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게네스 : 내 질문에 당신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구려
김광우의 저서 <신학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한편 선한 사람이 수난을 당하고 사악한 사람이 평생 지복한 인생을 누리는 사실이 당시 사람들의 선과 악에 대한 문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오리게네스는 선과 악의 문제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보았다.
하나님은 공의로운 분이므로 모든 영혼에게 동등하게 자유를 허락했지만 천사로 존재하는 영혼 이외의 어떤 영혼이 사람이나 악마로 존재하는 이유는 그 영혼이 하나님의 은사를 잘못 사용한 까닭이라고 했다.
또한 영혼이 자유의지에 의해서 악마로 전락했더라도 구원받을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여지를 남겼다.
오리게네스는 218년에 팔레스틴을 방문했는데 그때 가이사랴(Caesarea)와 예루살렘의 감독으로부터 초빙 받아 교회에서 설교를 했다.
알렉산드리아의 감독 디메트리우스(Demetrius)는 안수를 받지 않고 설교하는 것은 교리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그를 비난했다.
성직도 주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비판하려고 했기 때문에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온 오리게네스는 12년가량 집필에만 전념했다.
그는 230년에 다시 팔레스틴을 방문했으며 가이사랴 감독의 초빙을 받아 교회에서 설교했다.
이번에도 디메트리우스 감독은 교리를 내세워 가르치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제제를 가해 줄 것을 가톨릭 교단에 요청했다.
그래서 오리게네스는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오지 않고 가이사랴에 정착한 후 그곳에 학파를 설립하고 집필에만 몰두했다.
그는 황제 데시우스(Decius)가 249-50년 그리스도인을 탄압할 때 체포되어 고문당했는데 건강이 그때부터 아주 나빠져 결국 254년에 세상을 떠났다.
오리게네스의 로고스-그리스도론은 신약성경을 근거로 한 이론이다.
여기서 율법과 예언을 준 구약의 하나님과 복음을 준 신약의 하나님은 동일하며 만물의 근원이 되고 우주를 창조하는 전지전능한 분이다.
그리고 창조적인 힘인 그리스도는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났고, 하나님의 현존이며, 우주가 창조되기 전에 이미 존재한 분이다.
그리스도는 본질에서는 하나님과 동등(homoousios to patri)하다고 했는데 ‘동등한 본질’이란 말은 그가 처음 사용했다.
그리스도가 본질에서 하나님과 동등할지라도 그분의 대리자로 우주를 창조한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동등한 수준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는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같은 본질이나 수준에서 등급을 부여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났지만 하나님은 태어난 분이 아니기 때문에 본래부터 존재(auto theos)한 하나님은 그리스도에 비해 우수하고 그리스도는 열등할 수밖에 없다.
또 성령을 그리스도에 비해 열등하다고 했는데 하나님, 그리스도, 성령은 그 우위 면에서 순위적이다.
오리게네스는 육체는 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한다고 믿었으므로 영혼의 부활은 믿었지만 육체의 부활은 믿지 않았다.
그는 플라톤의 이원론을 받아들여 지각할 수 있는 물질은 일시적으로 존재할 뿐이나 지각할 수 없는 형상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고는 바울의 신학과 일치한다.
우리의 돌아보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니라 (고린도후서 4:18)
오리게네스는 말년인 244년과 249년 사이에 아라비아에서 헤라클리데스(Heraclides)와 대화했는데 대화한 내용이 1941년 이집트에서 발견되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당시 지식인들의 관심과 지성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파피루스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헤라클리데스 : 저는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을 믿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요한복음 1:1-3)
우리는 요한의 말씀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스도가 육체의 형체를 지니고 태어났으며, 육체를 지닌 모습으로 부활하여 승천한 후 하나님의 우편에 앉아 있고, 하나님이면서 동시에 사람으로 최후의 심판 때 지상으로 와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리게네스 : 하나님에 관해 의문이 생겼다면 논의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겠지요.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에 관해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를 바라지요.
교회마다 답변을 달리 한다면 그건 옳지 않은 일이지요.
장로 헤라클리데스, 난 당신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싶구려.
스스로 존재하는 전능한 분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교리를 믿소?
헤라클리데스 : 믿습니다.
저는 교리를 믿습니다.
오리게네스 :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형상이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재했고, 육체를 지녔든지 않았든지 하나님이었지 않겠소?
헤라클리데스 : 그분은 과거에도 하나님이었지요.
오리게네스 : 그분이 육체를 지녔든지 않았든지 하나님이었지 않겠소?
헤라클리데스 : 그렇습니다.
그분은 하나님이었지요.
오리게네스 : 육체를 지니고 존재한 하나님과 육체를 지니기 전의 하나님은 구별이 되겠소?
헤라클리데스 : 물론 그분은 다른 존재들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우주를 창조한 분의 형상 안에 있는 한 그분은 창조주와도 구별이 되어야 할 줄 압니다.
오리게네스 : 하나님의 독생자인 그분은 우주가 창조되기 전 처음으로 태어난 분으로 하나님인데 하나님은 오로지 한 분뿐이라고 말하는 우리가 감히 두 분의 하나님이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소?
