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혼미한 정신세계에서 방황한 폴록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폴록은 예술가로서의 폴록이다.
이런 혼미한 정신세계에서 방황하고 있던 그에게서 무슨 예술작품들이 창조되었겠는가.
그가 1952년 초부터 그리기 시작했던, 검정색을 사용한 그림들은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었으며 유난히 그를 미학적으로 도왔던 평론가 그린버그를 좌절시키고야 말았다.
어느 날 밤 폴록이 토니 스미스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이 아주 우울하다고 말하자 다혈질의 토니가 몇 시간 후 스프링스에 나타났다.
그는 화실에 가보니 폴록이 한 손에는 나무를 깎는 기다란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버번 위스키 병을 쥐고 혼자 앉아 있었다.
난로를 보니 불길이 번쩍거리며 연통을 통해 천장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빌어먹을 잭슨, 불조심해라!”고 토니가 소리쳤고 폴록은 난로불을 껐다.
토니는 바닥에 놓여 있는, 그가 그리다 중단한 그림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폴록이 여태까지 그린 그림들과 달리 동그라미들을 수없이 사용하여 그린 그림이었다.
여기서 “동그라미들을 그린 화가는 거의 미친 지경에 있다”고 말했던 독일의 예술가 게오르게 그로츠의 말이 생각난다.
폴록의 화실을 둘러본 후 토니는 그가 지난 수주 동안 전혀 그림을 안 그렸음을, 그리고 그리다만 그림으로 보아 그가 여전히 검정색을 선호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색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너는 새로운 그림들을 그릴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폴록과 술을 주고받던 토니는 취기가 오르자 “자, 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자!”고 말했다.
토니는 새 캔버스 두루마리를 바닥에 깔더니 오렌지 물감을 쭉 짜서 붓에 바른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폴록과 토니는 번갈아가며 같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는데 토니의 표현에 의하면 그것은 “토한 것처럼” 보였다.
한 달 가량 지난 후 토니가 다시 뉴먼 부부와 함께 스프링스로 왔다.
폴록이 뉴먼에게 토니와 함께 그린 그림을 보여주겠다면서 화실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뉴먼은 그 그림을 보고 대단히 실망했다.
바닥에는 버번 위스키 병과 물감 튜브들이 나동그라져 있었다.
그러니까 토니가 다녀간 후 폴록은 화실에 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떻게 물감들을 발랐길래 그림이 저렇게 되었느냐고 뉴먼이 묻자 폴록은 오렌지 물감을 집더니 시위했다.
뉴먼도 같은 방법으로 색을 칠했다.
어차피 망친 그림이었다.
1952년 여름 스프링스로 폴록을 자주 방문한 사람은 해리 잭슨이었다.
두 사람은 이 술집 저 술집으로 다니면서 취했으며, 장난삼아 권투를 했다.
어느 날 밤 폴록은 캔자스시티에 있는 옛 스승 토마스 하트 벤턴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타가 전화를 받자 그는 “빌어먹을 리타, 허니. 나는 지금 해리 잭슨과 함께 있는데 잭슨은 톰을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리타는 특유의 이탈리아 액센트로 “잭, 난 이 시간에 톰(벤턴)을 깨우고 싶지 않아요”라며 “침착할 때 다시 전화하도록 하고,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해요!”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리는 해리의 잦은 방문을 못마땅해 했다.
해리 역시 “리는 나를 싫어했다”며 투덜거렸다.
리는 재니스 화랑에서의 폴록의 첫 전람회가 다가오는데 폴록이 그림 그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해리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폴록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재니스도 폴록을 방문하여 그림 그릴 것을 독려했다.
그린버그는 “리는 잭슨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다 썼다”고 말했다.
도로시 밀러의 저녁식사 파티에 초대되어 가서 리는 폴록의 얼굴을 자주 쳐다보았다.
그럴 때마다 폴록의 얼굴은 “고뇌하는 표정”이었으며, 폴록은 리에게 “그런 얼굴로 나를 쳐다보지 마라!”고 했다고 밀러가 전했다.
밀러는 “내 생각에 리는 잭슨을 미워하고 있었다”고 첨언했다.
두 사람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들였어야 했다.
토니는 “리가 잭슨을 위해서 가장 적합했던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고, “잭슨이 리와 결혼하면 술을 두 배나 마시게 될 것이다”고 예언한 사람이 있으며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이려고 한다”고 말들 했다.
두 사람은 자주 충돌했다.
리는 폴록을 위해 간섭했지만 폴록은 리의 명령조의 말투를 아주 싫어했다.
두 사람의 야단법석 관계는 점점 전쟁 국면으로 치닫더니 친구들이 있는 데서도 폴록이 리에게 “꺼져라, 시팔년!”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난 빌어먹을 나 좋을 대로 할란다”며 리에게 대들었으며, 리가 폴록의 잘못을 지적할라치면 “화냥년!” “암캐!” “못생긴 빌어먹을 년!”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폴록은 집으로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리가 바닷가에서 주워다 집안을 장식한 것들을 그녀 몰래 나누어주기도 했다.
나중에 리는 그 사실을 알고서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그것들을 도로 가져와야 한다고 일렀다.
방문객들이 가고나면 두 사람은 전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