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론이란 무엇인가

 

 

 

 

칸트의 윤리론과 같은 ‘의무론deontology’에 따르면, 강간이나 살인이나 강도 및 폭행처럼 언제나 옳지 않은 (또는 ‘금지되었거나’ ‘허용될 수 없는’) 형태의 행위가 있다. 이런 행위는 그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에 비추어 옳지 않은 것이 아니다. 또한, 그러한 행위가 초래할 좋은 결과를 내세운다 하여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의무론적 견해에서 보면, 이런 행위는 그 자체로 나쁜 행위다. 의무론적 견해는 숱한 도전을 받고 있다. 예컨대, 의무론은 그 이론을 실제 생활의 구체적 사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 또는 사람을 죽이는 특정 행위가 살인에 해당하는지를 어떻게 가리느냐 같은 의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밖의 다른 행위와 달리 무엇 때문에 그런 행위를 금지하는지, 어떤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무론은 대개, 신이 특정 행위를 금하는 법을 제정한다는 도덕 개념과 결합해 있다. 의무론에는 그 밖에도 자연법과 권리론, 적어도 몇 가지 종류의 계약주의론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거기에는 ‘불간섭주의’의 라벨이 붙어 있다. 각 개인의 생명에는 비할 데 없는 가치가 있어서 그 가치에 비추어 각자의 행위에 제약을 설정해야 한다면 당연한 결론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주의론자들의 주장이 옳다면, 더 좋은 선을 실현하기 위해 인간의 생명 역시 희생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결과주의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가치는 인간을 개인이 아닌 전체로서 다룰 때 비로소 드러난다.

 

● 결론
2장에서는 왜 어떤 생명에는 가치가 있는지, 또 어떤 생명은 다른 생명보다 가치가 있거나 없는지, 그리고 우리의 행위가 이들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같은 문제를 살펴보았다. 먼저 생명이 신성하다는 견해를 살펴보았다. 이 견해에 따르면, 어떤 생명 특히 인간의 생명은 행동하고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는 고도의 복합적 능력이 있어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인간적 완성도의 기준이라는 개념을 검토했다. 또한, 이러한 입장이 낙태, 동물 학대 또는안락사 같은 실제 문제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태아나 동물, 심각한 지적 장애자들에게는 생명의 권리가 없다는 단순한 논리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 견해는 깔끔해보이기는 해도 때에 따라 너무 단순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견해를 더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래에 나타날 태아의 발달 잠재력과 과거에 나타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간 완성도를 참작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 완성도의 기준을 훨씬 낮춰 잡는 것이 도덕적으로 수용할 만한 대안이라는 견해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생명이 신성하다는 사상 자체에 대하여 근원적으로 제기된 비평들을 살펴보면서 이 사상에 깃든 인간중심주의 견해와 의무론적 근거를 검토했다.

● 토의사항

1. ‘편의에 따라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아니면 죽여도 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낙태나 안락사가 아니더라도 전쟁이나 사형집행으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또 어떤 의사가 돈을 절약하려고 살아날 수 있는 환자를 돌보지 않기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2. 인간이 맨 꼭대기에 있고, 동물이 그 아래에, 식물이 다시 그 아래에, 일반 사물이 맨 밑바닥에 있는 ‘도덕적 피라미드’를 생각해보라. 이 장에서 논의한 대로, 이러한 피라미드에 따라 각각의 존재는 다른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물의 맨꼭대기’에 있다는 믿음은 단순히 인간중심적인 생각일까?

3. 육식하는 사람에게 종을 차별한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특히, 일부 사람들이 왜 육식하면서도 심각한 지적 장애자는 먹으려 하지 않는지를 생각해보라. 인간 완성도의 기준에서 볼 때 이런 태도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달리 내세울 만한 더 나은 논리가 있을까?

