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의 제구양공문祭歐陽公文
구양수歐陽修는 소동파가 약관弱冠 시절일 때 관직에 추천하고 보살펴 줌으로써 환로宦路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그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구양수 이후 등장한 왕안석王安石은 소위 신법新法을 만들어 국민 생활의 많은 모순을 타파하려 했으나 그 자체가 오히려 백성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한 결과를 초래한 측면도 있었고, 이러한 사회 개혁을 틈타 시세에 편승하려는 아부파의 발호는 어느 세상에서나 있게 마련이었다. 구양수가 죽었을 때 소동파는 항주에서 임무를 맡고 있어서 직접 문상을 가지 못하고, 구양공의 영전에 <제구양공문祭歐陽公文>이라는 글을 지어 보내 조문에 대신하였는데 그 조문에 ‘드렁허리’ 라는 글이 등장한다. 드렁허리는 드렁허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한자어로 선鱓(혹은 鱔)이라 한다.
嗚呼哀哉오호애재; 아! 슬프다.
公之生於世공지생어세; 이 세상에 태어난 지
六十有六年육십유육년; 육십육 년이 되었습니다.
民有父母민유부모; 백성들에게는 부모처럼 사랑해주는 분이 있었고
國有蓍龜국유시구; 나라에는 시구蓍龜(점칠 때 쓰는 가새풀과 거북)가 있었으며
斯文有傳사문유전; 사문(도학)에는 전함이 있었고
學者有師학자유사; 배우는 자들에게는 스승이 있었으며
君子有所恃而不恐군자유소시이불공; 군자들은 믿는 바가 있어 두려워하지 않고
小人有所畏而不爲소인유소외이불위; 소인들은 두려워하는 바가 있어 나쁜 짓을 하지 못하였으니
譬如大川喬嶽비여대천교악; 비유하면 큰 내와 큰 산악이
雖不見其運動수불현기운동; 비록 그 움직임을 볼 수 없으나
而功利之及於物者이공리지급어물자; 공과 이익을 물건에 미치는 것을
蓋不可數計而周知개불가수계이주지; 숫자로 계산하여 두루 알 수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今公之沒也금공지몰야; 이제 공이 별세함에
赤子無所仰庇적자무소앙비; 적자(백성)들은 우러러 비호 받을 곳이 없고
朝廷無所稽疑조정무소계의; 조정은 의심나는 것을 상고할 이 없으며
斯文化爲異端사문화위이단; 사문(도학)이 변하여 이단이 되고
學者至於用夷학자지어용이; 배우는 자들이 오랑캐 법을 씀에 이르렀으며
君子以爲無與爲善군자이위무여위선; 군자들은 더불어 선을 할 사람이 없고
而小人沛然自以爲得時이소인패연자이위득시; 소인들은 패연히 스스로 때를 만났다고 여기니
譬如深山大澤비여심산대택; 비유하면 깊은 산과 큰 못에
龍亡而虎逝용망이호서; 용이 없어지고 범이 떠나가면
則變怪百出즉변괴백출; 변괴가 갖가지로 나와서
舞鰌鱔而號狐狸무추선이호호리; 미꾸라지와 드렁허리가 춤을 추고 여우와 살쾡이가 울부짖는 것과 같습니다.
公之未用也공지미용야; 공이 등용되기 전에는
天下以爲病천하이위병; 천하가 공이 등용되지 않음을 나쁘게 여겼고
而其旣用也이기기용야; 이미 등용되어서는
則又以爲遲즉우이위지; 또 늦다고 여겼으며
及其釋位而去也급기석위이거야; 지위를 내놓고 떠남에 미쳐서는
莫不冀其復用막불기기복용; 다시 등용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가 없었고
至於請老而歸也지어청노이귀야; 치사를 청하고 돌아감에 이르러는
莫不悵然失望막불창연실망; 창연이 실망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나
而猶庶幾於萬一者이유서기어만일자; 그래도 만에 하나 바랐던 것은
幸公之未衰행공지미쇠; 다행히 공이 쇠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孰謂公無復有意於斯世也숙위공무복유의어사세야; 누가 공이 다시는 이 세상에 뜻이 없어
奄一去而莫予追엄일거이막여추; 갑자기 한번 떠나가 우리들이 따라갈 수 없게 될 줄을 생각하였겠습니까?
豈厭世之溷濁기염세지혼탁; 아마도 세상의 혼탁함을 싫어하여
潔身而逝乎결신이서호; 몸을 깨끗이 하려고 떠나가셨나 봅니다.
將民之無祿장민지무록; 또는 백성들이 복이 없어서
而天莫之遺이천막지유; 하늘이 남겨놓지 않은 것입니까?
昔我先君석아선군; 옛날 저의 선친께서
懷寶遯世회보둔세; 보배를 품고 세상에 은둔하고 계실 때에
非公則莫能致비공즉막능치; 공이 아니었으면 데려가지 못했을 것이요
而不肖無狀이불초무상; 그 불초 무상한 저도
夤緣出入인연출입; 인연하여
受敎門下者수교문하자; 출입하여 공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은 지가
十有六年於斯십유육년어사; 이에 십육 년이 되었습니다.
聞公之喪문공지상; 그러하니 공의 상을 들었으면
義當匍匐往弔의당포복왕조; 의리상 마땅히 달려가서 조문하여야 할 것이 온대
而懷祿不去이회록불거; 록祿을 생각하고 떠나가지 못하오니
愧古人以恧怩괴고인이뉵니; 옛날 분들에게 부끄럽습니다.
緘辭千里함사천리; 조사를 천리 먼 길에 봉함하여
以寓一哀而已이우일애이이; 한 슬픔을 부칠 뿐이오니
蓋上以爲天下慟개상이위천하통; 위로는 천하를 위하여 애통하고
而下以哭吾私이하이곡오사; 아래로는 저의 사사로운 정 때문에 통곡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