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나타나는 오색五色, 오성五聲, 오음五音, 오계五界
한의학에서는 오색五色, 오성五聲, 오음五音, 오계五界로 사람의 병변兵變을 판단했다. 인체에 대한 세심한 관찰의 결과물이다. 이는 오랫동안 축적된 임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의학은 인체의 주인을 오장으로 본다.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오장五臟에 탈이 나면 정신은 병들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선 오장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오색五色은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을 말하는데, 인체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오장정기五臟精氣의 광채光彩는 안면顔面과 미목眉目 사이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건강한 사람은 얼굴색에 얼룩이 없으나, 오장에 병변兵變이 생기면 안색顔色은 병변에 따라 변화가 온다.
간肝의 병변은 청색靑色으로 나타나고, 심心의 병변은 적색赤色으로 나타나며, 비脾의 병변은 황색黃色으로 나타나고, 폐肺의 병변은 백색白色으로 나타나며, 신腎의 병변은 흑색黑色으로 나타난다.
이상의 오색五色은 일반적인 병리현상病理現象이다. 그런데 그렇지만 극적현상克賊現象이 일어날 경우, 즉 오장에 병변이 발생하면 간병肝病이 오히려 백색白色으로 나타나고(금극목∼金克木), 심병心病이 오히려 흑색黑色으로 나타나며(수극화∼水克火), 비병脾病이 오히려 청색靑色으로 나타나고(목극토∼木克土), 폐병肺病이 오히려 적색赤色으로 나타나며(화극금∼火克金), 신병腎病이 오히려 황색黃色으로 나타나게(토극수∼土克水) 된다. 오장의 병변을 이렇게 오색五色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오장五臟은 색으로만 자신의 문제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도 알리는데 이를 오성五聲이라 한다. 오장이 부르짖는 소리를 호呼라 하고, 웃는 소리를 소笑라 하며, 노래하는 소리를 가歌라 하고, 슬피 우는 소리를 곡哭이라 하며, 신음하는 소리를 신呻이라 한다.
일반적인 병리현상病理現象으로 간肝의 소리는 호呼이고, 심心의 소리는 소笑이며, 비脾의 소리는 가歌이고, 폐肺의 소리는 곡哭이며, 신腎의 소리는 신呻이다.
오음五音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나무 두들기는 소리인 각음角音(木)은 화생력化生力이 생기를 일으켜 뻗게 해서 빼어나도록 하는 데(其化生樂) 있고, 불타는 소리인 치음徵音(火)은 생화력生化力이 활달豁達하게 자라서 사방으로 무성하게 하는 데(其化蕃茂) 있으며, 울리는 소리인 궁음宮音(土)은 화생력化生力이 풍만하고 비육하게 살이 오르도록 하는데(其化豊滿) 있고, 쇠 두들기는 소리인 상음商音(金)은 정기를 거두어 밖으로부터 단단하게 밀폐시키는데 있으며, 물 흐르는 소리인 우음羽音(水)은 생화력生化力이 정기를 속으로 응축凝縮하여 견고하게 맺히는데(其化凝堅) 있다.
각음角音은 간의 목기에 영향을 미쳐 길게 뻗치도록 하는 작용을 추동하고, 치음徵音은 심의 화기에 영향을 미쳐 사방으로 펼치는 작용을 추동하며, 궁음宮音은 비의 토기에 영향을 미쳐 풍만하게 살찌우는 작용을 추동하고, 상음商音은 폐의 금기에 영향을 미쳐 안으로 뭉쳐들면서 단단해지는 작용을 추동하며, 우음羽音은 신의 수기에 영향을 미쳐 속으로 응축하여 맺히도록 하는 작용을 추동한다.
사람은 각음角音을 듣게 되면 목기木氣가 추동을 받아 길이 성장이 빨라지고 적극적인 성격이 강해지며, 치음徵音을 듣게 되면 화기火氣가 추동을 받아 부피용적이 늘어나고 활달한 성격이 자라고, 궁음宮音을 듣게 되면 토기土氣가 추동을 받아 충만하게 살이 오르고 너그럽고 여유로워지며, 상음商音을 듣게 되면 금기金氣가 추동을 받아 피부근골皮膚筋骨이 굳건해지고 성격이 굳세 지면서 절도가 생기고, 우음羽音을 듣게 되면 수기水氣가 추동을 받아 음정陰精이 축정하여 견고해지면 세밀하고 완고한 성격이 강해진다.
그러므로 성음聲音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인체 오장지기五藏之氣 기기氣機의 강약을 직접적으로 유도하여 생명체 율동의 조화뿐 아니라 질병의 발생까지도 조절할 수 있는 자극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고
목木은 풍風이며 바람, 기후, 혈행불순과 열성병을 주관한다. 모든 풍병風病을 간肝이 주관한다. - 간肝은 풍風을 싫어한다.
화火는 열熟이며 체온을 높은 것을 주관한다. 모든 열병熱病을 심心이 주관한다. 심心은 열熱을 싫어한다.
토土는 습濕이며 모든 습병濕病을 비脾가 주관한다. 비脾는 습濕을 싫어한다.
금金은 조燥이며 모든 조병燥病을 폐肺가 주관한다. 폐肺는 조燥을 싫어한다.
수水는 한寒이며 모든 한병寒病을 신腎이 주관한다. 신腎은 한寒을 싫어한다.
내장內臟과 사계四季의 기후전변氣後轉變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계절의 기후변화에 순응하지 못하고, 정기精氣가 부족하면 육음병사六淫病邪, 즉 한사寒邪, 풍사風邪, 습사濕邪, 조사燥邪, 서사暑邪, 열사熱邪가 내장內臟에 침습侵襲하여 병변病變을 일으키게 된다.
오장이 주장하는 계절 오계五界로 말하면, 간肝은 춘계春季와 통通하고, 목기木氣가 왕성한 절기이며, 심心은 하계夏季와 통通하고, 화기火氣가 왕성한 절기이고, 비脾는 장하長夏와 통通하고, 토기土氣가 왕성한 절기이며, 폐肺는 추계秋季와 통通하고, 금기金氣가 왕성한 절기이고, 신腎은 동계冬季와 통通하고, 수기水氣가 왕성한 절기이다.
「소문素問의 생기통천론生氣通天論」에는 춘春에 풍風에 상傷하여 사기邪氣가 장류長留하면 설사泄瀉가 된다. 하夏에 서暑에 상傷하면 추秋에 학질이 된다. 추秋에 습濕에 상傷하면 상역上逆해서 해咳가 되고 외발外發하여 수족手足이 위궐한다. 동冬에 한寒에 상傷하면 반드시 온병溫病이 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