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우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폴록, 궁핍과 우울증의 나날
이 시기에 경제적, 미학적으로 궁핍해진 폴록은 우울증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술은 그의 우울증을 가중시킬 뿐 덜어주지는 못했다.
그는 집을 두 번이나 태울 뻔했는데 한 번은 만취하여 담배를 입에 문 채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기 때문이었고 또 한 번은 리가 침대에서 불길을 발견했는데, 리의 요청으로 윌콕스가 도착했을 때는 매트리스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메트리스를 밖으로 끌어내 정원에서 호스를 사용하여 불을 껐다.
폴록이 밀러 상점에서 맥주를 (보통 스무 개나 서른 개) 차에 싣다가 굴러 넘어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있다.
줄리앙 레비는 어느 날 폴록이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와서 자신의 강의실에 들어오더니 캔버스를 당기는 기구를 부수면서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지 가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시팔!”이라고 고함을 쳤다고 말했다.
폴록은 미국 최고의 화가인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며 불만이 대단했다.
어느 날 해리와 함께 택시를 타고 화랑으로 가던 중 폴록은 택시가 신호에 걸려 어느 리무진의 뒤에 서게 되자 화난 소리로 리무진에 대고 “시팔놈들, 암캐 자식들!”이라며 창밖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시팔, 나도 줄무늬가 있는 양복을 입을 수 있다”고 소리쳤다는데 해리는 “그런 행위는 빌어먹을 머리를 벽에다 대고 짓찧는 낡은 성냄이었다”고 평했다.
폴록은 “왜 코네티컷 주의 와습(WASP : 백인 앵글로색슨 청교도, 우월감으로 잘난 체하는 자들), 하버드와 예일 출신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저 혼자 잘난 체하는 놈들, 암캐의 잘 나가는 새끼들이 은행이나 큰 기업들의 내장 안에서 행방불명되어야 하는가.
나같이 공증을 받을 만한 사람은 근원적으로 가난한데 왜 그 새끼들은 잘 나가고 있고 사회에서 존경을 받느냐?”고 떠들어댔다.
그러면서 창밖으로 “저 시팔놈들은 누구냐?”고 고함치면서 “저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난 알아주는 놈이다!”라고 내뱉었다.
“돈의 가치만이 이 나라에서는 더럽게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 폴록의 불만의 요지였다.
몇 번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폴록의 술 중독이 그의 생명을 단축시킬 것만 같아서 리는 이번에도 그를 의사 루스 폭스(Ruth Fox)에게로 데리고 갔다.
폭스는 과거 폴록을 치료했던 의사들과는 달리 리도 환자라고 진단하면서 두 사람이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폭스의 주장에 의하면 리가 폴록이 이미 “술 중독에 빠져 있음을 알고서도 그와 결혼했던 것”은 많은 여느 알코올 중독자들의 아내와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남편으로부터 “고통이 제공하는 즐거움을 누리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며 그녀 스스로 “고통을 감수할 것을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다.
폭스는 오히려 리가 더욱 심각한 상태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녀 또한 폴록처럼 상담과 정신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가 곧 겪게 될 단계들에 관해 예언했다.
그것들에는 폴록이 그녀를 “두들겨 패리라는 두려움”과 자신이 “실성할 것만 같다는 두려움”의 단계가 포함되어 있었다.
리는 폭스의 논리가 당치도 않다면서 그의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6월에 폴록은 리의 주장대로 더 이상 폭스를 만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폭스의 진단은 정확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리와 폴록은 그의 처방이 유쾌하지 않았기에 거부한 것이었다.
폴록은 다른 의사 마크에게 가서 자신의 문제를 의논했다.
마크는 폴록에게 신비주의를 처방으로 소개했는데 한마디로 웃기는 처방이었다.
폴록은 어느 날 미리엄 샤피로(Miriam Schapiro)에게 “알고 있소?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혼이 있어. 돌조차도 혼을 갖고 있지”라고 말했다.
또한 폴록은 ‘우주적 에너지와 실제’에 관해 말했으며, 칼릴 지브란의 저서 『예언자 Prophet』와 페르디난드 오신도우스키가 쓴 『야수인간과 신들 Beast Men and Gods』을 탐독했다.
『야수인간과 신들』은 저자가 아시아를 두루 여행하면서 쓴 일기 형식의 책으로서 폴록은 어느 부족장이 남자의 머리를 칼로 베었다가 도로 붙였다는 이야기에 감동했다.
물론 여러분은 형편없는 내용의 책임을 직감하겠지만 예술가는 그에 감동했는데 그가 술을 퍼마시고 아무 데서나 뻗어버리는 것보다야 나았을런지 모르겠다.
그는 점성학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어느 날 그는 이웃 사람에게 “빌어먹을 우주가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