4. 다음 논의를 생각해보라. 어떤 이는 신생아와 태아가 생명의 권리를 지닌다고 본다. 비록 이들이 현재는 인간 완성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달리 방해를 받지 않는 한 온전한 성인이 되어 그러한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여기서 논의의 형식은 세 가지일 것이다. 즉 (가) 모든 X가 Y에 대한 권리가 있다면 모든 잠재력을 가진 X도 Y에 대한 권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 태아는 잠재적으로 온전한 사람이다; (다) 그러므로 태아에게는 생명의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즉 (가)는 하나의 일반논리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운전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이들은 시험에 합격하여 자신들의 잠재력을 실현할 때까지 운전할 권리가 없다. 그러므로 잠재력을 내세우는 논리가 통하려면 잠재적인 인간을 온전한 인간으로 대우해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논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5. 이 장에서 논의한 시나리오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열아홉 명을 구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한 명을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스무 명을 다 죽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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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사슴을 나누어 준 것일 게다

 

 

 

인생의 득실得失이 꿈과 같이 허무하고 덧없음을 초록몽樵鹿夢이라고 한다. 인생을 허무하게 느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옛 사람들의 무상의 원인을 말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옛날 정鄭나라에 어느 나무꾼이 들에서 나무를 하다 놀란 사슴을 보고 때려잡았다. 그 나무꾼은 누가 볼까 두려워 엉겁결에 구덩이 속에 사슴을 감추어 놓고 땔나무로 위를 덮었다. 그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가 그만 사슴을 숨겨놓은 곳을 잊고 말았다.

나무꾼은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그 일을 중얼거렸다. 그의 곁을 걸어가던 사람이 나무꾼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사슴을 찾아냈다. 그 사람은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나무꾼이 사슴을 잡은 꿈을 꾸었는데 그 장소를 모른다고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따라 사슴을 찾았소. 그는 바로 진실한 꿈을 꾸는 사람일 것이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 나무꾼이 사슴을 잡은 꿈을 꾼 것이 아닐까요? 어찌 그런 나무꾼이 있겠어요? 지금 사슴을 찾아왔으니 당신의 꿈이 진실된 것이지요."

남편이 말했다.

"내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사슴을 얻었는데, 그의 꿈이 나의 꿈임을 어떻게 알겠는가?"

나무꾼은 사슴 잃은 것을 잊지 않고 있다가 그날 밤 사슴을 감춘 곳을 꿈꾸었으며, 아울러 사슴을 훔쳐간 사람에 관해서도 꿈을 꾸었다. 날이 밝자 꿈을 따라 그를 찾아가 만났다. 그리하여 사슴을 두고 소송을 벌이게 되었고, 이 사건은 사사士師(주周나라 때, 형벌을 맡아보던 관리)에게로 넘어갔다. 사사가 말했다.

"그대는 처음에 사슴을 잡고 꿈이라 말했고, 사슴을 잡은 꿈을 꾸었을 때에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저 사람은 그대의 사슴을 가졌으면서도 그대와 사슴을 두고 다투게 되었다. 저 사람의 아내는 꿈에 남이 사슴을 잡아 놓은 것을 알게 되었으나 남이 사슴을 잡은 일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 사슴을 둘로 나누어 갖도록 하시오."

이 말을 듣고 정나라 임금이 말했다.

"아아! 사사는 다시 꿈속에서 사슴을 나누어 준 것일 게다."

이에 대하여 재상에게 묻자, 재상이 아뢰었다.

"꿈을 꾸었는지 꾸지 않았는지 저로서는 분별할 수 없는 일입니다. 생시의 일인지 꿈속의 일이었는지를 분별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황제黃帝나 공자孔子 같은 분일 것입니다. 지금은 황제도 공자도 없는데 누가 그것을 분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사사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을 줄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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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법이 다양합니까?

 

 

심장도인법

정좌한 뒤 힘주어 두 주먹을 쥐고, 아래위로 교차하여 가슴 밑에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동작을 각각 6회 실시한다. 두 팔을 내린 자세에서 오른손으로 왼손 팔목을 잡아 누르고,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힘을 주는데, 이 동작을 좌우 번갈아 실시한다. 두 손을 깍지 끼고 발로 손바닥을 5, 6회 밟는다. 호흡을 한동안 멈추었다가 눈을 감고 세 번 침을 삼키면서 세 번 이를 마주친다. 이 동작은 가슴과 심장의 온갖 질병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간장도인법

정좌하여 두 손으로 다리를 힘 있게 주무른 뒤 천천히 부드럽게 몸을 좌우로 3∼5회 흔든다. 두 손을 깍지 끼어 앞으로 폈다 굽혔다 하는 동작을 3∼5회 한다. 이 동작은 간장에 쌓여 있던 풍사風邪(감기 등 바람이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와 독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담膽도인법

