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철蘇轍의 <상추밀한태위서上樞密韓太尉書>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며, 소순, 소식과 함께 삼소三蘇로 불리는 소철蘇轍(1039~1112)은 북송 미주眉州 미산眉山 사람으로 자는 자유子由 또는 동숙同叔이고, 호는 난성欒城 또는 영빈유로潁濱遺老이다. 소순蘇洵의 아들이고, 소식蘇軾의 동생이다. 인종仁宗 가우嘉祐 2년(1057) 19살 때 형 소식과 함께 진사시험에 급제하고 다시 제과制科에도 합격했다. 처음에 상주군사추관商州軍事推官이 되었다. 신종神宗 희녕熙寧 연간에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하여 지방 관리로 좌천되어 하남추관河南推官으로 나갔다. 진주교관陳州敎官과 응천부첨서판관應天府簽書判官 등을 지냈다. 원풍元豊 중에 형 소식이 시 때문에 죄를 얻자 감균주염주세監筠州鹽酒稅로 폄적되었다.철종哲宗이 즉위하자 불려 비서성교서랑秘書省校書郞이 되고, 우사간右司諫으로 옮겨 신당新黨의 채확蔡確과 장돈章惇 등을 탄핵했다. 어사중승御史中丞과 상서우승尙書右丞을 거쳐 문하시랑門下侍郞이 되었다. 그러나 소성紹聖 연간에 다시 신법당에 의해 뇌주雷州로 귀양갔다. 휘종徽宗 숭녕崇寧 중에 조청대부朝請大夫로 강등된 뒤에는 관직에서 물러나 허주許州에서 저작에 몰두했다. 나중에 대중대부大中大夫로 치사致仕했다. 시호는 문정文定이다.시문 외에도 많은 고전의 주석서를 남겼다. 저서에『난성집欒城集』84권과『난성응조집欒城應詔集』,『시전집詩集傳』과『춘추집전春秋集傳』,『논어습유論語拾遺』,『맹자해孟子解』,『시경전詩經傳』,『도덕경해道德經解』,『춘추집해春秋集解』,『고사古史』등이 있다.
소철의 상추밀한태위서上樞密韓太尉書
轍生好爲文철생호위문: 저는 타고 난 성격이 글짓기를 좋아하여
思之至深사지지심: 거기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 결과
以爲文者이위문자: 글 짓는 일이란
氣之所形기지소형: 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然文不可以學而能연문불가이학이능: 그런데 글이란 배움으로서 잘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나
氣可以養而致기가이양이치: 기란 보양함으로서 얻어질 수가 있습니다.
孟子曰맹자왈: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我善養吾浩然之氣아선양오호연지기: 나는 호연지기를 잘 보양한다고 하였습니다.
今觀其文章금관기문장: 지금 그 분의 문장을 볼 것 같으면
寬厚宏博관후굉박: 넓고도 두텁고 크고도 탁 트여서
充乎天地之間충호천지지간: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 있어
稱其氣之小大칭기기지소대: 그 분의 기의 크기와 어울리고 있습니다.
太史公行天下태사공행천하: 사마천은 천하를 여행하면서
周覽四海名山大川주람사해명산대천: 온 세상의 유명한 산과 큰 강물을 두루 구경하고
與燕趙間豪俊交遊여연조간호준교유: 연나라 조나라 지방의 호걸 명사들과 교유하였습니다.
故其文疏蕩고기문소탕: 그러므로 그의 글은 거리낌이 없고
頗有奇氣파유기기: 매우 특이한 기운이 있습니다.
此二子者차이자자: 이들 두 분은
豈嘗執筆기상집필: 어찌 일직이 붓을 들고
學爲如此之文哉학위여차지문재: 이러한 글을 짓는 일을 배운 일이 있겠습니까?
其氣充乎其中기기충호기중: 그분들의 기가 그분들 속에 가득 차서
而溢乎其貌이일호기모: 그분들 외모로 넘쳐흐르며
動乎其言而見乎其文동호기언이견호기문: 그분들 말 속에 움직이고 그분들 글 속에 드러나는 것인데
而不自知也이불자지야: 그분들 자신은 알지도 못하고 있는 일입니다.
轍生十有九年矣철생십유구년의): 저는 나이 열아홉 살입니다.
其所居家與遊者기소거가여유자: 집에 살아오면서 함께 교유한 사람들이란
不過其鄰里鄕黨之人불과기린리향당지인: 불과 이웃 마을 한 고장 사람들이고
所見不過數百里之間소견불과수백리지간: 본 것이란 불과 수백 리 사이입니다.
無高山大野可登覽以自廣무고산대야가등람이자광: 올라가고 구경함으로서 스스로를 넓힐만한 높은 산과 큰 들도 없습니다.
