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뒤샹의 <아홉 개의 능금 주물들>
독일은 1913년 9월 7일에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와 우호동맹조약을 맺었다.
이는 전쟁이 발발할 때는 삼국의 군대가 연합군을 형성하고 군사적 행동을 일치하기로 약속한 것을 뜻했다.
이 조약이 맺어진 이듬해 8월 3일 독일이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징집되었고, 뒤샹의 형들도 징집되었다.
뒤샹은 이 시기에 여전히 <큰 유리>에 몰두했다.
한 달 동안 유리에 작업한 후 <아홉 개의 능금 주물들>을 제작했는데 남성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것을 제작하기 전에 드로잉 두 점을 습작하면서 제목을 <유니폼과 제복들의 공동묘지>라고 붙였는데, 공동묘지라고 한 것은 드로잉할 때 주물들의 모양이 관처럼 보였기 때문이지 다른 의도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드로잉에는 여덟 개의 주물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신부priest, 백화점의 배달소년, 헌병gendarme, 흉갑기병cuirassier, 경찰관, 청부인undertaker, 제복을 입은 고용인flunky, 그리고 그릇닦는 소년busboy이었다.
두 번째 드로잉에서 그는 <기본 정지들>에서 사용한 모세관 튜브를 계속 사용하면서 철도역장stationmaster을 보태어 아홉 개의 주물이 되도록 했다.
아홉 개의 주물은 <큰 유리>의 독신자들이기도 했다.
뒤샹은 아홉 개의 주물에 관해 “내게 9란 수는 마적 숫자와 같았지만 보통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마술이란 뜻은 아니다.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숫자 1은 개체를 뜻하고, 2는 한 쌍을 뜻하며, 3은 다수를 뜻한다.
달리 말하면 2천만이란 숫자나 3이란 숫자는 내게 같은 의미일 뿐이다”라고 했다.
옛날 미국 인디언들이 숫자를 헤아릴 때 둘 이상의 개념이 없어 “하나, 둘, 많이”라고 했던 것처럼 셋이면 헤아릴 수 있는 수가 아니라 그저 다수를 의미했음을 상기하게 했다.
그의 그림에 나타난 유사한 형태들의 수는 그러므로 셋을 넘을 경우 다수를 뜻했다.
특기할 점은 <정지들의 네트워크>에서 실험한 우연에 의한 드로잉이 <아홉 개의 능금 주물들>에 보태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