평좌하여 발바닥을 맞대고 머리를 뒤로 젖히며 두 손으로 발목을 잡아 위로 올리면서 흔들어 주는 동작을 3∼5회 한다. 대좌大坐(다리를 뻗고 앉음)하여 손을 뒤로 짚고 엉덩이를 들어 머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3∼5회 실시한다. 이 동작은 담의 풍독風毒(병을 심하게 발생시키는 풍사風邪)과 사기邪氣(정기正氣에 반대되는 것으로 몸에 해를 끼치고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운)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비장도인법

대좌하여 한 다리는 펴고 한 다리는 구부린 뒤 두 손을 뒤로 깍지 끼고 위로 올리기를 3∼5회 한다.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엎드려 고개를 천천히 돌려 다리 쪽을 보는데, 호랑이가 돌아보듯 힘을 주어 돌린다. 이 동작은 비장에 쌓여 있던 풍과 사기를 없애고 입맛이 돌고 소화가 잘 되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폐장도인법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땅바닥을 짚고 허리를 구부려 이마가 닿도록 한다. 일어날 때는 고개부터 든 뒤 천천히 허리를 편다. 이 동작을 3회 실시하면 폐 내에 쌓여 있던 풍과 사기가 없어져 폐가 튼튼해지는 효과가 있다. 주먹을 쥐어 반대편 어깨 부위의 척추 위를 좌우 번갈아 3∼5회 두드리면 가슴에 답답하게 괴어 있던 풍독을 몰아낼 수 있다. 이 동작을 끝낸 다음, 정좌하여 눈을 감고 한동안 호흡을 멈추었다가 이를 3회 마주치고 침을 삼킨다.

 

신장도인법

정좌하여 두 손으로 양쪽 귀를 비비면서 팔꿈치로 옆구리를 3∼5회 마찰한 뒤, 두 손을 가슴에 대었다 떼었다 하면서 몸을 펴는 동작을 3∼5회 한다. 일어서서 한쪽 다리를 들어 앞뒤로 움직이는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실시한다. 이 동작은 허리와 신장·방광을 침범한 풍사를 몰아내는 데 효과가 있다. 잠자리에 들 때 침상에 앉아서 옷을 벗고 발을 뻗은 채 폐기閉氣하며 혀를 입천장에 대고 눈은 천장을 보며 항문을 오므린다. 손으로 신유혈腎兪穴(허리 부위)을 각각 120회 정도 마찰하는데, 많이 할수록 좋다. 이를 마주치고 눕는다. 이 동작은 신장의 허냉虛冷(양기陽氣가 모자라고 몸이 참)과 소변의 활수滑數(소변 보는 횟수)를 전치專治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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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다

 

 

 

어제는 고향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고향시에 소재하는 아람 극장에 갔습니다. 처음 간 것인데, 도서관, 연극 전용 건물 등 시설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지하 차고에도 빛이 들어오게 하여 지하의 느낌을 완화시킨 멋진 건물이었습니다.

모차르트의《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7번 F 장조 “로드론”》(K. 242)을 예외로 모두 서곡만을 연주한 대중을 위한 친숙한 곡들로 꾸민 오페라 서곡들의 잔치였습니다.

