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혁명이 사람들을 ‘지속적 주의력 분산’이라는 장애상태로 빠뜨린다>

『아이브레인 iBrain』(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자연에서의 우연은 종종 종의 진화 궤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진화 과정을 비약적으로 가속화시킨다.
일리노이 대학의 인류학자 스탠리 앰브로스Stanley Ambrose에 따르면, 약 30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은 손으로 뼈를 주워들고 그것을 망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또한 반대편 손으로 대상을 단단하게 고정하면 이 도구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는 우리 조상이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오른손잡이인데, 뇌의 왼쪽에 위치한 브로카 영역broca area이 바로 몸의 오른쪽 부분을 통제한다.
(브로카 영역은 언어 생성과 관련되는 뇌 영역으로 이 부분이 손상되면 언어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폴 피에르 브로카Paul Pierre Broca(1824-80)가 발견했다.)
이에 반해 왼손잡이는 보통 뇌의 오른쪽에 브로카 영역이 있다.
양손잡이도 있지만 도구를 손에 들고 사용할 때나 글을 쓸 때 왼손과 오른손의 선호 경향이 나타난다.

노의 한쪽 영역이 손동작을 더 강하게 통제하도록 진화하게 되면서 뇌의 다른 쪽 영역은 언어의 진화를 전담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머리 앞쪽 부분의 대뇌반구의 전방에 있는 부분으로 기억력, 사고력 등의 고등행동을 관할하는 전두엽frontal lobe에 언어활동에 필요한 청각과 시각 근육의 운동을 통제하는 브로카 영역이 형성되었으며, 바로 그 옆의 영역에 손의 동작을 통재하는 섬세한 신경세포 영역이 생기게 된 것이다.
언어 생성과 도구 사용의 동시적 진화가 뇌의 다른 영역의 변이를 초래했다.
좀 더 발달된 도구를 만들기 위해 네안데르탈인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획해야 했다.
도구의 형태를 만들고, 포획한 물건들을 모으는 등 원시적인 창이나 칼이 잘 쥐어지게 하며 사냥감을 정확히 잡게 하는 일련의 기회행동이 필요했다.
이런 복잡한 기획과정은 단어와 구를 함께 배열하고 혀의 운동근육과 얼굴근육을 조정해야 하는 문법 언어의 발달에 필수적이었고, 이것이 뇌의 전두엽 발달을 더욱 촉진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전두엽 영역은 언어와 도구사용 능력을 진화시키면서 동시에 부가적으로 기획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언어는 전두엽에 있는 브로카 영역에서 처리된다.
일본 덴키 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컴퓨터 자판의 문자,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해 의사를 나타내는 표현법으로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인 이모티콘emoticon을 보고 있는 피실험자들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로 촬영했으며, 이모티콘이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통제하는 뇌의 우하전두회right interior frontal gyrus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는 자석으로 구성된 장치 위에 사람을 눕히고 자기장을 이용한 고주파high frequency를 쏘아서 인체 내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핵hydrogen nucleus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하고 각 조직과 구조물들의 공명 현상의 차이를 계산하여 영상을 구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언어와 도구의 생성 기술이 진보하면서 뇌의 크기와 뇌 영역의 전문화가 촉진되었다.
또한 성sex의 사회적 역할도 계속해서 진화했다. 남성은 시각과 공간 능력이 더 우수하여, 즉 우뇌가 발달하여 사냥에서 유리했으므로 사냥을 전담하게 되었다. 여성은 언어 기술이 뛰어나서, 즉 좌뇌가 발달하여 자녀 양육에 유리했으므로 자식을 양육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여성은 좀 더 사회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강한 반면, 남성은 고도로 진화된 우뇌의 공간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이란 말은 본래 이진법적 시스템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호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아이팟iPod과 티보TiVo는 디지털적으로 녹음되고 작동한다.
우리 뇌의 신경망은 서로 연결된 축색돌기, 수상돌기, 시냅스로 이뤄져 있으며, 생물학적 토대는 디지털적으로 기능한다.
성인의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한다.
하루에 2천 칼로리를 섭취하면 뇌 혼자 400칼로리를 사용하게 된다.
젊은 뇌는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며, 어린이의 뇌는 전체 칼로리의 50% 이상을 사용한다.

영화가 사회에 미친 감성적, 정치적 영향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출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우리 뇌의 신경을 연결하는 방식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어 시간 정도 극장에 갔기 때문이다.
최근 카이저재단Kaiser Foundation의 연구에 의하면, 8-18세 젊은이들은 매일 8시간 30분 동안 디지털 기기와 비디오의 감각 자극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의하면, 테크놀로지에 대한 노출은 대부분 TV나 동영상보기(매일 4시간), 음악듣기(1시간 45분)처럼 수동적이었지만, 비디오게임(50분)이나 컴퓨터사용(1시간)은 좀 더 능동적이며 지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사람들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널고 다니며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노트북은 항시 손이 닿는 곳에 있고, 인터넷 연결선을 찾지 못하더라도 속을 태우지 않는다.
와이파이Wi-Fi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는 전파나 적외선 전송방식을 이용하는 근거리 통신망을 말하며, 보통 ‘무선 랜’이라고 한다.
무선 랜을 하이파이 오디오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뜻에서 와이파이라는 별칭이 쓰이게 되었다.
테크놀로지가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것들을 창조하고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아이브레인 iBrain』의 저자는 하이테크 혁명이 사람들을 ‘지속적 주의력 분산 continuous partial attention’이라는 일종의 장애상태로 빠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쏟지만 정작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속적 주의력 분산은 각 과제에 목표를 갖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즉 한 사람의 사용자가 한 대의 컴퓨터로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실행시키는 다중 과업화와는 다르다.
주의력이 지속적으로 분산되고 매순간 모든 유형의 접촉에 노출된다.
지속적 주의력 분산에 빠지면 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더 이상 생각을 하거나 사려 깊은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접촉, 흥미 있는 뉴스거리나 정보에 대해 늘 대기하고 있는 지속적인 경계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이 일단 이런 상태에 익숙해지면, 끊임없는 접속 상태를 추구하게 된다.
또한 자아와 자존감을 잠식당해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자존감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고 학습하는 데 관여하는 중뇌 측두엽medial temporallobe의 말굽 모양의 뇌 영역인 해마hippocampus를 보호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사람일수록 해마의 크기가 크다.
그러나 지속적 주의력 분산 상태에서는 어떤 시점에 이르면 자존감과 통제감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가 계속해서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특별한 형태의 뇌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
휴식 없이 여러 시간 동안 인터넷 작업을 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작업 오류를 호소하며, 일을 마치고난 뒤 디지털 안개 속에 있는 듯이 산만하고, 초조하며, 피곤하고, 공간감을 상실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이 새로운 유형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전염될 위험성이 있는데, 『아이브레인 iBrain』의 저자는 이를 ‘기술적 뇌 소모’라고 부른다.

이 유형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본능적으로 부신 수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에피네프린epimephrine(아드레날린이라고도 한다) 분비선에 신호를 보내 코티솔cortisol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에서의 자극 전달물질로 중추로부터 전기적인 자극에 의해 교감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되어 근육에 자극을 전달한다.
코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코티솔은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잠깐 동안 에너지 수준을 높이고 기억력을 높여주지만, 시간이 경과되면서 인지를 약화시켜 우울하게 만들고, 감성과 사고를 통제하는 뇌 영역인 해마, 편도체amygdala, 전두엽 영역의 신경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기술적 소모는 뇌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