百氏之書백씨지서: 제자백가들의 책을
雖無所不讀수무소불독: 비록 읽지 않은 것이 없다고는 하더라도
然皆古人之陣迹연개고인지진적: 모두가 옛 사람들의 낡은 발자취에 지나지 않아
不足激發其志氣불족격발기지기: 저의 뜻과 기를 격발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恐遂汨沒공수골몰: 마침내는 저의 뜻과 기가 없어져 버리고 말까 두려워서
故決然捨去고결연사거: 결연히 고향을 버리고
求天下之奇聞壯觀구천하지기문장관: 천하의 특이한 견문과 장관을 찾아 나섬으로써
以知天地之廣大이지천지지광대: 천지의 광대함을 알려 하게 되었습니다.
過秦漢之故都과진한지고도: 진나라와 한나라의 옛 도읍을 찾아가서는
恣觀終南嵩華之高자관종남숭화지고: 종남산과 숭산과 화산의 높은 모습을 실컷 구경하였고
北顧黃河之奔流북고황하지분류: 북쪽으로는 황하의 세찬 흐름을 둘러보면서
慨然想見古人之豪傑개연상견고인지호걸: 옛날의 호걸들은 감개 속에 생각하여 보았으며
至京師지경사: 서울 변경에 이르러
仰觀天子宮闕之壯앙관천자궁궐지장: 천자의 궁궐의 장대함과
與倉廩府庫여창름부고: 곡식 창고 재물과
城池苑囿之富且大也성지원유지부차대야: 무기창고 및 성과 해자, 숲과 호수의 풍부하고도 광대함을 우러러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而後知天下之巨麗이후지천하지거려: 그런 뒤에야 천하의 광대하고 장대함을 알게 된 것입니다.
見翰林歐陽公견한림구양공: 한림 구양공을 뵈어
聽其議論之宏辨청기의론지굉변: 그분 이론의 광대한 논리를 듣고
觀其容貌之秀偉관기용모지수위: 그분 용모의 빼어나고 위대함을 본 뒤
與其門人賢士大夫遊而後여기문인현사대부유이후: 그분 문인들인 현명한 사대부들과 교유한 뒤에야
知天下之文章지천하지문장: 천하의 문장이
聚乎此也취호차야: 모두 여기에 모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太尉以才略태위이재략: 태위께서는 재능과 지략에 있어서
冠天下관천하: 천하의 으뜸이 되시어
天下之所恃以無憂천하지소시이무우: 온 천하가 의지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있고
四夷之所憚사이지소탄: 또 사방의 오랑캐들이 꺼리어
而不敢發이불감발: 감히 싸움을 걸지 못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入則周公召公입칙주공소공: 나라 안으로 들어와서는 천하를 평화롭게 한 주나라 무왕 때의 주공과 소공 같이 하시고
出則方叔召虎출칙방숙소호: 나라 밖으로 나가셔는 주 선왕 때 넓은 땅을 경략한 방숙과 소호처럼 활동하셨습니다.
而轍也未之見焉이철야미지견언: 그러나 저는 아직도 뵙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且夫人之學也차부인지학야: 또한 사람이 학문을 함에 있어서
不志其大불지기대: 그의 뜻이 크지 않다면
雖多而奚爲수다이해위: 비록 많이 배운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轍之來也철지래야: 저는 고향을 떠나와
於山見終南嵩華之高어산견종남숭화지고: 산에 있어서는 종남산, 숭산, 화산의 거대함을 보았고
於水見黃河之大且深어수견황하지대차심: 강물에 있어서는 황하의 광대하고도 깊음을 보았고
於人見歐陽公어인견구양공: 사람에 있어서는 구양공를 뵈었지만
而猶以未見太尉也이유이미견태위야: 아직 태위님은 뵙지 못하였음을 유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故願得觀賢人之光耀고원득관현인지광요: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의 광채를 뵙고
聞一言以自壯문일언이자장: 한 말씀 들음으로서 스스로를 장대하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然後可以盡天下之大觀연후가이진천하지대관: 그런 뒤에야 천하의 위대한 경관을 다 구경함으로써
而無憾者矣이무감자의: 유감이 없게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轍年少철연소: 저는 나이가 적어
未能通習吏事미능통습리사: 아직도 관청의 일을 다 익히지 못하였습니다.
嚮之來향지래: 전에 고향을 떠나왔던 것은
非有取於升斗之祿비유취어승두지록: 몇 말의 녹을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었으나
偶然得之우연득지: 우연히 녹을 받게 된 것이어서
非其所樂비기소락: 그것을 즐거워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然幸得賜歸待選연행득사귀대선: 그러나 다행히도 고양으로 돌아가 다시 벼슬자리에 뽑히기를 기다릴 수 있는 허락을 받아
使得優游數年之間사득우유수년지간: 몇 년 동안 여유 있게 지내면서
將以益治其文장이익치기문: 저의 글을 더욱 닦고
且學爲政차학위정: 또 정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太尉苟以爲可敎태위구이위가교: 태위께서 진실로 가르칠만한 상대라고 여기시고
而辱敎之이욕교지: 욕되이도 저를 가르쳐만 주신다면
又幸矣우행의: 더욱 다행이겠습니다.