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설화와 선계
도교道敎가 한반도에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였습니다.
초기도교인 태평도太平道는 중국의 민간신앙 요소를 흡수, 융합한 것으로 중국인의 삶과 의식구조 전반에 밀접하게 뿌리박으며 전승되었습니다.
태평도는 중국 후한後漢 말기에 장각張角이 창시한 정치적 색채가 강한 민간종교 혹은 그 결사였습니다. 주문에 의해 병을 다스린다고 하여 수십만의 신자를 모아 황건의 난을 일으켰는데, 중국 후한 말기에 장릉張陵이 창시한 질병의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교법敎法 혹은 그런 교단으로 병을 고치는 대가로 쌀 다섯 말을 받았으므로 칭해진 오두미도五斗米道와 함께 도교의 원류를 이룹니다.
도교가 전래되기 이전에 한반도에는 산악신앙山岳信仰, 중국에 널리 퍼졌던 도교의 기원이 되는 민간신앙으로 신선을 믿고 장생불사하는 곳으로 승천하기를 원해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의 삼신산三神山과 계급 선인의 전설인 신선설神仙說 그리고 각종 방사方士가 행하는 신선의 술법인 방술方術이 있었고, 도교가 전해된 뒤 두 가지가 혼합되었습니다.
도교는 불교, 유교와는 달리 승단이나 유림과 같이 뚜렷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고려시대에서 조선 중기에 이르는 동안 도교 제사의식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설치되기도 했으며 은둔적 인사들 사이에 도교적 정체감을 지닌 인물이 다수 배출되었으나 불교와 유교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은 미약했습니다.
도교교단이 성립되지 못한 관계로 도교 자체의 독자적 형태로 존재하기보다는 민간신앙이나 불교, 유교와 혼합된 형태로 남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동학東學, 증산 등 신종교에 도교적 요소가 상당 부분 남아있습니다.
도교적 현상의 중요한 요소는 신선神仙을 동경憧憬하고 선계仙界에 살고 싶어 하는 갈망渴望입니다.
신선은 이상적인 인간상입니다.
신선설화의 요소는 고구려 벽화에서 발견되는데, 국내성의 장천長川 1호분에 백라관白羅冠(왕만이 쓰는 흰 비단 볏)에 현포玄袍를 입고 백학을 타고 하늘을 나는 신선이 있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용龍의 등에 올라타 악기를 연주하는 신선도 보입니다.
이는 중국에서 도교가 전래되기 이전부터 한반도에 신선설화가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그 후 중국에서 체계화된 신선사상이 신라 말 입당유학생들을 통해 전래되어 한반도의 고유한 신선사상과 융합되었습니다.
고려시대의 많은 문인들의 문학작품에서 신선이나 선계에 대한 동경이 발견되어 상당히 보편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로 접어들어서는 일부 은둔자隱遁者들 사이에 도교의 유파인 단학파丹學派가 형성되어 신선에 이르기 위한 수련에 침잠했고 많은 지식인들도 선인仙人을 예찬禮讚하고 동경했습니다.
단학파의 개조開祖는 김시습金時習입니다.
신선에 관한 설화는 구비문학과 민간설화에도 광범하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화력을 가진 신선이나 도사들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민간에도 널리 확산되었습니다.
무속신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상선녀, 신선도사 등의 호칭은 내포되는 의미가 어떠하든 신선설화가 민간신앙 속에 통속화된 예입니다.
중국에서 팔선八仙이 광범하게 신앙되는 것과는 달리 한반도에서는 신선으로 믿어진 국조 단군을 제외하고는 특정한 신선에 대한 믿음이 일반화되지 않았습니다.
신선에 대한 믿음은 선계동경으로 연결됩니다.
이는 도교적 이상사회에 대한 갈망입니다.
이런 동경의식은 조선 후기 성리학의 지배질서가 한계를 나타내면서 널리 유포되었습니다.
후에는 풍수도참風水圖讖과 결합되어 난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승지사상勝地思想, 혹은 남조선南朝鮮 사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조선 중기 이후 민간에 성행했던 국가운명, 생민존망生民存亡에 관한 예언서, 신앙서로 조선 중기 이후 백성들 속에 유포된 나라의 운명과 백성의 앞날에 대한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서 발견되는 난리에 피하기 좋고 가난과 전염병이 미치지 않는 땅을 예언하는 십승지사상十勝地思想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래의 일에 대한 주술적 예언을 기록한 책인 참서讖書의 하나인 『정감록』은 여러 비기秘記를 모은 것으로 참위설讖緯說,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 도교 사상 등이 혼합되어 이뤄졌습니다.
참위설의 연원은 예언서로 알려진 하도낙서河圖洛書에 두고 있으며,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바탕을 두고 일식, 월식, 지진 등의 천지이변이나 은어隱語에 의해 인간사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예언합니다.
내용은 조선의 조상이라는 이심李沁과 조선 멸망 후 일어설 정씨鄭氏의 조상이라는 정감鄭鑑이 금강산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엮어져 있는데, 조선 이후의 흥망대세興亡大勢를 예언하여 이씨의 한양 도읍 몇 백 년 다음에는 정씨의 계룡산 도읍 몇 백 년이 있고, 다음은 조씨趙氏의 가야산 도읍 몇 백 년, 그 다음은 범씨范氏의 완산 몇 백 년과 왕씨王氏의 재차 송악(개성) 등을 논하고, 그 중간에 언제 무슨 재난과 화변禍變이 있어 세태와 민심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차례로 예언하고 있습니다.
비록 허무맹랑한 도참설, 풍수설에서 비롯된 예언이라 하지만 오랜 왕정에 시달리며 조정에 대해 실망을 느끼고 있던 민중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했습니다.
선계仙界에 대한 동경은 근대에 민중의 염원을 안고 출현한 동학사상東學思想 등의 신종교에서 두드러지는데 지상천국, 혹은 지상선경의 도래를 믿고 그 실현을 갈망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것들에서 발견된 이상사회의 성격은 유교적인 도덕적 이상사회나 불교적 미륵세계와도 중첩되지만 계급차별과 모든 한이 소멸되면서 건강, 장수하는 태평세계의 모습은 주로 선계의 이미지가 주류를 이룹니다.
신선과 선계에 대한 동경은 「안빈낙도가安貧樂道歌」, 「유산가遊山歌」, 「태평가太平歌」 등의 민요에도 나타납니다.
물론 이들에 관한 내용만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불교 및 무속신앙과 혼합된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 속에는 옥황상제玉皇上帝, 칠성七星, 성황城隍 등의 도교적 신격神格뿐 아니라 신선에 대한 동경, 선계동경 등이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