헤라클리데스 : 선생님의 말씀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저희가 확인한 바는 이렇습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전지전능한 분은 우주를 품고 있지만 그분은 어떤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그분의 말은 살아 있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이면서 동시에 사람이고, 그분에 의해서 우주가 창조되었으며, 그분은 성령에 의해서 사람의 몸으로 마리아로부터 태어났습니다.
오리게네스 : 내 질문에 당신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구려.
당신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 보구려.
내가 당신의 대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소.
아버지가 하나님이란 말이오?
헤라클리데스 : 물론입니다.
오리게네스 : 아들은 아버지와 구별되는 분이란 말이오?
헤라클리데스 : 물론입니다.
그분이 아버지이면서 어떻게 아들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오리게네스 : 아들이 아버지와 구별된다면 아들도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 있겠소?
헤라클리데스 : 아들 역시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리게네스: 그렇다면 하나님이 유일하다는 말은 두 분의 하나님이 유일하다는 말이오?
헤라클리데스 : 그렇습니다.
오리게네스 : 우리가 두 분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고백할 수가 있겠소?
헤라클리데스 : 그렇습니다.
능력은 하나니까요.
오리게네스 : 하지만 우리가 그리스도인에게 두 분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말하면 그리스도인이 반발할 테니 조심스럽게 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두 분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며 어떤 의미에서 두 분이 유일한 하나님이 되는가를 설명해야 할 것이오.
성경의 몇 군데서도 두 분이 유일한 하나님이라고 가르치고 있소.
두 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두 분 이상 많은 분을 유일한 하나님이라고 가르치고 있소.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문제가 되는 점을 풀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단순한 마음을 가진 대중을 위해서 그들이 고기를 씹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청취자들의 귀에 점차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의 여러 곳에 두 분이 유일한 분이라고 기록되어 있소.
성경의 어느 구절을 말하느냐구?
아담이 한 사람이고 아내가 또한 한 사람이라는 구절이오.
아담은 아내와 구별되며 아내는 남편과 구별되지만 창조설화에는 두 사람을 한 몸이라고 기록하고 있소.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창세기 2:24, 마태복음 19:5)
그러므로 두 분은 때에 따라서 한 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담과 이브의 경우 유의할 점은 두 사람이 한 영이 된다고 하지 않고, 한 혼이 된다고도 하지 않으며, 한 몸을 이룬다고 했소.
그리고 의인은 그리스도와는 구별이 되나 사도(바울)는 의인이 그리스도와 일체가 된다고 말했소.
주와 합하는 자는 한 영이니라 (고린도전서 6:17)
그리스도는 신성을 지닌 분이고 사람은 그분에 비해 열등한 존재인 데도 찬양과 복을 받을 수가 있겠소?
그런 경우 사람과 그리스도는 더 이상 둘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소?
남자와 아내는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라고 했지만 의인과 주는 영적으로 하나라고 하지 않았소?
우리의 구주와 주는 우주의 하나님인 아버지와의 관계가 한 몸도 아니고, 한 영도 아니며, 몸과 영보다도 더욱 고상한, 말하자면 한 분의 하나님과 일체가 되는 관계라 하겠소.
남자가 아내와 일체가 되는 것은 몸으로서이고, 의인과 그리스도가 일체가 되는 것은 영으로서이나 그리스도가 아버지와 일체가 되는 것은 몸도 영도 아닌 그것들보다도 고상한 하나님이요.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의 구절을 이해해야 할 줄 아오.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 (요한복음 10:30)
기도에서 우리는 신성과 인성을 보존하면서 두 분을 한 실체로 말해야 할 것이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첫째, 성자를 성부로부터 구분하여 결국 성부까지도 부인하는 환상적인 군주국의 관념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소.
둘째,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는 불경한 교리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소.
다음과 같은 성경의 구절은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부터 구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성부와 일체라는 뜻이 아니겠소?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는 나의 증인 나의 종으로 택함을 입었나니
이는 너희로 나를 알고 믿으며 내가 그인 줄 깨닫게 하려 함이라
나의 전에 지음을 받은 신이 없었느니라 나의 후에도 없으리라 (이사야 43:10)
이제는 나 곧 내가 그인 줄 알라 나와 함께 하는 신이 없도다
내가 죽이기도 하며 살리기도 하며 상하게도 하며 낫게도 하나니
내 손에서 능히 건질 자 없도다 (신명기 32:39)
위와 같은 구절은 예수가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라고 한 말과 같은 의미라고 말해야 할 것이오.
이 같은 교리에 관해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까닭은 교회 내에 의견이 분분한 때문이오.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감독의 서명을 요구했고, 의심이 가는 감독들에게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보는 앞에서 서명하도록 해서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에 관해 논쟁하거나 더 이상 그런 문제로 시끄럽지 않도록 방지했소.
하나님의 허락함과 둘째 감독들과 셋째 장로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허락으로 다시금 나의 의견을 말하리다.
예배는 신성에 있어 성부와 동등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전지전능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오.
예배는 둘일 수가 없고 한 예배를 성자를 통해서 성부께 드리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