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김광우의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미술문화) 중에서



절망에 빠진 폴 고갱은 1897년 12월 자살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비소를 먹었으나 다 토해내고 고통 속에서 깨어났다.
1898년 2월 고갱은 파리에 있는 친구 몽프레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난 달에 편지를 쓰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하다면서 그럴 용기가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또한 몽프레에게 자살하려고 집을 나서 산으로 갔고 그곳에서 죽을까 했는데 그렇게 되면 개미들이 자신의 시신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것이라고 했다.
독약을 많이 마셨지만 심하게 토하느라 독약이 도로 밖으로 나왔는지 그날 밤 지독한 고통을 겪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고갱은 거의 4미터 가량 되는 커다란 캔버스에 인생의 불가사의함을 묘사했다.
그에게는 유언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고갱은 몽프레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은 1896년 12월부터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죽기 전 구상하고 있는 큰 그림을 완성시키려고 하며 한 달 내내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밤낮으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네.
오 하나님,
내가 그리고 있는 건 퓌비 드 샤반이 실재 삶으로부터 드로잉한 만화같은 그런 따위의 준비과정을 통해 그린 것과는 다르네.
매듭과 주름진 캔버스 바탕 위에 붓끝으로 직접 물감을 칠하는 것으로 대단히 거칠게 나타나는 그림이네.
사람들은 사려 깊지 못하고 미완성이라고 말할 걸세.
자신의 작품을 판단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간 내가 해온 것들을 초월하는 것으로 이와 같거나 이보다 더 나은 그림을 난 그릴 수 없을 것 같네.
죽기 전에 나의 모든 에너지와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열정을 다 쏟으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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