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의 안빈낙도(安貧樂道)
스승의 말을 그대로 받아 실천한다
<아주 오래된 오늘>(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공자는 그의 제자 안회를 특히 사랑했다.
『논어』에는 안회를 칭찬한 글이 많이 있는데 그는 겸허하고 청빈한 생활을 했으며 굶어도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일찍 요절했는데 그의 스승 공자의 그늘이 너무 컸기 때문에 세상에 그리 알려지지 못했다.
어질구나, 회(回)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국물로 누추한 골목에 거처함을 범인은 견디기 어려워하거늘
회는 그렇게 살면서 스스로 낙을 고치지 아니하니 어질구나 회여!
●『논어』, 「옹야」편
이와 같이 공자는 사랑하는 제자가 실천하는 생활을 감탄하고 찬양했다.
보통사람 같으면 견디기 어려워하는 ‘가난을 예사로 참고 마음의 낙을 변함없이 즐기는’ 것을 칭찬한 것이다.
공자는 안빈낙도를 가르쳤지만, 자신도 할 수 없는 일을 제자가 실천하는 것에 더욱 감탄했다.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구부려 베개하며 살아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나니 불의로 얻은 부귀가 내게는 뜬구름 같구나.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 如浮雲 ●『논어』, 「술이(述而)」편
이는 공자의 철학인 동시에 안회를 찬양하는 노래이다.
아무리 부유하게 살아도 불의로 얻은 부귀와 영화는 뜬구름처럼 공허하다는 말이다.
내 일찍이 회와 더불어 종일토록 이야기하여도 변함이 없어 어리석은 듯하더니,
물러간 뒤에 그 행하는 것을 살펴본즉 참 이치를 깨달음이 많으니
회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논어』, 「위정(爲政)」편
안회는 스승을 하늘같이 존경했기 때문에 변론하지 않고 경청하고 지킬 뿐이었다.
공자가 자공에게 ‘너와 회는 누가 더 나으냐?’라고 묻자 자공은 ‘제가 어찌 회를 따르리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공자가 ‘나도 너와 더불어 그만 못하니라’라고 했다. ●『논어』
실로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천재였다.
그의 스승 공자가 ‘나도 그만 못하다’고 고백한 것을 보면 그는 대단히 총명했던 듯하다.
안회가 죽자 공자는 “하늘이 나를 망쳤구나! 하늘이 나를 망쳤구나!” 하고 탄식하며 울었다.
이를 보면 안회에 대한 공자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그는 32세에 죽었는데, 당시 공자는 62세였다.
공자는 자기보다 30세나 어린 제자 안회를 자식처럼 사랑했다.
안연(顔淵, 안회의 자)은 너무도 청빈하게 살았기 때문에 쌀뒤주가 항상 비어 있었다고 한다.
그가 굶어서 죽었다는 말도 있는데 자기 스승의 교훈, 안빈낙도를 죽을 때까지 실천한 제자인지 모른다.
도연명(陶淵明)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안연은 인덕으로 이름이 높았고
항상 뒤주가 비었으며 일찍 죽었고
영계기(榮啓期)는 도통했다고 칭송되었으나
늙도록 굶주림에 시달렸노라.
비록 사후에 이름을 남겼으나
평생 쪼들리고 메마르게 지냈으니
죽은 다음에야 알 것이 무엇이냐
살아서 마음에 차게 살아야지.
다음은 안회가 자기 스승을 찬양한 노래이다.
안연이 슬퍼 탄식하여 말하되
우러러보면 더욱 높으며, 뚫으면 더욱 굳으며
보면 앞에 있더니, 홀연히 뒤에 있네.
선생은 순순히 사람을 이끌어 가르치되
나를 교양으로 넓히고 나를 예로 다듬는다.
중도에서 돌아가고자 하나 끌려 따라가게 되며
내 재능을 다하여 따라도 선생은 멀리 높이 섰는지라.
비록 뒤를 쫓고자 하여도 따라갈 방도가 없구나. ●『논어』
선생의 자유자재의 교훈과 이해력은 바다같이 넓고 깊다. 사람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순순히 유도하신다.
나 안회의 시야와 사고력을 넓혀 주시고 예로써 지식을 다듬어 정리해 주신다.
너무도 어려워서 도중에 돌아서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의 재능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선생의 덕을 배워도 선생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신다.
따라가고 싶어도 쫓아갈 방도가 없다.
공자에 대한 인물평치고는 이만한 글이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제자로서의 안회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
“회는 나를 돕는 자가 아니다. 그는 나의 말에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다.”
이 말은 제자 안회에 대한 공자의 인물평이다.
다른 제자들은 공자의 말에 대하여 논란, 반박, 비평으로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하여 충고가 되거나 반성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안회는 선생이 하는 말이면 묵묵히 듣고 그대로 받아들여서 기뻐하기만 하고, 의심을 가지고 반문하는 일이 없으니 공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공자의 겸손과 제자에 대한 칭찬, 그리고 안회에 대한 칭찬을 통하여 공자 자신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명문이다.
이는 짧은 글로 인물을 평하는 솜씨의 극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