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과 시왕
무가巫歌에 삼신제석三神帝釋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삼성三聖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삼성이란 삼대인 환인桓因(제석帝釋으로 와전됨), 환웅桓雄, 왕검王儉을 말하며, 황해도 구월산九月山에 있는 삼성사三聖祠가 이것입니다.
삼성이란 고조선 신권시대神權時代 때의 단유壇壝의 임금으로, 하늘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사람입니다.
삼신제석三神帝釋은 불교佛敎의 천신天神으로 원래의 명칭名稱은 사카라 데바남 인드라Sakara-devanam Indra, 즉 석제환인타라釋提桓因陀羅의 약칭입니다.
삼신제석은 산스크리트어 수메루Sumeru의 음사인 수미산須彌山 꼭대기 도리천忉利天 중앙에 있는 선견성善見城의 주인으로 4천왕과 32천을 거느립니다.
구월산九月山은 황해도 은율군과 안악군의 경계에 있는 산입니다.
삼성사三聖祠는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을 모신 사당祠堂으로 고려시대까지 구월산의 대증산 동남쪽에 있었으나 조선 초에 소증산으로 옮겨졌습니다.
1412년(태종太宗 12년) 평양에 단군사가 건립되면서 한때 국가제사가 폐지되었으나, 1472년(성종成宗 3년)부터 다시 국가제사가 거행되었습니다.
단유壇壝의 단壇은 제단, 유壝는 제단을 둘러싼 담을 말합니다.
따라서 단유壇壝란 제사의 장소를 말합니다.
무가巫歌에 시왕세계十王世界란 말이 나오며, 또 신위神位를 배설하는데도 시왕十王이 있으니, 망자의 천도를 위한 진오귀굿이나 새남굿 무가에 흔히 등장합니다.
이는 무속이 도교화 혹은 불교화한 것입니다.
시왕十王과 관련해서 불교서적에 염마라천자閻魔羅天子가 있어 명계冥界를 주관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홉 대왕을 덧붙여 함께 명부의 10대왕이라 하는데, 대개 후세에 덧붙인 것입니다.
10대왕의 칭호는 『범음집梵音集』에 보입니다.
제1 진광대왕秦廣大王, 제2 초강대왕初江大王, 제3 송제대왕宋帝大王, 제4 오관대왕五官大王, 제5 염라대왕閻羅大王, 제6 변성대왕變成大王, 제7 태산대왕泰山大王, 제8 평등대왕平等大王, 제9 도시대왕都市大王, 제10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
저승에서 인간의 생전의 선악을 심판하는 심판관審判官 열 명으로 시왕十王이라 읽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각왕 앞에서 한 번씩 모두 열 차례 심판을 받는데, 처음 진광대왕秦廣大王에서 일곱째 태산대왕泰山大王까지는 7일에 한 번씩, 나머지 평등대왕平等大王, 도시대왕都市大王,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에게는 각각 1백일, 1년, 3년 뒤에 심판을 받으며, 그 결과에 따라 가운데 한곳에 다시 태어난다고 합니다.
시왕十王 신앙信仰은 중국에서 성립된 것으로 당唐나라 말기 불교도들 사이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도교에서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단 도교에서는 10왕의 이름, 탄일, 역할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불교에서 49재(칠칠재)를 지내는 것도 이와 같은 10왕 신앙에 근거한 것입니다.
즉 재판이 진행되는 49일 동안 후손들이 재를 올리면 저승의 심판에 좋은 영향을 미쳐 조상이 극락왕생極樂往生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염마라천자閻魔羅天子는 염마왕, 염라왕이라고도 하는데, 야마 라자yama raja의 음역이다.
야마夜摩는 원래 인도의 천신이며, 남녀 쌍둥이 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인간이 죽으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믿음이 있었고, 이에 따라 야마가 사후세계死後世界의 지배자支配者란 관념이 생기게 되고, 또 남신으로 단일화되었습니다.
중국에서 10왕 신앙이 등장하면서 10왕 중 다섯째 왕이 되었지만, 그래도 명계冥界의 심판자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염라대왕閻羅大王입니다.
불교의례佛敎儀禮의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책인 『범음집梵音集』은 조선 사찰의 불사의식에서 반드시 사용됩니다.
『후한서後漢書』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자死者는 혼령魂靈이 대산垈山으로 돌아간다”라 했고, 이에 대한 주석에서는 『박물지博物志』를 인용하여 말하기를 ‘태산은 천제天帝의 손자로 사람의 혼백魂魄(넋)을 부르는 일을 주관합니다.
동방은 만물이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의 수명을 주관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태산泰山의 산신山神, 즉 동악대제東岳大帝, 동악부군東岳府君을 사후세계死後世界의 심판자로 여겼으며, 또 태산泰山 아래에 명부冥府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태산대왕泰山大王은 근거가 있는 바이지만, 나머지 8대왕은 출처를 알지 못하며, 이는 도가道家에서 만든 칭호稱號로 보입니다.
시왕十王 신앙信仰은 불교佛敎에서 시작하여 도교道敎에까지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후한서後漢書』는 남조 송의 범엽范曄(398-445)이 편찬한 후한시대後漢時代(25-220) 196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한 기전체紀傳體 사서史書입니다.
대산垈山은 태산泰山을 말합니다.
『박물지博物志』는 중국 서진시대의 장화張華(232-300)가 저술한 기문奇聞, 전설집이다.
명부冥府는 사람이 죽은 뒤에 심판을 받는 곳을 말합니다.
그리고 제3 송제대왕宋帝大王이라는 것은 송宋나라 휘종황제徽宗皇帝가 도교를 좋아했으며 자칭 도군황제道君皇帝라 했으므로 혹자는 이 황제를 지목하여 죽은 뒤에 명부대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명부冥府 10대왕의 명칭은 조송趙宋 때 처음 등장했습니다.
대개 음사淫祠의 신神을 대왕大王이라 칭하는데, 예를 들면 고려 왕조 때 송도松都에 국사당國師堂 신사神祠가 있었는데, 그 신을 국사대왕國師大王이라 칭했다는 것이 백운거사 이규보李奎報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보입니다.
따라서 송제대왕宋帝大王이라는 것도 국사대왕國師大王과 같은 종류입니다.
휘종황제徽宗皇帝(1100-25년 재위)는 송宋나라 제8대 황제皇帝로 1125년 장자 흠종欽宗에게 양위讓位하고 태상황太上皇으로 있다가 1127년 금金나라의 포로가 되고, 1135년 금金나라에서 죽었습니다.
“자칭 도군황제道君皇帝”란 말은 도사 임영소林靈素가 휘종을 상제의 장남 장생대제군長生大帝君으로 인간세상을 구하기 위해 하강下降했다는 말 등에 현혹眩惑되어 1117년 스스로를 교주도군황제敎主道君皇帝라 칭한 것을 말합니다.
조송趙宋은 조광윤趙匡胤에 의해 건국된 송宋나라(960-1279)로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의 유송劉宋과 구분하기 위해 조송趙宋이라 합니다.
개성 송악산松嶽山에 있었던 송악산사松嶽山祠는 다섯 개의 신당으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세 번째가 국사신國師神을 모신 신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