먼저 신나는 리듬으로 시작되는 유고슬라비아 달마티아 출생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주페Franz von Suppe(1819∼1895)의 <경비병 서곡Light Cavalry Overture>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서곡은 오페라를 요약한 것으로 오페라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 줄거리를 표현한 것인데, <경비병 서곡輕騎兵序曲>은 독립 장르로 완성시킨 작품입니다. 주페는 <시인과 농부Poet and Peasant>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지휘자는 영리하게도 <시인과 농부>를 앙코르 곡으로 준비해두었습니다. 두 곡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경기병>은 빈의 시인 K. 코스터의 1866년 대본에 의한 것으로, 말 타고 전쟁에 나아가는 경기병들의 군대생활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3부 형식된 이 곡은 갈로파풍의 경쾌한 행진곡으로 시작되는 전반부에 이어 용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한 단조로 바뀐 중간부를 지난 뒤 다시 처음과 같은 행진곡풍이 재현되면서 화려하게 끝이 납니다. <경기병>의 초연은 크게 성공했으나 지금은 거의 공연되지 않고 서곡만이 관악·관현악 또는 하모니카 합주 등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경비병 서곡>은 극중의 주요가락을 다섯 종류 취하여 구성한 것으로 용감한 경기병의 위풍당당하게 전진하는 모습을 암시하는 트럼펫과 호른의 전주가 나오고 경기병의 갈로파풍이 이어집니다. 차차 빨리 진군하는 기병의 모습이 묘사되고 곡은 단조로 바뀌어 중간부로 들어가는데, 전쟁 중에 많은 경비병들이 죽어가는 데 대한 애도입니다. 마지막에는 최초의 행진곡이 관현악 총주로 힘차게 재현되는데, 애도를 마친 후 경비병으로서의 자랑스러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두 번째 연주는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7번 F 장조 ‘로드론Lodron’》(K. 242)으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가 20살 때인 1776년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그는 그 해 2월에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1780년에 자신과 또 다른 한 명의 피아노 연주가를 위해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했으며, 현재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작품에 붙인 ‘로드론Lodron’이란 별명은 모차르트가 그의 후원자였던 마리아 안토니아 로드론 백작 부인과 그녀의 딸들을 위해 작곡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어제 두 명의 여성 피아니스트가 이 작품을 연주했습니다. 지휘자의 말로는 모차르트가 헌신적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4살 손위 누이를 위해 작곡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Johan Georg Leopold Mozart(1719~1787)는 당시 유명한 작곡가, 음악 교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볼프강이 태어난 1756년 레오폴트는 바이올린 주법에 관한 책인《기초바이올린학습교본Versuch einer gründlichen Violinschule》을 썼고 이 책은 수십 년 동안 권위 있는 교재로 인정받았습니다.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유명한 장난감 교향곡은 한때 요제프 하이든이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볼프강의 누나 마리아 안나 발부르가 이그나티아 모차르트Maria Anna Walburga Ignatia Mozart(1751~1829)도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녀의 별명은 난네를Nannerl이었습니다.

고향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말로는 누나도 천재였는데, 귀족들의 피아노 레슨으로 번 돈을 볼프강의 지방 연주회 비용으로 뒤에서 후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볼프강이 누나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위의 피아노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모차르트의 곡 중 가장 지루한 곡이었습니다. 볼프강 하면 곡이 빠르고 유쾌하며 해학적인 것이 특징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점에 조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볼프강의 누나 마리아 안나는 1825년 눈을 멀었으며, 1829년 숨을 거두었습니다. 35살에 죽음 볼프강의 운명이 더 나은 것인지 78년의 긴 생애를 살았지만 말년에 눈이 먼 누나의 운명이 더 나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쩜 동생을 위해 희생된 피아니스트란 느낌이 듭니다.

볼프강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다섯 아이를 유아기에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당시 유아 사망률이 높아서 형제들의 떼죽음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리아 안나가 유아기를 무사히 넘겼고, 일곱 번째 아들인 모차르트가 또한 유아기를 무사히 넘긴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을 겁니다. 볼프강은 아버지로 하여금 “다섯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1761년 1월 26일 저녁 9시 30분, 미뉴에트와 트리오를 30분 만에 다 익혔다”라는 놀라움에 겨워 일기를 쓰게 했습니다.

천방지축 모차르트가 궁전에서 넘어졌을 때,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준 공주가 있었고, 모차르트는 나중에 커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당시 동갑내기이던 공주가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모차르트는 이 여행을 시발점으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전 유럽을 돌아다녔습니다.

모차르트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돈을 벌었지만, 항상 돈을 빌리는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은, 즉 과소비의 화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당구, 고급 옷, 파이프 담배, 여행 등으로 그는 짧은 인생을 즐겼습니다.

모차르트의 사망에 분분한 의견이 많지만 심한 류머티즘 열로 인해 죽었습니다. 1791년 11월 20일 모차르트는 팔다리가 붓고 자주 구토를 하면서 자리보전을 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보름 후 그는 지상을 떠나 천상의 세계로 날아갔습니다.

어제는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1792-1868)의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을 함께 들은 운 좋은 날이었습니다.

18세기, 스페인 안다루시아의 옛 도시 세빌리야(세비야)에서 알마비바 백작이 문득 어쩌다 한 번 본 로지나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의 창문 밑에서 세레나데를 불러 사랑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대답이 없습니다. 실은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녀의 후견인인 바르톨로가 결혼하면 막대한 재산이 따라오기로 되어 있는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난처한 처지에 놓여있는 백작 앞에 세비야의 이발사 휘가로가 등장합니다. 동 트는 새벽 거리에 “나는야 거리의 만능 일꾼”하고 경쾌하게 노래하면서 발걸음도 가볍게 나타납니다. 휘가로가 소매를 걷어붙이면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알마비바 백작은 피가로에게 도움을 청하여 로지나를 손에 넣으려고 합니다. 후견인인 의사 바르트로는 로지나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합니다. 백작은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그녀를 얻게 되고 바르트로는 재산을 얻게 되어 만족한다는 내용이 <세비야의 이발사>입니다.

