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사슴을 나누어 준 것일 게다

 

 

 

인생의 득실得失이 꿈과 같이 허무하고 덧없음을 초록몽樵鹿夢이라고 한다. 인생을 허무하게 느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옛 사람들의 무상의 원인을 말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옛날 정鄭나라에 어느 나무꾼이 들에서 나무를 하다 놀란 사슴을 보고 때려잡았다. 그 나무꾼은 누가 볼까 두려워 엉겁결에 구덩이 속에 사슴을 감추어 놓고 땔나무로 위를 덮었다. 그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가 그만 사슴을 숨겨놓은 곳을 잊고 말았다.

나무꾼은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그 일을 중얼거렸다. 그의 곁을 걸어가던 사람이 나무꾼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사슴을 찾아냈다. 그 사람은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나무꾼이 사슴을 잡은 꿈을 꾸었는데 그 장소를 모른다고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따라 사슴을 찾았소. 그는 바로 진실한 꿈을 꾸는 사람일 것이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 나무꾼이 사슴을 잡은 꿈을 꾼 것이 아닐까요? 어찌 그런 나무꾼이 있겠어요? 지금 사슴을 찾아왔으니 당신의 꿈이 진실된 것이지요."

남편이 말했다.

"내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사슴을 얻었는데, 그의 꿈이 나의 꿈임을 어떻게 알겠는가?"

나무꾼은 사슴 잃은 것을 잊지 않고 있다가 그날 밤 사슴을 감춘 곳을 꿈꾸었으며, 아울러 사슴을 훔쳐간 사람에 관해서도 꿈을 꾸었다. 날이 밝자 꿈을 따라 그를 찾아가 만났다. 그리하여 사슴을 두고 소송을 벌이게 되었고, 이 사건은 사사士師(주周나라 때, 형벌을 맡아보던 관리)에게로 넘어갔다. 사사가 말했다.

"그대는 처음에 사슴을 잡고 꿈이라 말했고, 사슴을 잡은 꿈을 꾸었을 때에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저 사람은 그대의 사슴을 가졌으면서도 그대와 사슴을 두고 다투게 되었다. 저 사람의 아내는 꿈에 남이 사슴을 잡아 놓은 것을 알게 되었으나 남이 사슴을 잡은 일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 사슴을 둘로 나누어 갖도록 하시오."

이 말을 듣고 정나라 임금이 말했다.

"아아! 사사는 다시 꿈속에서 사슴을 나누어 준 것일 게다."

이에 대하여 재상에게 묻자, 재상이 아뢰었다.

"꿈을 꾸었는지 꾸지 않았는지 저로서는 분별할 수 없는 일입니다. 생시의 일인지 꿈속의 일이었는지를 분별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황제黃帝나 공자孔子 같은 분일 것입니다. 지금은 황제도 공자도 없는데 누가 그것을 분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사사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을 줄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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