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도교의 적덕사상
민간 도교의 흐름 가운데 조선 중엽부터 민간의 도덕관념에 영향을 미친 것은 권선서勸善書를 중심으로 한 소박한 적덕신앙積德信仰이었습니다.
권선서(혹은 선서라고 약칭됨)란 악행을 금하고 선행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 경전을 말합니다.
권선서류의 도교 경전이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조선 초기 태종太宗(1417년경)입니다.
조야朝野에 널리 유통된 『명심보감明心寶鑑』도 유교적 윤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도교적 성격이 강하게 함축된 도교 선서의 일종입니다.
『명심보감』은 조선시대에 어린이들의 인격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로 고려 충렬왕忠烈王 때에 명신名臣 추적秋適이 중국 고전에서 보배로운 글이나 말 163항목을 가려서 계선繼善, 천명天命, 권학勸學, 치가治家 따위의 부문으로 나누어 배열 편집한 책입니다.
그 후 여러 종류의 권선서를 종합한 『경신록敬信錄』의 언해본이 1796년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불엄사佛嚴寺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언해본이 간행되었음은 그 이전에 한문원전이 이미 유통된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18세기 말에는 상당한 정도로 유포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어 19세기에 많은 종류의 언해본이 발간되었습니다.
선서류가 중국에서 언제 성립되었는가는 분명히 알기 어려우나 남송南宋 중엽 무렵에 『태상감응편太上感應編』이 성립된 것이 효시로 보입니다.
이 책은 태상노군太上老君(노자老子)이 선악행위에 따른 복과 화의 보응에 관해 밝히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응편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보응이 몸에 그림자가 비치듯 감응이 엄밀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태상감응편』에서는 그런 전제하에 적극적으로는 선행의 종류가 충, 효, 신 등의 유교적 덕목뿐만 아니라 자비, 보시 등 불교적 덕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행 혹은 악행이 하나하나 각 개인의 수명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는 데서 도교적 특징이 드러납니다.
천지에는 인간의 행위를 주관하는 신이 있어 죄의 대소에 따라 인간의 수명을 감소시키는데, 그 신에는 삼태三台, 북두칠성北斗七星 등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큰 죄에는 300일의 수명, 작은 죄에는 3일의 수명을 감소시킨다는 것입니다.
이어『태상감응편』에서는 천선天仙이 되려면 1300선이, 지선地仙이 되려면 300선이 필요하다고 말함으로써 선행의 축적이 신선에 이르는 필요조건임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떤 선행이 1선에 해당하는가가 문제입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각 선행과 악행에 점수를 배당하여 제시한 것이『공과격功過格』입니다.
이 기준에 의해 매일매일 선행과 악행의 점수를 계산함으로써 공과를 측정하자는 것입니다.
한편 『음즐문』은 인간의 모든 운명이 문창제군文昌帝君의 보이지 않는 관장 아래 있으므로 꾸준히 선행을 쌓으면 복록을 받는다는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즐문』에서는 선행실천과 신선사상을 직결시키지는 않습니다.
문창제군은 황제의 아들 휘揮로 주周나라 때부터 원元나라 때까지(BC1100-1368) 97차례나 세상에 태어났으며 학문에 뜻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명明나라 시대(1368-1644)에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문창제군을 모시는 사당을 건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여러 종류의 선서에도 『태상감응편』, 『공과격』, 『음즐문』 등 삼대선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관성제군신앙 계통의 선서류도 적지 않습니다.
19세기 말에 이르면 중국에서 간행된 선서의 보급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선서가 형성되는데, 『각세신편입감覺世新編入鑑』, 『공과신격功過神格』이 그것입니다.
선서류의 내용을 보면 일상생활에 관한 구체적 조목을 도덕적으로 평가하면서 덕의 실천을 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의충효仁義忠孝 등의 덕목을 비롯해 함부로 나뭇가지를 꺾지 말라는 등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든지 북쪽을 향해 소리 지르거나 함부로 소변을 보지 말라는 등 민간신앙에 관련된 금기도 포함하고 있으며, 『공과신격』에서는 우물을 헐거나 더럽히지 말 것, 거름이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 것, 오물을 우물에 던지지 말 것 등 구체적인 실천요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내용은 『명심보감』과 함께 공을 쌓아야 건강장수하고 복 받는다는 믿음을 형성하여 민간의 도덕관념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난해하지 않은 내용의 이런 현세적이고도 실천가능한 권선서는 대중의 환영을 받아 조선 후기 민간도교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습니다.
다양한 도교 현상의 공통된 테마는 신선에 이르러 선계에서 소요자재逍遙自在하는 것입니다.
이런 신선과 선계에 대한 동경은 중국에서 도교가 전래되기 이전부터 한국인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가 중국에서 신선사상이 전래된 뒤 융합되었습니다.
신선설화는 지식층의 문학작품뿐 아니라 민간의 설화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했고, 불로장생하고 조화력을 갖춘 신선이나 도사 그리고 모든 차별과 원한이 해소된 평등한 선계는 민중이 지향하는 이상사회의 모델로 작용했습니다.
도교는 생명력이 충일한 신선에 이르기 위해 다양한 양생법을 개발해왔습니다.
도교적 양생법은 한의학과 표리를 이루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지혜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는 일상적 기거진퇴의 요법과, 섭생, 성생활, 각종 도인법 등이 구체적 내용을 이루며 각종 민간요법도 직접, 간접으로 도교적 양생법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도교가 민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분야로서 도교적 방술도 중요합니다.
이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유기적 관련성을 전제로 한 사유방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천문, 풍수, 명리 등이 그 중요한 내용을 이룹니다.
이들은 도교적 술수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속과 더불어 민간신앙의 큰 줄기를 형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