤 것을 목격하거나 수행하는 데서 벗어나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것에 내재한 에너지를 느끼고, 그것에 동요되고, 그로 인해 변화되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미술교육 그리고 더 나아가 미술치료란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그런 살아있는 각성을 일깨워주는 걸 의미한다.

주디스 아론 루빈은 스스로의 창의성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그들의 창의성이 파괴된 것이 아니라 단지 내면에서 잠자고 있었던 것뿐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들의 창의성은 언제든 다시 깨워주기만을 기다리면서 내면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말한다.
창의성의 표현은 잠시 약화될 수 있으며, 잠시 침묵할 수 있지만 그 능력은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1904-2007)은 아동이 그림을 그리면서 혼란스러워하는 과정을 수차례 겪고 나서야 비로소 3차원 투시법을 이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모험과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보기 흉한ugliness’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동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어린이들이 성장하기 위해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퇴행의 시기를 겪는 상황을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대개 퇴행은 신중하다 못해 강박적이기까지 한 행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다.
그런 아이들은 재료를 가지고 장난치며 노는 시기를 거쳐야 한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깨끗하게 정리 정돈하도록 강요받은 아이들은 물감이나 찰흙을 가지고 정돈된 그림을 그리거나 모양을 만들면서 즐겁게 노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런 아이들은 우선 미술 재료를 가지고 잔뜩 어지럽히면서 아수라장을 만드는 경험을 한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내면에 분노가 쌓인 아이는 그 분노를 직접 토해내고 난 후에야 마음을 잡고 미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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