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다
어제는 고향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고향시에 소재하는 아람 극장에 갔습니다. 처음 간 것인데, 도서관, 연극 전용 건물 등 시설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지하 차고에도 빛이 들어오게 하여 지하의 느낌을 완화시킨 멋진 건물이었습니다.
모차르트의《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7번 F 장조 “로드론”》(K. 242)을 예외로 모두 서곡만을 연주한 대중을 위한 친숙한 곡들로 꾸민 오페라 서곡들의 잔치였습니다.
먼저 신나는 리듬으로 시작되는 유고슬라비아 달마티아 출생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주페Franz von Suppe(1819∼1895)의 <경비병 서곡Light Cavalry Overture>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서곡은 오페라를 요약한 것으로 오페라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 줄거리를 표현한 것인데, <경비병 서곡輕騎兵序曲>은 독립 장르로 완성시킨 작품입니다. 주페는 <시인과 농부Poet and Peasant>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지휘자는 영리하게도 <시인과 농부>를 앙코르 곡으로 준비해두었습니다. 두 곡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경기병>은 빈의 시인 K. 코스터의 1866년 대본에 의한 것으로, 말 타고 전쟁에 나아가는 경기병들의 군대생활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3부 형식된 이 곡은 갈로파풍의 경쾌한 행진곡으로 시작되는 전반부에 이어 용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한 단조로 바뀐 중간부를 지난 뒤 다시 처음과 같은 행진곡풍이 재현되면서 화려하게 끝이 납니다. <경기병>의 초연은 크게 성공했으나 지금은 거의 공연되지 않고 서곡만이 관악·관현악 또는 하모니카 합주 등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경비병 서곡>은 극중의 주요가락을 다섯 종류 취하여 구성한 것으로 용감한 경기병의 위풍당당하게 전진하는 모습을 암시하는 트럼펫과 호른의 전주가 나오고 경기병의 갈로파풍이 이어집니다. 차차 빨리 진군하는 기병의 모습이 묘사되고 곡은 단조로 바뀌어 중간부로 들어가는데, 전쟁 중에 많은 경비병들이 죽어가는 데 대한 애도입니다. 마지막에는 최초의 행진곡이 관현악 총주로 힘차게 재현되는데, 애도를 마친 후 경비병으로서의 자랑스러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두 번째 연주는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7번 F 장조 ‘로드론Lodron’》(K. 242)으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가 20살 때인 1776년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그는 그 해 2월에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1780년에 자신과 또 다른 한 명의 피아노 연주가를 위해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했으며, 현재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작품에 붙인 ‘로드론Lodron’이란 별명은 모차르트가 그의 후원자였던 마리아 안토니아 로드론 백작 부인과 그녀의 딸들을 위해 작곡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어제 두 명의 여성 피아니스트가 이 작품을 연주했습니다. 지휘자의 말로는 모차르트가 헌신적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4살 손위 누이를 위해 작곡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Johan Georg Leopold Mozart(1719~1787)는 당시 유명한 작곡가, 음악 교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볼프강이 태어난 1756년 레오폴트는 바이올린 주법에 관한 책인《기초바이올린학습교본Versuch einer gründlichen Violinschule》을 썼고 이 책은 수십 년 동안 권위 있는 교재로 인정받았습니다.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유명한 장난감 교향곡은 한때 요제프 하이든이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볼프강의 누나 마리아 안나 발부르가 이그나티아 모차르트Maria Anna Walburga Ignatia Mozart(1751~1829)도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녀의 별명은 난네를Nannerl이었습니다.
고향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말로는 누나도 천재였는데, 귀족들의 피아노 레슨으로 번 돈을 볼프강의 지방 연주회 비용으로 뒤에서 후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볼프강이 누나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위의 피아노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모차르트의 곡 중 가장 지루한 곡이었습니다. 볼프강 하면 곡이 빠르고 유쾌하며 해학적인 것이 특징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점에 조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볼프강의 누나 마리아 안나는 1825년 눈을 멀었으며, 1829년 숨을 거두었습니다. 35살에 죽음 볼프강의 운명이 더 나은 것인지 78년의 긴 생애를 살았지만 말년에 눈이 먼 누나의 운명이 더 나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쩜 동생을 위해 희생된 피아니스트란 느낌이 듭니다.