이 작품은 기지와 풍자가 가득한 내용과, 경쾌하고 선율이 풍부한 음악 등으로 인해 로시니의 대표작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고 걸작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모차르트가 <휘가로의 결혼>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보다 30년 앞서 작곡했으므로 앞의 이야기인 <세비야의 이발사>가 30년 뒤에 나오게 된 셈입니다.

로시니의 최대 걸작인 <세비야의 이발사>는 1816년 2월20일에 로마에서 상연, 같은 해의 12월 4일에는 <오텔로>가 나폴리에서 상연되었는데, 두 작품은 순식간에 전국에 퍼져서 마침내 빈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전편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그처럼 난리법석을 떨며 갖은 난관을 뚫고 결혼에 성공했던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 커플이 그 속편인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마주치기만 하면 서로에게 눈썹을 치뜨는 전투적인 부부로 등장합니다. 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커플은 결혼을 앞둔 피가로(전편에서는 이발사, 속편에서는 백작의 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하인이 되었습니다)와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입니다. 바람둥이 행각으로 아내 로지나를 수없이 좌절시켜온 백작은 이제 수잔나에게까지 흑심을 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피가로는 수잔나 및 백작부인과 연대해 희극적인 계략을 써서 백작을 무릎 꿇게 만들고, 백작부인은 사과를 받아들여 남편을 용서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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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의 연목구어緣木求魚

 

 

 

연목구어緣木求魚는 나무에 올라 고기를 얻으려고 한다는 뜻으로,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기원전 318년, 주周나라의 신정왕 3년, 맹자孟子는 제齊나라로 갔다. 이미 50을 넘은 맹자는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인의仁義를 치세의 근본으로 삼는 왕도정치론王道政治論을 유세遊說 중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맹자가 말하는 왕도정치가 아닌 부국강병이며, 외교상의 책모,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먼 곳에 있는 나라하고는 친교를 맺고, 가까이에 있는 나라는 공략하라는 일종의 국책), 합종책合縱策(진秦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6국(한·위·조·초·연·제나라)이 정치·군사동맹을 맺는 외교전략), 연횡책連橫策(진나라가 여섯 나라를 각개 격파하는 것)이었다.

동쪽의 제나라는 서쪽의 진秦나라, 남쪽이 초楚나라와 함께 대국이었고 또 선왕宣王도 역량 있는 명군이었다. 그래서 맹자는 그 점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왕도정치가 아니라 무력과 책략을 수단으로 하는 패도정치覇道政治였으므로, 선왕은 맹자에게 이렇게 청했다.

"춘추시대春秋時代의 패자覇者였던 제나라 환공桓公과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패업에 대해 듣고 싶소."

"전하께서는 패도에 따른 전쟁으로 백성이 목숨을 잃고, 또 이웃 나라 제후들과 원수가 되기를 원하시옵니까?"

"원하지 않소. 그러나 과인에겐 대망大望이 있소."

"전하의 대망이란 무엇이오니까?"

선왕은 웃기만 할 뿐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맹자 앞에서 패도를 논하기가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자는 짐짓 이런 질문을 던져 선왕의 대답을 유도했다.

"전하,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옷이, 아니면 아름다운 색이 부족하시기 때문이오니까?"

"과인에겐 그런 사소한 욕망은 없소."

선왕이 맹자의 교묘한 화술에 끌려들자 맹자는 다그치듯 말했다.

"그러시다면 전하의 대망은 천하통일을 하시고 사방의 오랑캐들까지 복종케 하시려는 것이 아니오니까? 하오나 종래의 방법(무력)으로 그것(천하통일)을 이루려 하시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緣木求魚'과 같사옵니다."

잘못된 방법(무력)으론 목적(천하통일)은 이룰 수 없다는 말을 듣자 선왕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아니, 그토록 무리한 일이오?"

"오히려 그보다 더 심하나이다.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일은 물고기만 구하지 못할 뿐 후난後難은 없나이다. 하오나 패도를 쫓다가 실패하는 날에는 나라가 멸망하는 재난을 면치 못할 것이옵니다."

선왕은 맹자의 왕도정치론을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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