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P의 신오스만주의는 터키의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식 국제주의의 혼합

미국 외교관들은 AKP를 이슬람교의 보수주의가 아닌 이슬람주의 당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2010년 말, 인터넷 조직 위키리크스가 상당수의 미국 국무부 케이블 방송을 집중보도하자, 독일의 『슈피겔』지는 이를 특종으로 다루었다. 터키의 EU가입 여부가 유럽의 주요 화두가 된 후에는 그 쟁점이 AKP를 둘러싼, 외교관들의 견해를 다룬 기사에 포함되었다. 케이블 방송은 터키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성명과 언론인의 보도가 모순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부시 및 오바마 행정부는 AKP가 민주정치에 의욕이 있다며 AKP가 집권한 터키가 EU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지하겠다고 주장해왔으나, 앙카라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슈피겔』지가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AKP 정치인들이 EU 가입을 환영하는 까닭은… 터키가 유럽에 이슬람교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 이라고 한다. AKP 당원의 말을 빌리자면 “이슬람교가 장악한 스페인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1683년 빈에서의 패배를 되갚아줄 생각” 이라는 것이다.
문건은 이른바 “다부토글루 접근법Davutoglu approach” 을 일컫는데, 이는 에르도안 전 총리의 외교정책 시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이슬람주의자 아흐메드 다부토글루 외무장관의 이름을 따서 지어낸 것이다. 문건에는 “오스만이 장악한 발칸반도를 되찾아야한다” 는 다부토글루의 발언도 들어 있었다. 이를 두고 『슈피겔』지의 기자는 “다부토글루의 새로운 오스만 접근법은 미국에는 걱정거리가 된다” 고 했는데, “에르도안에 대한 다부토글루의 이슬람주의 영향력이 분명히 드러난” 앙카라의 소식통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슈피겔』지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미국 정부가 터키를 두고 발표했던 성명뿐 아니라… 에르도안 총리의 것과도 완전히 대립된 분석 결과가 들어 있다” 고 한다. 앙카라주재 미국 대사관은 에르도안이 “이슬람주의 신문사들” 을 비롯하여, “자부심이 강하고 완강하며 에르도안에게 충성하는 이슬람주의 보좌관에게서 정보를 입수한다”고 밝혔다. 한편, AKP 대표는 “민주정치는 기차와 같다. 탈 땐 타더라도 종착역에서는 내려야 한다” 고 했다.24 독자라면 모로코를 제외한 모든 아랍국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가 수세기간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오스만주의는 이 전통을 부활시킬 태세다. 이스탄불 특파원 미샤엘 마르텐스는 2011년 8월 26일자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에 “전선의 무슬림” 이라는 제목으로—신오스만에 중점을 두고— 터키를 중동의 새로운 강대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AKP의 계획을 보도했다. AKP는 터키 지도부 출마를 지지하기 위해, 아랍의 봄 운동으로 생긴 권력의 공백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 계획은 정치적이기도 하지만 군사력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슬람주의A KP 정부는 아랍 중동— 특히 리비아— 및 보스니아를 제멋대로 비교했다. 예컨대, “무슬림부대” 가 1995년 보스니아에 파병된 평화유지군을 진작 대체했더라면 스레브레니차의 대학살٤은 피할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마르텐스는 “터키는 자칭 지역 강대국이며… 이 같은 맥락에서 무슬림 평화부대의 인습적인 수단이 강화될 뿐이다. … 혹자는 이 부대가U N을 보완한다기보다는 UN 평화유지군에 종속된다고 봐야 옳다고 주장한다” 고 보도했다.25 신오스만주의는 야당에서 집권당으로의 과도기를 보내는 동안, 부상한 이슬람주의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군 전략으로 발전한 것이다.
2011년 1월, 『뉴욕 타임스/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국제판은 “다부토글루 접근법” 을 1면에서 상세히 다루었다. 『뉴욕 타임스』지 기자에 따르면, “다부토글루는 터키의 야심찬 대외정책을 조성했고, 에르도안과는 부활한 터키라는 원대한 비전에 공감하며 과거의 오스만 제국의 입지를 채우는 데까지 뜻을 넓히고 있다” 고 한다. 이는 평범한 국가의 비전이라기보다는 제국주의적 야심이라야 옳을 것이다. AKP의 신오스만주의는 터키의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식 국제주의가 혼합된 것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차차 알겠지만, AKP와 무슬림 형제단의 인연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 한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문명의 교량을 위해 첫 연설 장소로 AKP가 집권한 터키를 선택한 까닭이 궁금해질 것이다. 그는 외교관들의 브리핑을 들었을까? 제도적 이슬람주의가 서방세계의 동반자로서 어울릴지도 감안해봐야 할 것이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으로 EU에도 가입하기 위해 미국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정책을 두고는 서방세계와 점점 동떨어져만 가고 있다. 혹자는 EU가 터키의 계략 때문에 가입시키기를 꺼린다며 이를 비난하나, 위키리크스 케이블 방송은 AKP의 태도를 실망한 동맹지망국의 정책보다는 “다부토글루식 접근법” 을 구사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