볼프강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다섯 아이를 유아기에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당시 유아 사망률이 높아서 형제들의 떼죽음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리아 안나가 유아기를 무사히 넘겼고, 일곱 번째 아들인 모차르트가 또한 유아기를 무사히 넘긴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을 겁니다. 볼프강은 아버지로 하여금 “다섯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1761년 1월 26일 저녁 9시 30분, 미뉴에트와 트리오를 30분 만에 다 익혔다”라는 놀라움에 겨워 일기를 쓰게 했습니다.
천방지축 모차르트가 궁전에서 넘어졌을 때,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준 공주가 있었고, 모차르트는 나중에 커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당시 동갑내기이던 공주가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모차르트는 이 여행을 시발점으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전 유럽을 돌아다녔습니다.
모차르트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돈을 벌었지만, 항상 돈을 빌리는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은, 즉 과소비의 화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당구, 고급 옷, 파이프 담배, 여행 등으로 그는 짧은 인생을 즐겼습니다.
모차르트의 사망에 분분한 의견이 많지만 심한 류머티즘 열로 인해 죽었습니다. 1791년 11월 20일 모차르트는 팔다리가 붓고 자주 구토를 하면서 자리보전을 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보름 후 그는 지상을 떠나 천상의 세계로 날아갔습니다.
어제는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1792-1868)의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을 함께 들은 운 좋은 날이었습니다.
18세기, 스페인 안다루시아의 옛 도시 세빌리야(세비야)에서 알마비바 백작이 문득 어쩌다 한 번 본 로지나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의 창문 밑에서 세레나데를 불러 사랑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대답이 없습니다. 실은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녀의 후견인인 바르톨로가 결혼하면 막대한 재산이 따라오기로 되어 있는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난처한 처지에 놓여있는 백작 앞에 세비야의 이발사 휘가로가 등장합니다. 동 트는 새벽 거리에 “나는야 거리의 만능 일꾼”하고 경쾌하게 노래하면서 발걸음도 가볍게 나타납니다. 휘가로가 소매를 걷어붙이면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알마비바 백작은 피가로에게 도움을 청하여 로지나를 손에 넣으려고 합니다. 후견인인 의사 바르트로는 로지나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합니다. 백작은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그녀를 얻게 되고 바르트로는 재산을 얻게 되어 만족한다는 내용이 <세비야의 이발사>입니다.
이 작품은 기지와 풍자가 가득한 내용과, 경쾌하고 선율이 풍부한 음악 등으로 인해 로시니의 대표작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고 걸작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모차르트가 <휘가로의 결혼>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보다 30년 앞서 작곡했으므로 앞의 이야기인 <세비야의 이발사>가 30년 뒤에 나오게 된 셈입니다.
로시니의 최대 걸작인 <세비야의 이발사>는 1816년 2월20일에 로마에서 상연, 같은 해의 12월 4일에는 <오텔로>가 나폴리에서 상연되었는데, 두 작품은 순식간에 전국에 퍼져서 마침내 빈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전편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그처럼 난리법석을 떨며 갖은 난관을 뚫고 결혼에 성공했던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 커플이 그 속편인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마주치기만 하면 서로에게 눈썹을 치뜨는 전투적인 부부로 등장합니다. 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커플은 결혼을 앞둔 피가로(전편에서는 이발사, 속편에서는 백작의 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하인이 되었습니다)와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입니다. 바람둥이 행각으로 아내 로지나를 수없이 좌절시켜온 백작은 이제 수잔나에게까지 흑심을 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피가로는 수잔나 및 백작부인과 연대해 희극적인 계략을 써서 백작을 무릎 꿇게 만들고, 백작부인은 사과를 받아들여 남편을 용서하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